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어버이날 꽃을 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알지? 내가 선물에 진심인 거. (알지! 우리 현승이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가족에게든 친구에게든 진심이지. 오직 그 사람에게 의미가 될 선물이라면 가격을 따지지 않지. 지나칠 정도로 따지지 않지!) 그래서 꽃을 사는 게 싫고 아까워서가 아니야. 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애. 어버이날이라고 다들 꽃을 하나씩 사는 게, 그게 똑같이 꽃을 받는 게 의미가 있어? 만약 엄마한테 의미가 있다면 괜찮고, 그거면 충분히 의미가 되는 거고! 그래서 묻는 거야. 엄마가 어버이날 꽃 받는 게 의미가 있어? 엄마도 남들 한다고 다 하는 거 안 좋아하잖아.

 

어, 의미가 있어. 당장 이제 오늘부터 친구들 카톡 프사가 어버이날 꽃으로 막 바뀌거든. 이게 그렇더라고. 그게 나만 못 받으면 좀 쓸쓸해. 그러니까 그냥 해 줘. 엄마한테 의미가 있어! 화려하고 큰 꽃다발 아니어도 돼. 

 

틀, 형식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할까 하다 말았다. 리추얼과 상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하나님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되지, 꼭 주일에 예배에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정성은 없고 형식만 남은 종교 행위가 문제이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담는 형식, 제도, 리추얼을 필요로 하는 몸을 가진 인간이라는 얘기도... 막 하고 싶었는데 참았다. 

 

의미를 모르겠으면서도 이렇게 적절하게 마음에 드는 꽃다발을 준비했다. 분홍 카네이숀과 노란 장미에 냉이꽃이라니! "아무 꽃" 같은 들꽃이 제일 좋은데... 냉이꽃, 이 아름다운 아무 꽃이 들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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