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아니 최근까지...

사랑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모름지기 '기브 앤 테이크'의 슬픈 계산기를 집어 던져야 하느니...
남편을 사랑하는 것도 그렇고,
아이를 사랑하는 것도 그렇고,
내게 맡겨진 사람들을 사랑할 때 '기브 앤 테이크'의 계산기의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순간 슬픔과 자기연민은 밀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년간 사랑에 대해서 연구한 위 본인은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 앤 기브'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 불혹을 넘어선 생일에

언제나처럼 3부 예배 시작 전에 본당 뒤에서 커피집을 열고 등줄기에 땀이 흐르도록 커피를 내리고 코코아를 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찬양팀 연습이 한창이었고요. 갑자기 찬양팀이 '생일축하'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합니다. '어? 오늘부터는 생일 맞은 사람 찬양팀이 노래 불러주나부다' 하며 부지런히 커피를 갈고 있었지요. 갑자기 본당에 불이 나갑니다. 듣자하니 노래 가사가 '사랑하는 사모님....'이랍니다. 사태파악을 하려고 고개를 드니 등 뒤에서 촛불을 밝힌 케잌이 하나 등장합니다.
아~이런 서프라이징한 녀석들 같으니라구.
점잖으신 남편과 연애하고 살아보는 관계로 저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당해본 적이 없습니다. 어찌나 놀라고 당황스럽고 고맙던지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생일 당일 밤에는 집으로 또 서프라이징 케잌이 하나 들이닥쳤습니다. 직찍 동영상 촬영까지 하면서 말이죠. 찍어놓은 동영상을 청년부 클럽에서 보면서 민망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어쩔 줄을 몰라하는 표정 몸짓 손짓이라니...

그 동영상을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사랑받는 것에 얼마나 익숙하지 않은지. 특히나 '너희들 거기 있어. 내가 사랑해줄께' 하고 들이대던 청년들에게서 예기치 못한 사랑을 받게 되니 말이지요. 단지 생일 뿐 아니라 한 마디 주고 받는 대화를 통해서 청년들에게 받는 사랑이 큽니다. 그래서 청년부 클럽에 '내가 청년부에 사역을 하러 온 건지 사랑을 받으러 온 건지 모르겠다'고 썼습니다.
그렇게 청년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신뢰는 요즘 저를 새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를 더 사랑하게 하고, 더 넉넉해지게 하고요. ^^

# 사랑의 정의를 다시 고쳐쓰자

오랫동안 사랑은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 앤 기브'라고 하면서 때로 보상받고 싶은 내 욕구를 밀어 넣어왔었단 생각이 들어요. 사랑이 기브 앤 테이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기브 앤 기브' 만도 아닌 것 같아요.

생일이 있던 주에는 정말 맛있는 점심을 한 끼 얻어 먹었는데 그 식사는 입에만 맛있지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깊은 곳에 영양가를 내주었습니다. 그 영양가는 사실은 내가 댓가 없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댓가를 바라고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런 내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해서 힘들었던 오래 전 에피소드 하나를 떠올리게 해주었죠. 그리고 '그 일로 인해서 내가 좀 마음이 상했었다'는 것도 알려주고, 그 상한 마음을 만져도 주었지요.

그래서 이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 번 더 수정하기로 했습니다.
사랑은 주고 주고 또 주고, 때로 기쁨으로 감사함으로 받고 받는 그런 것입니다.

살아가는 모든 날 동안, 더 많이 기브 앤 기브, 더 많이 테이크 앤 테이크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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