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사진에 다 담겼다.

좋은 것들이 다 담겼다.


[냉보이차] 오늘부터 '냉'으로 바꿨는데 지친 몸 다독여줘 좋은 것.

[노트] 팔과 손가락을 통해 내 뇌와 연결되는, 아니 '연결된 것'이 아니라 내 몸 밖의 뇌. 

           공부, 글쓰기, 강의준비. 중요한 것을 함께 하니 좋음 그 자체.

[독서대] 위 책, 책 없이 삶의 낙이 없다.

[돋보기] 낯선 만남이었지만 금세 고맙고 좋은 친구 되었다. 

           흐릿해진 눈에 돋보기 없었으면 어쩔 뻔!

 

등수 매길 필요는 없지만 '더' 좋은 친구는 따로 있다.


[초록이들] 지난 주인가, 집단 여정에서 '요즘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을 나눴다.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쟤네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한 놈, 한 놈 눈맞추는 재미로 산다.

[앞산] 이건 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올봄, 하루하루 다른 얼굴 보여주며 치유의 숨결 뿜어내는 앞산 아니었으면 아프고 말았을 것.


'좋은 것'의 화룡정점은 보이지 않는다. 


[저녁6시~] 저녁 6시 어간을 사랑한다. 해 넘어가는 빛깔과 공기와 모든 것이 좋다. 

              어스름이 어둠으로 바뀌는 그 시간을 붙들고 붙들고 싶다.


[세음] 저녁 6시부터 8시 사이. 클래식 FM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의 시간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지만 모든 이 시간, 이 공간의 모든 곳을 채우는 것이 음악이다.

         화룡정점은 '세음'이다. 


일상의 여유를 가늠하는 것은 '세음'을 여유있게 들었는가, 이다. 아예 들을 생각도 못했는가, 운전하며 들었는가, 끄트머리만 들었는가. 거실에서 앞산을 바라보며 밤이 천천히 낮을 밀어내는 광경을 지켜보며 듣는다면 최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제대로 된 하루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바쁜 시간이 있어서 텅 빈 시간이 더 빛나는 것이니까. 오늘은 '좋음'의 종합선물 세트를 마음껏 누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는 것 아닌가! 온갖 '좋음'에 플러스 알파다. 사진 몇 장 찍고 '세음'이 끝날 때까지 그냥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다. <신앙 사춘기>가 책이 되어 탁자에 쌓여 있어서 그런가. 첫 리워드 행사인 글쓰기 강의를 무사히 마치고 난 안도감인가. 아버님 8주기 추도예배 드리며 마음에 가득 찬 그리움 때문인가. 쌓인 피로로 무거워진 몸, 뻑뻑해진 눈이 책도 보지 말라고 말리고 말린 덕인가. 한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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