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4주기 추도예배를 뉴질랜드 다녀온 주일에 조금 늦게 드렸다. 엄마 얘기 그만 하려고 했는데, 4주기에 맞춰 글을 쓰게 되었으니 좋은 핑계로 당당하게 다시! 거기 쓴 말을 그대로 다시 경험하는 일이 생겼다. 4주기에 엄마가 여러 모양으로 다시 말을 걸어온다. 나는 매일 엄마를 새롭게 만나가고 있다. 이제는 더 조금씩 알아듣고 있다. 엄마가 나에게 하려고 했던 말을.

 

엄마 없는 하늘,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와 미세먼지로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쓰기’로 숨을 쉬었어요. 그리고 소중한 것을 배웠어요. 슬픔을 드러내면 누군가는 같이 울어준다는 것을요. 물론 위험한 일이었어요. 그만 잊어라, 장수하시고 좋은 곳 가셨는데 뭘 그리 유별나게 구느냐, 믿음의 사람이 천국을 소망해야지... 그런 소리가 이미 들리는 듯했고요. 슬픔 앞에서, 아니 모든 감정 앞에서 다들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허둥지둥 내놓는 위로의 말이 많이들 어설퍼요. 어설픈 말은 ‘아무 말’이 되어 티슈같이 얇아진 슬픈 마음을 찢어내곤 하고요. 엄마, 그래도 내놓기 잘했어요. 상처투성이 알몸을 내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웠는데, 말없이 함께 벗어주는 이들이 있더라고요. 어설픈 말 대신 조용히 자기 흉터를 내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드문 공감과 연결에 힘을 얻었어요. 슬픔을 쓰고, 슬픔을 내놓고, 몰래 눈물 훔치던 손들을 맞잡고 보니 내놓길 잘했구나 싶어요. 그래서 엄마, 나는 엄마를 잃고 조금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다른 사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엄마의 딸로서는 달라졌어요. 무엇보다 이렇게 새롭게 엄마를 만나고 있잖아요. 엄마도 이미 알고 있죠? <복음과 상황> 4월호 기고글 "그리움을 일깨우는 그리움" 중에서

 

연구소 개인상담 신청을 통해 연락해 온 《슬픔을 쓰는 일》 독자 한 분을 만났다. 자세한 내용을 듣지 못했지만 어쩐지 만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끌리는 경우가 있다. 그냥 만났다. 별과 같은 이야기와 함께책 표지를 담은 케잌을 가져오셨다. 감동인 것은, 이것 하나를 가져오기 위한 노고와 마음 씀이다. 슬픔으로 가득찬 그 벗님의 눈과 마음을 위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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