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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내가 MBTI로는 반대유형이고 에니어그램으로는 몇 번이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많은 얘기를 하곤 한다. 그런 도구들로 인해서 남편을 보게 되었기에 객관적인 시각도 생기고 남편을 더 이해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이렇게 MBTI와 에니어그램의 매력에 푹 빠져 배우고 또 배우는 이유는 남편을 온전히 이해하게 만든 쓸모있는 도구였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MBTI에서 길을 잃은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말이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MBTI에서 말하는 '너랑 나랑은 이렇게 달라. 이런 성격유형을 타고났대. 그래서 이렇게 안 맞는거야. 너는 너대로 살다 죽어. 나는 이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말이야'
이러면서 내게 질문을 해오면 답할 말이 없었다. 사실 나 역시 아주 상태가 안 좋을 때 남편과 갈등이 생기면 그랬으니까. '으이그...저 정내미 떨어지는 INTJ! 니가 내 깊은 정서적 욕구를 어떻게 알고 터치해 주겠니. 내가 포기하고 말지. 잘 먹고 잘 살아라. 내가 니 사생활 터치 안할테니 혼자 책이나 파고 살란 말이다' 이러고 있었으니까.

에니어그램 지도자과정 수업시간이 어떤 분이 선생님께 질문을 했다. 질문의 요지는 갈등이 일어나는데 상대방에게 에니어그램을 설명하고 '너는 이런 유형이고 나는 이런 유형이라서 그래'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갈등해결이 되겠냐? 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만 정직해지면 된다. 내가 먼저 가면을 벗고 진실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가면을 벗게된다. 사실 경험 상 안다. 갈등이 일어날 때 상대방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가? 가장 빠른 해결방법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나를 정직하게 돌아보기만 하면 굳이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낼 필요도 없었다.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_옛 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에서 남편과 갈등이 생길 때 남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식 하나를 배웠다.

남성 속에 숨어있는 여성성, 아니마.
여성 속에 숨어있는 남성성, 아니무스.

책에 나오는 얘기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성숙한 관게로 발전하려면 자신의 아니마, 아니무스와 자기 곁에 있는 상대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성과 이해하지 못할 때 상대에게 자기 무의식을 투사하게 된다. 상대방의 본 모습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상대에게서 그 모습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흔히 '남자가 어떻게...' 또는 '여자가 어떻게...'라는 표현을 쓸 때 우리는 내 앞에 있는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여자와 남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고백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기대하는 남자와 여자가 바로 자기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아니마, 아니무스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들면서 남편과 더 깊은 '영혼의 친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편의 어떤 모습을 보면 또 넘어져서 질퍽거릴 때가 없지 않다. 이젠 내가 기도도 좀 안하고 상태가 영 메롱메롱 할 때 조차도 남편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지에 올라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내 안의 아니무스를 정직하게 찾아보고 직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모처럼 재.미.있.는 책을 만나서 읽었다. 사실 어떤 책을 읽는다는 건 읽는다는 그 자체로 재미가 있다는 얘기겠지만 '재밌다. 재밌다'는 말이 입에 착착 붙어 나오는 책이었다. 여러 옛 이야기를 여성 신화학 박사가 새롭게 풀어내서 들여주는 얘긴데 그 중에서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는 건강한 결혼을 위해서 건강한 시각을 열어주는데 여러 번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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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9주년 기념 이야기 하나.

어제 5월 1일은 도산공원의 신록이 눈 부시게 푸르르던 날.
생애 가장 아름다웠던 우리의 결혼식을 기념하는 날.
아침에 채윤이가 그럽니다.
"엄마! 오늘 엄마 아빠 결혼한 날이지. 아빠도 없는데 엄마가 좀 그렇겠다.
현승아! 오늘은 엄마 아빠가 결혼한 날이야. 음....개교 기념일!"
채윤이는 가정을 학교로 생각하나보다.ㅜㅜ
요즘 두 자리수 덧셈 뺄셈 안 된다고 엄마가 너무 잡았나보다.

이야기 둘.

지난 2월 삐순이 아내 생일에 공수표 몇 장 남발한 죄.
당일에 성경학교 마친 휴유증으로 완전 무기력으로 기대 만땅 아내를 무지무지 실망시킨 죄.
그 벌을 혹독하게 받은 피리님이 바짝 긴장하시고 기념일을 챙기셨습니다.
목요일날 학교로 내려와서 하루 자고 올라가라는 등, 몇 가지 제안을 하시다가..
결국 금요일 상경하자마자 애들 맡기고 건대 앞 스타시티에서 백만년 만에 영화 보고...
감쪽같이 눈을 속여서 차 트렁크에 실어둔 상자 안에 세상에나 세상에나 커플티가 들었습니다.
완전 예상을 빗나간 선물. 예상을 너무 빗나가서 감동 백 배.
색깔이며 사이즈며 너무 맘에 들게 골라와서 감동 이백 배.
피리님이 안 하면 안 하는데 한 번 하면 좀 쎄게 하죠.ㅎㅎㅎ JP 스타일 결혼기념일 선물 괜찮죠?

이야기 셋.

유브갓 메일 6월 원고 쓰면서 우리 부부 얘기를 좀 했더랬죠.
내 일생에 가장 큰 선물은 남편을 만난 것이다. 사실 에니어그램 '나의 구원사'라는 숙제를 쓰면서도 써먹었습니다. 서로의 가장 연약한 점을 알고, 또 자주 보면서도 처음 만났던 그 날 보다 더 뜨겁게 사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 이제는 그 사랑은 '영혼의 친구'라는 말 외에 달리 부를 이름이 없습니다. '영혼으로 하나됨' 도 있네요.
원고를 좀 봐달라고 이메일로 남편한테 보냈는데 교정 대신 '이 보다 더 훌륭한 결혼기념일 선물은 없을 것 같아'하는 문자가 왔어요. 앗싸~ 돈 안 들이고 선물 퉁!

이야기 넷.

영화보고 나서 구리 고수부지에 가서 연애 때 처럼 강을 마주하고 앉았습니다.
연애시절에 정말 많이 갔던 곳이 한강변 고수부지였죠.
이제 나란히 앉아 있어도 그 때 처럼 긴장되고 콩닥거리는 마음은 없지만 늘 마음 깊은 설레임은 하나 있죠. 앞으로도 날이 갈수록 더 깊어질 우리의 사랑과, 영혼의 하나됨을 그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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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주님 보내신 나의 가장 귀한 선물
그대는 하늘로부터 내려진 귀한 선물.
그대는 밝아오는 새벽인양 싱그런 사랑으로 전해오네.
때로 그대 지쳐 두 눈에 눈물 고일 때
그대 손 잡고 주의 길 함께 하리.
그대는 주님 보내신 아름다운 사랑의 편지
그대는 주님 보내신 예쁜 사랑의 하모니'

어린이 성가대 아이들과 함께 부르면 신랑신부 입장을 했던 곡입니다.
오늘 저 노래의 가사를 마음으로 다시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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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좋아합니다. 커피 진짜 좋아합니다. 잠 올 때 마시면 잠 깨고, 잠 안 올 때 마시면 잠 오고, 기분 나쁠 때는 스트레스 풀리고......기타 등등....커피 진짜 좋아합니다. 그래서 커피 좋아하는 사람도 좋아합니다. 빨간 색 맥스웰 믹스커피만 말고는 다 좋아합니다. 커피 완전 알라뷰~라고요.

남편이  프림커피를 완전히 끊고 원두커피만 마시기로 한 지가 몇 개월. 방학동안 집 근처 커피 볶는 집에서 원두를 사다 갈아서 내려 먹었더니 입맛이 완전 높아지고 말았습니다.
갓 볶은 커피를 갈 때와 그걸 여과지에 걸러서 내릴 때 집 안에 쫘악 퍼지는 향이란 말입니다. 특별히 바쁜 일이 없는 날 오전에 주방으로부터 퍼져나와 거실을 감싸는 커피향은 그 자체로 여유의 모든 것이죠. 지난 방학동안 이 커피향에 취해 남편과 마주앉아 나눈 무수한 이야기들이 커피향과 함께 되살아 나는 듯 합니다.

오늘은 남편이 새벽기도를 갔다가 바로 장례식이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아침 먹여 보내고 커피 생각이 나서 보니 커피가 딱 한 번 갈아 마실 정도가 남아 있네요. 좀 있다가 남편 들어오면 같이 마지막 잔을 마셔야겠다 싶어서 혼자 일단 맥심모카 골드 한 잔으로 아침 카페인 복용을 해뒀습니다.

남편이 들어온다는 전화를 받고 현관문을 열자마다 커피향을 맡게 할 요량으로 시간을 맞춰 커피를 갈았습니다. 실은 한 발 늦었습니다.ㅜㅜ 봉지에 마지막 남은 커피알을 쏟으면서 '사르밧 과의 심정으로' 하는 말을 했습니다. 웬 뚱딴지 같은 사르밧 과부? 엘리야 선지자에게 자신과 아들이 식량인 밀가루를 가지고 식사대접을 했다는 그 과부 말입니다. 마지막 커피를 터는에 그 생각이 나지 뭡니까.

실은 이제 원두 사러 그만 가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일단은 남편이 없이 혼자 저걸 사다 마시는 게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보다 너무 높아져 버린 입맛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커피를 생산하는 제3 세계 농민들의 사연에 대한 얘기도 마음 한 구석을 좀 불편하게 하기도 했지만요. 무엇보다 이렇게 마시기 전까지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까페라떼가 그렇게 맛있었는데....지난 주 평택에 강의를 갔다오다가 안성 휴게소에 들러서 사 마신 까페라떼가 예전 그 맛이 아닌 거예요. 커피는 그 커핀데 이느무 입맛이 그 입맛이 아닌 게 된 거죠.

교역자가 되고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을 적잖이 하게 됩니다. 성도들이 목회자들을 대접하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식당에 초대해서 대접도 하고 그러시는 것 같은데....한 두 번의 이런 경험이 입맛을 너무 높혀 놓는 겁니다. 무엇보다 내 돈 내고 먹는 거 아니니까 평소 못 먹던 거 실컷 맛있게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배가 터지게, 그야말로 소화도 못 시킬 정도로 먹고 나서는 밀려오는 몸의 체증과 마음의 체증이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비싸고 좋은 음식 얻어 먹는 것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이 될까봐 걱정도 되구요. 생활수준과 맞지도 않는 식당에 가서 앉아 있는 것, 이상하게도 정서적인 균열을 가져오드라구요.

이렇게 하나 씩 하나 씩 입맛을 고급화시키면 안 되겠다는 얘기를 남편과 여러 번 했었어요. 그런 의미로 맛있고 향 좋은 커피를 좀 자제해 볼려구요. 그래서 마지막 남은 커피알을 털며 '이게 끝이다' 하는 심정이라서 사르밧 과부 얘기를 꺼낸 거지요. 절대 사 먹지 않겠다거나, 다시는 사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고....그저 좀 자제해 볼 생각이예요. 일단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까페라떼가 예전 맛으로 느껴질 때까지 만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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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또 1등 하고 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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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남편이 둘 사이의 소통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쓰는 비유가 있어요. 앞 베란다 뒷 베란다 문이 다 활짝 열려 있을 때 바람이 통하면서 시워~언한 그 느낌을 말하곤 하죠. 반면 한 쪽이 문이 닫혀 있을 때는 다른 한 쪽에서 아무리 바람이 불어대도 거실을 종횡무진 하면 시원하게 하는 느낌은 없죠.

오랫만에 앞 뒤 베란다 문이 다 닫혀서 거실에 바람 한 점 안 들어오는 깝깝한 며칠을 보냈습니다. 안개 속 같다고나 할까요. 인생은 항상 재미있어야 하고, 그 재미를 늘 누군가와 나눠야 하는 여자와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가까이 다가올 때 물미역이 몸을 감싸는 느낌, 젖은 신문지로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는 남자가 9년을 가까이 살아왔네요. 그렇게도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참 잘 이해하고 살아왔다고 자부했습니다. 내 자신보다 오히려 남편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고 느끼게 되었으니 '이보다 잘 이해할 수는 없다' 라고 자부심 충천이었죠.
갑자기 남편을 이해하는 일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고 서로의 '다름'이 우주의 끝과 끝같이 멀게만 느껴져 답이 찾아지지가 않았습니다. 웬만한 갈등 해결하는 건 우리 부부에게는 일도 아니었는데요...

결국 토요일 목장을 하면서  처음으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맞이했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토요일에 이 일, 저 일 마구 어렵게 겹치는 일이 있었고, 주일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연약함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서 기도하기도 싫어졌습니다. 기도를 하면 결국 내 약점을 인정해야 하고, 그렇게 그렇게 해결되는 것이 싫어서 애써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원래 이번 주는 방학 전부터 계획해 놓은 가족여행을 가려던 시간이었습니다. 부산에 있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친구 가정에도 가고 여러 계획이 있었지만 다 포기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각자 자기 문제에 골몰하며 며칠을 보내고 있었고, 결국 자기 안에서 문제를 찾다보니 둘의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이 되었습니다.
결혼식 마치고 첫날 밤을 양평에 있는 힐하우스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꼭 여기 와서 자자' 하는 약속도 했습니다. 결혼 9년이 되는 동안 한 번도 그 약속을 지켜보지 못했습니다. 각각 생각을 했는데 둘 다 힐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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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보이는 강 건너의 풍경에 어떤 뒤틀린 마음도 확 풀어져 버릴 것 같았습니다. 저녁 어스름한 빛에 물에 비친 산그림자가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우리가 처음 서로에게 마음을 뺏기고 어쩔 줄 모를 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지요. 결혼식을 마치고 양평으로 향하던 그 드라이브 길은 제 평생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렇게 제게 주신 가장 아름다운 선물 같은 존재였지요.

MBTI가 관계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지만 하나도 도움이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래! 너랑 나랑은 원래 그렇게 달라. 생겨먹길 그렇게 생겨 먹었는데 어쩔거야?' 이러기 시작하면 두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없습니다. 그럴 때 회의가 많이 듭니다. 그런데 전향적으로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 내 방식으로만 다가갈 수는 없겠구나. 저 사람과 조화를 이루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정답은 지천에 널려 있는 듯이 보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내가 상대방을 위해서 무엇이 달라지면 될까?' 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때는 이미 게임 끝입니다. 그 때부터는 윈윈이 되는 거죠. 밤이 깊도록 강물이 흐르고 우리의 얘기도 흘러흘러 어느덧 다시 한 마음이 되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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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맞은 새아침에는 그저 각자 가장 좋아하는 놀이를 하면서 함께 있어도 좋았습니다. 물론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여자 때문에 한 번 한 가지만 하고 싶은 남자는 약간 신경질이 나기도 하시지만요.
"우씨! 책을 보는거야. 뭐하는 거야? 카메라는 왜 또 들고.....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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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

명심해야 할 말씀입니다. 더 이상 서로의 차이로 인해서 싸울 일이 없다고 자부하던 것이 큰 교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 발바닥으로 닦아보자' 하는 윤동주의 시처럼 맑을 눈을 가지기 위해 날마다 날마다 입김 호호 불어 닦지 않으면 손에 있는 최고로 귀한 선물을 돌멩이 하나처럼 우습게 여기기 십상인 나의 마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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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양평의 구석구석은 어찌 그리 아름다운 풍경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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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병성이 띄우는 생명과 평화의 편지( http://blog.daum.net/cbs5012)


김종필씨는 나의 사과나무, 나는 그의 나리꽃입니다.
예전 연애할 적에 아가서에 나오는 이것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편지를 주고 받았었지요.
영월 동강 지킴이 최병성 목사님의 블로그에 나리꽃에 맺힌 이슬방울 사진이 올라와 있어서 가져왔네요.

어제는 저의 사과나무께서 수요예배 설교를 하시는 날이었습니다.
설교하는 당사자보다 제가 더 긴장을 했었는지 수요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잠든 후에 혼자서 배가 뒤틀리기 시작, 변기를 부여잡고 사투를 했네요.

'다정도 병인양하여 잠못 들어 하노라'
고등학교 때 외웠던 어느 시조의 종장 부분인 것 같아요.
정말 다정도 병인양 하여 남편의 일에 제가 앓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번 한 주 부천에서 강의가 있어서 출퇴근을 했습니다.
9시 강의가 있는 날은 집에서 6시 50분에 출발을 하는데 우아~ 이렇게 사는 거 못할 일이네요.
그렇게 강의하고 와서는 남편 설교하러 가는데 뻗을 수 없어서 부랴부랴 찌게 끓여서 저녁준비하고,
함께 교회 가고요....
설교 하는 내내 마음으로 졸이고 앉아 있다가 급기야 한밤중에 배가 뒤틀리는 것이었습니다.
참 병입니다. 병이예요.
아침에 그 얘길 하니까 남편이 '당신 지휘할 때나 강의할 때도 그렇게 긴장돼?'해요.
아니거든요. 지휘를 해도 강의를 해도 살짝 떨리긴 하지만 남편이 설교를 할 때처럼 떨리지는 않아요.
그러니 병이지요.
어쩝니까. 나는 그의 나리꽃인것을....

아~ 내일 하루면 긴 한 주가 끝이납니다.
내일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나가야 합니다.
내일 저녁은 오고야 말겁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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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가 마치자마자 바로 하루라도 코에 바람을 넣고 싶었으나....
교역자인 JP님은 성탄절 즈음이 완전 성수기이신지라 꼼짝을 못했습니다.
도사님이 혼자 시간이 되신다고 움직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떻게 어떻게 해서 시간을 하루 내서 당일로 '코에 바람 넣기' 프로젝트를 단행했습니다.
강원도 가는 길목에는 양평이 있어서 더 좋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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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가는 길에 안개가 쫘악 깔려 있는 것이 분위기 지대로구요.
출발 할 때부터 날씨는 구리구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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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가 검단산인가? 암튼 양평 가는 길에 오른쪽을 보고 찍은 것인데...
새로 생긴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면 속초까지 두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나보네요.
설악산 자락에 테디베어 전시장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여기가 두 번은 못 갈 곳!
입장료부터 시작해서 완전히 돈 잡아 먹는 곳이더군요. 덕분에 사진은 몇 장 건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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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현승이가 갖고, 아빠는 채윤이가 갖고....니들 그렇게 엄마빠를  뺏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니들이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순 없단다.
아래 사진을 보란 말이다. 니 아빠를 보란 말이다.
니 아빠가 엄마 옆에서나 저렇듯 귀엽고 깜찍한 표정이 나오신단 말이지.
엄마는 마네킹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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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와 함께 유난히 사진빨을 좀 받는 채윤이.
언제나 사진빨이 좀 되는 현승이.
그리고 본인은 맘에 안 들어 하시지만 저렇게 밝은 표정으로 웃기도 하시는 진지남 도사님.
하나 씩 눌러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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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바다예요.
속초의 동명항은 여러 번 갔던 곳이지요.
재작년 추석에도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회를 떠 가기도 했던 곳이고,
엄마한테는 아주 힘든 기억이 새로운 곳이기도 하네요.
 동명항에서 속초 쪽을 보면서 찍은 사진인데 하루 종일 하늘을 저렇게 묵직하게 분위기 잡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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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가 몇 살이 될 때 까지 저렇게 아빠의 장난감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탁 트인 공간에 가서 아빠 기분이 좋아지면 바로 시도하는 놀이죠. 옆에서 지켜보던 채윤이 '나두! 나두!' 하면서 달려들지만 그 따님 들어올리기가 무섭게 아빠 허리가 주저앉는대나 어쩐대나 '아이구 허리야~' 하는 추임새가 절로 나오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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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바다가 저렇게 말고 푸르렀단 말인가?
바닷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요, 해녀 아주머니가 들어가셔서 굴 따는 모습도 그대로 보였어요.
해녀 아주머니 일하시는 걸 구경하다가 채윤이가 "아빠! 저 아줌마 물에 빠지면 어떡해?" 하고 걱정을 하네요.
아빠 하시는 말씀은 "괜찮아. 이미 물에 빠졌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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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다가 백도 해수욕장에 들어갔습니다.
캬~아, 겨울바다에 우리 식구를 제외한 개미 새끼 한 마리 없고....
모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지난 여름의 파도타기를 추억하면서 밀려오는 파도랑 맞짱 뜨다가,
결국 모두 신발이고 바지고 젖고야 말았지요.
바다에 선  채윤이네  가족 뒷모습 뒷모습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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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신경좀 써서 찍어 준 엄마의 뒷모습도 그런대로 괜찮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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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가 다정하게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는 뒷모습도 이쁘고 볼 만 하지만....
뒷모습 시리즈의 압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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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겁니다.
배 타고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것이냐?
물질하러 물 속에 들어 간 엄마가 굴 따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냐?
세 식구, 특히 아빠의 뒷모습이 상당히 처량맞아 보이는 이것이 압권입니다.





강원도 갈 때는 꾸불꾸불한 고개를 넘어가면서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며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으로 살다 갈 것을....이 산 저 산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이 노래도 불러주고 해야하는데...
아무래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다시 터널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 년 전 직장 다닐 때 직원연수를 가서 정복했던,  저 울산바위와 눈을 한 번 맞춰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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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차 안에서 두 아이는 난민수준 입니다.
바다에서 내복까지 다 젖어버린 채윤이와 현승이는 차에 타자마자 내복 바람으로 벗어 놓은 젖은 옷을 널어넣고 있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난민입니다.
저러고도 좋다고 둘이 손을 잡고 '마법의 성'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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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끼리 저렇게 놀아주면 앞좌석 엄마 아빠는 끝도 없는 이야기 꽃을 피우지요.
굳이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은 도사님께서 방학을 하셔도 해야 할 많은 일, 읽어야 할 많은 책으로부터
자유로와지질 못하셔요. 일상에서 자유로와지지 않는 건 저도 마찬가지죠.
아이들 돌보는 일, 하루 세끼 밥 먹는 일, 그리고 여전히 출근해야 하는 일상으로부터 자유로와져서
남편과 눈을 맞추고 집중하여 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다 놓고 떠나서 오고 가는 긴 시간 동안 우리들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
우리의 사명, 삶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하루 쉬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은 시간적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떠났는데 다녀와보니 그렇지가 않네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부간의 신뢰는 항상 따로 시간을 떼어내고 서로에게 집중하는 십일조 같은
시간과 공간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루 이렇게 보낸 시간이 각자의 일상을 버텨내고 서로의 일상을 믿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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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옵니다.
지금 JP는 세상에서 자신이 젤 못하는 거,
밤샘을 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달려온 한 학기를 마무리 하는 밤이지요.
심한 축농증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은 몸으로 공부하고 있을 남편을 위해서 이 시간 깨어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읽을 시간이 없다면 내일 제출할 레폿 하나를 보내면서 교정을 봐달라는 겁니다. 대충 대답하고 대충 한 번 보느둥 마는둥 할려고 했는데....
오늘 수요예배 가서 기도하면서 남편을 위해서 말만 번지르르했지 전심으로 기도해주고, 마음으로 돕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와서는 애들 재우고 꼼꼼하게 그의 레폿을 읽고 최선을 다해 교정을 해주었습니다. 혼자 밤을 밝히며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 정말 신물이 나도록 경험한 일이지요. 이렇게 그의 레폿을 들여다보며 깨어있으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요?

빨리 내일 오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가 돌아오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만큼 부리면서 데이트를 할겁니다.
아주 느긋하게 시간 가는 걸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향 좋은 커피를 마실겁니다.
지난 여름 끝의 어느 날 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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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바쁘게 산다지만,
사실 나를 보고도 사람들이 정말 바쁘게 산다지만,

주어진 시간을 이렇게 요리하고 저렇게 요리해서 마지막 국물까지 쪽 빨아먹듯이 하여 쓰는 사람이 있다. 성격이 차분하고 드러낼 줄 몰라서 바쁜 티도 내지 않지만, 아니 바쁜 티를 낼 시간이면 그 시간을 활용해 과제에 필요한 책이라도 한 줄 더 읽을 사람이니까.

남편이 한 학기기가  또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매 학기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이번 학기 같았을까.
공부, 사역, 가정, 신대원 원보 편집하는 일, 교수님 책 교정 보는 일....
이걸 나같은 ESFP나 ENFP가 한꺼번에 한다면  나름 '하겠거니' 할 수도 있는 분량이리라.
그런데 한 가지 일이라도 깊이 있게, 자신이 세운 높은 기준에 도달해야만 뭔가를 했다고 말하는 INTJ가 서 너 달 동안에 한 일이라고 한다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하루 서 너 시간 자는 걸로 만족하면서 감당해낸 일이다.
남편 평생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한꺼번에 멀티로 해 낸 경우가 없었을 것 같다.
그렇게 달려온 한 학기가 다음 주 한 주 시험과 과제로 마무리 될 것이다.
지금도 다들 집으로 돌아간 학교에 남아서 시간과 맞짱 떠 고독한 싸움을 싸우고 있을 남편을 생각한다.  
주말에 집에 올라와도 어떤 주에는 눈 한 번 제대로 못 맞추고 내려가야 할 만큼 바쁘게 지낸 한 학기였지만 섭섭함 보다는 고마움과 안쓰러운 마음이 그를 향한 내 마음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그러면서도 학교에서 자신의 해야할 역할을 포기하지 않는 것, 기도하는 것이 다름아닌 아내사랑의 표현이라는 걸 알기에 말이다.

목감기로 힘들어하면서 마지막 한 주를 보내고 있는 남편!
이번 학기도 아내가 주는 당신의 학점은 올 A+ 이외다.


01234

<R-zine>

원우회 편집부장을 맡으면서 신문형식이었던 <고신원보>를
잡지형식으로 바꿔서 만든 고신대원 일종의 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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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토요일 남편과 함께 가야하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점심식사 모임인데 채윤이가 학교에 가는 토요일이었습니다. 정확히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고 애들을 데리고 가는 건지 아닌지를 몰라서 남편에게 전화로 물었습니다. 남편이 시큰둥했습니다. 뭐 나중에 알아보겠다는 식이었습니다. 통화할 때가 금요일이었는데 당장 내일인데 언제 알아보겠다는건지.... 전화로다가 짜증을 냈습니다. '나는 애들을 어떻게 할 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채윤이를 수민네 부탁을 할 지, 아니면 기다려서 데려갈 지 결정을 해야 미리 부탁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하고는 서로 기분 나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실 남편은 그 시간 동료들이 수업 마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간 시간 학교에 남아 과제와 학교 신문 만드는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마음에서 확 올라오는 뜨거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집에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일단 확~ 짜증내는 방식은 나나 남편을 모두 기분 나쁘게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확~ 짜증이 난 건 분명한 일이었습니다. 남편의 상황도 모르는 게 아니면서 그렇게 짜증이 날 일이었나? '여보! 정확하게 좀 알아봐줘요' 할 수는 없는 일이었나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남편에게 난 화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러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채윤이를 그 모임에 데려가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은 채윤이뿐 아니라 저 자신도 썩 즐거운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탁 까놓고 말해서 채윤이를 데려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채윤이를 데려가고 싶지 않은 마음도, 그 이유도 마치 제 마음 밖에 나가서 들여다 보듯 객관적으로 보였습니다. 남편에게 시간을 정확히 알아봐달라며 딴지 걸기 시작한 건 단지 시간을 알아봐 달라는 게 아니라 '내가 낼 모임때매 불편하니 내 맘을 알아달라. 당신 때문에 가야하는 모임이니 나한테 조금이라도 미안하게 생각해라' 이것이었던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통화를 할 수 있겠냐고. 전화가 왔길래 그랬습니다. '여보! 아까 미안해. 실은 내가 채윤이를 거기 데려가고 싶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애. 아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알았어. 채윤이는 수민네 부탁하고 안 데려가는 걸로 할께. 마음 편히 숙제하고 이따가 봐'

전화를 끊고 한참있다 남편이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아까 전화해줘서 고마워' 하고요. 그리고 저녁에 올라와서 그랬습니다. '정신실 정말 많이 발전했다' 그 말에 참 고무가 되었습니다. 남편은 바로 전화를 해서 사과한 용기를 칭찬한 것이겠지만 이 에피소드가 기분좋게 기억이 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제가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아주 짧아졌다는 것입니다. 확~ 올라온 짜증의 분명한 이유를 아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고, 그렇다면 그로 인해서 불필요하게 피해를 입은 남편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이런 게 잘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제 감정을 객관화하는 훈련에 시간이 참 많이 걸렸습니다. 요즘에 겨우 이 정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혼 초만 해도 이런 식으로 갈등이 유발되었다 하면(주로 제 편에서 이런 식의 갈등제공을 하곤했죠^^;;) 내가 잘못했든 어쨌든간에 말 안하고 버티기. 최대한 심리적으로 남편을 고립시켜서 괴롭히기. 가장 최악의 경우에 관한 상상의 나래를 펴기....등등의 원초적 본능대로 해결했다죠. 정말 남편의 맘은 커녕 제 맘도 제대로 모르고 살았었어요. 내가 느끼는 걸 잘 인식하는 거 참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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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친구 부부'가 되는 길에 친구가 되어 준 인아와 백현웅씨 부부.
만나서 삶을 나누다 보면
그들 모습에서 우리가 보이고
우리 모습에서 그들이 보이고...
돌아와 생각해보면 그 만남을 통해서 우리 부부를 더 깊은 하나됨으로 빚어가고 계신 그 분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를 주심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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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아이들이 커서 지들끼리 한 없이 놀고 우리에게는 많은 여유를 줄만큼 자랐습니다.
마음의 원대로라면 그 집이나 우리 집이나 아이 네 씩 합해서 여덟인데...
합해서 넷 밖에 이루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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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딸들과 길쭉한 아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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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요즘 강 얘기 진짜 많이 나오네ㅋ) 덕소에 부모님이 사십니다.
주 중에 한 번씩 건너가면 참 좋아하시는데 뭐 이래저래 하고나면 것두 쉽질 않아요.
계속 며느리 몸이 안 좋다는 얘기를 들으시고 홍삼 가져가라 오가피 가져다주랴 하시길래.
'낼 저녁에 제가 갈께요' 했는데 오늘 퇴근하니 영 몸이 아니라서 못 간다고 전화 드려야겠다 싶었어요. 헌데 떡~하니 아버님께서 하남시 나오셨다가 같이 가시겠다고 집으로 오셨네요.
살짝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가서 맛있게 해 놓으신 저녁 얻어 먹고,
홍삼, 오가피, 참기름, 호박전, 삶아서 깐 밤에 다가.... 심혈을 기울여 하신 갈치조림은 냄비째로 들고 왔네요. 까만 비닐 봉다리가 찢어지도록 무겁게 양손에 들고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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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가까이서 부모님을 뫼시는 일이 힘겨운 일이기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부모님의 마음이 마음으로 깊이 느껴져요. 좀처럼 애정표현이나 칭찬이라곤 없으신 분들이라 처음에는 그것이 참 힘들었었는데 이제는 차려놓은 밥상만 봐도 어머니의 사랑을 알겠고, 현승이 장난감 고쳐 놓으신 아버님의 손길에서도 사랑이 읽혀지네요.

검은 비닐봉지에 가득 담긴 부모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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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의 때문에 윌리엄 글라서의 <결혼의 기술>을 읽고 공부하는 중.
김종필씨 내 등쌀에 돌아가실 뻔 하신 적이 있었다죠.

귀 얇은 아내가 에니어그램 공부를 시작하는 통에 우리의 김종필씨 지옥의 문턱을 왔다갔다 하시다 내려가셨습니다.

이상하게 어디가서 남편의 유형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듣고 오면 남편이 막 미워져요.
부족함으로 다가오는 남편의 모습이 클로즈업 돼서는 막 갈구게 되는 거예요.

에니어그램 5번인 남편을 설명하는데 내 맘에 딱 와 닿았던 것.
"이 5번들은 누군가 자기에게 정서적인 어필을 하며 다가오면 마치 물미역이 자신의 몸을 휘감는 것 같은, 물에 젖은 창호지가 자신을 덮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낀답니다"
사실 김종필님은 저와 살면서 세상에 이렇게 끝도 없는 정서적 표현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구나를 알고, 여기에 비추어 자신을 새롭게 만나고, 그러면서 많이 달라지고 회개하신 5번이긴 하지만요.

에니어그램에서 그룹토의를 하다가 칭찬하지 않는 5번, 김종필씨와 그 분의 어머니 얘기를 했는데 강사가 그러는 거예요. "하이튼간 5번들 다 묻어 버려야 돼요"
맞어. 이느무 5번들......

암튼, 지난 주말에는 남편의 잘못은 아니지만 제 맘이 몹시 일렁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을 후에는 깊은 대화 끝에 더 좋은 결론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도저히 뭐 그럴 시간도 나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가 농담 반 진담 반 "아~으 나는 김종필의 본질이 싫어" 했나봐요. 제가.
계속 "진짜야? 진짜로 내 본질이 싫어? 나 진짜 삐졌어. 진짜야?'"이 말을 여러 번 하대요. 그냥 농담이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여보! 진짜 농담이야. 말하자면 회개하지 않은 5번 유형들의 그 무심함과 딱딱함이 싫다는 얘기지. 미아~안, 미아~안, 정말 미안해!)

그런데 5번 남편에게 아주 고마운 점.
갈등이든 무엇이든 미처 함께 해결하지 못하고 서로 헤어져도 소망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은 시간을 두고 그 일을 곱씹으면서 생각하고 반추하고 성찰하죠. 게다가 그것으로 기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승화시키더라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 작아지면서 "그래! 너 진짜 인격 훌륭하다" 군시렁거리게 되긴 하지만...
기도하는 5번 유형, 기도하는 INTJ 남편의 자기반성과 깊이를 따를 수가 없습니다.
매일 아침 새벽기도 마치고 보내주는 남편의 문자는 예술이죠.^^

남편의 본질을 사랑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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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저물어가고 있다.
아~~~방학이 저물어가고 있다.
채윤이 방학숙제에 대한 부담이 밀려오고,
다음 주면 또 짐싸서 내려갈 남편과 남겨질 나와 아이들을 생각하면 먹구름이 펼쳐진다.

이번 방학은 왜 이리 바쁘게 느껴지는 걸까?
작년 여름방학에는  '정말 잘 쉰다. 이렇게 쉬면 다시 일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남편이 바빴던 탓일까? 아마 그게 컸던 것 같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는데 차분히 마음을 정리하지 않으면 새학기를 맞기가 더 버거울거라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되 글은 써지질 않는 것이 영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는 탓이었다.

이번 방학에는 '사모님'이라는 옷이 아주 조금 익숙해지고 편안해는 시간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사모님" 이러면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거부할 수 없는 불편한 어떤 것이 올라왔다 사라진다. 이제는 살짝 올라왔다 없어지는 그 느낌도 잘 인식되지도 않지만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 아.직...............이라는 단어가 또 올라왔단 사라지는 것 같다.

7월에 청년부 수련회에 남편과 결혼강의를 하고 또 MBTI웍샵을 하고 나서는 몇몇 눈 인사만 했던 청년들과 말을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청년부에는 예전 주일학교 성가대 지휘를 할 때 가르쳤던 제자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은 나를 내내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란 호칭이 내게는 친근하고 편안한 호칭이다.
어릴 때부터 보아오던 친구들 외에 새로운 얼굴들이 많이 있는데 그 친구들이 아무렇지 않게 '사모님!'하고 부를 때가 있다. 이상하다. 그 때 불려지는 '사모님!'은 낯설지가 않고 오히려 친근감까지 느껴지게 한다. 오늘 우리집 가까이에 하는 한 친구가 전화를 해서 '사모님!'하는데 유난스레 늘 올라오던 마음 밑바닥의 불편함이 거의 느껴지지가 않는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일세.

가만 생각해보니,
올 여름 있었던 많은 일들이 내게서 '사모'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날려버려 주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가 되는 교역자 수련회가 그랬고,
여러 번 어른 대상 설교를 해야하는 남편을 도우면서 그랬고,
이번에 다녀온 거제도 여행에서 그랬다.
여러 일들 중에도 남편이 보여주는 사역, 특히 설교에 대한 열정과 기쁨이 가장 컸던 것 같기도 하다. 남편과 설교, 목회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어느 새 나도 살짝 설레는 마음을 가누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을 보니 그렇다. 거제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면서 나누던 많은 얘기들 중에도 유난히 설교 얘기가 많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결국 내가 이렇게 가랑비에 옷 젖듯 살살 남편의 패이스에 휘말리면서 사모가 되어갈 줄 알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젠가 내 입으로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 나 원래 사모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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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중 거의 유일한 둘만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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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
안면도 해변에서 드디어 득도하셨습니다.
공중부양에 성공하시며 그 기쁨 감출 수 없어 평소 그 진지하신 표정 간데 없습니다.
저 손가락의 '3'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를 뜻하심인지....
세 번째 시도에 성공이시라는 말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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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중부양 성공하시고,
바로 난이도가 있는 가부좌 틀고 부양하기를 시도하셨습니다.
필받아서 바로 또 떠버리시네요.

다 좋은데 표정이 카메라 액정으로 볼 때와는 사뭇 달라서 사진 올려 놓은 것 보시고,
대노하실까 심히 걱정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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