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부 세미나, '오후의 빛 학교'를 마치고 일주일이 지났다. 마지막은 12일 피정이었는데, 일주일을 그 여운에 잠겨 지낸 것 같다. 집사님 한 분이 이 짧은 순간을 이렇게 멋지게 영상으로 남겨 놓았다. 자꾸 입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어라."가 맴돈다. 그러다 소리 내서 불렀더니 채윤이가 "그거 뭐야? 또 찬송가 같이 불러어~"어 한다. 뭘 불러도 찬송가 같다는 말은 기분 나쁘지만, 어쩐이 이 영상 속 짧은 노래는 찬송가 그 이상인 것도 같고.

 

 

확신 없이 시작한 세미나이다.  여기저기 다니며 했던 중년, 부부, 영성 강의를 성글게 정리했다. 카를 융, 안셀름 그륀, 리처드 로어... 쉽지 않은 이야기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평이한 말로 녹여낼 수 있을까, 어쨌든 목표는 "강의 조금, 나눔 많이!"였다. 썩 흡족하진 않지만,  6시간 강의하는 에니어그램을 50분에 끊기도 했으니, 나름 선방했다남편이 예배 시간에 정리하며 보고하기를 많이 웃고 많이 운 시간이라고 했는데 4주 세미나, 1박 2일 피정을 여덟 글자로 요약하면 그렇게 되겠다. 많이 울고, 많이 웃고.

 

목사는 양복을 벗고 설교 마이크 대신 기타를 들었고, 나는 강의 대신 커피를 내리고 또 내렸다. 기타를 든 목사, 커피를 내리는 강사. 그 자리가 내게는 교회였다. 아, 우리가 공동체지. 이분들과 내가 한 교회 한 몸이지! 많이 웃고 많이 울었던 그 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교회를 느꼈다.

 

 

제도적 교회가 필요하고, 이제껏 해오던 신앙행위들 역시 소중하다. 그런데 탈종교 시대, 더는 제도와 종교적 언어로 채워지지 않는 갈망들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리처드 로어 신부의 말처럼 체험하는 앎, 세포로 경험하는 앎과 교회가 필요하다. 사변과 관념 너머 그리스도의 '몸'을 느끼는 교회가 필요하다. 내겐. 우리에겐. 

 

 

모닥불 피워놓고 흥얼흥얼, 떼창이 된 생감자로 만든 포테이토칩으로 다같이 까르르 웃던 10, 세포로 경험하는 찰나의 교회였다. 시간을 가늠할 수 깊은 눈물의 순간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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