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잇장 같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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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가진 힘과 위력, 무엇보다 '돈의 소유'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수 많은 것들에 대해서 모르는 아이들. 아이들이 어디서 용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 원짜리 한 장이나 두 장 정도. 받을 때는 좋아하고, 둘 중에 한 녀석이 받고 한 녀석이 못 받으면 울고 불고 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이들에게 돈은 종잇장입니다. 그래서 우리집에는 저렇게 굴러다니는 배춧잎이 많습니다. 식탁 위에 책꽂이 위에, 심지어 저렇게 블럭을 쏟아내면 그 안에도요...
'아직' 이란 말이 맞겠지요. 조만간 알게 되겠지요. 돈이 가진 힘과 위력을요.

이번 설에 처음으로 채윤이가 자기 돈을 챙기대요. 돈을 받아서 엄마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는데 집에 와서는 다 수거해가더라고요. 물론 또 그 돈이 책상 위에서 마구 굴러다니긴 했지요. 책상 위에 지 돈이 12만원이나 굴러다니고 있는데 '엄마! 천 원 짜리 하나만 줘. 나도 학교 끝나고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사 먹고 싶단말야. 나 천 원 짜리 한 개만 줘' 이래요. 막상 천 원 짜리 갖고 문방구 가서는 50원 짜리 하나 사먹고나면 950원이 식탁에서 굴러다니지요. 언젠가 이만 원을 누구에게 받았는데 할머니가 천 원을 또 주셨어요. 그 때 채윤이가 만 원 짜리 두 장, 천 원 짜리 한 장을 들고 외친 한 마디!  "앗싸~아, 천이만원 됐다~"ㅎㅎㅎ
세배돈 잘 갖고 있다가 온가족 뮤지컬을 보여주겠답니다. 그래서 오늘 엄마랑 현승이랑 채윤이가 세배돈으로 쏘는 멋진 음악극 보러 간답니다. 티켓값이 토탈  32000원인데....예매했다고 하니까 12만원을 얼른 갖다 엄마 지갑에 '자!' 이러면서 넣어줬어요. 앗싸~아! 나머지는 다 내 꺼다~~ㅎㅎㅎ


#2  돈으로 바꾼 나의 가치

작년에 아주 멋진 특수교사 한 분을 만났습니다. 보통 선생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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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조건 하에서 본인의 에너지를 가장 쓰지 않는 방식으로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지요. 그런데 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더 많은 치료를 제공하고 싶어서 두 개의 치료를 할 예산으로 세 개의 치료를 시도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 학교와 닿게 되었는데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페이가 적은 관계로 살짝 고민을 했지요.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무엇보다 거기 아이들이 문화적 혜택을 많이 못 받고 있다고 해서 흔쾌히 가게 되었고 1년 동안 행복하게 일을 했습니다.
1년 계약을 마쳤습니다. 보통은 학교들이 같은 치료를 2년 연속 하지 않기 때문에 재계약 하는 일이 많지 않습니다. 설령 재계약을 하자 하더라도 여기는 1순위로 짤라야지 하고 있었습니다. 거리는 멀고, 페이는 적고, 기름값도 장난 아니게 올랐으니까요. 페이는 단지 돈이 아니라 나의 가치라 생각하면, 내가 이 정도 경력과 실력으로 이런 대우를 받을 군번이 아니다. 하는 생각도 있었지요. 이 학교에서 선생님과 어머니들이 매우 아쉬워하였습니다. 계속 해달라고 하는 게 쉽지 않은 요구라는 것을 잘 안다하시면서요.
'나는 왜 일을 하는가? 나는 왜 음악치료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일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요즘은 '돈 때문에' 일하는 게 큰 것 같습니다. 그렇죠. 돈 때문에도 일하고,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일한다고 배웠죠. 언제부턴가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졌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돈 때문에' 일한다는 의식이 분명해진 시점과 비슷했습니다. 사실 저는 음악치료 하고 있을 때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노래하고 있을 때 분명 행복합니다. 생각해보면 '돈 때문에 일하는 것' 과 '소명으로 행복함으로 일하는 것' 의 차이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생각을 바꾸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생각이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만요.
그 학교에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은 이제 '돈 때문에' 일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나의 시간과 나의 가치를 온전히 돈으로만 따지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선택은 어느 새 빗나가서 기울어져 버린 생각의 축을 돌리기 위한 시도에 불과합니다.


#3 불안함과 믿음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씩 돈에 대한 '불안 병'을 앓아야 하지요. 것이 생겼어요. 몇 년 사이에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방과후 교실 이라는정부 지원으로 특수학급 아이들이 그룹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죠. 주로 이 일을 하다보니 1년의 계약이 끝나면 다시 일을 찾고 짜야 합니다. 이게 쉽운 일이 아니예요. 구인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대개 고자세인 학교 선생님들과 통화해서 이력서를 보내고....가장 어려운 건 불안함이죠. 이러다 결국 아무 곳도 컨텍이 안 되면 어떡하나? 당장 다음 달부터는 수입이 없어져 버리는건데...애들 교육비는 어떡하지? 뭐 이런 불안함들이죠. 설마 설마 하다가 어떤 학기에는 바닥을 친 적도 있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일할 수 있을 만큼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것이 매 년 반복되면서 실은 불안지수가 상당히 낮아졌죠. 염려해서 구해진 일자리가 없었고, 오히려 의외의 상황에서 의뢰가 왔고 매 학기 주어진 일은 그 때 그 때 나와 우리 가정에 가장 적절했다고 감히 고백할 수 있답니다.
오히려 이 불안함은 잊었던 '일용할 양식'에 대한 기도를 새롭게 하게 만들고 '공중 나는 새를 보라. 들의 백합화를 보라' 하시는 주님의 음성이 가까이 들려서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답니다. 불안함이 오히려 은혜가 되는 순간이지요.



#4 소유의 욕망에서 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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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일을 하는가? 하는 질문을 다시금 해봅니다. <호모 루덴스, 놀이의 달인>을 읽으면서 내가 더 많이 일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이유 중 하나는 '더 많은 소유'에 있다는것을 알았습니다. 더 많은 소유(더 넉넉히 쓰고 싶은)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으면 일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집착도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일도 행복해지겠지요. 물론 이것 역시 말처럼 쉽고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특히 아이들이 자랄수록 그렇습니다. 음악을 잘 하는 채윤이를 보면 벌써 심란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언제든 우리의 식탁과 삶과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나눌 수 있을 만큼은 마음이 넉넉해야 하는데 현실이 발목을 잡을 때 오는 갈등과 고뇌 또한 쉽지 않습니다.
날이 갈수록 삶이 더 단순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고, 소비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며 산다 할지라도 이 안에서 어떻게 더 소유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으며 살 것인가?  이 역시 매일 매일 풀면서 가야하는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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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 우리 가족이 뽑은 못생긴 물고기 입니다.
의외로 못생긴 물고기가 많더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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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현승이가 함께 하는 모습은 언제봐도 보기가 좋습니다.
명절에 보는 사람 사람마다 '아빠랑 똑같애. 아빠랑 똑같애' 이러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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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셋이 있어도 똑같은 건 마찬가지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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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 안에 물고기가 있어요!!!
누구 응아에 물고기가 함께 나왔나?
아니면 누가 안주로 회를 먹고 바로....여기까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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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손에 있는 각질을 뜯어 먹겠다고
자칭인지 타칭인지 '의사 물고기'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달려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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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키, 키, 키, 키, 키....커어~커, 커,커,.....
키컸으면~ 키컸으면~ 키컸으면...................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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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눈 사이가 진짜로 먼 물고기가,
눈과 눈 사이가 진짜로 가까운 채윤이랑 대화를 나누는 중입니다.
둘 섞어서 반반씩 나눴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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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긴데 뭘 닮았나요? 고양이를 닮았나요? 그래서 CAT FISH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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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아가씨 같죠?
지느러미가 실같이 저래요. 제 눈에는 꼭 네온사인 같이 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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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이와 채윤이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고기래요.
용이 바다에 살면 저렇게 된대요. 해룡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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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 아줌마 간질르기.
아줌마! 간지런 안 타요? 지금 웃음 참고 있는 거죠? 에~ 표정이 그런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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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꼭 후레쉬 안 터뜨리고 사진을 저렇게 찍어 놓고는
'멋지지 않냐? 실루엣만 찍은거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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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아! 엄마가 늘 말하는 건지만 표정관리 하면서 웃기기는 쉽지 않아.
몸개그를 시작했으면 그냥 망가지는거야.
봐바...엄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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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간 밥도 못 먹고 기운이 쪽 빠진 현승이는
물고기 귀경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저렇게 쓰러졌다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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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병성이 띄우는 생명과 평화의 편지


좋은 나라



당신과 내가 좋은나라에서 그 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맢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거예요.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있다면...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푸른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슬픔이라곤 없는 천국에 가서 가장 누려보고 싶은 건,
사람 사람 사이의 슬픈 헤아림도 없이 만나는 그런 만남을 누려보고 싶습니다.
'시인과 촌장'의 '좋은 나라' 입니다.
노래를 찾아봤는데 MP3 파일로 된 것을 찾을 수가 없어서 노래로 들을 수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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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을 달리다보면 암사동을 지나서 강동대교로 가는 길에 고개가 있습니다. 결혼 전에 구리에 살 때 항상 그 오르막을 오르고 내려서 강동대교를 타고는 집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 즈음은 대학원 다니면서 과외를 할 때였는데....늦은밤 과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 고개를 지날 때쯤이면 '이제 집에 다 왔다. 하루 일이 다 끝났다' 하는 안도감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언젠가 오랫만에 그 길을 혼자 운전하고 지나는데 그대로 강동대교를 넘어 구리로 가면 엄마랑 동생이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내 자유로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학기 중이었고 아이들 때문에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운전을 하고 집에 가던 중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미혼 때의 그 자유로움이 마구 그리워지고, 또 계속 생각을 발전시키다보면 남편과 아이들이 내 자유로움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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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오면 밥을 먹이고, 깨끗한 옷을 입히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어 주고, 공부를 봐주고, 사역을 도와야할 많은 책임감으로 주부로서의 저는 자유로움이나 여유가 없다고 느끼곤 합니다.  가끔 아이들이 먼저 나가고 혼자 집에 있다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는 조금 낫지만 어찌됐든 집에 있으면 자유로움이나 여유는 잊어줘야 하지요. 대부분의 주부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요?  

오늘은 집에 있는데도 '여유, 자유' 가 내 것이 되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나갔습니다. 예매를 하면서 '당신도 갈거야?'라고 묻는 것을 꼭 '안 가도 된다'는 것으로 들어버리고 셋을 묶어서 내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집에 있는데도 갑자기 자유의 몸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여유가 있어야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바로 거실의 탁자 앞이죠. 읽는 책, 새로 읽을 책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탁자 앞에서 구리로 넘어가는 88도로를 운전하는 느낌이 살짝 드네요. 오랫만에 이런 느낌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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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 연말 가까이에 있어서 일거예요. 성탄절 모임을 하게 되면 늘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습니다. 3년이 넘게 함께 한 우리 목장 식구들. 함께 보낸 성탄절이 벌써 올해로 네 번째 입니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작년까지만 해도 아주 신혼스러운 성탄절 모임이었지요. 부부 선물 교환을 하면서 배우자에게 선물하고 카드도 주고 받는 시간을 꼭 함께 했었거든요. 정말 기발한 선물도 많았고, 선물 대신 쿠폰도, 모두의 부러움을 사게 하는 선물도 있었어요. 애들이라곤 다섯 살 채윤이와 두 살 현승이 뿐이고 모두 깨소금 달달 볶는 신혼들이었는데 어느 새 우리도 변했어요. 다들 아이들의 엄마빠가 됐고(저 사진처럼요), 이번 성탄절에는 선물교환 얘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아~ 그냥 해. 선물은 무슨...'하는 분위기. ㅎㅎ

성탄절 연합찬양대 찬양 준비하는 저를 위해서 대충 모이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나 하나 씩 손에 들고 모이기로 했습니다. 케잌, 왕새우와 굴, 딸기, 포도쥬S...... 생각지도 못했는데 너무 화려한, 완전 있어보이는  크리스마티 파뤼가 되었죠. 게다가 새로 우리 식구가 된 의진네, 일 때문에 자주 참석하지 못한 서준이네 까지 사람도 먹을 것도 풍성한 크리스마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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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담 좋은 형제들과 가끔 깜짝 놀랄 전문용어(?)가 툭툭 튀어나오는 담백하고  털털한 자매들의 이야기가 끊일 줄을 몰라요. 먹고 마시는 즐거움 속에 은혜와 감사의 나눔이 환하게 드러나면 더 좋겠지요. 한 해 동안 가정의 감사한 것들 세 가지씩 생각해 오라는 숙제를 내줬는데 그 숙제를 낸 우리 부부부터도 살짝 난감했죠. 아~ 감사한 것이라.....
생각해보니 세 가지가 아니죠. 그 순위를 매길 수가 없어서 그렇죠. 우리 먼저 감사한 제목을 나누고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나누는데 우리가 감사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없는데....우리는....'했던 가정들도 돌아보면 많은 감사들이 있었지요. 한참 얘기를 하다보면 이게 감사제목을 나누는 것인지, 공개적으로 남편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우리는 알지요. 그럼에도 우리의 남편들에게, 우리의 아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다는 것을요. 그건 사실 대놓고 말하기에 쑥스러운 것이기도 하지요.

그럴 때 좋은 것이 살짝 귓속말로 한 사람에게만 하는 거예요. 모임의 마지막에 각각 예수님께 기도합니다. '내게 주신 남편(아내)으로 인해서 감사한 것'을요. 예수님께 말하는 건 그리 민망스럽지도 않지요. 팔불출이 되는 느낌도 없구요. 그렇게 감사기도를 하고 함께 자리한 가정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오래 못 봐 그리운 얼굴을 그리며 기도하구요. 성탄절이 풍성할 수 밖에 없음은 맛있는 음식보다 더 좋은 삶을 나눌 그리스도로 인해 형제 자매된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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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에 빠져있는 현승이랑 놀아주던 아빠가 '작을 소'를 읽어주면서 '현승아! 큰 대의 반대말을 뭘까?' 하면 현승이는 '대 큰!' 이렇게 자신있게 외칩니다.
평일의 반대는 '일평'이 아니고 '휴일'인데 휴일은 휴일답게 평일하고는 반전이 있는 오전이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네 식구가 함께 맞이한 휴일 오전은 확실히 '평일의 반대'였습니다.

#1
우리 집에서 젤 먼저 자고 젤 늦게 일어나는 현승입니다. 평일 아침에 식구들이 밥 다 먹도록 침대에서 뒹굴거나, 겨우 깨워 놓으면 머리를 베개에 쳐박고 엉덩이를 쳐들고 다시 잠들어 있는 현승이죠. 어쩌다 잠으로 치자면 막상막하인 아빠가 새벽기도 갔다와서 자기보다 늦게 일어났다 치면 '내가 제일 조금 잤잖아' 하면서 억울해서 죽을려고 하는 현승이죠.
휴일 아침에 9시가 되도록 식구들이 자고, 방 안 가득 햇살이 비쳐 훤해졌을 때 현승이가 젤 먼저 정신이 들어서는 '어? 아침이네. 식구들~ 일어나!' 하면서 1등을 일어났다죠.

#2
평일에 7시부터 혼자 일어나서 밥 하고, 국 끓이고 분주하던 엄마가 일어나서도 빈둥거리고 있는 사이 아빠와 채윤이가 빵을 굽고, 우유를 따르고 상을 차리기에 분주합니다. 차려 놓은 상을 제일 먼저 받고는 부랴부랴 밥 먹고 학교 가는 채윤이랑, 엄마의 뚜껑이 열리기 직전까지 침대에서 뒹굴다 나오는 아빠가 엄마 역할을 대신하는 반전. 역시 평일의 반대입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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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틀어주면 들을 줄만 알았던 아빠가 새로 산 음반을 꼼꼼히 읽으면서 여우를 부립니다.
식탁에서든 화장실에서든 잠시 나는 틈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빠가 오랫만에 학교 숙제와 관련없는, 전공과 관련없는 책자를 들고 있습니다.

웬일인지 식사를 마치고 여유가 생겼다 싶으면 베란다로 나가서 온갖 장난감을 끌어다 늘어놓고 상상놀이를 하고 있어야할 채윤이가 거실 탁자에 조용히 공부모드로 앉아있습니다.
'마티스 그림 따라잡기' 책을 어디서 찾아와서 열심히 색칠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덩달이는 역시나 누나랑 마주 앉아서 어설픈 그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평일 저녁마다 숙제며 일기를 하느라 몸을 베베 꼬면서 엄마랑 싸움을 싸워가며 앉아 있는 거실 탁자가 휴일 오전에 아주 차분한 놀이터가 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엄마빠 조용히 음악 들으면서 차를 마실 여유도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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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틀어주는 음악을 다 듣기고 하고 휴일은 이렇게 늘 똑같던 일상과 다른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휴일이 가진 그 힘은 아마도 '여유' 일 것입니다.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필요한 것은 한 템포만 쉬어가는 여유인 것 같습니다. 사람이 원래 일과 생활에 쫓기면서 살도록 지어지지 않았을텐데요...
우리 일상은 매일 일에 쫓기고, 공부에 쫓기고, 해야만 하는 많은 것들에 쫓기며 사네요.

휴일오전을 보내고 집 앞에서 종로 가는 좌석버스를 타고는 시내의 서점에 나갔습니다. 시내 나가면 이상하게 많이 걷게 됩니다. 밥을 한 번 먹으려해도 한참을 걷고 기웃거리게 되고...서점에 가서도 한참을 걸었습니다. 결국 엄마 아빠는 유아, 아동 코너에서 힘을 다 빼고 '우리 둘이 저 놈들 맡기고 나중에 따로 한 번 나오자'는 약속 아닌 약속을 중얼거리면서 서점을 나왔지요. 그러고보면 평일이 있어서 평일의 반대 휴일이 있으니 평일도 사랑해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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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흑석동에 가면 '뭔들 부부'가 있는데....
부부가 연합하여 못 먹는 것이 없답니다.
우리 집의 뭔들양을 그 가족에 붙여 놓으면 딱입죠.

그 부부는 한 밤중에 족발 시켜먹기가 함께하는 취미생활인데 덕분에 아이들도 저런다죠.
졸리운 우리 우현이(동생네 둘째) 졸면서 뼈다귀 하나 붙들고 몸부림 치는 것이
완전 강아지 아니겠습니까?

그 옆에서 형아 수현이는 저렇게 또 뼈다귀 하나를 아작내고 있었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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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식신의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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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전의 사진입니다. 그 때 생각에는 제일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고 여겼는지 모르겠으나 인생에서 아주 자유롭던 아름다웠던 시절입니다. 싱글의 가을에 북한산엘 갔었습니다. 기억에 길을 잘못 들어서 매우 많이 걸었던 것 같습니다. 저 때만해도 10년 후 우리가 함께 '사모'의 반열에 들 줄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혹 나는 어떨 지 모르겠으나 저 친구가 사모가 되리라는 생각은 거의 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그로부터 10년 후, 내 친구는 사모가 되어 제천의 작은 교회에서 예민함을 하나 씩 하나 씩 내려놓고 기도로 단련되어 가고 있습니다. 날이 갈수록 사람이 넉넉해지고 푸근해지고 있습니다. 10년이 길지만 짧기도 합니다. 짧기도 하지만 그 10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많은 일들을 떠올리면 100년 같기도 합니다.

10년의 세월을 넘어서 친구와 함께 밤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 모르게 새벽 5시가 넘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사실 오후 4시쯤 만나서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계속 쉬지 않고 얘기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친구의 군더더기 없는 솔직 담백한 표현들 때문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얘기하다보면 친구의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항상 제 마음을 추스르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이 친구의 말에는 신뢰가 갑니다.

친구가 내가 부르는 찬양을 좋아합니다. 그냥 노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 목소리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부르는 찬양을 좋아합니다. 계속 지휘를 하고 음악치료를 하면서 '선생님 목소리 너무 좋아요' '지휘자님 선곡이 참 좋아요' 하는 칭찬들을 듣지만 이상하게 오래 전부터 찬양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을 많이 잃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대놓고 내 찬양을 칭찬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대화 속에서 친구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세워주고 싶은지가 느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찬양하는 사람' 이었습니다.

자기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그 사람을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을 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이 가진 힘은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0년 전 수요일마다 찬양인도 하는 내 바로 앞에 앉아서 한결같이 OHP를 넘겨주던 친구, 내 찬양하는 마음을 알아주던 친구를 다시 만나 새로운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0123


엄마들이 끊임없이 수다를 떠는 사이 아이들은 끊임없이 놀이를 했습니다. 하민이는 여자놀이 남자놀이 기능이 다 되는 어린이라서 현승이랑 칼싸움 놀이까지 신나게 했습니다. 아직은 현승이가 역부족.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것을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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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주야! 엄마 우주야!' 라고 현승이가 옆에서 코맹맹이 소리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데...
우주가 아니고 지금 내리고 있는 첫눈입니다.
함박눈이 막 쏟아지길레 현관앞에 잠깐 나가서 눈구경을 했지요.
애들 감기 걸릴까봐 오래 있진 못질 못했는데...
눈이 오니까 바로 오늘 내려간 아빠가 많이 그리워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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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잠깐 사이에 눈을 뭉쳐보고 던져보고 강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영상폰으로 아빠한테 전화했더니 아파트 떠나가라 '아빠! 여기 눈 와' 하고 소리 질러대는 채윤이.
채윤이 목소리에 온 동네 사람들이 눈 오는 거 알게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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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의 목련나무 거실침입 사건.
거실에 해가 드는 시간에 집에 있었더니....딱 걸렸어!
식구들이 없는 이 시간에 요러케 우리 집 거실을 들락날락  하고 있었단 말이쥐.
완전 현장범으로 딱 걸렸부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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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차이 많~이 나는 누나가 결혼하는 바람에 현승이가 처남이 되었답니다.
지난 토요일 현승이는 매형을, 채윤이는 형부를, 저는 조카 사위를 봤지요.ㅎㅎㅎ
채윤이는 저 형부를 보고나서는 '엄마! 저렇게 멋있는 남자는 처음 봤어' 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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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여고 안에 있는 주님의 교회.
일찍 도착했는데 교회 1층에 서점겸 까페가 있어서 따뜻한 코코아 한 잔 하고 있는 처남입니다.
처남 콧구멍에 코딱지가 다 보이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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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저녁에 교회에서 목자 수련회가 있었는데...
제게는 기대하지 못했던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었고요.
사실 헤어(결혼식에 한복을 입느라고 머리를 올렸는데 집에 들렀다 갈 시간이 없어서) 때문에 교회를 가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가 아주 늦게 가게 되었지요.

이 날 집회에서 제게 있었던 특별한 경험도 경험이고 제 헤어 때문에 후문이 많아서 '도대체 머리가 어땠냐?' 는 질문을 자꾸만 받네요.
 누구는 '나 언니 머리에 엄청 은혜 받았다' 하기도 하고요...ㅋㅋㅋ 또 화경이도 어디서 제 헤어스탈 얘기를 듣고는 '도대체 머리가 어땠던 거 냐? 왜 사진도 안 올리느냐?는 말에 이렇게 올려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동생 결혼식 때 새타령 분위기보다는 쫌 나았다는 거.
그런데 이 날 조카 하나가 '고모! 이제 진짜 나이들어 보인다' 라고 심각하게 말하더군요.
옆에서들 민망해가지고 '뭐가 나이들어 보이냐'고 하는 말에 더 심각하게 '아냐! 고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진짜 젊어 보였었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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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핸펀에 젤 많이 뜨는 전화번호.
'010-3393-**** 아버님'
기본 하루에 한 번. 주로 현승이 바꿔달라는 말씀.
아니면 '느이집 앞에 지금 지나간다' 하시는 말씀.

오늘도 어김없이 수요예배 갈려고 정신없이 애들 저녁 먹이고 있는데 '아버님' 전화번호가 떴다.

======================


에미야! 내가 물어볼게 하나 있어서...

네 말씀하세요.

너 금요일날 시간있냐?

왜요. 아버님. 그 날 목장모임인데...

그럼 토요일날은?

낮에 조카 결혼식이고 저녁에 목자 수련횐데요.

(약간 날카로와지셔서) 그럼 언제 시간이 있냐? 오늘은 시간이 있냐?

저녁 먹고 수요예배 갈려구요...

참 나. 그럼 내일은?

내일은 별 일 없어요. ㅜㅜ 왜 그러시는데요?

차 좀 써야겄다.
내 친구가 달랭이 무 농사 짓는데 그거 준다고해서 그것 쫌 실으러 가야겠다.
그러니까 내일은 시간이 되는거지?
내일 몇 시에 되냐? 내가 내일 다섯 시 반까지 느이집으로 가마.


=========================

일주일에 한 번은 아버님 내지는 어머님이 불시에 집에 오시고,
그게 아니면 애들 데리고 저녁에 덕소에 가서 알현하고 와야하고,
아버님 약주하신 날에 들르시면 치킨 시켜서 외손주까지 부르셔서 10시 기본으로 노시다가시공.

오늘 수요예배 가서 아부지께 한 마디 했습니다.
'아부지! 너무 힘들어요. 저 너무 굴리시는 거 아녜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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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단풍 든 산이 마구 손짓하고 불러댔습니다.
매일 들락거리는 이웃 블로그에서 설악의 단풍을 보고는 진짜로 맘이 들떠버렸습니다.
원래 내일 친구가 있는 제천으로 가서 의림지의 단풍아래 회포를 풀어보려 했었는데
몸이 안 좋은 탓에 무리를 할 수 없어서 것두 포기하고요.
천안에서 올라오시는 도사님을 뫼시러 잠실역에 갔다가
'우리 남한산성 쪽으로 해서 가면 안될까?' 해가지구
 잠깐 형형색색 단풍 든 산에 눈만 맞추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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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무슨 일을 꾸밀려면 미리 미리 얘기를 해드려야 나름 시간 계획을 세우시는 도사님이신지라
갑자기 남한산성 가자고 한 것에 흔쾌히 동의해 주신 것도 감사하여
오래 시간을 보내자 하지는 못하겠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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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려 호흡 쫌 하고,
사진 몇 컷 찍은 게 전부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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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간산이 따로 없는 단풍귀경이었습죠.

그렇지만....
돌아오는 길을 다시 퇴촌으로 해서 강변을 끼고 팔당대교 쪽으로 해서 드라이브 하고요.
주말마다 하산하시는 도사님 뵈니 반갑고,
길지 않은 시간 단풍 든 나무들이 도열하고 있는 길을 달리며 나눈 얘기가 더 좋네요.

40을 기다리는 몸은 계속 헬렐레 하고 있고,
단풍귀경 갈 계획도,
친구를 볼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지만
가까이 남한산성이 있고,
주말마다 그리운 님 만날 일이 있고,
님을 만나 나눌 풍성한 얘기 보따리와
우리를 에워 싼 한량없는 은혜가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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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인 연합예배를 학교 운동장에서 드렸습니다.
우리의 쫑필 도사님 예배 시작 전 저렇게 홀리하게 찬양인도 자알 하셨습니다.

오후에 전교인 운동회가 시작되었는데...
교역자 경기였습니다. 운동 쫌 하는 쫑필 도사님 실력을 뽐낼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 하셨겠지요.
그런데 완전 예상문제 빗나가다!
주최측에서 준비한 교역자 경기는 경기가 아니라 그냥 망가뜨리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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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비를 헬맷으로 쓰고 세발 자건거 타고 빨리 돌아오기.
먼저 담임 목사님 망가지시고...뒤에 두 도사님 바로 자신들이 당할 일이면서 웃고 계시네요.
평소 점잖으시고(그래서 나이 드신 어른들도 말을 잘 못 놓으시는) 진지하신 쫑필 도사님 순서가 되어 세발 자전거에 승차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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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빨라!
운전도 잘 하고 발이 안 보이게 빨리 달립니다. 게다가 저 표정. 입을 앙다물고 기필코 이기겠다는 의지를 여지없이 보여준 저 야무진 표정. 저 웃겨서 쓰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남편이 미워질 때는 오늘을 생각하자. 오늘 남편이 얼마나 웃겼는지를 생각하자' 라고요.
저렇듯 생생한 표정을 그대로 사진에 담아주신 덕분에 두고두고 이 날을 기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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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는 우리 아빠 왜 저러나 싶은가 봅니다.ㅋ
(실은 이 경기와 상관없는 사진인데 아빠 표정과는 대조적인 딸 표정이 재밌어서 껴놔 봤습니다)

경기를 마치고 몇몇 청년들이 제게 따로 부탁을 했습니다.
"사모님! 전도사님 세발 자전거 하나 사 주세요. 진짜 잘 타시네요"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완전 세단으로 출퇴근용 세발 자전거 하나 뽑아주겠다고"요. 앞으로 천안 가는 경부 고속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세발 자전거 한 대 없나 주의깊게 살펴봐 주십시요.

********************************************


사실 제가 지난 금요일부터 안 좋던 몸이 오늘 극에 달해 하루 종일 앓았습니다.
숙제하느라 바쁜 중에 죽도 사다 주고 약도 사다 주고 애들 태우러 가는 일까지 다 해주던 남편이 저녁 먹고 천안으로 갔습니다. 몸도 아픈에 내려가는 남편을 보니까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애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몸을 추스리고 교회 홈피에 갔는데 저 사진을 보는 순간 눈물 쏙 들어가고...
바로 남편한테 문자 날렸습니다 '여보! 당신 세발자전거 사진 올라왔는데 쫌 웃겨. 근데 내 블로그에 올려도 될까? 허락해주면 아픈 게 다 날 것 같은데...' 그렇게 허락을 받은 즉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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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도 들쑥날쑥,
퇴근 시간도 들쑥날쑥,
출근하는 요일도 들쑥날쑥.
전업주부 같기도 하고 직장생활 하는 사람 같기도 한 어떤 아줌마.
이건 전업주부도 아니고 직장여성도 아녀, 이건 전업주부도 아니고 직장여성도 아녀...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보내고 설거지 청소하고 나서 남는 한 40여분 내지 한 시간 동안
짧은 말씀묵상, 그리고 블로그에서 놉니다. 그러다 지각하기 일쑤.
오늘은 비교적 오전시간이 많은 목요일.
그래도 출근할 시간은 다가옵니다.
내 평생 소원 출근할 부담없이 집에서 노는 게 소원이지만 아마도 그러라고 하면 답답해 죽갔다고
앓는 소리할 게 뻔합니다.

컴터 앞에 앉아 있다가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창 너머 새로 지은 아파트 위로 파란 하늘이
'안녕!'하고 말을 건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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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할수록 사진을 잘 찍어봐야겠다는 의지 충천이지만...
눈을 높은데 두니까 갈수록 더 자신이 없어져서 할 수 있는대로 해야겠다 싶어요.
저 하늘 사진을 하나 찍고 났더니 가스렌지에서 누가 불러요.
커피 끓일려고 올려놓은 주전자네요. 막 끓는데 아무리 찍어도 카메라가 수증기를 못 잡아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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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기道 아줌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화분입죠.
지난 여름 선물 받은 것인데....일단 화분이 이쁘고 잘 자라준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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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도자기 화분에 있는 놈이(식물 이름을 몰라서) 바깥 베란다를 지키고 있다면,
이 선인장은 실내를 지키고 있는 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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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의 싱크애 앞에서 물만 먹고 자라는 놈들 입죠.
이렇게 보니 저 유리좀 닦아야겠네요.
주말에 올라오시면 돌쇠님! 유리좀 닦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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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기道 아줌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놈입니ㅏㄷ.
지 엄마 몸에 붙어서 잘 자라다가 지나가던 아기가 다리몽댕이를 부러뜨리는 바람에
쬐고만 잎 몇 개 달린 것이 바닥에 나동그라졌어요.
별 생각 없이 물에 꽂아 놨는데 지 에미는 말라 죽었는데 글쎄 저렇게 이뿌게 자라고 있어요.
잎도 그 새 더 많이 돋아났구요.
같기道 아줌마는 약간 마음이 슬프고 무거워질 때는 요 놈을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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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현뚱이가 어린이집 가기 전에.
"엄마! 내가 좋아하는 음악 그거 틀어 줘. 그거 이름이 뭐였더라. 바흐 아저씨가 잠 안오는 친구하테 만들어 준 거. 띤 띠 띠리리리리....이거' 해서 틀어놨던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항상 칠렐레 팔렐레 정신이 없는 같기道 아줌마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져주죠.


이제 같기道 아줌마는 직장인 버젼으로 모드를 바꾸고 출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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