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에서 부모님들을 위한 기도제목을 나눌 때나,

우리 부모님들 황혼기의 모습을 뵈면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이 들어서 자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은 부부가 둘이 잘 지내는 것'이라고.

젊은 시절부터 부부가 잘 대화하고 서로 잘 이해하고 사랑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을 때,

나이가 들어서 가장 같이 있고 싶고 편안한 사람이 배우자가 될테고, 그것만큼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있겠는가?

부모님들이 두 분 끼리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말이다.


부부관계가 건강하지 못한 부부일수록 자녀로부터 보상 받기 원하고, 자녀에게 인정받기 원하고, 주말에는 꼭 자녀들(결혼하여 가정을 만든 자녀라 할지라도)과 함께 놀기 원하고...결국 이런 것이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님을 기쁘게 섬기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노년기 뿐 아니다. 자녀에게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어쩌면 언제 어느 때든 같다. 부모가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유익이 자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고, 부모의 일상이 힘들고 짜증스러우면 그 또한 자녀에게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사실 좋은 부모 되기 위해서 대화법을 연습한다든지, 아동의 발달을 공부하는 것보다 우선이 되는 것은 '매일 만족하며 행복하게 사는 길' 그것이 왕도인 것 같다.


김장을 도우러 채윤이 고모가 오셨다. 채윤이 현승이가 고모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김장 준비를 하는데 두 녀석 다 고모 옆에 붙어서 파 썰기, 새우젓 다지기 등을 흉내내고 조잘조잘 떠들어 댄다. 옆에서 일을 하면서 소외감도 느껴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김장을 하거나 힘에 부치는 집안 일을 할 때는 으례 애들한테 더 퉁명스러워지기 일쑤고, 대답 한 번 따뜻하게 못 해주는 엄마다. 아이들이 크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저리 가라고 구박하며 밀어내고 말이다.

고모랑 조잘조잘 거리면서 즐겁게 어른들의 일에 참여하는 것처럼 엄마가 매일 그래주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을까? 알짱거리다가 할머니한테 한 소리 들을까봐 지레 내가 먼저 '김채윤 저리 가!' 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일상이니.....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을 그래서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주 안의 기쁨'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주 안에서 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고 아이들이 행복해진다. 피곤에 절은 몸으로 소금에 절인 배추를 주물러 김장을 할 때라도 마음엔 기쁨이 넘칠 수 있는데......그 하늘로부터 오는 기쁨을 잃고 사는 날이 허다하다.


좋은 엄마가 되는 길은,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주님 말씀 안에서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사는 일 뿐이다. 그럴 때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누리고, 그 기쁨을 자녀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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