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이가 지금 현승이 나이쯤 됐을 때(30개월) 처음으로 집을 떠나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이후 독차지 하던 사랑을 빼앗긴 채윤이. 엄마로서도 그런 채윤이를 어디에 보내는 것이 새롭게 적응해야할 일이었습니다.

그 때쯤, 다른 클럽에 썼던 글이지요. 요즘도 채윤이와 현승이는 엄마를 놓고 서로 자기 엄마라고 싸우는데... 채윤이로서는 현승이의 등장은 참 당혹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아요. 아직 자기중심적인 30여 개월 짜리 아기가 타의에 의해서 양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 때는 그런 채윤이가 너무 가엾어서 안타까운 마음 말할 수 없었죠. 스트레스 받고 상처 받아 우는 채윤일 보면 더더욱 마음이 찢어지고요...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채윤이는 나름대로 독립된 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않겠다는 결벽증도 사실 엄마가 먼저 치유 받아야 할 병이죠.


=================================================================================


처음으로 채윤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면서 적잖이 마음의 동요가 있었습니다.울며 불며 안 간다는 아이를 봉고에 태우고 매정하게 문을 닫고는 '안녕!'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돌아섰지만 정신이 없었습니다. 며칠을 그런 실랑이 끝에 마음이 정말 오락가락 했는데...이걸 계속 보내? 말어? 하지만 또 집에 놔두면 어쩔 것인가? 할아버지 한테 현승이 괴롭힌다고 구박 받는 건 뻔한 일인데...


이래 저래 어떤 선택이든 채윤이의 하루하루는 먹구름 뿐인 것 같았습니다.어린이집 뿐 아니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서도 채윤이는 예전의 그 '완전한 사랑'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현승이가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채윤이는 좋든 싫든 채윤이는 영아기를 벗어나 유아가 되고 있구요. 채윤이가 서러워 우는 시간이 많고 원치 않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이 쓰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러다가 좋은 채윤이 성격 다 버리는 거 아닌가? 하면서요.그렇게 두어 달이 지났습니다.


결국 채윤이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하면서도 9시부터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한 시간 동안 '소화차(어린이집 차) 언제와요? 몇 시에 와요?' 하고 있죠.엄마 아빠가 현승이 목욕을 시키거나 옹알옹알 하는 현승이가 너무 이뻐 정신없이 빠져있는 동안에도 저기 한 구석탱이에 앉아서 혼자 블럭놀이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런 모습을 발견하면 가슴이 싸~해 지면서 채윤이가 한없이 가엾죠. '에이그 자식, 현승이 없으면 아직도 할아버지 할머니 사랑 엄마 아빠 사랑 독점하고 있을텐에...'


채윤이에게 부모로서 더 이상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분명 채윤이가 원치 않는 상황에 자꾸만 던져지고 스트레스 받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떤 면에서 채윤이의 몫이 분명히 있는 것이겠죠. 그래서 마음에 아주 작으나마 쓴뿌리가 생긴다 하여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부모 되려 하여도 최선의 환경을 줄 뿐이지 천국 같은 환경을 줄 수는 없으니까요. 나머지 부분은 하나님의 은혜의 몫이겠죠.그렇게 생각하니 최선을 다하되 너무 결벽증을 가지진 말아야 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결 마음이 편해져요. 좋은 부모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지만 그 이상은 그 분의 손에 의탁하는 것. 이 진리를 다시 한 번 되뇌 봅니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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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백이란 멋진 디자인이 있어야 그 의미가 사는 법! 그런 면에서 정신실 씨의 교육법은

정말 탁월하다! (여보, 나중에 당신 글 모아서 책 한번 내봐. 정말이야!!!) 놀이와 교육을

적절하게 잘 디자인해주고 슬쩍 빠져서 아이들이 결국 상상력으로 놀이를 마무리하도록 하는

당신의 능력은 볼 때마다 감탄이라니까...


2   

자녀 교육도 부부가 좀 죽이 맞아야 될 텐데, 생각보다 나는 너무 무개념, 무원칙, 불성실,

수동적인 것 같다. 그러면서 은근히 아이들의 놀이와 능력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걱정하곤 한다. 게다가 아내가 저러다가 아이들 교육 시기를 놓쳐버리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 섞인 생각도 하곤 한다.


3 

아이들에게 내 생각을 주입하기 위해 강요하지 말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공부하고,

대화하고, 기도해야 겠다.

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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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때 교생실습을 나갔었다. 유아교육과니까 당연히 유치원으로 나갔다. 교생실습 막바지에 가면 교생 혼자서 일일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운영을 하는 일이 있다. 물론 이 때 채점이 되고 교생실습의 학점을 좌지우지 하게된다.

암튼, 내가 그 all day 수업을 하는 날에 담당 교수님께서 지도 방문을 오셨다. 그 시간은 실내 활동을 모두 마치고 바깥놀이 활동을 하는 시간이었다. 엄마를 만나듯 반가운 맘으로 교수님을 뵙고는 '이제 수업 다 끝났어요. 바깥놀이만 하면 하교예요' 했더니...'수업이 끝나다니? 바깥놀이는 수업이 아닌가?' 하셨었다.


그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 줄 때만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내 원시적인 교육관이 깨달아진 날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때의 경험인지....요즘 음악치료를 하면서도 나는 음악이 없는 순간, 그 순간의 소중한 치료적 의미를 깨달아간다. 열심히 북을 두드리고 나서 오는 조용한 침묵의 시간을 채우는 아이들의 행동 하나. 연주하는 시간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다.


아이들에게 여백을 주기.


채윤이 유치원 친구들은 이미 거의 초등학교 수준의 과외들을 하는 것 같다. 한글, 영어, 발레, 수학, 미술, 피아노, 영어 뮤지컬 놀이......뺀뺀이 놀면서 글자 한 자 제대로 못 쓰는 애는 채윤이 밖에 없는 것 같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나도 좀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친구네 집에가서 미술 전공한 친구 엄마랑 미술놀이 하는 것, 것두 미술은 한 30분 하고 네 시간 이상을 친구랑 놀다 오는 것이 채윤이 과외의 전부다. 최근 조금은 불안했었다. 소신 때문이 아니라 돈 때문이 못시키는 것 아닐까?하는 마음이 스스로 들 정도였다.


최근에 읽고 있는 <잃어버린 교육, 용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아이들에게 여백을 줘야한다. 쉽게 말해서 아이들 스스로 시간을 채우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열심히 놀 수 있는 여백의 시간들이 있어야 한다. 유치원 교사를 할 때부터 내게 변하지 않는 소신 하나는 '잘 노는 아이가 잘 큰다' 이것이다. 잘 놀려면 잘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요즘 들어 채윤이랑 현승이가 둘이서 미친듯이 놀아대는 시간이 길어졌다.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최대한 아이들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방해하지 않으려 애쓴다. 충분히 상상하고, 충분히 환경을 조정하고, 충분히 에너지를 쏟아내라고. 그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여섯 살, 세 살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 정신실이 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가서 정만 신기하다는 듯이 아이들이 널어 놓은 난장판을 보면서 '와~아, 이게 뭐야?' 하고 경이를 표해주는 정도. 그 정도면 족하다는 생각이다. 채윤이가 어리고 혼자였을 때는 사실 내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놀아줬었지만 지금은 두 녀석 노는 것에 마당만 잘 깔아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 시간을 통해서 현승이는 말을 배우고, 의사소통의 방식들을 배우고, 삶을 배운다. 채윤이도 마찬가지겠지.


두 녀석이 싸우는 일이 갈수록 많아진다. 한 놈이 다른 놈을 때리지 않은 이상, 나는 싸움에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한다. 싸움에 여백을 주기 위해서다. 그 여백을 통해서 싸움을 싸우고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으면 하는 바램 때문이다. 현승이 같은 경우 죽자 사자 울면서 엄마의 도움을 구해도 '니가 누나한테 한 번 말해봐. 가서 친절하게 말해봐'하는 정도로 멘트를 해주고는 일부러 딴청을 해본다. 물론 빨리 참견을 해서 상황을 정리하고픈 충동이 없는 것 아니다. 그런 때는 나와의 싸움이다. 최대한 개입하고 간섭하지 않기. 참자.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하면서 최대한의 싸울 시간을 준다.


아이들이 넘어졌거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 할아버지와 싸워서(?) 울 때도 내가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으면서 여백을 확보해 보려한다. 역시 매 번 잘 되는 일은 아니다.


나는 특히나 S와 F 성향이 강해서 개입하고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서 아이들 문제가 아니더라도 훈련해야 할 부분이다. 그런 훈련이 거듭될수록 아이들이 커지는 만큼 나도 함께 자라갈 것이라는 기대와 기쁨이 있다.

2005.9.5.

휴일에 늦잠을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휴일이면 빨리 일어나서 하루를 길게 보내고 싶다.


남편이 출근하는 유일한 날이다.


아침으로 떡국을 끓이고,

식사를 하고,

남편을 출근시키고,

설겆이를 하고,

설겆이를 하면서 칫솔로 배수구를 윤이 나게 닦고,

행주를 삶고,

창문과 현관문까지 열어 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빡빡 걸레질을 하고,

빨래비누 척척 발라서 걸레를 빨고,

그 사이 다 돌아간 빨래를 하나 씩 털어서 널고...


난 이런 일이 보람있을 뿐 아니라( 하고나면 깨끗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일 자체가 재밌다.


집안 일 자체가 차~암 재밌다.

할 수만 있다면 김치도 내 손으로 담궈보고 싶다.

(어머니 취향으로 말고....ㅎㅎ)


이 사이 거실로 햇살이 찾아들고,

거실 가득 93.1의 음악이 가득 채워지는 건 기본.


일을 마치고는 당연히 커피 한 잔 해야한다.

그리고 이렇게 정돈된 거실에 앉아서 말씀을 읽고 책을 읽는다.


나는 전업주부 체질 아닐까?

200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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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개학하고 딸도 개학하는 개학날 아침.


며칠 전부터 이 날을 생각하며 마음이 묵직했습니다.


아빠와의 짧은 이별 생각에,

또 얼마나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싸우며 살이 쪽쪽 빠지는 한 학기를 보내야 할 것인가?

하며 남편에 대한 염려와 걱정 때문에,


채윤이가 즐겁기만 해서 다니는 유치원이 아니고 유치원을 생각하면 여전히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에,


방학동안 나 역시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 놀았는데 다시 정상적인 스케쥴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묵직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지고 묵직한 마음으로 해소할 길이 없나? 생각하는데...

역시 기도하는 일 외에는 없다고 느껴져 앉았습니다.


2학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천안에 있는 남편이 모든 염려와 근심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공부하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장학생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부담으로 느끼지 않고,

좋은 성적에 대한 염려와 부담, 관계에서 언제나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 사역에 대한 부담, 부족한 시간에 대한 부담을 다 내려놓고 자.유.롭.게. 공부하고 사역할 수 있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우리 채윤이가,

자신의 주장대로 되지 않아 좌절을 겪어야만 하는 친구 관계에서 지나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타협하고 양보하고 남의 밑으로 들어갈 줄 아는 것도 배우며 '친절한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며 행복해 하는 유치원 생활을 하기를 기도합니다.


남편 없이 보내는 주중에 더욱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기뻐하며 하루하루 지내는 엄마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매일매일 기도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 아이들에게 천국의 기쁨을 삶으로 보여주는 엄마기 되기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새로운 한 학기.

주님의 도움으로만 살기를 기도합니다.


2006/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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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전도사님이 된 이유로 주말은 더 이상 나댕기고 노는 주말이 아니다.

금요일에 천안에서 올라온 남편은 짧게 금요일 저녁 바쁘고 분주한 일들을 애써 잊으며 아빠노릇 남편노릇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리도 토요일 아침에는 출근을 한다. 차까지 가지고 출근하면서 우리 셋은 집 안에 그대로 갇히는 것이다.


이렇게 집에 있는 토요일이 거듭되면서 나름의 행복해지기가 연습이 되었다.


늦은 아침과 설겆이를 하고,

잠시 어머니와 수다,

지희랑 전화로 수다를 떨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하는 사이 두 녀석은 거실에 식당을 차려놓고 '식당놀이'에 빠졌다.

'네~ 고객님! 주문하시겠습니까?' 하면서...

커피 한 잔을 타서 인터넷 주~욱 한 번 돌아보고 있자니 부모님은 새로 개통된 경전철 타보러 나가신단다. 앞 집에 부모님의 안계시면 괜히 마음이 편하다.^^;;


저녁에는 집에서 목장모임이 있다. 차도 없이 어떻게 장을 보고 식사준비를 하나?

으흐흐...나를 위해 준비된 GS마트 인터넷 장보기. 집에서 주문하면 두 시간 이내로 무료로 배달이 온다. 메뉴 좀 검색하고 장을 보고.

희서엄마가 준 '키티 푸딩' 만들기를 아이들과 했다. 우유에 섞어 불에 데워 냉장고에 넣는 간단한 것에 좋아서, 흥분해서 난리다. 두 녀석은.


푸딩이 되기를 기다리는 사이 채윤이를 구슬러 피아노 연습을 시키는데 곧잘 친다.

상으로 '젓가락 행진곡' 같이 한 번 쳐주고는 함께 피아노 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른다.

예전에 유치원교사 할 때 해봤던 노래극을 꺼내서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면서 노래동화를 들려줬다.

넋이 나가서 듣고 있는 두 녀석. 스토리 이해가 안 되는 현승이는 금방 지겨워한다.


슬슬 배고파지는 시간.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다. 두 녀석 데리고 나가서 떡볶이 순대 오뎅 사가지고 들어와 늦은 점심을 먹는다. 순대도, 내장도 잘도 먹는다. 채윤이는 '엄마! 나 간 좀 줘' 하면서...


 


배부르게 먹고나니 현뜽의 기다란 속눈썹이 밑으로 막 쳐지면서 짜증이 는다. 졸립다는 얘기. 현뜽을 침대에서 재우고 있으면 채윤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저 녀석이 자면 엄마는 내 차지다'

현뜽을 재우고 커피 한 잔을 더 타서 새로 읽는 <풍성한 가난>을 들고 거실 책상에 앉는다. 채윤이는 글씨 공부를 하겠다고 옆에 앉는다. 몇 글자 쓰더니 졸립단다. 엄마 무릎을 베고 자겠단다. 무릎에 눕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책을 읽는 맛. 참으로 평온하고 행복하다. 어느 새 잠든 채윤이.


집이 1층이라서 베란다 앞에 가지가 앙상한 나무가 서 있고 간간이 사람들이 왔다갔다 한다. 책을 읽다 밖을 보다....'하나님! 감사합니다. 이런 행복한 일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감사와 행복을 남기고 싶어서 컴 앞에 앉았다.


이렇게 끝나도 감사할 하루인데....저녁에 목장모임이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온다. 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하고, 찬양하고, 마음을 나누고, 기도하고...


'제가 무엇이관데...주께서 저를 이렇듯 생각하시며,

제가 무엇이관데....주께서 저를 권고하시나이까

제가 무엇이관데....이런 큰 복을 주시나이까'

200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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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현승이(3세)는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잘 놀다가도 사람들이 주목하게 되면 그 자리에서 얼어버린다. 그럴 필요 없다고 누누히 얘기해도 소용없다. 활달한 채윤이를 보면 부모의 영향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가르치지지 않았는데, 현승이는 참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


지난주 교회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20여명의 어른들이 함께 둘러 앉았다. 아이들도 10여명 사이사이 앉았다. 현승이는 누나를 좇아다니다가 얼떨결에 아빠엄마 건너편에 서게 되었다. 엄마아빠와 현승이가 눈이 마주쳤다. 이쪽으로 오고싶어하는 눈치다. 가로질러 건너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데... 현승이는 사람들에게서 주목받는 것이 두려워 끝내 이쪽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울며 서 있었다. 차라리 울며 서 있는 것이 더 쉬운 일이었나 보다.


아빠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미안하고, 그렇게 못하는 아이가 측은하다. 지금은 어려서 그렇다치지만 커서는 안그러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할 뿐이다. 정말이지 현승이가 그 부끄러움을, 그 두려움을, 그 어려움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자기만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서 매력적인 사내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지난 여름, 설악산에서, "아빠 바람이 무서워요">

...


조금 있으면 시험을 보고, 또 조금 더 있으면 새로운 신분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기대로 부풀어오르다가도 다시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한다.


무릎꿇어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다가, 불현듯 저 건너편에서 주저하던 현승이가 떠오른다. 영락없이 내 모습이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 아버지! 도와주세요" 기도한다. 십수년 넘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내겐 아버지라 부르기엔 다가오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저하는 현승이를 온 마음으로 품었던 아비되었던 나를 생각하니, 나를 품고 계신 참 하늘 하나님의 아버지되심이 느껴졌던 것이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어찌 해야 되는지 알겠습니다. 용기를 내 보겠습니다. "해 보렴. 넌 할 수 있단다. 주저하지 말거라. 이리로 건너와라. 옆에 사람들을 쳐다보지 말고, 나만 보며 이리로 건너오렴" 주님, 당신께서 힘 주시고, 위로 주시고, 격려 주시고, 재능 주시고, 용기 주시니 그럼, 해 보겠습니다. 아버지...

출처 : [김종필님 미니홈피]
작성자 : 김종필
작성일 : 200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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