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베트남 가서 그 장소와 상관 없는 생각이 막 떠오르는 거야. 그럴 수가 있나? 아무튼 가서 꽃친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 (내년에 누나처럼 '꽃다운 친구들'과 함께 1년의 안식년을 가질까 고민 중인 현승) 솔직히 나는 꽃친은 현실도피라고 생각 하거든. 그런데 베트남에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 꽃친은 멈추고, 그리고 되돌아 가는 거야. 다들 고등학교를 가잖아. 그게 쭉 가는 거지. 그런데 일단 쭉 나가지 않고 돌아선 거니까 회피는 회피지. 하지만 누나를 보면 되돌아서 가다보니 오히려 이 길이 진짜 누나의 길이었잖아. 길이 하나가 아니야. 방향이 하나가 아니라고. 돌아서서 가는 방향이 어떤 사람에게는 쭉 가는 방향인 거야. 그런 생각을 했어.


++


그런 방향을 정하고 그러는데 부모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애. 그런데 부모는 네비게이션이 아니야. 가장 빠른 길을 딱 정하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 네비게이션이 되면 안 되고, 지도여야 해. 그냥 부모는 보여주고 아이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면 되는 거야. 엄마 아빠? 지도지! 지도야. 가끔 내가 헷갈릴 때는 네비게이션이 되어 주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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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원래 하나님을 안 믿잖아. 알지? 내가 목사 아들이지만 교회는 원래 다녔으니까 그냥 다니는 거고 예수님을 믿어서 다니는 건 아니라는 거. 그런데 실은.....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어..... 실은...... 엄마, 나 요즘 기도해. 뭘 해 달라 이런 기도는 아니고. 그냥 굉장히 모순적인 기도를 해. 말하자면 나한테 믿음이 없잖아. 아씨, 나 믿음, 은혜 이런 말 싫어하는데...... 아무튼 내가 믿음이 없으니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달라고 기도하게 되거든. 그런데 그 기도를 내가 아직 확실히 믿지 않는 하나님에게 하는 거야. 말이 안 되지? 사실 믿고 싶어서 기도하는 건 아니야. 홀로코스트나 이런 걸 생각하면 나는 하나님이 있다는 걸 아예 안 믿어. 그런데 안 믿는 하나님에게 믿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걸 하고 있다니! 이런 모순적인 기도를 계속 해야 하나? 그런데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기도하게 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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