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10일 봄 하루의 풍경이다. 저녁 산책길에서 만난 활짝 핀 매화에 깜짝 놀랐다. 언제 이렇게 활짝? 길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를 만났을 때처럼 심쿵했다. 쑥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며칠 전 산책 길과 또 다르다. 저걸 아까워서 어쩌지? 자동차와 사람들이 오가는 길이라 관상용이다. 어느 숲에 들어가 저 정도 여린 쑥을 잔뜩 뜯어다 콩가루를 넣고 쑥국을 끓이고 싶다. 고사리 삶아둔 것으로 파스타를 했다. 갈치속젓이 만능 소스이다. 
 
오늘은 엄마 3주기이다. 엄마의 죽음은 팬데믹의 고립으로 왔다. 그해 봄은 애도로 뿌연 시간이었다. 일상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고, 일상을 위해 눈을 뜨는 아침이 괴로웠다. 어느 밤, 문득 마주한 목련꽃에 충격과 함께 깊은 상처를 받기까지 했다. 먹고, 수다 떨고, 걷고... 일상의 행복을 쌓는 일이 그리움과 슬픔을 적립하는 것 같아서 어쩔 줄 모르겠었다. 한 해 두 해 지나고, 세 번째 봄을 맞으니 기적 같은 하루이다. 매일 내 머리 위를 오가며 "짹짹짹짹, 사랑한다, 사랑한다, 지금 이대로의 너가 좋아" 말해주는 새들, 성실하게 자리를 지키는 풀 한 포기, 하나 둘 피어나는 꽃은 말할 것도 없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조차 고맙고 아름답다. 밥을 하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살아 있고 건강한 몸이 감사하다. 
 
떠난 지 3년 만에 엄마가 내게 편지를 보내왔다. 활짝 핀 매화로, 고사리 파스타로, 쑥 한 줌으로. 편지 안에는 엄마의 마음과 함께 엄마를 품에 안고 계시는 그분의 숨결이 담겨있다. 2023년 봄, 매일 새롭게 뜯어보는 엄마의 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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