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님 젊은 시절에,
(그땐 늙었다고 느꼈으나 지금 돌이켜보니 젊었다.)
'눈이 높아서 시집을 못 간다.'는 말에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했어.
그러나 어쨌든지 시집을 못 간 것은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라 뚜껑이 열렸어도 혼자 김이나 빼고 말았느니라.
20여 년 전의 일이니 한결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분히 돌아본다.
'눈이 높아 시집을 못 간다.... 눈이 높아 시집을 못 간다?'
아, 여전히 뚜껑이 열려.
아니, 그럼!!!
일생에 한 번 선택하고 웬만하면 무를 수도 없는 결혼을 하는데 눈이 낮아서 되겠어?
선택권도 없이 던져진 우리 집, 엄마 아빠의 딸로 태어나 지긋지긋한 시절을 보냈는데
내 손으로 가정을 일굴 유일한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그 가정을 함께 일궈갈 사람을 정하는 일에 어찌 시작도 하기 전 저자세가 되어야 하지?
신데렐라 콤플렉스라고 조롱을 당하든,
환상을 '내려놓으라'고 종용을 당하든 굳건하여 흔들리지 말거라.
'내려놓았더니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는 선배들의 조언은 다 기억의 오류니라.
이런 저런 조건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이 아니라,
지 짝을 만나고 보니 이런저런 조건이 자연스레 보이지 않아서 결혼한 거야.
배부르고 등 따신 지금에 와 돌이켜보며,
'어라, 내가 꼽던 그 조건들 다 어디 갔지?' 이렇게 된 것이니라.
돈과 외모에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애매히 고난 당하는 자가 된 너희들,
3:7 성비의 '3'에 해당하는 어여쁜 너희들아.
너희보다 더 무뚝뚝하고, 더 욕심이 많고, 더 심한 환상을 가진 너희 친구들도 결혼해 사는데
너희가 뭘 더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냐.
몇 년을 만나서 나눔을 하고 함께 기도를 하던 '교회 형제님'께도 도통 나오지 않는 '오빠' 소리를 어떻게 처음 만난 남자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이냐.
그딴 것은 안 되는 사람에게는 '울어도 못하고, 힘써도 못하는 것'이니니라.
내게 있지도 않은, 세상이 만든 여성성 따위와
그것이 없다고 자책하는 순진 무궁함은 개나 줘 버려.
신데렐라 콤플렉스가 있어서 백마 탄 왕자를 기다려도 좋고,
그 왕자를 통해서 계급상승을 꿈꿔도 좋다.
눈이 높아도 좋고, 키 180 이하의 남자는 남자로 안 보여도 좋아. 다만,
다만 이것이 없으면 안 돼.
정말 네가 그것을 원하는 지 너 스스로 깨달아 알아야 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나?'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인 '너' 자신이 해야한다.
결혼, 직업, 관계, 오늘 하루의 삶..... 결국 너의 인생에서 '너는 무엇을 원하니?'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히고, 거절 당하고, 거절 하고, 실패하고 아파봐야 해.
그 고통을 선택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하늘을 향해 공격적으로 치솟은 저 빌딩들 같아.
너희 속에 뚫고 들어와 위협하며 불안을 조장하는 세속의 가치들이 말이야.
너희를 위한답시고 하는 위로와 충고와 멘토링에 교묘히 녹아 들어 있지.
'웃기지 마. 내가 원하는 것은 이거야.' 라고 말하면서 너만의 컬러플한 색을 보여 줘.
그리고 저 빌딩들 사이의 몰아치는 바람을 타고 너울너울 춤 춰.
저 우산 하나 하나가 너희들 같애.
저 우산 아래서 나눴던 얘기들을 품고 하루 종일 기도했어.
알록달록 매달린 저 우산처럼 너희 참 이뻐. 정말 이뻐.
쫄지마! 골드 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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