가는 날이 장날이고,

우리 중딩 시험 끝난 날이 생일이고.

축하 파티에도, 선물에도 크게 관심이 없고.

그냥 없는 것처럼 지나가는 것에 제일 좋은 선물이겠으나.

케잌도 하나 생기고, 네 식구 모였는데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생일축하 세러모니 합니다.  


착한 애도, 감성 풍부한 애도, 시(詩)심 충만한 애도 사춘기를 합니다.

한창 놀던 시절에 누나가 여동생 버전으로 지어준 이름

미은이 가 있고,

역시 그 시절에 누나가 질투와 얄미움 듬뿍 담아 불러줬던

김현망, 김형팡, 김덕삼. 이런 이름도 있었습니다.

중2 사춘기를 지나는 요즘에 아빠가 그에게 다가가 이름을 불러줍니다.

승.

야, 왜 이렇게 욱해? 욱하지 말고 얘기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자꾸 '욱'을 하기 때문에 세 식구는 이 눈치를 많이 봅니다

일례로, 시험이 끝난 날, 생일 당일이었습니다.

저녁은 아빠 스케쥴과 누나의 알바 스케쥴로 함께 식사할 날이 없어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합니다.

이게 무척 잘못된 결정이었는데 일단 등교할 때 미리 알려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현승이 등교 이후에 아빠 시간 된다는 것을 알고 엄마가 갑자기 결정한 일이었다는 것.

또 하나의 잘못. 이것은 님 앞에서는 대역죄에 해당하는데

학교 앞에 가서 기다리다 서프라이즈로 차에 태우는 스케쥴이 된 것입니다.


이 상황을 선생님께서 얼마나 싫어하실지 알기에, 그분이 대노하실 것을 알기에

세 식구는 이미 엄청 쫄아있었습니다.

주차를 보이는 곳에 하면 안 돼. 누가 나가서 현승이를 부르면 제일 안 쪽팔려 할까?

엄마는 안 돼. 그렇다고 아빠도.... 그래, 채윤이가 가. 헌데 절대 호들갑 떨면 안 돼.

조용히 현승이 눈에 띄기만 하고 아는 척은 하지 말고, 차로 유인해.


이렇게 신중하게 접근했지만 선생께서 그냥 지나치실리 없습니다.

꽤나 하셔고, 대역죄인들은 눈치 보며 처묵처묵 했습니다.

이렇게 그분의 탄신일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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