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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안성 호밀밭,  photo by forest 님

저는 '무슨색 좋아해?' 그러면 '하늘색' 정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나의 색깔은 하늘색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혼하고 신혼집을 꾸미면서 집안이 온통 하늘색이었으니까요.
에니어그램 7번의 색이 '초록'이라고 합니다. 이미 한참 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지만 '초록색? 나쁘지 않지? 자신의 이미지가 밝고 쾌활한 7번이니 오죽하겠어?' 하는 정도였지요.

어제 지도자과정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면서 그림과 함께 자신을 소개하도록 하였습니다.여러 장의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하나 뽑으라 하더군요. '이런 거 디게 싫어하는데'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림을 선택하는데요. 수십 장의 그림 중에서 눈에 들어오는 사진은 초록색의 사진들입니다. 초록색 잔디, 초록의 산, 초록나무가 화면에 꽉 차 있는 것.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림을 세 장을 바꿔가면 선택해야 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모두 초록이었습니다. 선택할 때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지요. 잠깐 '뭐야? 내가 7번색을 의식하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저 정말 눈에 들어오는 걸 선택한 게 그랬지요.

어제 강의 들으면서 생각하니 제가 정말 초록에 꽂혀요. 사진을 보다가 가장 감탄이 나오는 건 저런 초록의 물결이지요. 제가 집안에 키우는 화초들도 생각해보니 그 초록색의 싱그러움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사실 꽃을 피우는 화분보다 초록을 유지하는 화분이 더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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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의식성찰' 이란 것을 하다가 갑자기 위의 두 개 사진이 떠올랐어요. 지금 사는 집도 그렇고 예전 집도 그렇고 창 앞을 푸른 나뭇잎이 가려주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가 너무너무 좋습니다.
목련의 널따라 잎사귀들이 무성해져서 창을 가려주면 그냥, 아무런 이유없이 마음이 좋아집니다.

사람마다 장점 속에 약점이 숨어 있음을 압니다. 7번 유형을 설명할 때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할 때는 '쾌활하고 낙천적이고 멋진'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7번이 세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쾌활하고, 밝고 낙천적인, 그리고 멋진 사람' 이라는 페르조나(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면이라는 말이 얼마나 거슬리는지요. 그래서 에니어그램은 어렵습니다. '사실은 내가 가면을 쓰고 있었던 거야' 라고 고백을 해야하니까요.

저 두 장의 사진은 7번 유형인 제 자신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겨울의 베란다 쪽 창은 저렇게 지저분하기 그지 없답니다. 상가 앞도 아니고 뒤쪽이기 때문에 지저분한 간판이며 상가 2층의 교회 십자가탑이며....그런데 여름이 오면 저 초록의 잎이 지저분한 모든 것들을 다 가려줍니다. 오늘 아침 의식성찰을 하고 조용히 기도하면서 초록의 유쾌함과 발랄함으로 가리고 싶은 저의 많은 것들 중에서 아주 밑바닥에 있던 것이 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제야 안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인정하기 싫었던 것이지요.  이제 익숙하지만 새로운 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또 하나의 시작이지요.

최근 제 근황에 대해서 쓴 글에 대해서 두 분이 댓글로 '유쾌하다'는 평을 해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가볍지 않은 주제임이 분명합니다. 사실 제게도 너무 무거운 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가볍고 유쾌하게 씁니다. 어떤 일이든 제 안으로 들어와서 글이 되거나 말이 되면 희화되고 가벼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거의 오토매틱이죠. 그 유쾌함과 발랄함이 나쁘다고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럴 때마다 왜 그러는지에 대한 마음의 동기가 참 중요한데 동기를 성찰해보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를 알아가는 것도 혼자하는 일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서 글을 쓰고 반응을 보여주시고, 다시 반응으로 글을 쓰면서, 귀한 분들의 블로그에서 사진과 글을 보면서...이런 많은 도움으로 저를 알아가고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귀한 보물들은 다 일상과 일상이 만들어내는 만남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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