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좋아하세요? 사람 마음에 관심 많으시죠?

(뽐뿌질입니다. )

알려고 치면 한 없어 어려워지는 사람의 마음,
제대로 배우려면 한 없이 어려운 에니어그램을 커피와 엮었습니다.
출산 아니고 출간 임박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하는 에니어그램> 본문의 일부입니다.


"핸드드립 커피의 세계를 알고 내가 누리는 최고의 기쁨은 커피를 통해서 지금, 여기를 누리게 되었다는 거야. 무슨 말인가 하면, 인스턴트커피를 마실 때는 휘리릭 타서 후루룩 마시느라 심지어 내가 커피를 마셨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때가 있었어. 내 생각은 과거와 미래를 헤매고 몸만 현재에 있었던 것이지.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에 나는 후각은 물론이고 내 모든 감각을 일깨워. 커피 향을 맡고 주전자를 쥔 손의 감각을 느끼고 뽀글뽀글 부풀어 올라오는 원두를 보면서 이 순간을 충실하게 느끼려고 해. 몸과 함께 생각과 정서까지도 지금 여기를 살려고 하지. 그렇게 할 때 지금 여기서 보혜사로 나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야. 거짓자아에 이끌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근심, 걱정, 계획세우기와 후회의 단편영화 돌리기를 멈추는 일, 그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 내미신 하나님의 손을 잡는 것일 거야. 또한 자아의 힘을 빼고 멈추는 일이고, ‘쉬지 말고 기도하라.’ 하는 사도바울의 편지 속에 담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일 거야."


“MBTI가 열어준 내면의 여행은 내겐 입에 달고 구수한 삼박자 인스턴트 커피 같았어. 지금은 신선하며 맛있고 유해 첨가물도 없는 원두커피를 즐겨 마시고 있지. 그 쓴 걸 왜 마시냐 하지만 신선한 원두로 잘 뽑은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에는 600여 가지의 향이 난다는 거 아니? 영성적으로 접근하는 에니어그램은 내겐 당장은 입에 쓰지만 그 깊은 풍미를 한 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에스프레소 같아. 그러나 육미야, 인스턴트든 신선한 원두든 커피는 기호식품일 뿐이야. MBTI든 에니어그램이든, 성격유형적 접근이든 영성적 접근이든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돼. 우리의 목적은 ‘사랑이신 그 분’이다. 우리 육미 의문이 좀 풀리고 마음이 가벼워졌을까? 같이 있으면 예가쳬프 한 잔 내려서 나눠 마시면 좋겠구나. 더 궁금한 얘기들 또 나누자.”



“커피의 맛과 향을 구분하는 용어들이 있어. 바디감, 신맛, 와인맛, 신맛, 과일향, 넛트향, 쵸콜릿향, 매운향... 사실 처음 커피를 배울 때는 도통 모르겠더라고. 한 모금의 커피에서 이런 것들을 느끼고 감별해내는 게 장난 같았어. 그저 쌉쌀한 커피향이면 됐지 너무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커피를 알아갈수록 막연하기만 했던 그 맛과 향의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거야. 그리고 그렇게 알아가는 것들이 더 맛있게 마시는 데 도움이 되고. 우리는 하나님을 닮아 신비한 존재야. 그런 우리를 유형의 언어로 이해한다는 것은 다분히 작위적이게도 느껴져. 유형이 우리 존재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도 못하지. 신맛, 쓴맛으로 불리는 언어의 수식이 커피가 아닌 것처럼 유형의 언어로 설명된 우리가 다가 아니야. 그러나 유형의 언어로 설명하는 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신묘막측하게 창조된 신비로운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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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중독 #

오늘은 책을 제대로 한 줄도 못 읽은 날이다.
사실 요즘 나는 '독서 중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는 것은 좋은 것이 분명한데 이걸 못하면 불안하거나, 또 불안한 어떤 것들에 맞딱뜨리지 않기 위해서 하려고 하면 '중독'이라고 하니깐 말이다. 약간 중독초기 아닐까?

그런데 오늘은 책을 한 줄도 제대로 안 읽었는데도 마음이 편하다. 다행이다.


# 우리 엄마 #

엄마가 집에 와 계신다. 하루 종일 누워서 주무시거나 잠시 일어나셔서 성경을 보시는 게 일과다. 하루 세 끼 식사를 챙기는 일 때문에 약간 생활의 리듬이 깨졌는데 아직은 견딜만 하다. 작년인가 내면작업 하면서 엄마가 너무 힘들었던 기억과, 그 때 잠시 우리 집에 머물러 계셨던 기억에 첨에 살짝 긴장이 됐었다. 며칠 지나면서 점점 엄마 마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 맘이 그러니까 남편이나 애들이 엄마를 부담스러워 할까봐 신경을 곤두세웠는데 그 역시 편안해지고 있다. 식사량도 워낙 적으시고 내가 신경쓰는 걸 더 걱정하셔서 최대한 편하게 가고 있다.


# 이웃 사촌 #

점심 먹고 나서 이제는 '반가운'이라는 말보다 '편한' 이라는 형용사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웃 사촌들이 들러 주셨다. 집에 한 번 놀러 오고 놀러 가는 일은 그리 참 쉬운 일이어야 하는데... 요즘 사는 방식은 '초대'라는 격식있는 용어가 오가야만 집에서 사람을 만나게 되는 시절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바쁜 현.대.인 이라서 그럴거야. 
이런 세상에 그저 전화나 문자 한 방 날리고 갑자기 휙 차 마시러 들러주거나 들를 수 있는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암튼, 잠깐 그렇게 만나는... 아! 이런 걸 두고 '마실'이라고 한다. 예기치 않은 그러나 편안한 마실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 고마운 채윤이 #


2박3일 수련회를 갔던 채윤이가 왔다. 2박3일 내내 채윤이의 부재가 그렇게 클 수 없었다. 채윤이가 동생들을 얼마나 잘 배려하고 돌보는 지를 새삼 느꼈다. 목요일에 조카들 둘이 왔었는데 둘을 데리고 노는 현승이를 보면서 알았다. 채윤이는 생각해보니 엘리베이터 타는 사소한 일에서부터 항상 자기보다 어린 현승이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베여 있었다. 물론 그게 짜증이 나서 현승이에게 신경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현승이를 비롯한 집에 놀러오는 동생들에 대한 채윤이의 배려가 정말 귀한 태도임을 알았다. 현승이 역시 누나의 빈 자리가 커서 '누나 언제 와?'를 입에 달고 살았고, 둘이서 손가락을 걸면서 약속했다. '우리 채윤이 누나 오면 그 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말하고, 진짜 잘해주자'^^

외할머니가 이층침대의 일층에 자리를 펴셨는데 챈이가 어떻게 나올까 살짝 걱정이 됐었다. 2층이긴 하지만 할머니랑 같이 자려고 할까 어쩔까 하는 마음이었다. 수련회 다녀오자마자 엄마가 두 애들을 데리고 문방구 가서 선물을 하나 씩 안기셨는데 그게 약발이 잘 받았는지...챈이가 외할머니에게 많이 살갑다.
저녁 먹고 나서 살짝 귀속말로 그랬다. '엄마, 나 예전에는 외할머니가 오시면 좀 싫었는데 지금은 좋고, 외할머니랑 얘기도 잘 하게 돼. 엄마 수영 가면 나 할머니랑 얘기 많이 할거야'
이 말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내게는 엄만데 우리 아이들이 친할머니 만큼 따르지 않는 것이 그렇게 섭섭하고 때론 화가 나기도 했었다. 채윤이가 너무 고맙다.


# 지금 여기를 살기 #

책이라도 한 줄 읽어야 한다거나,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심지어 큐티를 빼 먹으면 안 된다는 좋은 강박관념 까지도 나를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같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기거나, 느끼거나 하면 되는데 여기 아닌 다른 곳을 살려고 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불안이 쌓이다 보면 분노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늘 하루를 보내고 특별한 일 없이 이다지도 마음이 편안한 이유는 이걸까? 간만에, 아주 간만에, 아니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금, 여기에 살기를 일상에서 오래 유지한 탓일까?
일찍 잠든 아이들과 조용히 기도 중이신 엄마. 미리 설교 원고 써 놓고 검토 중인 여유 있는 남편 때문에 아주 조용한 밤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더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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