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강의를 하거나 상담을 하면서 가끔 정말 완고한 자아의 소유자를 만납니다.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않기 위해 주변의 모든 사람을 환자 또는 악마로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스캇펙 박사가 <거짓의 사람들>을 쓸 수밖에 없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오랜 세월 상담을 하면서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보셨겠지요. 바위처럼 완고한 영혼을 만나며 고뇌한 흔적이 책 곳곳에 붇어납니다. 결국, 그 사람들을 '속이는 자(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속이겠지요)'들의 이야기가 <거짓을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런 유의 사람들이 몹시 불편합니다. 너 자신을 좀 객관적으로 보라고 찔러주고 싶지만 찌른다고 찔리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속을 부글거리며 바라만봅니다 . 그.런. 데.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오늘 말해주었습니다. "자아가 강하기로 치면, 완고하기로 치면 너도 만만치 않아. 글과 강의로 그럴듯한 말을 내놓지만 그 뒤에 숨어서는 누구보다 더 교묘하게 완고해. 너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너의 그림자를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 찐따로 만들려 애쓰는 걸 보라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꿈'입니다. 그리고 꿈의 목소리는 솔로가 아니고 불협화음 같은 전혀 다른 목소리의 듀엣입니다. 똑같은 꿈이 이렇게 다른 이야기도 들려주니까요. "휘둘리지 않는 중심의 힘이 있네!" 라고요. 이 목소리 역시 받아들이며 감사합니다. 오래도록 기도해왔습니다. 내면의 가벼움에 대해서요. 어제 만난 어떤 분이 헤어지고 난 다음 메시지를 보내왔는데 '확고한 신념 속에 유연한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지요. 그렇게 보이고 싶어서 무던히 애를 쓰며 살지요. 기분이 좋았습니다.
같은 꿈이 상반된 두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완고한 자아/휘둘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자아' 둘 다 나라고 생각합니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서 이렇게 반대색깔을 가진 나와 내가 격돌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면은 가장 치열한 전쟁터입니다. 전쟁 중인 내면을 끌어안고 용케도 평온한듯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게 다 은총입니다. 도대체 무슨 꿈이냐고 물으신다면 안 아르켜주~우지. 라고 말하겠습니다.
이현주 목사님은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분입니다. 얼굴 한 번 뵌 적이 없는 중매쟁이니까요. 아니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 사이에 중매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안 아르켜주~우지, 궁금하면 <와우결혼> 사 보시든지'라고 말하겠습니다. 여하튼 20대 때 이현주 목사님의 책을 읽고 총 맞은 것처럼 충격을 받고 신앙의 새로운 눈이 떠졌었습니다. 그리고 이분의 책이 출간되는 족족 읽었드랬죠. 한동안 뜸했었어요.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납니다. <이현주 목사의 꿈 일기> 그동안 어디 가셨었나 했더니 제가 이 즈음 이러고 있을 줄 미리 알고, 이런 책을 써놓고 계셨군요.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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