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꿈꾸며 기도하는 Big Family Day이다. 벌써 가졌어야 할 시간이지만, 특새와 나의 수도원 피정, 그리고 JP의 독감과 후유증으로 늦어졌다. 결국 음력 2024년의 마지막 날에야 마음먹고 모여 앉았다. 처음으로 넷이 아니라 셋이 보내는 Big Family Day이다. 어쩌면 내년에는 셋도 아니고 둘이 될 전망이니... 우리의 Big Family Day도 생의 강물을 따라 흐르며 변하고 있다.
 
2024년 마인드 맵을 그리고, 작년에 쓴 각자의 카드를 읽는다. 2024년을 시작하던 마음과 함께, 살아온 1년을 돌아보며 감사의 기도를 적는다. 2025년을 시작하는 마음과 기도를 적는다. 마인드 맵 한쪽을 현승이 자리로 비웠는데, 여기는 채워질 것 같지 않다. 카톡으로 기도제목만 보내왔다. 
 
그 어느 해보다 조촐하다. 넷 중 하나의 자리가 비었으니 1/4 만큼 허전해야 할 일인데. 온통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으니... 존재의 크기란, 영혼의 크기란 무엇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임이 분명하다. 어느 해보다 굵직한 일이 많았던 2024년이다. 현승이는 군대에 갔고, 채윤이는 그렇게 바라던 미국 B 대학의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남편은 생애 처음 안식월을 누렸고, 나는... 나는...  나는 어땠지?
 
넷이 함께 하는 Big Family Day가 다시 올까? 오겠지. 다른 모양으로 오겠지. 가족의 이름으로 넷이 꽁꽁 묶여 지낸 시간이 끝났다. 마땅히 겪어야 할 아쉬움과 슬픔은 일단 받고! (우리 채윤이가 인생의 변곡점에서 남긴 띵언이 있지. "뭘 선택하든 아쉬움을 피할 수는 없어. 선택했으면, 아쉬운 건 아쉬워야지!" 그렇지, 아쉬운 것은 아쉬워하면 되는 거지.) 말할 수 없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두 아이는 나와 남편에게서 나왔고, 우리의 세계에 가둬 키웠는데... 어쩌면 나와 남편을 능가하는 존재가 되어 있다. 우리보다 크고 우리보다 깊다. (모든 부모들의 존재론적 미안함일 테지만) "해 준 것도 없는데..." 참 멋진 어른이 되었다. 
 
이렇게 자기 인생 길로 떠날 테지만, 부재로 더 깊이 연결되는 가족이 될 것을 믿는다. 현승이의 빈자리가 크고 넓어서 가족이 앉은 자리가 저 삼척의 어느 막사까지  확장시되는 느낌처럼. 부부는 아이들을 떠나보내며 더 큰 가족이 될 것이다.  "호모 코넥투스"라고 이름 지어봤다. 연결된 존재, 영혼으로 더 깊이 연결되어 사랑하고 기도하는 일이 남았다. 
 

2025년 1월 28일, Big Family Day 날에 저무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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