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윤양 일기 내용 그대로 엄마가 감동받은 사건.
시계가 저녁 아홉 시를 넘어가면 엄마를 사이에 두고 쟁탈전이 벌어집니다.
엄마를 거실에 둘 것인가? 침대에 둘 것인가?
저녁 먹고 숙제며 일기며 초딩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채윤이는 아직 거실의 책상입니다.
현승이는 졸립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매일 같은 싸움의 반복입니다.
현승이는 '일단 나를 재워줘. 거실을 딱딱해. 침대에 혼자 있는 건 무서워' 이겁니다.
채윤이는 '나도 거실에서 혼자 있는 건 무서워. 엄마는 내 옆에서 책 봐' 이거죠.
뭐가 그리 무섭냐고 아이들을 다그치기도 하지만...
아빠가 없는 날 밤은 코딱지 만한 집도 꽤 무섭습니다. 엄마 자신도 아이들 재우고 혼자 거실로 나갈려면 살짝 무섭고, 냉장고에 물 마시러 가는 것도 그렇습니다(우리 집 냉장고가 놓여있는 황당한 위치를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ㅋ)
암튼, 채윤이가 일기를 안 쓰고 자겠다고 해서 '그럼 내일을 수요예배 가야하니까 내일도 못 쓰는 건 안되는데 오늘 안 쓰는 건 좋다. 대신 내일 수요예배 못 간다' 했습니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채윤이가 맘 먹고 쓰기로 했는데 그 때는 이미 엄마도 일기를 포기하고 현승이를 재우는 중이었습니다. 이미 현승이 꺼가 된 엄마를 어쩔 수 없다는 걸 안 채윤이가 "엄마! 그럼 내가 침대 옆에서 그림일기 쓸께" 합니다. "그래. 현승이 잠들면 엄마랑 같이 다시 거실로 나가자" 했더니...
사라락 사라락 잠이 들어가던 현승이.
"아니야. 내가 그냥 혼자 있을 께 나가서 누나 봐 줘" 이럽니다. 무서운 걸 감수하고 엄마와 누나의 화합에 기여하겠다는 현승이의 배려에 갑자가 너무 감동 먹어서 엄마가 눈물이 났습니다.
그러자 현승이 우는 엄마를 보면서 같이 울려고 합니다.
이.때!
김채윤이 벌떡 일어나 분위기 깨면서 현승이를 붙들고 이럽니다
"현승아! 울지마. 울지마. 엄마는 지금 감동받아서 우는 거야. 슬퍼서 우는 거 아니야. 울지마"
화통 삶아 먹은 목소리로....ㅋㅋㅋ
그렇게 해서 널따란 침대 구석탱이에 팬티하고 런닝만 입고 자는 현승이가 누나의 그림일기 주제가 되어 주었습니다. 채윤이의 그림에는 항상 사실보다 더 사실스러운 것들이 담겨져 있어요.^^
일기를 다 쓰고 들어가보니 현승이는 저렇게 잠이 들어 있었어요.
베란다 창문 쪽이 무서워서 '도둑놈이 못 들어오게' 트럭이랑 경찰차로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자고 있네요.
이걸 쓰는 데도 엄마는 왜 살짝 눈물이 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