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엄마 아빠 없는 사나흘을 은근히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누가 막는 늦잠도 아니건만, 엄마빠 없으면 마음 편히 더 늦게 일어나게 된다고. 게다가 한두 번 맥도날드나 마라탕 같은 외식을 즐길 수도 있을 테고. 늦게까지 기타 치고 놀며 수다를 떨어도 조용히 좀 하라고 잔소리할 사람이 없는 거고. 기분 좋은 기대는 자주 배신당하는 것이기도 하고.
목포 여행 이틀 째 채윤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바로 제 방으로 격리 되었고.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지만, 여행 포기하고 돌아온다고 뾰족한 수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증상이 심하면 어떡하나, 세 끼 밥은 또 어떡하나... 걱정거리를 꼽자면 끝이 없지만, 잘 지내겠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돼지고기 찌개를 먹고 싶다고 하여 여행 전에 육수와 야채 재료를 준비해 두었다. 만드는 방법을 전수받은 채윤이는 방에 갇혔고, 현승이가 해보겠단다. 전화로 설명을 듣더니 어떻게 어떻게 끓여서 누나 방에 들여보내고 저도 맛있게 먹었다고. 어설픈 듯 이닌 듯 야채를 썰어 놓은 모양새가 사랑스럽다. 감자칼로 사과 깎아서 후식 넣어주고 설거지 마친 후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수다도 떨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는 목소리로 시시각각 보고를 해왔다. 다음 날은 개학날인데, 아침으로 파니니를 만들어서 먹고, 누나도 챙겼단다. 김으로 주먹밥 만들어 미리 점심까지 챙겨 넣고 등교를 했다.
뭔가 창의적인 방법으로 누나를 돕고 가족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있다는 자부심으로 현승이는 텐션 업이었다. 그래도 멀리서 보고만 받는 내 마음은 짠했는데, 챙기는 현승이보다 챙김 받는 채윤이 생각에 더 짠했다. 호랑이 같은 아이가 힘이 쑥 빠져서 주는 대로 먹고, 안 주면 못 먹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게 그렇게 마음이 쓰였다. 집에 와서는 내가 채윤이를 챙기는데, 무력하게 방에 혼자 갇혀 있는 것이 그렇게 안쓰러운 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일 거고.
채윤이 격리해제 하루 전날 내가 확진을 받았다. 오늘은 채윤이 나오고 내가 안방에 격리. 뭐 필요한 거 없어? 예배드리고 밥 줄까? 다시 방문을 사이에 두고 지내게 되었다. 돌봄의 주객은 바뀌었고. 어제 pcr 검사받느라 추운데 한 시간 서서 떨었더니 없던 병도 생길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증상인지 밤새 오한, 근육통, 두통이 있었는데 아쉬운 대로 판콜에이와 타이레놀 복용하고 효과를 보고 있다. 두통 때문에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영상을 보기도 힘든데... 희한하게 글은 써진다. 약기운 돌아 몸이 조금 가벼워지면 블로그 포스팅만 하게 된다. 이번 주에 써야 할 원고 두 개가 맞물려 있는데, 희한하게 써야 할 원고와 상관없는 글만 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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