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저녁
아빠랑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
엄마가 한 반찬
을 가득히 차린다
치이익 아빠가
고기를 굽는다
한 그릇이 뚝딱
없어졌다.
선생님이 달아주신 코멘트를 보여주며
"엄마, 선생님이 시를 쓴 내 마음을 딱 아셨어. 내가 진짜 행복한 마음을 쓰려고 했거든. 나 진짜 아빠랑 둘이 그렇게 밥 먹을 때 행복해. 아! 그런데 엄마 그게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나서도 몇 번을 더 확인합니다.
"엄마, 엄마 강의 가고 아빠랑 단둘이 밥 먹는 게 행복하다는 뜻이지 엄마가 싫다는 뜻은 아니야. 알았지? 진짜 그런 뜻은 아니야~아."
엄마를 뭘로 보고!!! 우리 사이가 그 정도를 확인해야 하는 사이야?
속으로 생각했는데 어릴 적 생각이 딱 났습니다.
어릴 적에 집에서 혼자 노래 부르면서 잘 놀았는데 '아빠의 얼굴'이란 노래를 좋았습니다.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날개 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올라 갔지요.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 때 이러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
이런 가사인데요. 노래를 막 시작했는데 집에 아버지는 없고 엄마만 있었습니다.
괜히 엄마가 신경이 쓰여서 가사를 '이리저리 나를 찾는 엄마의 얼굴'로 바꿔서 불렀죠.
특히 '엄마' 부분은 강조해서 또박또박.
가까운데 아버지가 있으면 이 노래는 다시 '아빠의 얼굴'이 됐구요.
아, 심지어.
할머니 머리에 눈이 왔어요. 벌써 벌써 하얗게 눈 왔어요.
그래도 나는 나는 제일 좋아요. 우리 우리 할머니가 제일 좋아요.
이 노래는 아버지가 있으면 못 불렀어요.
외할머니는 계셨지만 아버지는 실향민이라 할머니 할아버지가 북한에 계셨구요.
아버지 나이로 추정해 보건데 이미 돌아가셨을 테지만.
괜히 아버지가 슬퍼질 것 같아서.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 없는 내게 미안해 하실까봐 아버지 앞에서는 자가 금지곡 지정이었지요.
# 현승이 너 엄마 많이 닮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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