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식을 좋아하는 거 같아.
나도 그래. 우리는 분식을 참 좋아해.
주일 저녁, 남편 혼자 있는 집에 채윤이와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빠 저녁 어떡하지? 하다, 우리가 뭘 주문해 줄까? 하다 배민으로 떡볶이를 시키고 돌아오니 너무나 행복한 얼굴로 먹고 있었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있는 날에는 김밥으로 식사를 하는데. 남은 김밥을 챙겨 올 때가 있다. 냉장고에 두었다 다음 날 아침에 계란물에 적셔 부쳐서 먹으면 좋은 한 끼가 된다. 미니 계란에 푹 담가 프라이팬에 부쳐서 내주었더니 "오, 좋아 좋아! 코리안 오믈렛인가?" 하고 작명을 해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 아파트에 곱창볶음 트럭이 온다. 곱창볶음은 냄새가 조금 나고, 순대볶음은 먹을만하다. 나는 또 순대와 순대볶음을 좀 좋아해야 말이지. 순대볶음 사 오면 집에 있는 깻잎이나 양배추, 양파 같은 걸 더 넣어 한 번 더 볶는다. 마늘이나 파고 더 넣고. 마침 알배기 배추가 있어서 채 썰어서 함께 내놓으니 식감도 좋다. 입맛도 감정도 무딘 남편이 "오, 이렇게 같이 먹으니 씹는 맛이 있고 좋다!" 한다. 남편이 그랬다. "나는 분식을 참 좋아해." "당신 순대는 안 좋아하잖아. 순대는 나만 좋아하지!" "아니야, 순대만 좋아해. 내장이 싫은 거지." 찐은 내장인데... 바부... 아무튼.
우리는 분식을 참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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