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옥' 이라는 사과를 아시나요?
피처럼 빨간색에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주르르 흐를 만큼 풍성하고,
오늘처럼 입 안에 헌 데가 있다면 그 신맛 때문에 고통이 두 배가 되는....
그러면서도 입안을 가득 채우는 사과의 싱그러움 때문에 통째로 베어 먹고만 싶은.
홍옥이라는 사과예요.
예전에는 홍옥이 진짜 많았었어요. 사과는 다 홍옥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부사, 홍로...
이런 사과들이 나오더니 홍옥은 아주 짧은 며칠 동안 과일가게에 출현하더라고요.
저는 홍옥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나서 얼른 몇 개라도 사곤 해요.
엄마는 사과를 좋아하시고, 또 엄마는 제가 사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시고,
특별히 '우리 신실이는 홍옥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채윤이 입덧을 할 때 한 두어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감자, 고구마, 무, 그리고 사과.
봄이라서 사과는 냉동부사였어요. 그나마 것두 초여름이 가까와 오니까 아예 나오지도 않는거예요.
그 때 잠깐 사당동에 살았던 때였는데 주변에 가게가 없어서 주로 트럭에 야채 과일 싣고 오는 아저씨에게 샀었죠.
이미 냉동부사도 거의 나오지 않았던 초여름.
엄마가 저를 돌봐주시러 집에 와 계시다가 잠깐 잠이 드셨었나봐요. 밖에서 트럭이 와서 확성기에 대고 뭐라뭐라 하니까 엄마 벌떡 일어나서 뛰어나가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집 안에 있는 저한테 까지 다 들리게 '사과 있어유? 사과? 아자씨! 사과 있어유?' 하시는 거예요. 그 아저씨는 '고장난 텔레비젼 삽니다~ ' 아저씨였거든요.^^
잊혀지지가 않아요.
예전에 고3 때 대입 준비할 때 엄마가 없는 살림에 별별 간식을 다 만들어 주셨었는데 홍옥 한 보따리씩 사오셨어요. 약간 흠이 있어서 싸게 파는 놈들. 사실 그런 놈들이 더 맛있다면서 한 보따리 들고 오셨죠.
어제 과일을 사러 갔더니 홍옥이 나와 있네요. 홍옥을 보면 엄마를 본 것 처럼 반가워요. 요즘 입 안 여기 저기가 헐어서 신 것 , 매운 것 잘 못 먹는데 아침에 씻어서 통째로 하나를 먹었어요. 입 안이 얼얼해서 맛이 있는 건지 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네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한 번 웃겨 드리고 하루를 또 힘차게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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