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현승

아빠가 스포츠 기사 볼 때마다 옆에 꼽사리 껴서 끝없는 질문을 쏟아내곤 하더니
드디어 야구장에 다녀온 현승이. 고등부에 야구 잘 하는 우석이 형아가 있어서 야구공도 선물받고, 우석이 형아의 경기를 보고 왔습니다. 우석이 형아의 누나인 정현이 누나와 함께 야구장에 다녀온 날 피곤했는지 거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야구공을 갖고 놀다가 살포시 옆에 놓아두곤.... 현승이에게는 그렇게 행복한 일인데 채윤이 누나하고 공감이 잘 안됩니다.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란 모든 걸 다 누나랑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은 것들이 발견되어 갑니다. 야구장도 그렇고 야구공도 그렇고.... 엄마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 부분에 관한한 맘껏 소통할 수 있는 아빠는 들어오질 않으니 혼자 야구공만 만지작거리다 잠이 듭니다.

# 수영 현승

물 공포증이 있다고 추정되던 현승이가 새로 수영을 시작해서 드디어 침례를 받았습니다. 어려서부터 바닷가에 가면 달려드는 파도에 지레 겁 먹고 모래사장만 파다가 오곤 했었습니다. 작년에 수영을 한 번 시작했다가 엄마빠 적잖이 놀라고 실망하였습니다. 점잖은 현승이가 하기 싫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걸 처음으로 보았답니다. 그렇게 서너 번 다니다 아예 포기하고 현승이 앞에서는 '수영'의 '수'자도 못 꺼내게 되었습니다.ㅜㅜ
남자 아이들 필수코스가 태권돈데 그걸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없습니다. 운동을 좀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적당한 것이 없습니다.

뱃 속 친구 서훈이의 수영선생님을 소개받아 새로이 시작한 지 일주일.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현승이를 안고 깊은 물을 왔다갔다 하시면 '겁내지 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야' 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셨는지 집에 와서 계속 그럽니다. '엄마, 물은 아무것도 아니래'

수영 하는 걸 지켜보는데  성실, 범생 현승이 입니다. 선생님께서 '음파'를 가르쳐주시고 계속 하고 있어. 하고 다른 아이들 보러 가셨습니다. 머리를 물에 집어 넣었다 뺐다 하는 건데 그게 보기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헌데 선생님이 보든 안 보든 쉬지 않고 우직하게 그걸 연습하고 있습니다. 너무 성실해서 안쓰러울 정도였지요.
엄마랑 같이 그걸 지켜보던 채윤이도 같은 느낌이었나 봅니다. '엄마! 현승이가 정말 착하지 않어? 나같으면 선생님도 안 보는데 그냥 쉬거나 놀꺼 같은데... 대단하다. 저 점은 나를  닮지 않아서 다행인 것 같애....' 그르게. 누나를 닮지 않아 다행이다.ㅋㅋㅋ

수영하는 하는 한 시간 동안 현승일 지켜보면서 가슴으로 얼마나 뜨거운 기도를 했는지 모릅니다. '물'이라는 넘기 어려울 것 같은 공포 수준의 난관을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해달라고요. 두려움의 표정이 어른거리는 걸 보면서 저 두려움 속에 주저앉지 않고 한 발, 딱 한 발만 내딛을 수 있게 해달라고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승이가 물에 얼굴을 집어 넣고 발을 떼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지..... 이것이 아이가 부모에게 안기는 선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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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애들 선물 사주라고 통장으로 넣어주신 삼만원을 가지고 시계를 하나씩 샀습니다. 매번 어린이 날마다 동심에 상처를 내는 장난감 가게들 미워요.
시계를 생각하고 갔는데 입구부터 즐비하게 늘어서 고가의 로보트를 비롯한 장난감들.
그걸 보고나면 완전이 눈 베리는 거죠. 그렇게 갖고 싶던 시계 아니라 시계 할애비가 보여도 눈에 차야 말이지요. 아~ 상술이 미워요. 그러나 우리는 해냈어요.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손목시계 하나 씩만 딱 차고 나왔어요.그리고는 눈을 어지럽히던 그 화려한 장난감들을 잊어버렸죠. 그러니 행복이 조금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난 토요일 어린이날 선물로 손목시계를 샀고, 그 다음 날 아침이었어요.
교회를 가려고 준비하는 중이었죠. 오랫만에 먼저 준비를 끝낸 두 망아지가 각각 시계를 차고는 '엄마! 열 시 십 분이야! 이제 십 이 분이야' 하면서 신이 났더랬습니다. 화장을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두 녀석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요.

'누나! 엄마가 시계를 왼 손에 차는거래. 누나 시계 잘못 찼어'
'아니거든. 내가 맞거든'
'아니라니깐, 왼손에 차야지. 이거 봐. 여기가 왼손이야. 밥 안 먹는 쪽'
'그러니까! 여기가 왼쪽 맞다고~오'
'아니잖아. 이 쪽이 왼쪽이잖아. 엄마가 여기래~애'
'아니야. 이 쪽이 왼쪽이야. 니가 틀린거야'

그렇습니다. 둘은 지금 마주보고 있는 겁니다.
삼류 개그도 아니고 둘이 마주보고 왼팔을 내밀고 서로 내가 왼팔이라는 겁니다.
그러기를  한참.
그나마 먹물 좀 먹었다는 누나가 먼저 정신이 들었나봅니다.

'야, 너 이 쪽으로 와봐. 이렇게 해보니까 둘이 똑같지? 둘 다 왼쪽이지?'
'어? 그러네. 이야, 웃기다. 이거'

니네들이 젤 웃기다. 이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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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빠의 소원 중 하나는 어깨 떡 벌어진 아들.
헌데 그 아빠의 아들은 유치원 가방조차 제대로 메지지 않을 정도의 갸녀린 어깨의 소유자. 이걸 볼 때마다 안타까워하고 있는 아빠가 어떻게는 꼬셔서 수영 좀 시켜보려 보라는 명을 내리신지 오래되얐다.

수영하면 소원 하나 들어준다. 하면서 완전 공을 들이고 있는 중.
왜 태권도나 검도를 안 시켜주고 자꾸 수영만 하라고 하냐는 질문에 온갖 좋은 이유를 갖다 붙이고 있었은디.

며칠 전 어느 날.....
'엄마! 엄마는 내 몸 중에서 어디가 그렇게 맘에 안들어?'
허거덕, 철렁.
'엄마가 언제 현승이 몸이 맘에 안들대?'
'아니이~ 그러면 왜 자꾸 수영을 시킬라고 그래?'
'뭐 그건....건강해지고, 키도 커지고....모.....$%&$%&*^$%'
'그러면, 알겠어. 그거 때문이면 내가 이제부터 수영을 안하는 대신 우유랑 치즈를 많이 먹을께. 그럼 되겠네. 됐지?'

#2
워낙 이름난 배트맨이시라 뭘 좀 드시게 하기가 어려운 분.
고기를 몇 점 먹여볼라고
 '고기 다섯 개만 먹으면 컴터 하나 하게 해줄께' 하니..
'싫어'
'그럼, 두 개'
'싫다니깐'
'그럼....컴터도 시켜주고 콜팝도 사주고 책도 하나 읽어줄께'
'싫어'
라고 계속 거절당해서 맥이 풀리는 순간, 쓰러지게 만드는 저 놈 말소리.
'안 통하지?'

#3
유치원 들어가서 처음으로 가는 현장학습인데 지각을 했다.
갔더니 현승이반 친구들은 버스타러 다 가고 없어서 다른 반 선생님 따라서 버스로 갔단다. 데려갔던 아빠도 그 얘기를 들은 엄마도 하루종일 마음이 쓰이긴 한 가지.
이 녀석이 아침에 유치원에 데려다줄려치면 내내 잘 가다가 입구에 가면 긴장을 해서 경직이 되는 녀석이다.  담임선생님과 반친구를 만나기까지 얼마나 불안해했을까 싶어서 저녁식사하며 아빠가 물었다.
'다른 반 선생님 따라서 버스로 갈 때까지 현승이 무슨 생각했어?'
'별로 생각 안했어.'
'엄마 아빠한테 화가 나지는 않았어?'
'아! 화가 났어. 그런데 나한테 화가 났어?'
'왜애? 왜 너한테 화가 나?'
'일찍 일어나질 않아서...'

자기반성 잘 하는 것도 아빠 닮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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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말 안 듣는 동생놈.
후딱하면 '나 안 놀아. 엄마한테 일를거야' 하면서 판을 깨니,
그 놈 얼러서 데리고 노느니 혼자 놀자.
도대체 무슨 놀이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러구 바삐 왔다갔다 하시는 누님.


가끔은 재밌기도 하지만 무슨 놀이든
스토리와 역할이 있어야만 하는 까다로운 누나.
어벙한 나를 꼬셔서 어떻게든 지가 하고 싶은 대로 메니지먼트 하는
지도력 충만한 부담스러운 누나.
내 무한 상상력을 지 맘대로 짤르는 누나 비위 맞춰 노느니...
내 방식대로 혼자논다.
집게 양손에 잡고 팔을 뻗치고 기어다니면...
나는야...
사.
슴.
벌.
레.

01234


저건 놀인지 운동인지 알 수 없으나....

암튼, 같이 놀다 힘들면 따로 놀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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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오래되고 하루 죄~~~엥일 집에서 놀고 또 놀다 더 이상 할 짓이 없어졌는데 장롱을 뒤지기 시작했씁니다. 아빠 넥타이 엄마 옷을 꺼내 입고 놀기가 며칠을 갔습니다. 그러다 채윤이 장롱 한 가운데 예쁘게 모셔져 있는 드레스를 보았습니다. 눈이 뒤집히시더니 바로 실내복이 드레스로 바뀌셨습니다. 평소 집에서 둘 다 내복 한 벌씩 쫙 빼입고 뒹구시는데 겨울방학용 복장으로는 내복 한 벌이 딱이지요.

며칠 전에는 채윤이 키에는 맞지 않는 작은 드레스를 현승이가 입겠다고 입겠다고 하는데 허락을 안해주더군요. 그 때문에 둘이 싸우면서 '다시는 전동차를 못 타게 하네. 엄마 새벽기도 가서 깨도 안 돌봐줄거네...어쩌네' 시끄럽더니 마음을 바꾸셨어요. 현승이 한테도 입혀 놓으니깐 한결 노는 재미가 더하잖아요.


현승이가 파마를 한데다가 그 머리가 길어지기까지 해서 비쥬얼이 딱 여동생이네요. 한참 놀다가 채윤이 한숨을 푹 쉬면서 '니가 진짜 여동생이었음 좋겠다' 이러네요.ㅋㅋ



자발적으로 동영상 촬영을 요구해서 저렇게 생쑈도 보여주고요.
요번 방학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보면서 묵상중인데요.
영화관람도 저렇게 차려 입으시고 하신답니다.


영화시작 전 현승이는 '엄마! 이거 봐. 에델봐이쓰~에델봐이쓰~' 노래하면서 빙글 돌면서 '엄마 나 여기다 앞치마만 하면 마리아 같지?'이러시네요.
성정체성에 혼란이 가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을 해보면서.
딸 둘을 키우면 이런 그림에 이런 맛이겠구나 싶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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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지신 친정엄마,
또 이사와 관련해서 이런 저런 분주한 일들,
거기다 성탄절 준비 등등....
블로그가 영 부실합니다.

누구 보라고도 아니고 혼자 좋아서 놀고 있는 현승이 동영상으로 공백을 좀 메꿔보렵니다.

스타일은 꼭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가오낫인가 하는 애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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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만 비슷한 줄 알았더니...

지난 주 토요일 아침.
현승이는 아직 어린 것이 금요일 저녁에 잠이 들면서 꼭 하는 말이
'나 내일 유치원 안 가? 아~ 늦잠 잘 수 있겠다'
이러시는데 이건 직장생활에 쫌 찌들어본 피곤한 직장인이나 하는 소리 아닌감요?
암튼, 토욜 아침. 학교가는 채윤이랑 출근(?)해야는 아빠를 깨우는 중.
엄마 닮아서 한 번 깨우면 벌떡 일어나는 채윤이랑 같이 합동작전으로 아빠를 깨우고 있었다지요. '자~ 아빠 괴롭히기 시~이작!' 하면서 본격적인 공격개시 하는 순간. 이불 뒤집어 쓰고 있던 현승이 눈을 번쩍 뜨고는 '하지마! 괴롭히지마!' 합니다.
동병상련이라고 해야하나? 잠을 자 본 놈이 잠맛을 안다고 해야하나?
지켜주겠다는 거지요. 최소한 잠자는 아빠는 지켜주겠다는 거지요.ㅎㅎㅎ
그 말에 웃겨서 킥킥 웃느라고 아빠의 잠이 달아나버리는 쾌거를 이뤘다는 거죠.

지난 주에 도사님 니트티를 하나 사야해서 쇼핑을 하는데,
남자들이 회색 입은 걸 좋아하는 저는 보는 옷마다 일단 그레이톤에 먼저 손이 갔죠.
자기 옷을 사도 늘 미온적인 태도인 도사님께서 슬쩍 한 마디 하십니다.
'나 실은 회색 싫어해. 이런 색(네이비를 가리키며) 밝아서 좋더라구'
아뉘, 그걸 10년이 넘도록 안 알켜주고 여태 회색 옷을 그리 넙죽넙죽 입고 다녔단 말이오?

그 다음 날 아침.
유치원 가는 현승이 옷을 입히면서 날이 추워졌길래 목까지 올라오는 회색 폴라티를 꺼내서 입히려 하는데.... 현승이 녀석 '이거 안 입을래. 이거 입기 싫어' 합니다.
날이 추워서 이렇게 목이 올라오는 걸 입어야 한다고 설득을 하니
어쩔 수 없이 목을 끼우면서 하는 말.
'나 회색 싫어해. 색깔이 쫌 깜깜해 보인단 말야'
에? 아빠랑 입 맞췄냐?

우씨, 나는 남자들 회색 입은 거 좋아하는데 두 남자 다 싫어하니 이제 맘대루 사다 입히지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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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어렸을 때는 집에 같이 있어도 내 시간이라는게 도통 없었기에 뭘해도 불안한 5분 대기조 느낌이었었다.
현승이가 한 20개월이 넘어서부터는 둘이 제법 노는 게 가끔 '나 이렇게 한가해도 돼?' 하는 생각에 혼자 화들짝
놀랄 정도로 적응이 안되곤 한 적도 있었다.
어느 새 애들이 많이 자라서 숙제를 봐주거나 할 때가 아니면 얼마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좀 집중이 필요한 책을 읽는다든가, 글을 쓰는 건 어렵지만....

누나랑 함께 있을 때면 모르겠는데 누나가 어디가고 없는 날에는 '엄마 심심해'가 5분에 한 번 씩 나오는 말.
그러면 예전 생각이 나곤한다.
컴터 앞에 앉아 있어도 언제 현승이 녀석 코맹맹이 소리로 '엄마, 나 심심해. 누나 언제와?'를 하며 들이댈 지 모르니 말이다. 누나가 친구 생일파티 간 토요일 오후에 언제 이 녀석 같이 놀자고 할 지 모른다 싶어 조마조마 하면서 인터넷 하고 있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안 온디. 거실에서는 쏠티 노래가 요란스럽게 흐르고 있고 그 외에는 아무 소리가 안나는게 한 30분이 된 것 같았다. 슬쩍 나가보니 저러구 누우셔서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하시는데 이젠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는 말이지. 그 동안 귀로만 듣고 불렀던 노래들의 글자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한가보다.

참, 저러구 노는 거 보면 세월 좋다~ 팔자 조~옿다. 하는 말이 절로 나오고 덕분에 내 팔자도 잠시 늘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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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남이 화두가 되어 엄마 블로그에서 자기 얘기가 설왕설래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는지
사건 하나 또 만들어주신 김현승님 입니다.
오늘 손님이 오셔서 즐겁게 식사하고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던 현승이 뒷정리를 하는데 좀 떠있더라구요.
설겆이를 하다가 우연히 뒤를 돌아봤는데 식탁 위에 놓이 차 여과기를 가지고 노는게
'어째 좀 위태위태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
여과기는 바닥에 떨어졌고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여지없이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이구~ 내가 저걸 살려고 몇 번을 망설이고 돌아서고 하다가
어찌어찌 생긴 상품권으로 벌벌 떨면 산 것을....'

바~로 엉덩이 한 대 갈겨주고 싶은 마음 치밀어 올랐지만
곁에 있던 남편이 '참어' 하는 눈빛을 보내기에
'현승이, 괜찮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 돌아서서 설거지를 하는데 속에서 불이 나 죽갔지요.
마음을 읽는 아이니 엄마 마음이 어떻다는 것도 알 것이고,
게다가 가산점을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는 채윤이.
'저거 엄마가 얼마나 아끼는 건 줄 알아? 엄마 마음이 얼마나 슬프겠니?
 내가 돈 모아서 꼭 엄마 사 줄거야' 합니다.


현승이 슬슬 눈치를 보기에 '이리 와'하고 안아주면서 말했습니다.
'현승아! 엄마가 저거 아끼는 건 지 알지?
그렇지만 저거보다 현승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엄마가 화를 내지 않는거야.
그런데 사실 엄마가 너무 아까워서 마음이 좀 아퍼.
그러니까 현승이한테 아주 친절하게는 못 대할 수도 있어. 이해할 수 있지?'
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리를 다 마친 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현승이가 다가 오더니 엄마 가슴에 손을 슬쩍 얹어 놓습니다.
아까 현승이랑 대화하면서 '엄마가 마음이 아파' 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렸거든요.
나름 아픈 엄마 마음을 만져주겠다는 거지요.
그러면서 '내가 엄마 한 번 안아줄려고' 합니다.
그리고 엄마를 꼬옥 안아주는 현뚱이.

아흐, 부드러운 넘! 너무 부드러운 놈인 관계로 이 사건도 완전무죄. 처벌불가! 꽝꽝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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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마~아! 누나가 마음으로 나한테 나쁜 말 해.
아냐, 알 수 있어. 알 수 있단말야. 진짜루 마음 속으로 나쁜말 했단말야.
마음 속으로 해도 내가 다 알아. 입도 이렇게 쪼금 했단말야.


# 2

엄마~아! 누나가 나를 모른척 해.
누나 옆에 와도 나를 자꾸만 모른 척 해.
정말이야. 모른 척 하는거야.
아니야. 누나가 거짓말 하는거야.
아까 모른 척 했어.


두 사건 다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석방 되겠습니!ㅋ

현승아 고자질도 심증만 갖고 하면 처벌하기 어려워.
고자질을 하려면 누나처럼 이렇게 하는거야.

엄마! 우리 반에 최석호가 나한테 나쁜 말은 아닌데 행동으로 나쁜 말을 해.
소리는 안 나지만 나쁜 말이야. 이렇게 손가락을 다 접고 오빠 손가락만 펴서
나한테 내밀어. 이거 나쁜 말이지? 그래서 내가 나쁜 말이라고 혼내줬어.
엄마도 다음에 학교에 와서 한 번 혼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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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여기서 김현승 찾아봐.
라고 말해서
김현승 많네. 여기도 김현승, 또.... 여기도...
우헤헤헤.... 그건 김현승 아니야. 감현승이야. 저건 김원승이구... 진짜 김현승 찾아봐.
그러고보니 진짜 김현승은 하나 밖에 없어요.
혼자놀기 잘 하는 현승이가 만들어낸 놀이랍니다.
우아, 이거 재밌다. 앞으로 심심할 때는 이거 하고 놀아야 겠다.
수~우~~웁(흥분해서 입 안에 가득 고인 침 수습하는 싸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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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다 소리없이 강력한 경고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채윤이도 아니고 현승이의 작품이라니....
'그래도 엄마가 매일 저런 얼굴은 아니잖아. 아주 부드러울 때도 있어서 니가 좋아하잖아' 했더니.
'그렇지만 화를 안 내는 날은 없잖아'
헉!
변명해 무엇하리.
너의 말이 아니라 그 분의 음성으로 들으마.

'아이들의 심판관이 되지 말고 내 사랑을 보여주란 말이다.
너의 아이들이 아니, 네게 맡긴 나의 아이들이 내게 오는데 네가 디딤돌이 되어주란 말이다.
네게 맡긴 아이들이 내 사랑을 알기에는 너무 멀어서 바로 곁에 너를 두었나니...
너를 디디고 내 사랑 안으로 올 수 있도록 내 사랑을 보여주란 말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 분의 경고로 들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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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채윤, 현승 셋이서 밥을 먹고 있는 중.
남매 사에에 티격태격 말다툼이 시작됐다.
화가 난 누나가
 '그러면 너는~ 동물원에 가서 표범하고 같이 살아라랏!' 하니까.

동생은 능청을 떨면서
'그래. 좋아. 나는 표범하고 살고 싶었어. 알았어. 우헤헤헤' 한다.


그러자 열 받은 누나 '너 표범이랑 산다고 했지. 잠깐만 기다려' 하더니.
일어나서 수화기를 들고 어디에 전화하는 척, 그리고 그 다음 대사.
"아~ 동물원이죠? 예, 예, 거기 표범 옆에 자리 하니 있나요?
 네, 네...아~ 있어요.

그러면 내일 아침에 데려가면 될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
"
이렇게 전화를 끊더니...
"자리 있대. 김현승, 너는 내일 아침에 동물원으로 데려다 줄께. 알았지?" 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그걸 보던 엄마가 바로 일어나서 전화기 앞으로 갔다. 그리고 수화기를 들고는...
"아~ 동물원이죠? 조금 전에 전화한 집인데요.
혹시 표범 옆에 두 자리는 없나요?

두 명을 보낼려고요. 하나는 아홉 살이고요 또 하나는 여섯 살이예요.
아~ 예 있어요?

네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데려가겠습니다"
하고 끊었다.

여기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내일 아침 동물원에 보내질 여섯 살이 일어나 다시 수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동물원이죠? 그런데요 사실은요 여자 두 개를 보낼거예요.
하나는 아홉살이고요 또 하나는 사십 살 이예요.
그런데에~ 사십 살 짜리 여자는 쫌 늙었어요"


켁!
40살 짜리 여자는 동물원에 보내지기 전에 밥 먹던 게 목에 걸려서 바로 천국으로 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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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된 일이지만 현승이의 바이올린 첫 무대 이야기를 묻혀 두어서는 안되겠네요.
지난 5월31일 현승이가 다니는 음악학원에서 야외 음악회를 했지요.
첼로를 하는 일곱 살 누나하고 '작은별 변주곡' 듀엣을 했답니다.
소심남 김현승이 과연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온 식구가 마음을 졸였는데.....와~ 무대에 올라가서 손 흔드는 여유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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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설 하는데 형아 누나들이 연주하는 걸 보면서 사뭇 긴장되는 모양이죠.
이 날 의상이 딱 어울려서 어찌나 귀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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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어린 두 연주자였답니다.
연습하는데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둘이 맞춰 보려고 만났는데 각각 다른 key로 연습을 한 거예요.
즉석으로 현승이가 A장조 노래를 D장조로 바꿔서 연주해주는 순발력을 발휘했다는 거요.
물론 줄만 밑으로 두 줄 내려오면 되는 거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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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큰 현승이'라고도 불리는 범식이 형아의 베이스 찬조출연도 있었답니다.
머지않아 장난감 만한 크기의 1/8 바이올린과 어마어마한 크기의 베이스 듀엣을 들을 걸로 기대가 되는데요.
비슷하게 생긴 두 사람이 비슷하게 생긴 악기를 들고 연주하면 얼마나 재미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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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비디오 카메라 준비하시고 젤 앞에 앉으셔서 촬영하시던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저 놈이 저거 많은 사람 앞에서 하기나 할래나....안 해도 돼. 서보는 것만 하고 담엔 하면 돼'
하시면서 더 긴장하시더니 여유있게 연주하는 걸 보고 기분이 좋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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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뚱이! 나이스 플레잉~~~

당일 연주한 동영상은 용량이 커서 못 올라가니 아쉽지만 정장 대신 런닝 패션으로 편안하게 연주하신 '주먹 쥐고 손을 펴서' 들려드립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슬픈 '주먹 쥐고 손을 펴서'는 첨 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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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현승이랑 잘 어울리는 악기 바이올린.
사이즈하며 민감하고 가녀린 소리울림 하며 현승이랑 참 잘 어울려요.
처음에는 한 5분 들고 있으면 팔 아프다 어쩌다 꾀도 많이 부리더니
요즘은 연습 시작했다 하면 꽤 긴 시간 잘 참아낸답니다.
열연습에 빠졌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바이올린 몸체 위로 맑은 물줄기가 반짝이는 겁니다.
한 줄기 시내가 바이올린 위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수원지를 추적한 결과 다름아닌 늘 촉촉히 젖어 있는 그의 입술이었습니다.
연습에 집중한 나머지 줄줄 입에서 땀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의 침 이야기는 여섯 살이 되어도 끝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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