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간 : 저녁 6시 - 8시]


93.1에서는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이 나오는 시간.

한낮에도 컴컴한 거실이 잠시 밝아지는 시간.

넘어가는 해가 주방 쪽 길쭉한 창으로 잠시 고개 내밀고 지나가는 시간.


[내가 좋아하는 사람 : 까칠하고도 부드러운 사람]


자아가 다소 강한 듯하여 매운 맛이 있는 까칠한 사람.

감추지 못하고 끝끝내 드러낸 까칠함 있어 부끄러울 것 있는 사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잃을 수 없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나 : 열심히 공부하고 마냥 널부러지는 나]


강의와 글쓰기를 위해서 중독자처럼 강박적으로 읽는 나.

뭐 하나 끝나면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혼자 잘 노는 나.

어떤 경우에도 나의 나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나.


[드물게 찾아온 찰나의 기쁨]


해 넘어가는 저녁 7시 어간에 여유로이 집을 누리는 게 얼마만이냐.

까칠한 중 3이 어디 안 가고 옆에서 알짱거리는 것은 또 얼마만인가.

"엇, 시간이 이렇게 됐네. 현승아, 라디오 좀 틀어줘"

"왜 엄마?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들으려고? 오늘은 김현승의 세상의 모든 음악 어때?"

하고 제 돈으로 새로 산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하여 음악 들려주는 시간.

그리하여 비틀즈와 김광석과 마마무가 돌아가며 열창하는 '김현승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는 시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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