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쑥 무더기를 지나칠 때마다 "아깝다, 아깝다"하며 다녔다. 어릴 적 기억 때문인지 쑥을 그냥 지나치기가 너무나 아쉽다. 바구니 한가득 뜯어 담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쑥 뜯기와 진달래 꺾기는 봄놀이의 진수다. 바구니 한가득 쑥 뜯고 놀기. (사실 친구들보다 늘 부진했다. 한가득 채워본 적이 없다. 열심히 뜯어도 한 줌이라 집에 와 제대로 뭘 해 먹어 본 적도 없다.) 어떤 날은 산에 가서 진달래를 한 아름 꺾으며 놀기. 쑥과 진달래를 보면 두고 오기가 아쉽다. 몸이 기억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했다.

 

나가 걸을 수 있는데 집에서 책을 붙들고 앉아 있으면 귀에서 노래 소리가 들린다. "주님의 은혜를 왜 아니 받고 못 들은 체하려나"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나가 걸으면 하나님 마음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그렇지. 

 

연구소 워크숍을 갔는데, 또 여기저기 쑥이 지천. "우리 자유시간 한 시간만 가집시다. 나 쑥 뜯을래..." 말만 계속 하다 결국 집에 올 시간이 되고 말았다. 오는 길 점심식사로 토종닭으로 만든 닭볶음탕을 주문했더니 한참 기다리란다. 이때다 싶어 쑥을 뜯었다. 연구소 선생님들이 손을 보태니 락앤락 통 하나가 금세 찼다. 한 끼 분량의 국거리가 되었다. "쑥 비싸요. 마트에서 한 주먹 담으면 몇천 원이에요."라고 말하고 보니 이게 땅이 공짜로 주는 거였다. "돈 없이 값 없이 식재료를 주는구나!" 이게 하나님 나라구나 싶다. 쑥을 뜯는데 그 노래가 다시 들린다. "주님의 은혜를 왜 아니 받고 못 들은 체 하려나" 공짜로 주시는 은혜가 널리고 널렸다. 못 들은 체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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