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 기대와 소망을 나누는 Big Family Day, 2024년 가족의 날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감사제목이 많아서 놀랐다. 개인적으로도, 가족들에게도. 메말랐던 한 해라고 생각했는데, 논문이나 하나 썼지 대단한 무엇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20여 년 가까운 세월이 담긴  Big Family Day  봉투는 기도의 타임캡슐이다. 이 시간마다 소환되는 현승이의 기도제목 "로봇이 되게 해 주세요"를 생각해 보면... 동화 속 주인공 같던 아이들이 사람이 되고, 성인이 되고, 엄마 아빠를 돕고 이끌어주니 놀라운 시간이다. 
 
저녁식사 식당도, 이후의 Family Day 나눔과 진행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니 또 놀라운 시간의 변화이다. 2023년 가족 마인드 맵을 그리고. 작년에 썼던 기도제목을 꺼내서 읽고. 한 해 감사한 것들을 적어보고. 오는 한 해의 소망을 기도제목으로 적어서 나누는데. "와아...." 하는 탄성이 많이 나왔다. 정말 기도가 응답됐네!!
 
호모 아도란스(homo adorans), 인간은 예배하는 존재이다. 초월적 대상을 향하고 자신보다 더 큰 존재를 갈망하는 존재이다. 고통이나 인간적 한계 앞에서 종교적 신념과 상관없이 더 큰 존재를 향해 손을 모으는, 기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올  Family Day는 호모 아도란스 넷의 만남이었다. 아이들이 기도한다. 기도를 종교적 규율로 가르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했는데, 보람이 차오른다. 아이들이 자신의 한계 앞에서 하나님을 찾고 기다릴 줄 안다. 
 
신년 특새에 찬양 인도를 했다. 정말 하고 싶은 찬양이 있었는데 공동체 분위기와 맞을까 고민하다 결국 선곡하지 못했다. 새벽기도 오가는 길에 혼자 속으로 많이 불렀다. 삶과 영혼은 늘 어둠과 빛의 결투장이다. 많은 날, 많은 시간 승자는 어둠이다. 이 생이 다하도록 어둠이 온전히 가시는 날이 없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어둠이 없는 그 어느 곳이 있을 것 같아 늘 도망갈 기회를 엿본다. 이 지루한 싸움 포기할 이유를 대라면 백 가지 천 가지. 끌어내리는 힘이 작용할 때 반대의 힘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희미하지만 때로 감지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선택할 수 있다. 반대하는 힘에 반대하는 대신 선한 힘을 선택할 수 있다. 끌어 내리는 힘보다 한 방울만 더 크면 된다. 선한 힘, 선한 능력을 딱 한 방울만 더 키우는 기도로 버티기로 했다.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이 시를 쓴 본 회퍼 목사님이 그랬을 것이다. 대단한 믿음, 어마어마한 영적 능력이 아니라… 히틀러의 악보다, 끌어내리는 악보다 약간 더 큰 선한 힘에서 나온 노래가 아니었을까. 선한 힘을 믿고 선택하는 것이다. 호모 아도란스, JP와 채윤 현승, 영적 여정의 벗들, 나의 호모 아도란스들과 함께 "선한 능력으로!" 한 해를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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