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에 먹구름이 끼어 무겁고 축축해질 때가 있다. 그 느낌에 오래 머물다 보면 영락없이 '하나님 부재'의 느낌으로 간다. "하나님, 어디 계세요?" 어디 계시냐 물을 때 즉각 "나 여깄다." 답하시는 경우가 없다. 차라리 "어디 계세요?" 묻고 나면 부재감만 더욱 커질 뿐이다. "나 여깄다!" 이 응답은 늘 의외의 순간에 온다. 응답을 듣는 순간, 그 순간 먹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햇살이 비쳐 들면서 마음은 간지러워진다.
"이리 와 봐, 여기 작은 꽃이 피었어." 하는 소리에 달려가 쪼그리고 앉아 보니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들이 피어있다. "어머, 너 이름이 뭐니?" [Daum 꽃이름 검색]이 대신 답해주었다. "아, 내 이름 조금 민망한데 괜찮겠어? 내 이름은 '큰 개불알꽃'이야." 민망하기보다 생김새, 인상과 어울리지 않아 웃음이 팍 터졌다. 팍 터지는 웃음에 기쁨이 난입했다. "나 여깄다!" 하시는 그분의 응답은 이런 순간에 온다.
내 걷는 습관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가 없는데, '흉내내기 장인' 채윤이의 미러링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땅을 보고 걷는다. 땅 보고 걷는 내 시선을 높은 곳으로 끌고가는 친구들이 새 친구 들이다. 그네들의 웃고 우는 소리와 날갯짓이 고개를 들게 한다. 목포 고하도에서 고개 숙이고 걷는 내 시선 안에 강림하신 새 친구를 만났다. 이름도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는다. 대답 대신 팔딱팔딱 개구리 놀이로 웃음 주고 날아갔다. 그분의 응답은 이런 순간에 온다.
내 눈 앞에 갑자기 난입하는 작은 존재들. 들꽃보다 새보다 더 찬란한 그분의 현존은 아이들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아이들, 줌 강의하는데 화면에 난입하는 아이들, 영상통화로 만나는 아이들, 주일 예배 마치고 만나는 아이들, 아이들의 말, 뚱한 표정, 놀라는 표정, 긴장한 표정, 부끄러운 표정... 난입하고 침투하는 그분의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