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쏟아지듯 빛나는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펠로우십교회 리더십 수련회로 시작한 뉴질랜드의 여행이었는데. 첫새벽에 '일단' 보고 말았다. 캠핑장이라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가느라 잠든 남편을 깨워서 나갔다. 혹시, 하고 무심코 하늘을 봤는데 안경도 끼지 않은 눈인데 이미 반짝반짝... 별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남섬 여행 둘째 날에 테카포 호수에서 본 밤하늘! 작은 성공회 교회 하늘 위로 사진에서나 보던 별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남섬 여행 정보를 이렇게저렇게 주워들으면서 존 맥클린의 <Vincent>를 흥얼거리게 되었었다. 엄마 4주기와 맞물려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꾸 흥얼거리다 보니 가사 한 문장만 결국 남았는데, 최대환 신부님의 책 제목이기도 하다. "이제는 알겠어요,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존 맥클린이 노래한 이 가시 역시 단지 고흐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누군가 떠난 빈자리에서 그 사람의 존재가 더욱 커지고 투명해져, 비로소 우리는 그 존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And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And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별 보러 나간 테카포 호숫가에서 꿈같은 저녁식사, 꿈같은 별구경을 하고 돌아온 숙소. 숙소 앞 하늘도 별이 한가득이었다. 그러고 보니 뉴질랜드 도착한 다음 날 밤에 엄마 꿈을 꿨는데. 엄마가 서 있는 곳에 숙소 앞의 벌판 같았었다. 고개를 젖히고 목이 빠져라 바라보다 툭 말이 나왔다. "엄마, 이젠 알겠어요. 엄마가 나에게 말하려 했던 것을..." 오늘 보는 별빛은 과어의 빛이라고 한다. 별과 별 사이 먼 거리 때문에 이제야 여기에 다다른 오래전 별빛이란다. 심지어 이 순간엔 이미 우주에서는 사라진 별도 있다고. 얼마나 신비로운가, 별빛은... 별은... 영혼은... 엄마와 나의 만남은...
여행 출발 직전까지 붙들고 있던 원고가 있었다. "내가 그리은 얼굴"이라는 주제의 <복음과 상황> 4월호 커버스토리 기고글이다. 돌아오니 인쇄된 글이 도착해 있다. 낯선 느낌으로 내 글을 다시 읽었다. 이런 내용을 썼었네... 별은 그리움이다. 그립고 그리운, 그 그리움의 끝이 어디에 닿는지 나는 이제 안다.
엄마와 함께 예원이가 그립고, 예원이와 함께 오래전 천국으로 간 아름다운 청년 한솔이도 그리워요. 한솔이도 잘 지내죠? 엄마,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천국을 그릴 때가 있어요. 그리움은 내 존재에 딱 달라붙어 이제 나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리운 얼굴들을 가까이 느끼는 방법은 그리운 얼굴을 그리워하는 길밖에 없어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 한 구절이 자주 생각나요.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엄마를 그리고, 엄마보다 한참 먼저 천국에 가신 아버지를 그리고, 예원이를 그리고, 한솔이를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던 마음이 이제 모든 것을 그리는 마음이 되고 말아요. 그리움이 이끄는 길을 끝까지 가보면 거기엔 늘 나의 하나님이 계셔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천국에 볼모로 잡고 계시는 하나님이었어요. 그 하나님께 잘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던 것이 나의 신앙이었는데. 어느 때부턴가 그 하나님이 아니에요. 그리운 모든 영혼들을 가장 빛난 모습으로 품고 계시는 것을 알겠어요. 떠난 모든 이를 향한 그리움은 그분을 향한 그리움에 닿아요. 엄마, 나는 하나님이 그리워요. <복음과 상황> 4월호 "그리움을 일깨우는 그리움" 중에서
이 노래, 아끼고 사랑하는 버전이 많지만... 오늘은 박정현이 부릅니다.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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