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23

세 달 동안 수요일마다 채윤이가 불렀던 랩의 가사입니다.
'오늘은 수요일 신나는 오디 가는 날.
야! 야!....정말 신난다....'
정말 신나는 랩이죠.

'오디'라는 아이들 음악 감수성 계발 프로그램에 다녔습니다.
노래 좋아하는 채윤이 오디 가서 5/8박자, 7/8박자 노래며 또 도리안 믹솔리디안 노래를 즐겁게 배우고 놀았습니다. 무엇보다 엄마랑 단 둘이 오가는 시간, 끝나고 햄버거 먹고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먹는 시간 좋았죠.

3월부터 강의 때문에 채윤이랑 오디 가는 날이 희생타가 되었죠.ㅜㅜ

오디 마지막 날이기도 하고 아빠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차가 필요하기도 해서 채윤이랑 추억을 만들겸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가기로 했죠.
버스 타고 잠실역 가서 교대역에서 갈아타고 압구정역에 내릴 때까지 좋았죠. 채윤이 경로석에 할아버지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분위기가 쫌 그랬는지 굳이 엄마 옆에 서겠다고 하는 정도의 긴장이 있었죠.
지리에 어두운 엄마한테 분명히 아빠가 지하철 역에서 멀지 않다고 했는데....그거이 아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걷기에는 먼 거리였죠.
게다가 지하철에서 조금 나와서 김채윤의 한 마디 '엄마! 나 쉬 마려워' 좀 가다보면 파파이스나 뭐가 있었던 것 같아서 '참아 참아'하면서 바삐 걷고 있는데...'엄마! 나 급해졌어. 진짜 급해졌어'하자마자 붙들고 뛰는데 앞에 나타난 버거킹! 휴~ 살았다.

얼른 데리고 뛰어 들어가 2층의 화장실에 가서 옷을 내리는 순간 손끝으로 뭔가 뜨뜻한 것이 느껴지면서 울상이 된 김채윤 하는 말. '엄마! 벌써 나오기 시작했어' '아! 미치겠네!' 시간은 이미 세 시를 넘어가고 있고...이 추위에 젖은 속옷과 스타킹을 하고(이런 날씨에도 김채윤은 꼭 치마를 입어야 외출이 가능합니다 ㅜㅜ)어찌 움직이나?

오디 앞쪽에 양말 가게 있었던 생각이 나서 어기적 거리는 걸음의 채윤이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엄마! 나 춥고 다리가 간지러워'하는 채윤이 디게 불쌍하더만요. 왜 이리 길은 멀고 양말 가게는 없고.....
결국 찾아낸 양말 가게에서 스타킹 하나 사 들고 오디에 가니 세 시 삼십 오 분. 수업은 10분을 남기고 있었죠. 그 경황에도 김채윤은 쫑알쫑알 재잘거리고, 재잘거리다 찡얼거리고, 다시 쫑알거리고...

그렇게 저렇게 오디를 마치고 특별 연주회에서 바이얼린 연주를 감상하고 현대백화점 지하에 들러 먹을 거로 위로를 해주려 하는데...그 많은 맛있는 것이 즐비한 곳에서 김채윤이 먹겠다고 선택한 것은
순.대. 아무리 다른 것 먹자고 설득을 해도 순대를 고집합니다. 순대 한 접시 해 치우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아빠를 만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 너무나 긴 오후.

* 이 글을 읽으신 분 들, 혹시 채윤이 앞에서 '쉬했다며?' 이런 얘기하실 분 없으시죠? 노파심에....^^;;;채윤이 자존심이 있는데 쉬한 얘기를 쓴다고 아빠가 한 소리 했습니다. 저도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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