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있는 책소개 - 소명 <QTzine> 10월호

 

고든 스미스 <소명과 용기> 생명의 말씀사

 

프레드릭 뷰크너의 소명에 관한 정의를 처음 접했을 때 , 이거다!’ 무릎을 쳤다. ‘소명이란 우리의 가장 큰 기쁨과 세상의 가장 큰 필요가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말한다.’ 지지부진한 고민들이 단칼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소명을 찾아 갈림길에 선 사람들, 그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은 친구들에 의해서 흔히 인용되는 교과서적 정의로 자리 잡은 듯하다. 문제는 이 명문(名文)이 어떻게 하여 나만의 문()이 되어 밝은 내일을 열어주겠냐 하는 것. ‘나의 기쁨은 도대체 무엇이고 그것과 조우할 세상의 필요는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과연 자신의 소명(좁은 의미의 직업)을 통해서 기쁨으로 살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게다가 그것이 세상을 위한다는 확신까지 품은 사람은 또 얼마나 있겠나. 세상의 필요는 둘째 치고 내가 무엇을 기뻐하는지도 모르는 것이 소명 앞에 선 우리의 막막함일지도. 또 나의 기쁨이 무엇인지 안다한들 그 기쁨을 누릴 소명의 자리가 떡 하니 나타나거나, 나타나더라도 덥석 내 것이 되어준단 말인가? 한창 진로를 고민하는 제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런 막막함에 나까지 빨려드는 느낌이다. 대졸자 실업률이 고공행진이라느니 비정규직이 어떻다느니 하는 세대에 소명을 생각하다니 너무 잉여로운 고민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고든 스미스의 <소명과 용기>는 이 막막한 시대의 위기를 진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자리가 부족하여 원할 때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나는 고용의 위기, 그 와중에 능력부족을 절감하며 겪는 자신감의 위기는 직업이 있고 없음에 상관없는 보편적인 불안이다. 여기에 더하여 초점 없는 분주한 일상을 반복하는 의미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 우리의 세대이다. 현실감각 충만한 신학자인 저자는 위기에 맞선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을 들려준다.

구인광고를 찾아 부지런히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하고, 멘토를 만나 조언을 듣고,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들고 나를 알리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가 모름지기 무엇을 찾는 자의 자세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마음 에너지의 방향을 밖에서 안으로, 급진적으로 선회하라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읽혀진다. 저자는 로마서 12:3-5에서 하나님께서 내게 어떤 소명을 주셨으며,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요구하시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 명령을 주신다고 한다. ‘너 자신을 알라.’너 자신에게 충실하라.’. 문제에 대한 이 아니라 숙제같은 명령을 주신다. , 답은 그 명령을 이행할 때 각자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존경하는 목사님이 기도해보셨더니 딱 이 길이다.’가 아니라 자신을 깊이 아는 것에서 시작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인생의 보물찾기 일 것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소명 발견을 위해서 자신을 아는 것에 대한 친절 안내가, 후반부에는 자신에게 충실하기 위해 필요한 용기에 대한 독려가 담겨 있다.

 

 

 

 

 

 

 

 

 

 

 

헨리 나우웬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 IVP

 

헨리 나우웬의 <세상의 길 그리스도의 길>은 차분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구인 사이트를 닫을 뿐 아니라 컴퓨터를 끄고 기도하듯 읽으면서 마음 깊은 곳에 울리는 부르심에 응답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세상의 길이냐, 그리스도의 길이냐.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 상향성의 삶이냐, 십자가를 향해서 끝없이 내려가는 하향성의 삶이냐. 중간지대는 없다. 고지를 선점한 후에 많은 사람들을 주께로 이끌겠다는 식의 중간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소명, 그 다음은 용기일 수밖에. 하향으로의 부르심에 따라 캐나다의 장애인 공동체에서 생을 마감한 저자의 삶이 그대로 글이고 책이 된 셈이다. 때문에 침묵처럼 고요한 그의 말은 영혼의 깊은 갈망을 일깨운다. 고든 스미스가 소명을 찾기 위해 안으로의 방향 선회를 제안하듯 헨리 나우웬은 아래로의 방향지시등을 조용히 밝혀준다.

가을이 깊어간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가 저절로 읊조려진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나를 가꾸기 좋은 비옥한 시간이다.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서서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를 점검하기 좋은 날들이다. 두 권의 책을 네비게이션 삼아, 두 분의 목소리를 따라 소명을 향한 영혼의 여정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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