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부터 <청소년매일성경>에 연재합니다. 독자가 청소년인 것도, 주제가 너도 나도 전문가인 MBTI라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지만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MBTI 과몰입 친구들의 '자기만의 MBTI' 때문에 답답해 죽겠는 딸 아들의 도움을 받아 한 번 써보기로요. MBTI 지표 설명보다는 사용법, 태도에 대해 다루려고요. MBTI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Carl Jung의 심리유형론의 관점을 피력하고자 하는데... 이 깊은 영성심리를 청소년들 눈높이에 맞추는 게 관건이네요. 그래서 이름도 Jung 쌤으로 갑니다.  정 쌤이기도 융 쌤이기도. 첫 번째 글입니다. 

 

너, MBTI가 뭐야?

 

안녕. 나는 Jung 쌤이라고 해. 앞으로 여기서 MBTI를 좀 가르쳐줄 거야. 아, 그런데 QT와 MBTI가 무슨 상관? 그러니까 말이야. 나는 MBTI를 무척 좋아하고, MBTI에 진심인 편이긴 한데, 그냥 MBTI는 아니야. 성격과 성경, 말씀 묵상과 기질, 성격과 하나님 형상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지대한 관심이 있지. 너는 MBTI가 뭐야? 나는 ESFP야. 유형만 들어도 딱 알겠지? 이 글은 일단 무조건 재미있을 예정이야. ESFP는 재미에 죽고 살거든.

 

나는 MBTI를 좋아하는 만큼 내 유형인 ESFP를 좋아해. 물론 내 유형을 거침없이 좋아하기까지 사연은 좀 있고. 일단 소개를 좀 더 할게. 내 본래 직업은 음악심리치료사야. 음악치료를 잘하기 위해 MBTI를 배웠는데, 이게 너무 재밌는 거야. 세상에나! 모르던 내 마음을 알려주는가 하면, 이해 안 되는 사람들이 막막 이해되니까. 본업인 음악치료보다 MBTI 같은 성격심리학 공부가 더 재밌어서(나, ESFP...) 신나게 매진했지. 한 20년쯤 됐어. 하아, 그러니까 너네들 태어나기 전부터!

 

생각해 보면 음악치료를 전공하게 된 것도 다 사람 마음에 대한 관심이었어. 어렸을 적부터 사람 마음이 궁금했거든. 아니, 내 마음이 궁금했어. 분명 내가 예수님을 사랑하는데 왜 이리 싫은 사람이 많은 거야. 학년마다 반에 싫은 애가 꼭 한두 명 있더라고. 학년이 바뀌고 반이 갈라져서 쟤랑만 헤어지면 모든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지 싶어서 일 년 참아보건만, 그런 애는 꼭 다시 생기고. 게다가 왜 그리 마음은 쉽게 이랬다저랬다 하는지. 내 마음 나도 몰라, 라는 말이 있듯이 내 마음이 너무 어려운 거야.

 

시편 기자가 이렇게 기도했어.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시 139:13-14a) 기묘하다고 하네. 우리를 만드신 것이 기묘하다고 하니 어려운 게 맞아. 인간을 기묘하게 만드셨으니, 기묘한 마음을 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거지. 그 앞에는 대놓고 이렇게 기도했네. “이 지식이 내게 너무 기이하니 높아서 내가 능히 미치지 못하나이다.”(6절)

 

도통 모르겠는 마음의 모양을 대략 구분하여 알려주는 것이 성격유형 도구야. MBTI도 그중 하나인데. MBTI 유형으로 내가 설명되고 친구의 마음을 알아지는 게 놀랍잖아. 내 발로 다 밟을 수 없는 넓고 복잡한 땅을 지도로 볼 때 느낌일 거야.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 이제 내가 내 유형을 찾게 된 사연을 조금만 들려줄게. 처음 MBTI와의 만남은 교회 청년부에서였어. 소문은 들어서 이름만 알고 있던 MBTI였어.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검사를 당했지. 검사결과는 INFP였어.

 

INFP라니!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결과였는데, 웃긴 건 그때 “맞아, 맞아. 나 완전 이래!” 했다는 거지. 이런 경우는 INFP는 ‘검사 유형’이라고 해. 다시 말하면 검사결과와 내 진짜 유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거지. 사실 INFP가 나온 이유가 있었어. 당시 썸타는 남자애가 있었거든. 그 애가 INTJ였어. 내향형에 직관형인 그 친구가 그렇게 좋아 보이는 거야. 나도 모르게 그 친구와 비슷한 점을 찾게 되고, 그 마음이 체크 리스트에 반영된 거지.

 

그러니까 분명한 건 말하자면, 내 진짜 유형(true type)과 MBTI 검사로 얻은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거야. 검사할 때마다 다르게 나온다는 얘기도 많이 듣는데, 같은 이유야. 내 진짜 유형이 무엇인지 결론 내리는 사람은 나 자신이야. 사실 나에 대한 전문가는 나거든. 검사는 어쩔 수 없이 그때그때 내 바람과 스트레스를 반영하게 돼. 나도 모르게 내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의 성향이나, 엄마가 되라고 하는 모습을 체크할 수 있다는 거지.

 

물론 MBTI는 통계학적으로 신뢰도 타당도를 인정받은 검사 도구야. 단, 전문기관과 전문가에 의한 것이라면!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검사들은 신뢰하지 않는 게 좋아. 아무튼 자기 진짜 유형을 찾고, 그 유형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유로워져. 심지어 매력적인 사람이 돼. 그게 MBTI가 주는 선물이라니까. 나만의 장점, 나만의 약점, 나만의 사랑법, 나만의 말씀 묵상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그렇게 자신을 아는 사람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지.

 

자기 유형을 정확하게 알고, 진심으로 좋아해야 MBTI를 통해 가장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어. 주변에 그런 친구 없어? 누가 봐도 E(외향형)인데 자기 I(내향형)이라고 우기는 애 말야. 그런 게 제일 문제다. 자기 유형을 잘못 알고 엉뚱한 하게 우기면 좀 난해한 상황이 돼. 매력이 없고, 가까이하기 싫고 그런 친구가 될 수도 있어. 내가 그런 애를 딱 알거든. 어, 음, 아... 실은 그게 나였어. 그 얘긴 다음에 들려줄게. 아무튼, 오늘은 이걸 묻고 싶었어. 너 MBTI가 뭐야? 음, 네가 알고 있는 너의 MBTI 유형은 정말 너의 것일까?

 

<청소년매일성경> 2024년 1,2월 호

 

Jung 쌤은 이렇게 생기신 모양...

 

* 전에 방송에서 했던 MBTI 얘기도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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