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란히 앉아 커피 마시며 창밖을 보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일어났다. 안개가 만들어 낸 새 아침의 풍경, 이 좋음이 어떤 형용사로 표현되지 않는다. 최신형 아이폰 카메라에도 담을 수 없다. 순간 온몸으로 누리고 감사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그렇게 느긋한 월요일 아침을 누리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정수기 코디님이 오셨다. 아, 맞다! 어제 문자가 왔었지.
남편도, 느긋하게 아침 먹던 현승이와 조카 우현이도 조용히 빨리빨리 방으로 들어가 숨어버렸다. 코디님께 아침에 커피 드셨어요? 커피 한 잔 드릴까요? 했더니 반색하신다. 핸드드립 해서 아이스로 드렸는데. 커피향 너무 좋다고 감동하셨다. 커피 드리고 깜빡하고 있던 라디오를 켰다. 나대로 탁자로 와 책을 보고 있었다.
“고객님, 이 커피를 그냥 마시면 안 될 것 같아요. 저 잠깐 앉아서 밖에 풍경을 좀 보면서 마실게요. 비도 오고 음악도 있는데. 잠깐 앉아도 되지요? 이런 순간은 잠시 누리고 싶네요! 화초도 너무 예뻐요. 카페라고 생각하고...” 하셨다. 내 마음이 다 좋아서 “얼마든지요! 뭘 아시네요. 일은 일이고 쉴 기회가 오면 쉬는 거죠!” 했다.
순간을 누릴 줄 아는 코디님, 참 멋지다. "고객님 일 보세요. 저는 커피 마시고 잠시 누릴게요" 그리고는 말 없이 그저 등을 보이고 앉으셨다. 뒷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냥 좋아서 책에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사진 한 장 찍어 드릴까요?” 했더니 "좋죠!' ㅎ시며 팔을 번쩍 들어 ‘나 커피 마셔요!’ 하는 포즈까지 하셨다.
마침 내가 읽고 있는 구절은 이랬다.
사랑하는 하느님의 벗이여, 아무쪼록 그대가 하느님을 사랑할 때 하느님의 품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노력하십시오. 이 사랑을 그대의 근본으로 삼고 팔을 뻗어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것을 사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