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옥금 여사는 사골국을 끓이면 한약 달이듯 정성을 쏟았다. 한 번 끓이고, 두 번째 끓여서 다시 섞고, 세 번 끓여서 냉동실에 넣으며 묵처럼 되었다. 겨울 아침, 학교 가기 싫은 날에 파 듬뿍 넣은 사골국은 맛있었는데 싫었었다. 파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파 듬뿍 넣어서 향만 내고 죄 건져서 엄마가 먹어주는 배려도 있었다. 그렇게 뽕을 뺀 뼈는 냉동실로 보내 얼린다. 사골국 다 먹고 어느 헛헛한 날에는 냉동실에 있던 걸 다시 꺼내 끓인다. 투명해진 뽀얀 국물이 나온다. 국물이 또 나온다. 거기에 된장을 풀어 시래깃국, 배춧국을 끓인다. 그게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다.... 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도대체 뭘 넣었길래 엄마 된장국이 맛있는 겨? 결혼하고 물었더니 그 비법을 알려주었다.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꼭 사골국을 끓이게 된다. 작정하지 않아도 그렇다. 엄마처럼 한 번, 두 번, 세 번. 밤새 끓이고 섞고, 파를 썰어서 보관용기에 한가득 담아 놓는다. 밤새 사골국 끓이는 냄새에 현승이는 "나는 내일 아침에는 사골국을 먹을 수 있네" 산울림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개사해 부르며 행복하게 잠에 든다. 뼈를 냉동실에 얼린다. 한참 지나 장을 보다 배추가 눈에 띄는 어느 날, 엄마한테 배운 배춧국을 끓인다. 뼈를 꺼내 다시 끓이면 투명해짐 뽀얀 국물이 또 나오니까. 된장을 풀고 배추를 듬뿍 넣어 끓인다. "어머니는 된장국을 끓여주려 하셨나 보다... 나는 내일 아침에는 사골 된장국을 먹을 수 있는... 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느 점심. "현승아, 점심 뭐 먹고 싶어? 된장국 너무 많이 먹었지?" "그래도 맛있는데! 그럼 엄마 된장국에 칼국수 끓여주면 안 돼. 저번에 감자탕 국물에 칼국수 끓였던 것처럼..." 오, 천잰데? 냉장고에 있던 부추까지 넣어서 끓였더니 '세젤맛'이다. 현승이가 "캬아, 캬아... 이건 보통이 아니야..." 하면서 먹었다.
끓여도 끓여도 또 국물이 나오는 사골은 우리 엄마 같다. 우리 엄마는 마흔다섯, 마흔일곱 그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키웠다. 안 그래도 칼슘 손실이 막대한 갱년기 즈음에 아이 둘을 연달아 낳았으니 뼈에 있던 칼슘은 다 빠져나갔을 것이다. '골다공증'은 노년 엄마 몸의 다른 이름이다. 엄마의 사랑, 엄마의 창의력을 내가 다 뺏어왔다. 내 창의력을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 현승이인데... (된장 칼국수를 생각해 낸 것을 보라!) 삼대의 창의력과 요리 사랑이 만든 메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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