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빵 터지지 않아도 괜찮아.

2. 끼리 서먹해도 괜찮아.

3. 매칭 프로그램이라도 괜찮아.

 

'나자연_나 자신이 되어 연애하기' 연애강의 하면서

강사로서 나 자신이 되기 어려운 지병들을 하나 씩 치우는 중이다.

 

1. 대학에서 음악치료 강의를 할 때도 제일 힘든 순간은 '웃기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안고 돌아올 때였다. 웃기지 않은 강의나 설교는 심지어 죄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물며 연애강의 할 때의 압박이라니. 많이 좋아지고 있다. 빵빵 터지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하나라도 가슴에 담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겠고. 빵빵 터질 때 수강자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되겠지만 내가 가슴으로 전하고 싶은 것까지 함께 날아가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좋은 치료제가 되었다.

 

2. 최악의 강의로 기억되는 강의는 3000명 청년부의 수련회 강의. 청년이 3000명, 수련회 참석자 200여 명, 내 강의에 들어온 사람 20여 명. 강의 끝날 때까지 아이스 브레이킹이 안 되어 죽는 줄 알았다. 끝까지 서먹하고야 말았다. 지나고 따져보니 대형교회 청년부 내의 역동을 읽어내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한 교회 청년부'라고 할 때 느껴지는 젊은이들 끼리의 상콤한 연대감이 전혀 없었던 것. 말하자면 같은 교회 다니는데 거의 서로들 모르는 사이라는 것. (오메!) 사실 20~80 명 모이는 청년부 강의가 제일 재미있다. 서로들 편안하게 때문에 리액션이 자연스럽고 청년스럽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 서먹한 강의의 기억은 두고두고 생각할 꺼리를 던지며 치유효과를 내고 있다. 그래, 서먹해도 괜찮아. 강사 탓이 아닐 때도 있어.

 

3. 또 하나의 최악의 강의는 매칭프로그램 강의이다. 뭐야뭐야, 나만 사람이고 내 앞에 앉은 이들은 다 정장으로 예쁘고 멋지게 꾸며놓은 밀랍인형들인 줄 알았아. 한두 번 더 경험하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겠구나,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있어도 표정이며 행동 하나가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겠다는 것을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처음의 당혹감은 오히려 공감과 연민으로 바뀌어 더욱 기도하는 마음으로 강의에 임하게 했으니, 이 병도 호전되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어마무시한 시간 운전을 하며 영월에 다녀왔다. 영월군의 남남(南男) 30명, 새터민 여성(北女) 30명의 매칭 프로그램 강의였다. 이름하여 통일 데이트. 매칭 프로그램에 긴장과 서먹은 기본일 것이고. 게다가 남남 북녀라니! 문화의 차이를 어떻게 뛰어넘어 공감을 끌어낼 것인가. 게다가 주최측에서 요구하는 단 한 가지는 '웃겨주면 된다' 다 갖췄네, 다 갖췄어. 나란 강사, 취약함의 종합 선물세트가 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남편한테 '개 망하고 올게' 유언같은 말을 남기고 떠났었다. 결론은, 개 망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안 망하지도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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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하루였다. 지난 주 토요일에 콩쿨 나갔던 채윤이가 기대 밖의 수상을 해서 전국 결선에 나가야 하는 날이었다. 아침에 콩쿨 장소에 혼자 떨궈놓고 영월로 간 것이었다. 결과는 둘째 치고 다들 엄마와 함께 하는데 짐 맡길 곳도 없이 혼자 대기하고, 추첨하고, 연주해야 했던 채윤이. 음악 시켜놓고 경제적 지원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몸으로도 함께 하지 못하는 엄마라서 마음이 한없이 짠했다. 영월 가는 길에 제천에 들러 친구 민맘을 만났고, 채윤이랑 동갑인 민이를 잠시 만났는데 그냥 위로가 많이 되었다. 나는 늘 민이에게 마음이 쓰이고 민맘은 우리 채윤이 걱정을 해준다. '기도할게' 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 마음이 꽉 들어찬 말임을 알기에 그냥 힘이 된다. 잠시 만나 점심 먹는데 그 짧은 시간이라도 편히 쉬라고 의자가 편한 곳으로 데려갔다. 하고 싶은 얘기를 반도 못 하고(반이 뭐야! 10% 못 하고) 헤어졌지만 커다란 쉼과 위로가 되었다. 강의에 대한 총평, '개 망하지 않았음'은 순전히 민맘과의 만남과 기도 덕이다. 제천 찍고 영월 고고씽 한 덕에 채윤이에게 지은 죄로 인해서 괴로웠을 마음에 마데카솔 바르고 온 느낌이다. 최악이 될 뻔한 하루가 좋은 날 된 긴 사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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