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23

월요일 밤은 채윤이와 현승 모두에게 조금은 슬픈 밤.
엄마가 다음 날 강의 준비한다고 도통 놀아주지를 않는다.
어제 월요일 밤. 현뜽을 일찍 그럭저럭 잠 들고, 벼락치기 엄마는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고, 아빠마저도 엄마를 도와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드느라 정신 없었다.

씻고 잠옷 입고 잘 준비를 다 마친 김채윤.
'누가 나 재워줄 사람?' '나는 누가 재워줘?' '졸려...너무 너무 졸려....'
하다가 하다가 혼자 침대방으로 가버렸다.

혼자 잠들게 하는게 안스러워서 재워주러 가려하니 아빠가 말렸다.
'놔둬..저러다 혼자 잠들게. 이제 혼자 자야지' 하면서.

조용하길래 잠이 들었나 했다. 살짝 가보니 누워서 입을 삐죽삐죽 하면서 울듯 말듯 한 표정이 아닌가?
아빠가 가서 달랬다. 웬만하면 풀어지는데 쉽게 되지 않으니 아빠 실실 웃으면서 채윤이를 웃겼나보다.
채윤이. 그런 아빠를 보면서 차겁게 한 마디.
'왜 그렇게 웃어?' (아마도 '왜 그렇게 바보같이 웃어?' 이 말이 아니었을까?)
그래도 계속해서 '채윤아!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면 빨리 풀어야지. 채윤이는 원래 그렇잖아' 하면서 달래는 아빠에게 다시 한 마디.
'나도 이러고 싶은 때가 있는거야!'

이번에 엄마가 바톤 터치를 하고 가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채윤아! 엄마가 내일 강의 준비하는라고 너무 바쁘고 걱정이 많이 돼서 채윤이가 계속 재워달라고 하는데 못들었어. 미안해. 이제 마음 풀거지?'
이러자 오히려 더 굳어지는 표정에 눈물까지 그렁그렁해가지고 하는 말.
'그럴러면 아까 미안하다고 했어야지. 빨리 미안하다고 해야지.'
계속 옆에서 치대는 엄마에게 '엄마 가! 나 혼자 있고 싶어'
할 수 없었다. '그래! 채윤아! 엄마가 사과 했으니까 이제 채윤이가 혼자 생각해보고 마음이 풀어지면 엄마 불러. 엄마가 와서 재워줄께' 하고 나왔다.

강의 준비를 마치고 엄마빠 다시 채윤이 옆에 갈 때 까지 채윤이는 마음이 안 풀렸나보다. 그러면서 사락사락 잠이 들려고 한다.
'채윤아! 그냥 자지마. 마음 풀고 자. 너 마음 안 풀고 그냥 자면....(이 대목에서 '분을 내어도 해가 지기 전에 풀으라는 성경말씀을 말하고 싶었으나 참고)....음...그냥 자면 자면서 예쁜 꿈을 못 꿔. 무서운 꿈을 꾸게 될지도 몰라'
요즘 무서운 꿈을 디게 무서워하는 채윤이에게 약발이 받았다. 얼른 몸을 돌리면서 하는 말 ,
'엄마 아빠 같이 다시 미안해 사과하면 받아줄께. 다시 미안해 해'
엄마빠 자존심 완죤히 구기면서 이중창으로 '미안해'
그러자 채윤이 이 여우 하는 말.
'목소리가 너무 작아. 큰 소리로 다시 한 번 해'
엄마빠 둘이 눈 한 번 맞추고 서로 한심하다는 듯 보다가 큰 소리로 이중창. '미안해'
'그래. 알았어'
하고 잠이 드셨다.

화를 내면 냈지 삐지지는 않는 아이 채윤이가 삐지니까 채윤이 답지 않게 오래갔다. 여섯 살 짜리 인격적으로 대하는 거 진짜 드럽고 치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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