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그는 있으나 없는 존재이다. 아빠, 남편, 사람 JP는 껍데기만 남기고 내일로 이미 떠나고 없다. 설교 준비로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의 동굴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집에서 준비하다 점심 먹고 교회에 가겠다고 하면 신경(질)이 많이 쓰인다. 요즘 주방은 시도 때도 없이 휴업 상태인데, 토요일에 이러면 뭔가 좀 해줘야 할 것만 같다. 실은 나도 주일에 강의가 있어서 그리 여유 있는 편이 아닌데. 그와 내가 다른 점은 "해야 할 일"을 앞두고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은 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해야만 하는 일"이 있으면 유난히 "하고 싶은 일"이 많이 떠오르고. 결국 그것을 해버리고 만다. 텅 빈 냉장고이지만, 샐러드용 야채 한 팩이 있었다. 거기에 파스타면 대충 비벼서 샐러드 파스타를 하려고 했다. 오전 운동 다녀오는 길에 방울토마토 사고, 냉동실의 새우 한 줌을 꺼내서 준비했더니, "대충 파스타"가 아니게 되었다. 갑자기 신이 나서 발사믹 드레싱 제조하고. 맛을 보니 간이 또 딱 맞아 맛있고 난리인 것이다. 그러자... 신이 났다. 영감이 차올랐다. 곧 대림절인데, 에라! 크리스마스 리스 파스타다!
노는 것도 일하는 것처럼 하는 JP, 설교 준비 파이팅!
일하는 것도 노는 것처럼 하는 나도 강의 준비 파이팅!
맛있게 먹고 힘내서 제 할 일 하는 가을 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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