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아직 애기 얼굴인데 코밑만 시커매진 중학교 1학년 현승이(아, 적응 안돼).
아침에 방에서 나와 제일 먼저 하는 소리다.
나 밥 안 먹어.
나 밥 안 먹어. 배아퍼.
나 밥 안 먹어. 늦었어.
엄마로서는 이 말이 너무 듣기 싫고 아주 얄밉다.
일찍 일어난 새 아니고 일찍 일어난 엄마 아빠가 먼저 식탁에 앉아 있는데
머리에 새집 짓고 나오며 하는 말이 역시 '나 아침 안 먹어'
고구마 먹던 아빠가 뿜었다.
'나도 어릴 때 일어나서 어머니 얼굴 보자마자 한 말이 저건데.
나 저 마음 알아. 큭큭큭큭'
따라서 웃고나니 나도 그랬던 것 같고 비기비기 꼴비기 싫던 마음이 사라졌다.
학교 가기 싫고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시간도 없다고 느껴지던 무거운 아침에 괜히 해보는 말.
나 밥 안 먹어.
그러면 엄마는 몸이 달아서 김에 밥을 싸서는 화장하는 내 입에 하나 씩 넣어주기도 했다.
아, 이 말은 '오늘 하루가 내게 무거움으로 와, 엄마' 이런 뜻인가보다.
아닌 게 아니라 중학교 가서 현승이가 하는 말들이 이렀다.
엄마, 7교시는 너무 길어. 7교시가 되면 1교시가 어제 일 같아.
엄마,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에 너무 오래 있는 것 같아.
집으로 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너무 오래 학교에 있어야 해.
엄마, 선생님들이 수업시간 마다 다른 분이 들어오시는데 정말 재밌어.
말하시는 게 어쩌면 다 달라. 뭔가 게속 쓰는 말도 있고 말투도 있고,
어떤 선생님은 수업은 안 하고 계쇽 자기 자랑만 해. 진짜 뭔가 웃겨.
엄마, 우리 나라에 조금 다른 학교는 없어? 뭐랄까, 조금 사람을 생각하는 학교말야.
재미없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는 얘길 하시는데 7교시까지 듣고 있는 건 너무 이상해.
게다가 교복은 너무 불편하다고. 바지는 까끌까끌하고.
그렇게 불편하게 7교시나 앉아 있는 게 말이 돼?
힘들어. 나 언제까지 이렇게 학교 다녀야 해?
(생각해 보니 현승이 너 초등학교 때도 비슷한 말을 해다잉)
(그리고 6개월 쯤 지난 후에는 자포자기한 상태로 현실을 받아들인 듯)
(1학년 겨울방학 즈음에는 말했다.)
급결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현승아, 1교시가 어제 같이 느껴지는가 하면
교복 입고 입학했던 3월이 그저께 처럼 느껴지는 방학도 올 거야.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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