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SS 영혼의 친구281 Sabath diary 28 : 거룩한 낭비 드디어 찾아서 손에 넣었다! 남편 득템! 연말 연시 준비할 일이 많아 가까운 곳에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나섰다. 이천 쌀밥을 운운하며 갔는데 쌀밥도 보리밥도 아닌 인도 커리를 먹고 근처 도자기 파는 곳에 들렀다가 몇 년 찾아 헤맨 바로 그것을 발견했다. 인사동 같은 델 가면 우물, 마중물, 펌프... 하면서 돌아다니곤 했었는데 늘 실패. 도자기 가게 아이쇼핑 하고 나오는 길에 우연히 내가 발견했다. "여보, 이거 봐. 당신 이런 거 좋아하잖아." 아이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찾던 거라고!!! 두 번도 망설이지 않고 펌프 모형, 옹기, 물을 올리는 진짜 펌프를 샀다. 이천 아울렛에 가서 엄청 싸게 나온 신발을 보고, 마침 신발이 필요하다며 들었다 놨다 결국 놓는 것으로 끝났다. 사라고, 내가 사주겠다 해.. 2019. 12. 30. Sabbath diary 27 : 38년 된 병자 12월 16일, 아버지 돌아가신지 38년 되는 날이다. 38년. 38년이라니! 3년도, 8년도 아니고 38년이라니. 하루 전날, 12월15일에 동생 집에서 추도예배를 드렸다. 추도예밴지, 생신예밴지, 명절인지. 아이들은 일 년 중 가장 신나는 날이다. 맛있는 것 먹고, 사촌들과 재밌게 노는 날. 축제 같은 날이다. 남편이 예배 인도를 하고, 내가 기도했다. 툭 나온 첫문장에 이끌려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그 이야기에 이끌려 고향 한산에 다녀왔다. "하나님, 38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날, 그 겨울에는 세 식구가 남아 너무도 추웠습니다." 연이어 마 3:16-17 (하늘로서 소리가 있어 말씀하시되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 본문으로 남편이 설교를 했다. 주제는 단연코 아.. 2019. 12. 23. Sabbath diary 26 : 같은 뜻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거야!의견의 차이 또는 갈등이라 해도 좋을 상황을 인내로 헤쳐 나가는 시간, 숨을 고르며 남편이 자주 하던 말이었다. 다르다고 생각했고, 다름의 간극이 멀어 다시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싶은 시점에서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은 달래고 어르는 말처럼 들렸었다. 달래지고 얼러지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 '같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차분하게 '같은 말을 다르게 하고 있다'고 설득하는 태도 때문에 달래졌던 것 같다. 요즘 자주 속으로 생각한다. "같은 말을 다르게 하고 있구나!" 남편과는 물론이고 아이들과도 그렇고. 많은 경우 그렇다. 3인칭 시점으로 지켜보는 '말'들은 대부분 같은 마음을 다른 언어로 표하고 있다고 느낀다. 같은 마.. 2019. 10. 28. 없는 연좌제 극복하기 지난 8월 성서한국에서 만난 학생이 하나 있다. 강의 후 개인적인 질문을 해왔는데 바로 다음 강의를 시작해야 해서 답을 할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 아니, 단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두 마디 답이 아니라 잠시라도 대화가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미리 잡힌 상담 스케줄이 있었지만 틈새 시간을 빼서 만나자고 했다. 내용은 이렇다. 목사의 딸이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에 다니는 것이 여러 이유로 고통스럽다. 교인들 시선이 부담되어 불편하고 싫다, 교회를 떠나고 싶지만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신다. 아니, 그래라 허락하셨다 다시 안 된단 번복하신다고 한다. 목사 딸로 사는 게 부담된다는 그 이상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답게 진실하게 신앙생활 하고픈 간절함’으로 읽혔다. 부모님이 딸을 설득하며 대는 결정.. 2019. 9. 7. 지금은 맞고 그때는 맞다 5월1일, 결혼 20주년 기념일이다.결혼식 당일 오전에 도산공원에서 야외촬영을 했다.그날의 기억이 생생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사람 뿐이다.야외촬영에선 저 사진의 철쭉이 진홍빛으로 강하게 남아 있을 뿐. 20년이나 살았다니, 내가 김종필과 20년을 살았다니, 헐헐헐.자꾸 노래를 부르니 남편이 그런다.왜애? 억울해? 너무 오래 살았어? 5년만 살려고 했어?아니, 청년 김종필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그 사람과 20년을 살았다니 말이야. 눈 뜨면 베란다 창에 매달려 있다.미세먼지 가득한 봄날을 견디게 해준 고마운 풍경이다.저 풍경이 아니었으면 미세먼지 스트레스에 폐암이 걸렸을지 모른다. 20년 전 5월1일도 저렇듯 푸르렀겠구나.결혼식 마치고 양평길을 드라이브 했지만 저 빛깔을 본 기억이 없다.온통 사람이었다.. 2019. 5. 2. 칫솔 저녁 먹고 양치질을 하려다 덩그러니 꽂힌 그의 칫솔과 눈이 맞았다.헤 벌어진 모양이 그의 늘어진 런닝셔츠 같았다.울컥 뜨거움이 밀려 올라왔다. 칫솔 떨어진 거 체크하고 사다 놓을 줄은 알아도 쉽게 바꿔 쓸 줄은 모르는 사람.사다놓기 무섭게 새 것 좋아하는 두 여인이 바꾸고 또 바꾸는 사이여전히 헤 벌어진 채로 꽂혀 있는 그의 칫솔. 새 칫솔을 하나 뜯어 꽂아 놓았다.새 칫솔도 어쩐지 헤 벌어진 낡은 칫솔처럼 보이니 이건 무슨 조화냐.허세를 모르는 주인을 벌써 닮은 것이냐. 그가 내게 주는 사랑은 날마다 새로운데, 그의 칫솔은 새 것을 꺼내 놓아도 낡아 측은하니 양치질 하는 손이 느려지고 느려진다.그의 오늘이, 그의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길 기도하다 내 이가 다 닳겠네. 아직 쓰지 않은 그의 새 칫솔을 오.. 2019. 4. 4. Sabbath diary 25: 산 밑으로 집에 오셨던 오빠가 앞산을 보시며 "상록수가 좀 있어야 겨울에도 푸르른데, 상록수가 하나도 없구나." 하셨었다. 아, 그렇구나. 산의 갈색이 유난하다 싶었더니. 겨울산, 겨울나무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나무를 보면 주문을 걸며 눈을 흐리게 떴다. 어서 봄이 와라. 어서 봄이 와서 푸르러져라. 금방 봄이 올 거야. 봄이 올 거야. 오빠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게 상록수가 필요하지 않다.이 쓸쓸하고 슬픈 겨울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오지 않은 봄을 가불하여 환상으로 도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더라도 겨울산의 겨울이 참 길구나 싶었다. 작년 12월 17일에 이사 왔는데, 길가에 개나리가 피었는데 산은 아직도 겨울산이다.겨울이 참 길구나! 그래도 산.. 2019. 4. 1. 복수 유발자 출근하는(설교 준비 부담으로 가장 무거운 발걸음, 토요일 출근의) JP 아빠 또는 남편이 부드럽게 명했다. 장보러 나간다고 했지? 나 김밥 하나 사다 줘. 아내와 딸, 두 여자의 장보기는 늘 그렇듯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출발, 도로는 늘 예상보다 밀리고, 한두 번 네비를 잘못 보고 차를 돌리고 돌리고 한다.두 여자에겐 일상이거니와, 점심을 기다리는 남자에겐 혹독한 시간.(일까? 아니면 익숙해진, 각오 된 일상일까) 엄마, 시간이 이러면 아빠 점심이 너무 늦어지는 거 아냐? 배 고플텐데.그러네! 아빠한테 전화 해.뭐라고? 그냥 아빠가 사서 먹으라고?아니. 우리가 늦게 갈 거니까 배 고프지 말라고.일단 걸어. 엄마가 말 할게. 여보, 설교 준비 잘 돼? 우리가 장 보고 당신 점심 갖고 가면 늦을 거 .. 2019. 2. 3. 일상으로의 초대 "여보, 우리 저녁에 뭐 먹어?"이런 불온한 말은 하지 않는다. 대신"여보, 저녁은 치킨 시켜 먹을까?" 라고 한다. 이 어정쩡한 주체적 태도를 어여삐 여겨 내가 말한다."아냐, 저번에 맛있다던 통삼겹살 구이 할 건데.""힘들잖아. 그냥 뭐 시켜먹자." 훈훈도 하여라. 이사 와서 한 달 내내 오가며 기웃거렸던 집 들어오는 길목의 '누룽지 백숙'을 먹기로 한다.끌차를 끌고 내려가 장을 보고 주문한 백숙을 찾아온다.귀때기가 떨어질 것 같은 차가운 바람이다.엑스레이 같은 나뭇가지에 걸린 달이 예뻐서 사진 찍으려 했더니달은 안 잡히고 그의 형광색 잠바에 촛점이 꽂힌다. 채윤이가 좋아하는 게맛살, 채윤이가 좋아하는 팽이버섯을 섞어 전을 부쳤다.그리하여 이 전의 이름은 '채윤전'이니!전을 부치는데 채윤이 동생 현승.. 2019. 1. 20. 흔들리는 세대의 연인들 97. 8. 24. 신실누나가 줌 97. 9. 10 다 읽음 불안한 세상. 하나님의 허위와 견고한 평화 책 정리하다 표지 안쪽의 메모 들춰보는 재미가 좋다.97년 8월에 신실 누나가 준 책을 다 읽은 종필이 저런 메모를 남겼다.신실 누나는 종로서적에 간다는 종필에게 마침 사야할 책이 있다며 같은 책 두 권을 사다 달라 부탁했다.두 권을 사다주니 한 권을 종필에게 줬단다.이건 딱 봐도 작업이구만. 성공한 작업이라 더는 심장 쿵쿵거릴 일 없지만,20년 전 20대의 신실과 종필에게 불안했던 그 세상이 새롭게 다가온다.그 시절에도 하나님의 허위를 감지했다니 맹랑한 20대였구나 싶고,견고한 평화라니 믿어지질 않는다. 괜히 작업을 건 것이 아닐 것이다.불안한 세대에 불안 해소의 수단으로 하나님을 이용하지 않고차라리.. 2018. 12. 26. 이전 1 ··· 4 5 6 7 8 9 10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