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오후


<뉴조> 원고 마감해야 하는 날이다. 하지 못했다. 엊그제 월요일에 대충 마무리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니 이건 아니었다. 버리기로 했다. 이틀 남았고 화요일엔 하루 종일, 수요일 오전까지 일정이 있으니 틀렸다! 포기하기로 했....... 다가 사시 써지면 써야지 했다. 어제와 오늘 오전의 소임을 마치고 카페에 앉아 오후 내내 글을 썼다. 써질 것도 같다. 웬만하면 쓰다가 딴짓(인터넷 뉴스 구경)도 많이 하는데 것도 잘 안 되더라.

 

#2 오늘 저녁

수험생도 있고, 한참 키 크는 아이도 있어서 저녁은 챙겨야 하겠기에 짐 싸들고 집으로 왔다. 생선이 구워지는 동안 뉴스를 보았다. 이재명 지사와 김정숙 여사에 대한 강용석의 개소리를 보았다. 하필. 두 아이 마주보고 앉아 수다 떨며 길어지는 식사 시간 동안 페북에 짧은 저녁기도를 써 올렸다. 강용석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이미지 관리 위해 자체 검열했지만 마음으로는 쌍욕을 했다.

#3 오늘 오전

이우교회 온 첫 봄부터 '이우영성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내적여정 그룹을 시작했다. 방학으로 쉬는 기간이 더 길었지만 4학기의 여정이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긴 여정을 마무리 하는 한 마디는 중년 이후의 영적 여정, 깊은 상처 이후의 신앙 여정은 '내어맡김의 영성'이다. 잘 알아들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어맡기기 위해서는 매일 매순간 나의 현재를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알아차림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나의 정직한 감정이다. 

#4 어제 저녁

어제는 오전 강의와 오후 집단여정으로 꽉 찬 하루였다. 벅찬 시간이었다. 벅차야 얼마나 벅차겠나 싶지만 요란을 떨 수 없을 만큼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만남들이었다. 몸은 피곤했다. 티맵의 지도가 거의 빨간색이었던 길을 헤치고 운전을 해 집에 도착. 집 앞에 주차를 하고 끙끙 짐을 내리는데 '아줌마!' 라고 어떤 아저씨가 신경질적으로 불렀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 딱 붙여 주차하면 어떡하냐고 화를 냈다. 그런 길인줄 알기에 늘 신경 쓰면 대고 있다고 말했다. 밤 늦게 쓰레기 치우는 차가 들어오는데 바짝 대지 않으면 그 차를 돌릴 수 없다(고 까지는 말하지 못했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에 대지. 매번 이딴 식으로 대냐고 나무랐다. 저렇게 비어 있는 곳은 어차피 나보다 큰 차가 댈 것이고, 이 공간에는 내 차를 대야 그나마 보행자나 쓰레기차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더 신경 쓸게요, 라고 말하고 들어왔다.

#5 다시 오늘 오전
 
영성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대단한 환상이 아니다. (사소한 일상의)체험, (소화 되지 않는 자잘한 일과 감정에 대한)성찰, 그리고 신비이다. 이 세 단어를 내적여정 세미나를 통해 알려 드리고 싶었다. '알아차림'에 대한 질문에 어제 저녁 주차 사건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 얘길 왜 했을까? 내 상태가 어떤지 알아차리고 있었고, 그 아저씨가 스스로 타인을 배려하고 공중도덕 지키는 자의식 충만하여 나를 가르쳤지만 나는 알아차렸다.  에고, 그 도덕성 개나 주세요. 모르는 아줌마 불러 세워 가르치는 아저씨랑 사는 아줌마랑 아이들이 불쌍하네요. 어제 저녁 내 몸이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채윤이 입시와 써야 할 글로 얼마나 눌려 있었는지 나는 알았다. 들어오는 길에 친절한 동네 사람을 만나 거네는 말 한 마디로 위로를 얻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세상이 그렇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대체로 괜찮았다. 아마 오늘 오전 그 얘기를 고 싶었던 모양이다.

#7 다시 오늘 저녁

강용석이 이재명을 조롱하고 김정숙 여사를 폄하하는 것이 웃기지도 않다. 그 뉴스에 신경질을 쓰는 것조차 아깝지만 그래도 분노가 치미니 쓰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강용석, 너 같은 저급한 도덕성으로 이재명의 모멸감이 보이겠느냐. 스스로 제 몸을 드러내어 신체 검증 받는 마음을 알겠느냐. 너의 그 저급한 입에 당장 불이 내렸으면 좋겠구나. 여성의 몸이라면 날씬하고 팽팽해야 한다는 악한 눈에 뚱뚱하고 주름진 여자 몸의 아름다움이 보이겠느냐. 헬스 트레이너를 비서관으로 두고, 얼굴을 잡아 당기고 집어 넣어 만든 박근혜에게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너의 눈. 그대로 두는 것보다 더 큰 벌이 어디 있겠느냐.

#8 어제와 오늘과 내일

어제 저녁 그 아저씨와 싸우지 못한 것이 잠깐 후회가 된다. 뚱뚱한 몸, 주름진 얼굴, 흰머리를 조롱하는 말들에 즉각 대처하지 못하는 내가 바보같다. 스스로 가장 도덕적이라 여기며 주저없이 타자를 가르치고 판단하고 폄하하고 혐오하는 나르시스트들에게 분노의 불이 타오른다. 타오르는 불을 모아모아 오늘 강용석에게 쏟아 붓는다. 이렇게 끝낼 것이다. 사로잡히지 않겠다. 이젠 밤이니, 아까 그 저녁의 감정들에 계속 붙들려 있지 않겠다. 여기서 끝내겠다. 그리고 될 지는 모르겠으나 원고에 매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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