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1학년,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금 우리 채윤이가 중하교 1학녀, 현승이가 4학년.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에게,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에게
아버지를 갑자기 잃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올 가을엔 우리 아이들 보면서 그때 나와 동생을 떠올려보게 된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받아들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갑자기 당한 이 인생의 테러에 슬퍼하지도 못할 나이이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다 그저 시간을 보내고 어른이 된 것이다.
그날로부터 그냥 얼어붙은 채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추도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버지 추도식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만큼이나 엄마 걱정을 하며 자랐다.
그렇잖아도 나이가 많은 엄마, 엄마마저 돌아가시면 어쩌나.
요즘도 아버지 추도식마다 엄마 걱정을 더 많이 한다.
내년에도 엄마랑 같이 추도예배를 같이 드릴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 들었던 그 12월,
그때 얼어붙은 중학교 1학년 나는 늘 갑자기 들이닥칠 죽음에 두려워 떨고 있다.
죽음이 갑자기 들아닥쳐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늘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상상하곤 했었다.


이번 주 어느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참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질문의 아름다움이 기억의 아름다움을 꺼내게 만든 것이다
힘들었을텐데 어쩌면 그렇게 꿋꿋하게 잘 지내고, 이렇게 잘 자랐어요?
그 질문에 나도 모르게
사랑이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버지 사랑 듬뿍 받았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나를 안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사진 속 아버지 얼굴이 떠올랐다.


어릴 적의 상실감이나 사랑이나 이제 와 생각하면 그리움이다.
여전히 내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만날 때마다 보듬어 안아주듯
내 곁의 두 어린아이 채윤이와 현승이를 더 따뜻하게 보듬어야지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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