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친구를 데려와 집에서 자겠다고 하면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확히 누구에게 고마운 건지 모르겠는데 말이다. 특히 채윤이 친구는 더 그렇다. 채윤이 친구 인생사에 엄빠로서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다. 일부러 지은 죄는 아니지만 늘 미안하고 마음 아픈 지점이다.  아빠의 진로로 한 번, 두 번, 세 번... 좋은 친구 기회를 박탈당한 아이들이다. 아빠 상황, 아빠가 매인 교회 상황 때문에 초3부터 학교 친구 없는 동네에서 살기 시작. 태어나면서 유아실 동기들과 함께 자랐던 소중한 교회에서 떠나기. 좋은 찬양팀과 리더 선생님 만나 이제 막 음악과 신앙을 꽃 피우려는데 또 떠나기... 학교 친구, 교회 친구를 제대로 만들기 참 어려운 환경이었다. 대학에 가더니 친구를 만나고, 친밀감을 쌓고, 갈등을 겪어내고 하더니 후반에는 정말 활발한 친구 생활을 누리는 것을 보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하는 친구들과 신나게 음악하고, 찐 우정을 쌓고 놀고... 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행복하다. 죄책감이 덜어지는 느낌이다. 고맙다. 채윤이도 채윤이 친구들도. 드물게 친구를 데려와 자는 날 아침에는 뭔가 특별한 대접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아침을 먹어야 말이지!
 
나름의 무엇으로 샌드위치를 해주곤 하는데. 정말 나름의 마음을 담는다. 채윤이가 마침내 어떤 친구에게 이 말을 들었다고 한다. "너네 집 베이글 샌드위치가 그렇게 맛있다며?" 음... 진짜 죽어도 여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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