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월 중 한 달 제주에서 지내는 남편에게 다녀왔다. 애월의 어느 편집샵에 들어가 구경을 하다 둘이 함께 "김채윤!" 했다. 우리 채윤이 닮은 브로치, 그리고 약간 현승이 같은 강아지...를 선물로 사 왔다. 아우, 귀여워... 이것들... 김채윤, 김현승! (마음이 간질간질)

받아 든 스물다섯 채윤이는 "인정이 되네. 내가 봐도 나네. 그런데 어디서들 이런 걸 잘도 골라 와?" 하면서 되려 엄마 아빠를 귀여워했다.
 
누가 누굴 귀여워 하는 거?
 
자주 집을 비우고, 주일에는 남매끼리 교회에 가는데. 목사 아빠 둔 죄로 "내 교회" 아닌 "아빠 교회" 다니게 하는 것이 늘 미안한 일이다. 아빠 때문에 다니는 교회인데, 아빠 없이 둘이 가서 있다 오는 생각을 하면 주일마다 마음이 찌릿하다. 우리와의 인연으로 교회에 온 벗들이 있는데, 마음이 쓰인다. 
 
늦은 밤 집에 돌아왔는데, 채윤이가 식탁에 앉아 프라이팬 째로 잡채를 처묵처묵 하고 계셨다. 교회 설립 기념 주일이어서 점심에 반찬이 많았다고. 집사님들이 남은 반찬 싸고 있는데... 챙겨주실 것 같은 집사님 곁에 알짱거려서 얻어 왔다며. 일하는 월요일 퇴근하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
 
다음 날 점심에 달래간장에 비벼 먹도록 잡채밥으로 줬더니 "이렇게 정갈한 밥상은 오랜만이군!" 하면 또 좋아하셨다. 귀엽고, 대견하며, 엄마를 귀여워하는, 고마운 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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