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배운 지가 좀 됐습니다. 이제 웬만한 영법은 다 배웠고 영법 교정을 배우거나 체력 기르는 것을 배우는 상급반 입니다. 수영을 웬만큼 배웠다는 것은 제 생애 몇 안 되는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칠 수 있습니다.
100m 21초로 대변되는 제 운동신경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운동이 없었으니까요. 어찌됐는 '쪽팔려도 포기는 하지 말자'를 되뇌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배워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자유수영을 가면 25m를 쉬지 않고 30번 정도는 왔다 갔다할 정도의 지구력도 기르게 되었습니다. 은근히 수영에 대한 자부심이 충천을 하고 있었지요. 뿐만이 아닙니다. 그렇게 안 되던 평영이 쭉욱~쭉 앞으로 나가기도 하니....어깨에 힘 좀 주게 되었습니다.
지난 주 쯤인가 제가 접영을 하고 돌아오니 같이 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엄마는 손끝이 왜 항상 그렇게 물 밖으로 나와 있어?' 하면서 킬킬거리셨습니다. 그런가? 손끝이 물 밖으로 나와있나? 나름 이제는 좀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지적 비슷한 걸 받으니 자존심이 쬐께 상했습니다. '그까이꺼 쫌만 의식하고 고치면 돼' 하고는 그 때부터 손끝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고쳐졌으려니 했습니다.
엊그제 월요일날 수영을 갔는데 코치가 그러는 겁니다. '아~놔, 회원님! 손끝이 그렇게 물 위에 살아 있으면 저항을 받아서 안 나가죠. 손끝에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하세요. 회원님은 자유영 할 때도 그래요' 이럽니다.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 힘이란 힘은 다 빼고 수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쁜 습관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니요. 그리고 요즘은 계속 손 끝에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그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지요.
참 희한합니다. 한 번도 나쁜 습관을 가지겠다고 마음 먹은 적이 없는데 오히려 좋은 운동 습관을 몸에 붙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연습하는데 언제 그렇게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붙어 있대요?
지휘를 하거나 음악치료를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제게 '참으로 열정적이세요'하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가보다. 나는 좀 열정적인가보다. 하는 정도로 받아들입니다. MBTI나 에니어그램에서 제 유형을 설명하는데 빠지지 않는 형용사가 '열정적인, 유쾌한' 이런 것들이니까요. 남편이 얼마 전에 진지하게 그래요. '당신 정말 열정적이야' 남편이 그렇게 말할 때는 진심으로 200%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순간 남편 입장에서 나를 보게 되었습니다. 매사에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는 남편, 말도 가장 효율적인 말 한 마디만을 하기 위해서 고르고 고르는 남편에게 있어서 나의 에너지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느껴질까가 새삼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어마어마한 에너지일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 얘기를 왜 했는지 다시 물었을 때 '그래서 부럽다는 얘기' 라고 했지만 그래서 버겁다는 것으로 저는 들렸습니다.
'열정적이다' 라는 칭찬을 저는 별로 칭찬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저를 잘 아는 누군가가 이런 제 마음을 읽어주었습니다. '언니 정말 열정적이야. 그런데 열정적이라는 말, 언니가 별로 듣기 좋아하는 말이 아니지?' 라고요. 맞아요. 저는 열정적이라는 말을 최소한 나에게 쓸 때는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는 열정적으로 살지 말라고 하면 그게 죽음이니까요. 열정적인 것은 제게는 자연스러움이니까요. 오히려 최근 남편과 이런 저런 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열정적인 내 자신'이 밉기도 했습니다.
좋은 계기였어요. 마음에 대한 공부를 끊임없이 하면서 이만하면 나는 나를 잘 안다. 내 약점도 잘 안다고 은근히 자부하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니 자부심이 충천했던 것 같은데 '열정적인' 이라는 형용사가 화두가 되어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났더니 어느 새 원하지 않는데 내 몸에 붙어 버린 나쁜 습관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어요. 열정적인 것이 자연스러운 나는 열정적일 때 주어지는 스포트 라이트를 진정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도록 해야할 것 같아요. 나의 '열정'은 나에게는 자연스러움이지만 남편에게는 또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안으로 쓰는 사람들에게는 '몹시 버거운' 덕목이 된다는 것도 잊어버리면 안되겠어요.
그러니, 몸으로 하는 운동이든, 마음공부든 끝이 없지요. 뭔가 배웠다 하면 그것으로 인한 교만으로 보지 못하는 것들이 생기고요. 잘 하게 되는 만큼 그로 인한 그림자도 길어지기 마련이니.... 그걸 또 넘어서야 하고, 또 넘어서야 하고....^^ 그러다 보면 '주님의 마음을 본받는 자'가 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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