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 포스팅은 써놓은 당사자로서도 볼수록 손발이 말려들어가는 거 인정. 그런 이유로 빨리 첫화면을 바꾸는게 사람된 도리지 싶습니다.ㅋㅋㅋㅋ 이거 싱글들은 싱글들대로 짝이 있으신 분들은 또 그 나름대로 고충이 있거나 느끼한 글이었을 줄 압니다. ㅋㅋ


김훈의 <남한산성>을 끝으로 손에서 소설을 놓은 지 오랜데,
김훈의 <공무도하>를 시작으로 다시 소설을 손에 잡았습니다.
소설가들은 어쩜 그렇게 소설을 써대고 있는지......ㅋㅋㅋ
(아, 김훈의 소설은 어쩜 그렇게 소설이지만 어쩜 그렇게도 내가 사는 삶인지.... 그래서 언제든 손에 들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독서를 하게 만듭죠. 제게는요. ㅎㅎㅎ)


(저저번 포스팅의 '사실 싼게 우동' 내지 '신실씨 ***' 내지 '신실쏙 강오동'은
'소설 쓰고 있다'가 정답이었습니다)





진짜 사랑을 저는 아직 잘 모릅니다. 아가페니 에로스니 하고 구별짓는 것은 머리로 아는 사랑일 뿐이고요. 그저 어렴풋이 돌아보면 나를 나되게, 나를 자유롭게, 나를 행복하게 했던 그 사랑만이 진짜 사랑이었다는 생각을 하지요.
그 사랑의 원형은 하늘이고, 하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아주 나이브하게, 가장 알아먹기 쉽게 드러난 것이 골고다의 그 사건이라는 정도? 아주 조금씩 그 사랑의 진수를 알아가고 있는 정도지요.


주로 만나서 속깊은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20대와 30대 초반에 이르는 파릇파릇한 사람들이다보니 그들의 방황과 함께 '사랑'에 대한 정의가 헷갈리곤 합니다.
그러니까, 소설쓰는 소설가가 이렇게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에 공감이 되더라는거죠.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겐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가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는 결코 변하지 않을 거란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할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사랑을 이룬 이들은 어쨌든 서로를 좋은 쪽을 이해한 사람들 이라고, 스무 살의 나는 생각했었다. 결국 내게 주어진 행운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 서로의 이해가, 오해였음을 깨닫지 않아도 좋았다는 것...


이 공감백배의 소설 속 소설같은 표현에 결혼 10년이 넘은 아줌마도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나 잠깐 책에서 눈을 떼고 한 두 번만 깜빡거리며 생각의 끈을 붙잡아보면 '오해'를 오해로 붙들고 싶은 '로맨스'와 사랑을 구별하게 해주는 이보다 좋은 표현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 입니다.(소설 읽는 재미란.....)
이 지점에서 이 모뉨이 지금 뭔 얘기를 하는 거? 라며 모늼에 대한 이해 아닌 오해가 마구 솟구쳐 올라오시는 분들께 두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1.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고미숙, 그린비
2.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We>, 로버트 A. 존슨, 고혜경 옮김, 동연


사랑을 지고지순한 로맨스로 승화시켜버리면 결국 상처받는 건 나 자신일 뿐이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쓰고 있네' 라는 표현은 얼마나 좋은 망치 한 방이 되어주는지...
그럼에도 소설가가 쓴 소설은 또 얼마나 좋은 새로운 세상의 호흡을 열어주는지...
하이튼 소설에 푹 빠져 오늘도 잠 안오는 밤, ㅅ ㅅ ㅆ ㄱ ㅇ ㅅ ㄴ ㄷ !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들~지요♬  (24) 2010.05.28
그대 어디 있나요  (16) 2010.05.24
애로사항  (20) 2010.04.06
세 조카 이야기  (14) 2010.03.12
온기, 열기  (10) 2010.02.05



손이 저렇습니다.

주일날 카페를 운영하는 중 허브티에 손맛을 더하고자 티주전자에 손을 푹 담궜다지요.
물론 주전자엔 뜨거운 물이 가득했구요.
생각보다 심하진 않지만 한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통에 원활한 블로그 생활이 어렵습니다. 한 문장 칠려면 오타가 백 번.ㅎㅎㅎㅎ
포스팅할 것들 쌓였는데...






병원 가기 전 통증이 심할 때는 오히려 '얼음찜질 타법'으로 나름 할만 했었는데요.
'붕대타법'은 웬만한 독수리타법보다 오타발생률이 높아 어렵습니다.
애로사항은 있지만 봄이 오고 있으니 맘이 좋습니다. :)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어디 있나요  (16) 2010.05.24
소설 쓰고 있다  (4) 2010.04.15
세 조카 이야기  (14) 2010.03.12
온기, 열기  (10) 2010.02.05
잠시 다녀옵니다  (14) 2010.01.25
지난 번 생일에 엄마가 좋은 점 열 가지 씩 얘기할 때 아빠가 '음...엄마가 아기들을 예뻐하는 모습이 좋아' 하니깐 채윤이가 '맞아. 엄마는 애기들을 정말 이뻐하고 잘 놀아줘. 세현이랑 통화하고 노래해 주고... 엄마가 고모라서 참 좋아' 라고 맞장구 쳐주었습니다. (완전 기분 좋았음:)

대박 에피소드 쉬지않고 빵빵 터뜨려주는 조카 삼형제 이야기 입니다.
그 집에 가서보면 사진마다 에피소드마다 대박이지만 몇 개만 골라왔습니다.
이 놈들의 엄마빠, 특히 엄마에게 경의와 찬사를 보내며....
수현, 우현, 세현이 엄마 선영이 미니홈피에 올라온 사진과 멘트 그대로.

==============================


에피소드 1 : 난방효과


옹기종기 모여 자면 좀 더 따뜻하답니다^^




에피소드2 : 미개척지



서랍장안, 식탁위, 김치냉장고위, 농속, TV위, 피아노위, 아빠책상위 등 
안 거쳐간 곳 없이 다 점령한 헝아들이지만,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그 곳.
우리 셋째가 개척했습니다.



에피소드 3 : 만원


아빠가 태워주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블록기차.




에피소드 4: 정운형 아들, 정우현 동생. 브라보~




손 못대게 김치냉장고 위에 우유 올려 놨더니만,

엄마가 잠간 설거지 하는 사이에 의자 끌어다 올라가서 사고치고 말았다. 요즘 세현이의 사고는 끝이 없다.

일 끝내고(?) 의자에서 내려오면서도 
기념사진은 잘 찍도록 협조 잘 하는 세현이의 센스!!



.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쓰고 있다  (4) 2010.04.15
애로사항  (20) 2010.04.06
온기, 열기  (10) 2010.02.05
잠시 다녀옵니다  (14) 2010.01.25
말과 삶으로 교회개혁을 열망한다  (13) 2010.01.05



1년여 전에 아니, 1년이 좀 더 됐다.

예배가 시작하는 2시가 되어도 '정말 예배가 있는건가?' 싶게 예배당은 텅텅 비어있었다.


진심 숫자 때문이 아니었다.
뭐랄까 우리 영혼이 내지는 마음이 몸의 어디쯤 있는 지알 수 없다지만,
가슴 언저리에서 통증이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바로 그 부분에 심한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쓰리고 아팠다.


그 통증은 어디로부턴지 모르게 내 뼈 속 깊이 파고드는 냉기에서 비롯되었다.
분명 힛터가 돌아갔을 것이고 외투가 부담될 정도의 실내온도 였건만 냉기, 차거운 기운이 휭휭 본당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 즈음 바로 그 가슴 부분에 통증을 느끼며 기도했었다.
'예배로 가는, 예배로 향하는 마음들에 성령의 온기가 덮게 하소서. 청년들이 모일 때 청년다운 열기가 있게 하소서. 주일 2시 예배를 향해가는 그 시간을 데워주소서. 사람들의 체온 만큼이라도 느껴지게 하소서...'


수 주 전에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예배 전에 커피장사를 하다가 문득 1년 전의 기도가 생각나며 돌아본 본당. 앞 쪽 성가대 석에서는 주보를 접고 있는 한 무리, 본당 뒷편의 도서부 모임, 찬양팀 모임, 카페 주변으로 시끌벅적한 비공식 만남들....
바로, 이 곳에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만나는 사람들이 뜨겁게 허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거다. 기도하고 잊었던 그 단어 '온기, 성령의 온기, 사람들간의 체온' 그걸 눈으로 본 것이다.






한동안 몸과 마음에 부담이 많이 돼서 카페를 그만 둬야지 했었다. 올 초에도 이제 완전히 손 떼고 믿을만한 참한 쭈꾸미(ㅋㅋㅋ)에게 넘겨야지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건 누구를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 냉기가 걷히고 온기가 지펴진 저 좋은 곳에서 누리는 한 시간의 기쁨을 포기할 수 없는 일.


수련회 둘째날 저녁을 보내고 있는 그들에게 온기 아니라 몸과 마음이 불타버릴 듯한 뜨거움이 함께 하길 기도한다. 그 뜨거움으로 온갖 열등감, 외로움, 패배의식, 세속적 성공주의 다 불살라지기를....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로사항  (20) 2010.04.06
세 조카 이야기  (14) 2010.03.12
잠시 다녀옵니다  (14) 2010.01.25
말과 삶으로 교회개혁을 열망한다  (13) 2010.01.05
행복의 얼굴  (20) 2009.12.31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잠시 자리를 비웁니다.

 
일상의 책임과 즐거움을 내려놓고 기도하러, 기도를 배우러 갔다 오겠습니다.

지금  저의 휴대폰은 액정이 고장난 상태라 문자 내지는 제가 먼저 전화걸기가

안되는 상태입니다.

물론 기도하는 동안 휴대폰 사용을 아예 못하고요.


암튼, 잘 다녀오겠습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 조카 이야기  (14) 2010.03.12
온기, 열기  (10) 2010.02.05
말과 삶으로 교회개혁을 열망한다  (13) 2010.01.05
행복의 얼굴  (20) 2009.12.31
장군님! 다녀갑니다  (20) 2009.11.17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의 얼굴 크고 훤한 분이 내 동생이다.
지난 3년간 교회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했는데 사실 엄마한테 말을 못했지만 늘 불안했다.

동생이 하는 일은 싸우는 일이었고 싸움의 대상이 주로

돈, 권력, 명예, 힘 가질 것 다 가진 큰 교회 목사님들이기 때문이다.   

강아지 같은 어린 애가 졸졸이 셋 있는 아빤데 저러다 으슥한 골목길에서 뭔일 당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었다. 다행히 몸 성히 3년의 사역을 정리하게 되었다.

동생을 생각하면 항상 엄마랑 분리되지 않는다.

엄마가 바라는 좀 더 안정적인 길로 왜 가지 않을까?
안전하고 안정된 기회와 길이 없는 것이 아닌데도 

왜 항상 저렇게 가난하고 위태위태한 길을 골라 다닐까? 

그러기로 따지면 나도 엄마한테 할 말이 없다. 
평생 남매를위해서 기도해온 엄마는

'두 남매 새벽별 같이 빛나길' 기도하셨고, 

사실 그 기도는 두 남매가 이 세상에서 높은 길, 성공의 길로 가길 바라는

엄마 나름의 축복기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는 성공한 엄마라는 생각을 늘 한다.

엄마 바램대로, 엄마의 기도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해오던 돈걱정을 아직도 하며 살고 계시지만 말이다.
<뉴스앤조이>에 난 동생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엄마의'새벽별 같이 빛나라'는 기도는

궁극적으로 하늘의 길을 선택하여 걸을 때만 다다른 수 있는 빛이기 때문이다.

<뉴스앤조이>에서 퍼온 기사이다. 


==================


 

   
 
  ▲ 남오성 목사(좌)와 정운형 목사는 인상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교회 개혁을 하기에 너무 순해 보인다고 하지만 삶에서 개혁을 해온 경험에서 개혁의 힘이 나온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말한 대로 살고 사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말과 삶이 나란히 간다면 그것은 철학의 완성이다"는 베네딕트 수도회 조안 치티스터의 말을 교회 개혁 현장에 적용한다면, 개혁을 외치는 말과 삶이 나란히 가야 그것이 개혁의 완성일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전 사무국장 정운형 목사(40)와 현 사무국장 남오성 목사(41)는 한국교회를 개혁하기 위한 시도를 각자의 자리에서 해 왔다. 그렇기에 이들이 한국교회를 향해 외치는 소리는 공허하지 않다.

정운형 목사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중형 교회의 부목사 자리에서 나와 3년 동안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있다가 다시 작은 교회의 부목사로 돌아갔다. 남오성 목사는 세습하라는 교회에서 굳이 나와 교회 개혁의 최전선에 있는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왔다. 권력과 자본이 집중된 교회와 교권을 감시하고 자정하라고 외치는 일은 거친 일에는 틀림없다. 남오성 목사 스스로 개혁연대를 '특공대', '총알받이'라고 부른다. 알면서도 무슨 이득을 보자고 특공대에 자원했을까.

부흥하는 교회에서 떠나고, 세습 유혹 떨치고

정운형 목사는 안정적인 중형 교회의 부목사 자리를 내놓고 나왔다. 교회 회복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담임목사의 전횡 때문에 교회에 문제가 많은데, 정 목사가 맡은 부서는 사람이 많아졌다. 오래 고민하다가 "교회가 엉망인데 혼자 사역을 잘하고 있는 게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담임목사는 "개척을 시켜주겠다"며 붙잡았지만 뿌리치고 나왔다. 사임한 후에도 오랜 시간을 기도한 뒤 담임목사를 찾아가 충언하기도 했다.

그렇게 교회를 나온 후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가자 정 목사의 어머니는 좋아하지 않으셨다. 중대형 교회에서 안정적으로 사역하기 원하는 어머니의 바람과 다른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머니께 "교회의 허물은 내 아픔과 같고, 그 기도 제목은 곧 어머니의 기도 제목"이라고 설득했다.

남오성 목사는 교회를 세습하라는 요구를 거부하기까지 갈등이 심했다. 교회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세습해도 문제되지 않을 것 같았다. 더구나 최근에 교회는 남 목사로 인해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남 목사는 개인 구원에 집중하던 교인들의 시각을 사회 참여로 확장시키기 위해 애썼고, 담임목사인 아버지를 계속 설득했다. 목사 아들이라는 이유로 교인들이 남 목사를 잘 따랐다. 남선교회가 장애인을 찾아가고, 청년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섬기고,  고난 받은 이들을 위한 성탄 모임 등에 함께하는 것은 이전에 없던 일이었다.

지금 교회를 떠나면 그마나 있었던 개혁의 움직임이 도루묵이 될 것 같아서 갈등했다. 반면 마음 한구석엔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를 물려받으면 최소한 평생 굶지 않고 애들 대학 등록금 걱정은 안 하고 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민이 깊어져 주변에 신뢰할 수 있는 분에게 조언을 구했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도 물었다. 어떤 사람은 가지 말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그런 세습이라면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러 어찌하든 좋다고도 했다.

동일한 처지였던 김장생 박사를 만났는데, "남 목사가 교회를 물려받는 게 이 교회에는 유익할 수 있지만 하나님나라에는 유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는 타격이 있지만 하나님나라를 세워가는 것에는 세습을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남 목사는 망설임 없이 세습을 포기했다.

독단적인 목사, 가식적인 교수가 바로 나

정운형 목사와 남오성 목사가 교회 개혁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생뚱맞은 일이 아니다. 그들 삶의 연장선인 셈이다. 본인이 살았던 대로 한국교회에 말하기 위해서고, 말하는 대로 살기 위해서기도 하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도 하다. 나날이 자신의 부족함을 성찰하게 되기 때문이다.


 

   
  ▲ 개혁연대 7,000인 찾기 프로젝트 전국 투어하면서 지방의 분쟁 교회를 찾아 예배하고 모임하던 사진. 사무실 직원들이 한사코 사양해도 지방에 있는 개혁연대 회원들은 멀리 찾아 왔다며 밥을 사려고 했다. ⓒ 뉴스앤조이 김세진  
 
정운형 목사는 교회 문제를 상담하면서 자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어 힘들었다. 독단적, 파행적으로 교회를 운영하는 목사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신의 숨겨진 모습이 드러난 것 같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았고 거듭 채찍질하면서 성찰하려 애썼다.

남오성 목사도 웨신에서 교수로 있을 때, 허위와 가식이 가득한 자신의 모습을 봤다. 교수가 되니 사람들이 엄청난 권위를 실어줬다. 같은 말을 해도 이전과 다르게 주의 깊게 경청하고 모두 꾸벅 인사했다. 연봉도 괜찮았고 사회의 존경을 받는 자리였다. 어느새 즐기고 있는 자신을 봤다. 그런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기에 교만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추방당하고, 교수직에서 물러났지만

정운형 목사와 남오성 목사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사역하다가 한계에 부딪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일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 목사나 남 목사는 이를 실패라고 생각하기보다 사명이 거기까지려니 생각했다.

정운형 목사는 탈북자를 돕기 위해 중국에 갔다가 추방당하면서 깊은 좌절을 경험했다.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부터 탈북자 사역에 관심이 있었기에 교인들과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행을 결심했다. 정 목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20여 명이 함께 모이던 가정 교회가 공안의 단속에 걸렸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것이 위법이다. 같이 일하던 중국인 전도사가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틀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따귀를 맞고 협박을 당하기도 했지만 동료 선교사의 이름을 대지는 않았다.

조사 끝에 바로 추방을 당해 공항으로 가는데, 마음이 허탈했다. 1년의 시간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절한 무기력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중국에 가서 탈북자들을 돕겠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무언가를 하실 것이다 하는 마음은 어쩌면 자신에 대한 기대였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하게 쫓겨나면서 마음이 어찌나 절박했던지, 공항까지 동행한 공안에게 마지막으로 전도했다.

당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 목사는 중국에서의 시간을 통해 교회 개혁적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중국에서 초대 교회 형태의 '날복음'을 접했는데 그에 비해 한심하기 그지없는 한국교회의 상황을 봤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은 당장 생존하는 문제로 고민하며 "하루라도 성령의 인도하심 없이 살 수 없다"고 고백하며 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교회 건축과 직분자 임직식에서 돈 내는 것 때문에 싸우는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 보였다. 그 경험을 하니 개혁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개혁 운동을 시작했다.

남오성 목사는 사실 교수가 되기엔 조금 부족한 스펙이었다. 박사 과정을 공부하다가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할 수 없이 휴학하고 귀국했기 때문이다. 남 목사는 웨신에서 교수와 기획처장 제의를 받았다. 근본주의였던 웨신을 개혁적으로 바꾸는 일을 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남 목사가 개혁을 위한 실질적인 일의 진행을 맡았다. 웨신이 개혁연대, 성서한국, 성토모 등과 제휴를 맺고 '기독교 경제학과 사회 윤리' 같은 과목을 개설한 것도 남 목사가 있을 때 일이다.

남 목사는 지난 2월, 3년여 일했던 웨신 교수 자리에서 물러났다. 모두가 선망하는 교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었지만 남 목사는 홀가분하다고 했다. 교수라는 옷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그 옷을 입으면 뒷목이 당기는 듯 불편했다. 학교에서 나오면서 "하나님이 가식적인 것을 털어버리라고 좋은 자리 주셨나 보다" 하고 마음을 먹었다.


 

   
 
  ▲ 남오성 사무국장이 '사랑의교회 건축, 어떻게 볼 것인가' 포럼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뉴스앤조이 유연석  
 

웨신에서의 경험은 남 목사를 교회 개혁의 현장과 연결해 주었고 세속적인 욕심을 버리게 해 주었다. 연봉이 괜찮고 존경받는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은 일종의 자기 싸움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이 개혁 운동의 교두보가 되었다.

교수 자리에서 나왔다고 남 목사가 신학 교육을 통한 교회 개혁 운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웨신에 있을 때도 활동가였고 지금도 활동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개혁연대에서도 특히 교육 사업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교육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인들과 함께 교회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에서 내 좌표가 어느 위치에 있고 내 임무와 교회 임무는 무엇인지를 아는 역사의식이 있으면 문제를 달리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가 중세 시대와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어둠이 깊기에 희망도 있다. 남 목사는 "밤이 깊을수록 새벽은 가까이 있다"는 말을 인용했다.

교회 분쟁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지만 현장에 있기에 감사

이제 인수인계한 지 한 달여 지났는데 정 목사는 아직 교회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담했던 교회의 이야기가 아직 머릿속에 꽉 차 있다. 잘 때도 밥 먹을 때도 교회 문제에 관한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한국교회의 왜곡된 구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우는 것이 사무국장의 일이다. 하지만 안 좋은 사건을 주의 깊게 들으니 감정이 이입되어 덩달아 힘들다. 그들 문제는 대부분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를 위해 기도하며 힘을 얻기도 하지만 힘에 부칠 때도 있다.

어느 날은 너무 지쳐 상담하기 싫은 마음이 생겼다. 힘든 마음을 안고 강남제일교회가 여는 '양들을 위한 음악회'에 참석했다. 분쟁을 겪고 있는 강남제일교회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다른 교회 교인들을 초대해 위로하는 자리였다. 음악회에 참석한 교인들이 "땅 끝에서 주님을 뵈오리" 찬양하는데 눈물이 났다. 교회에서 불의가 이기는 것 같아도 감춰진 것들이 밝히 드러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교인들이 선지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보았다. 교인들은 불의에 동조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무국장으로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 학자의 혀, 듣는 귀, 철면피 같은 얼굴을 달라고 기도했다. 개혁연대에 부임하기 전, 금식 기도를 하면서 마음에 이사야 50장에 나오는 고난 받는 종의 기도를 하라는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도는 곧 하나님의 정의를 잘 설명하고 잘 듣고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는 힘을 달라는 기도였다. 개혁연대 협동 사무국장으로 있는 지금도 그 기도를 하고 있다.

정 목사는 이제 뜨인돌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을 시작한다.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정 목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이지만 부담스럽다. 그동안 개혁 운동을 하면서 했던 비판의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댈 생각을 하니 두렵다. 개혁 운동의 기운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긴장감 있게 매사에 임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단순히 목사라는 이유로 교인들이 교역자를 우대하는 것을 지혜롭게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목사와 교인이 하나님 앞에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남 목사는 개혁연대 사무국장으로 오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아침에 즐겁게 출근할 수 있을까'와 '저녁에 보람찬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을까'였다. 지난 한 달여는 감사한 시간이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없어졌고, 분쟁 교회 상담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어렵고 답답한 얘기를 참고 오래 들어주는 것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 목사는 이제 더 이상 <뉴스앤조이>에 실린 교회 문제 기사를 읽고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눈물 흘리고 답답해하는 대신 직접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온기, 열기  (10) 2010.02.05
잠시 다녀옵니다  (14) 2010.01.25
행복의 얼굴  (20) 2009.12.31
장군님! 다녀갑니다  (20) 2009.11.17
신종or재래종or독종 플루  (19) 2009.11.01




행복의 얼굴 
 

詩 /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고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2009년 마지막 날에 한 해를 돌아봅니다.

행복과 불행이,
삶의 빛과 그림자가,
사랑과 증오가,
기쁨과 슬픔이,
성공과 실패가,

밀물과 썰물처럼 출렁거리며 함께하는 것이 삶임을 배우는 한 해 였습니다.
창조주께서 우리 삶에 숨겨둔 보물은 대부분 그림자 속에서, 슬픔과 실패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 그림자 속에 숨겨진 빛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여러 벗님네들과의 만남을 돌아보며 갑사합니다.

인생의 귀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하시니 오는 새해에는 오고 오는 행불행의 순간에도 천국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 이 곳을 드나들면 마음을 나누었던 여러분 고맙습니다.


* 사진은 프로필 사진이 필요하다는 말에 득달같이 달려와서 부부가 함께 찰칵찰칵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찍어주신 털보님과 털보부인의 작품이십니다. 언제나 감사할 뿐 입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시 다녀옵니다  (14) 2010.01.25
말과 삶으로 교회개혁을 열망한다  (13) 2010.01.05
장군님! 다녀갑니다  (20) 2009.11.17
신종or재래종or독종 플루  (19) 2009.11.01
가을_ 김현승 詩  (13) 2009.10.12




가족이 온종일 서로에게 집중하는, 쉬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 절실했습니다.
10월부터 이제나 저제나 했지만 도통 시간을 낼 수 없었지요.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 하루만에 다녀올 곳을 물색하다가 아산 현충사, 스파비스 낙찰!




어렵게 잡은 날이 한파가 몰아치는 날이라니....
우린 단풍도 제대로 못봤는데...
현승이가 '노란 길' 이라고 불렀던 은행나무 길도 제대로 한 번 못 걸와봤는데...ㅠㅠ
오리털 파카로 중무장을 하고 나서서 아산 현충사에 도착했습니다.
채윤이의 오리털 파카 입은 뒷태가 간지스럽습니다.



새로 산 간지 모자까지 쓰고 단풍나무 아래 서니 사춘기 머지 않은 언니 분위기 제대롭니다.




하고 많은 모자 중에서 채윤이가 저걸 고른 이유는 하나입니다.
엄마가 겨울마다 쓰는 모자와 색깔이랑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거지요.
아빠가 묻습니다. '채윤아! 너의 로망은 엄마지?' 그리고 단도리를 합니다. '엄마 기럭지는 닮으면 안된다~'




둘인 또 모가 그렇게 닮았는지....
요즘엔 TNTer들이 예배시간에 도사님이 설교하러 강단에 서면 도사님인지 현승인지 구분이 안된다고 합니다.
최근에 교회 새로 등록하신 분이 2부예배 전에 찬양인도 하시는 분 중매를 하신다고 하셨다는데...
그 찬양인도 하시는 분은 바로 저 분입니다. 열 살, 일곱 살 두 아이를 둔 아빱죠. ㅠㅠㅠㅠㅠ
찬양인도 하는 그의 왼쪽 옆에 서서 싱어를 하는 주름살 작렬 아줌마.
그 아줌마가 중매하시려던 총각(?)의 아내라는 걸 그 분은 상상이나 하실까요? OTL




붉은 단풍 아래 이 촌스러운 포즈의 남녀는 부부임을 밝혀드립니다.ㅠㅠ
이모랑 조카.... 이런 사이 아니고요.ㅠㅜ




이순신 장군이 자라셨다는 아산의 현충사에는 아직 단풍이 남아 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정말 좋았겠다 하는 말을 계속 되뇌였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짧은 시간의 산책이었지만 가을의 끝자락, 완전 끝자락에 급히 인사는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것은 영화 속 연인들이나 한다는 낙엽비 만들기 로맨스 놀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웅다웅 하는 남매끼리는 좀 제대로 스타일이 살아나질 않지만요.




이젠 어디 나가면 엄마보다 아빠 곁에 붙어 있는 현승이.
아빠와 현승이 갈림길에 서서 잠시 고민 중입니다.
어디로 갈까?



아빠! 이 쪽으로 가자.
됐어 임마. 일루와.
엉.



내내 둘이 붙어 있는 분위기 입니다.
전에는 현승이는 엄마 곁, 채윤이는 아빠 곁에 있었는데....
이제 점점 채윤이는 휴대폰 곁, 현승이는 아빠곁, 엄마는 왕따? ㅋ





달리기 시~이작! 하고 가장 멋진 폼으로 스타트 라인에 섰다가  현승이 내달리며 앞으로 나가면
바로 뒷짐 지고 걷는 아빠. 아직은 Start zone!

012345



그런 아빠를 버리고 가던 길을 벗어나 의미없이 달리다 넘어지기 놀이 한 판.




그리고 다다른 성웅 이순신 장군님의 옛집. 김종필 아빠 마음의 영웅, 이순신 장군님이 자라신 집입니다.




현충사 본관(?)에 다다라 참배를 하면서 짧은 시간 이 나라를 위해서 기도로 마음을 모읍니다.
사리사욕을 앞세우지 않고 나라과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던진 선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소서.
이 나라에 그런 지도자를 세워 주시고, 이 백성에게 참된 지도자를 발견해내는 눈을 주소서.

채윤이는 명일 초등학교 3학년 5반.... 이렇게 방명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님께서 활 연습과 더불을 무예를 닦으시던 활터에 섰습니다.
마음의 영웅께 비장하게 묻습니다.


장군님! 아까 출발할 때 차에서 우유를 마신 다음부터 계속 배가 아픈데....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ㅋㅋㅋㅋㅋ

아래 두 개는 아빠의 영웅 이순신 장군에 관한 오래 전 얘기지요.

http://larinari.tistory.com/213

http://larinari.tistory.com/209



현충사를 나오면서 애들과 퀴즈놀이.
'아빠가 좋아하는 사람 누구~우게?'
'이순신 장군!'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할아버지!'
'엄마!'
아, 영광이다야~ 그런 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진짜 영광이다.






현충사에는 유난히 모과나무가 많습니다. 땅에 떨어진 모과를 줍고 한 번을 일부러 떨어뜨려도 보고....
몇 개를 주워 모았습니다.
유난히 모과차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모과차를 담궈야겠습니다.
장군께서 당신을 좋아하는 까마득한 후손이 왔다고 주신 선물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우리보다 며칠 앞서 현충사를 다녀오신 해송님께서 발견하신 초겨울에 핀 진달래 입니다.
현충사를 도는 내내 저걸 찾아다녔다지요. ㅎㅎㅎ
결국 나오는 길에 찾아서 해송님께 약속드린대로 사진 남겨 왔습니다.



그리고나서 아산 스파비스로 고고씽.
네 사람 입장료면 10만원이 넘는데 스파비스에서 '오만원 신권 한 장을 내면 4인 가족 입장' 시키는 기가 막힌
이벤트가 있는 것입니다. 아~ 이런 횡재!

정말 재밌게, 뽀지게 놀고 나와서 지난 여름 이후 현승이가 노래를 부르던 조개구이를 먹고 집에 오니 9시30분.
아침에 일어난 현승이는 '아, 지금이 어제였으면 좋겠다' 이럽니다.

장군님께 인사드리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의미있고도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과 삶으로 교회개혁을 열망한다  (13) 2010.01.05
행복의 얼굴  (20) 2009.12.31
신종or재래종or독종 플루  (19) 2009.11.01
가을_ 김현승 詩  (13) 2009.10.12
대머리 공연 두 편  (20) 2009.09.13


신종플루, 재래종플루, 독종플루 중에서
신종일 확률이 가장 높은 플루에 걸렸습니다.

정확힌 지난 수요일 수요예배 가서부터 목이 간질간질 기침이 나기 시작.
목요일 오전에는 간간이 기침. 오후로 갈수록 기침의 횟수가 잦아지더니...
금요일 오전에는 살짝 아주 살짝 미열이 있었지요.
목, 금에 몰려 있는 아가들 음악수업을 모두 취소하고 병원에 갔는데...
신종도 배제할 수 없는 일반 플루라는 의사 선생님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환자로서는 가장 모호한 답을 듣고 약처방을 받아와서 집에서 쉬었습니다.
혹시 몰라서 애들과 격리된 채.

금요일 밤을 지나며 토요일 새벽에 38.7도 정도의 고열이 나면서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그리고 다리를 비롯한 몸 여기 저기 심한 근육통.
해열재와 진통제가 든 처방약을 먹고는 열과 함께 두통도 가라앉았습니다.
또 혹시 몰라서 다시 병원으로 갔더니 타미플루 처방을 해줍니다.
이게 부작용도 있고, 이미 아플대로 아팠는데 먹기도 뭣해서 화장대 위에 고이 모셔뒀는데...
아까 오후에 살짝 가슴이 뻑뻑하면서 숨이 막히는 증상? 비슷한 게 있길래...
겁이 덜컥나서 얼른 한 알을 털어넣었습니다.

몸은 이제 대체로 괜찮습니다.
며칠 격리상태로 쉬면 되겠는데...
애들을 집에 둔 상태로 격리상태가 이게 쉬울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제 밤 현승이는 누워있는 엄마 침대 멀찍하니 앉아서
'흑흑.... 엄마가 다 날때까지 엄마를 안지도 못하고...흑흑흑...
손도 못 잡잖아....흑흑흑.... 엄마를 한 번만 안고 싶다' 이러면서 멜로 영화 한 편을 찍었다지요. 

포스팅을 할만큼 몸은 괜찮으니까 너무 염려들은 마시고요....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의 얼굴  (20) 2009.12.31
장군님! 다녀갑니다  (20) 2009.11.17
가을_ 김현승 詩  (13) 2009.10.12
대머리 공연 두 편  (20) 2009.09.13
가을을 맞으러  (21) 2009.09.01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

가을입니다.
언어 가운데서 노래를 고르던 봄이 아니고 가을입니다.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는 시간을 갖기에 적절한 날들이죠.
이사를 한 일주일 앞두고 있어서
이런 저런 집안 정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얼마간 시인의 말처럼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며 보내려고 합니다.
'블로그 좀 쉬어볼께요'
대신
'당분간 언어의 뼈 마디를 고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러니깐 참 있어보인다. 그죠?
그 얘기가 그 얘깁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군님! 다녀갑니다  (20) 2009.11.17
신종or재래종or독종 플루  (19) 2009.11.01
대머리 공연 두 편  (20) 2009.09.13
가을을 맞으러  (21) 2009.09.01
황정산 휴양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 2009.08.27



부회장 김채윤양이 만난 런닝 메이트는 자신처럼 장래희망이 뮤지컬 배우인 민서. 미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된 친군데 이 친국 전학온 날부터 유난히 얘길 많이 하더니 뭐 통하는 게 있었나봅니다. 서로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걸 확인하고 민서가 엄마랑 보기로 한 <지킬앤하이드>를 채윤이랑 보겠다고 하더랍니다. 임원 엄마 모임에서 만난 민서 엄마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하셨고 본인이 애들을 세종문화회관 까지 데려갔다 오시겠다는 고마운 배려까지 해주십니다. 그렇게 채윤이는 작년 이맘 때 <클레오파트라> 본 걸 가지고 1년을 곱씹더니만 오리지날 뮤지컬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친구 민서도 고맙고, 그런 민서의 마음을 그대로 허락해주신 민서 엄마도 고맙고.... 애들 데리고 오가는 길에 보시라고 책을 한 권 선물했는데 그 책이 너무 좋고 위로가 된다니 것두 참 감사했습니다.



채윤이 뮤지컬 보러 가는 금요일에 갑자기 정명화 협연 콘서트 티켓을 얻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또 가을밤 대가의 첼로 선율에 빠지는 행운을..... 아, 고마워. 혜연! 그 사이 아빠랑 현승이는 교회에서 있었던 마술쇼를 보았구요.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 아주 짧은 이 찬송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을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곤 합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몸과 마음의 고통이 다가올 때, 때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랑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마음이 아플 때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  그러나 오늘처럼 생각지도 못한 기쁨의 선물이 주어질 때도 새의 날개같은 자유로움으로 '모든 것이 주께로부터 왔으니...'라고 고백하며 감사할 수 있습니다.

공짜로 본 두 공연, 일명 대머리 공연으로 넘치는 감동, 감사....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종or재래종or독종 플루  (19) 2009.11.01
가을_ 김현승 詩  (13) 2009.10.12
가을을 맞으러  (21) 2009.09.01
황정산 휴양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 2009.08.27
외할머니의 배려, 수습불가  (18) 2009.08.11

망아지들 방학, 수련회, 이사, 휴가,
한꺼번에 벌어진 많은 일들로 정신줄을 놓고 지낸 것 같은 여름이 작별인사도 안하고 떠났다. 가면 간다고 말을 하고 가야지... 섭섭하긴 하지만.
예의가 바른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지 뭐. 오는 가을에 눈인사라도 하러 가야겠다.


망아지 둘이 사이좋게 수영간 두 시간의 틈을 이용해서 양수리 데이트를 나서다.
꼴렁 하나 쓰는 원고 가지고 쓸 때마다 너무 징징거리는 거 같지만 암튼 써서 보내고 나면 학교 다닐 때 시험 끝난 느낌이고, 몸은 살짝 아프고 그렇다.
나가보자. 양수리로 가보자~
클라라 커피가 뽕칼국수가 되어 쫌 그렇지만 좀 아쉽다는 그 정도?

우린 뽕!칼국수를 먹고도 로맨틱하게 데이트 할 수 있는 사이니깐.ㅋㅋㅋ

하늘이 맑고 저녁 햇살이 마구 쏟아지고, 우리는 쉴 새 없이 얘기하고.
(너~무 청년부 얘기만 하고....ㅜㅜ)

그래도 짧게나마 가을에게 반갑다는 인사는 전한 듯.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_ 김현승 詩  (13) 2009.10.12
대머리 공연 두 편  (20) 2009.09.13
황정산 휴양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 2009.08.27
외할머니의 배려, 수습불가  (18) 2009.08.11
오만 구천 원  (20) 2009.07.25

세상에 이렇게 가슴 저리게 깨끗한 물이 아직도 있단 말인가?
황정산 자연휴양림에 가서 계곡을 바라보는 순간 탄성이 나왔다.
체크인도 하기 전에 댐을 막아 맑디 맑은 물로 만들어 놓은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애들은 춥다고 덜덜 떠는데, 부모님은 엄두도 못 내시고 바라보며 벙글벙글 하시는데...
남편과 둘이 뛰어들어 마구잡이 게헤엄 수영대회로 몸과 마음을 누르는 무게를 덜어냈다.


사실 한 달 전쯤 TV에 국립 휴양림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시고 늘 그렇듯이...
'아니, 테레비에 나왔는데 그런 데 가서 산림욕 하면 두통에 좋다드라. 야, 엄청 좋드라.... 아니... 뭐 좋다구' 이렇게 부모님의 의중이 전달되어 왔다. 이미 예약이 다 끝난 상태임을 알았지만 혹시나 하고 알아보니 간간이 예약취소로 나오는 방들이 있었고, 마침 우리 휴가 기간과 맞아 떨어졌다. 그래, 내내 우리끼리 여행하고 하루쯤.... 효도여행으로..... 희생하는 거야. 하는 계획이었다.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자는 게 여행의 최고 목적이니깐 잃을 것이 무얼까? 미리 미리 장 봐서 식사준비도 알차게 해서 봉사겸 휴가로 떠났다. 아, 그러나.... 휴가의 백미가 여기 숨겨져 있을 줄이야. 너무 맑은 물과 자연이 나를 무장해제 시켰고 산에서 내려온 물로 만든 25M를 넘는 수영장이 나를 감동시켰고, 고마워 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위로를 주었고, 이런 저런 일로 무기력에 가까운 마음상태가 차라리 모든 걸 내려놓게 만들기도 하였다.
부모님을 모시고 놀러가면 어머니 옆에서 얘기들어 드리는 것도 큰 사명 중 하난데 그저 수영을 하고, 계곡에서 애들과 놀고, 바위에 혼자 앉아 몸을 말리고 하면서 더욱 몸과 마음의 힘이 빠졌다. 시간이 갈수록 참 쉼이 찾아든다. 준비해 간 고기며 아침식사며 간식이 맛있고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것도 참 감사하다.



이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더 이상 효도여행이라 부르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저 우리 모두 함께 누리고 즐기는 순간이 되면 족하다.

황정산에는 나의 무기력과, 조바심과, 잔머리를 보시면서도 한결같이 기다리시는 그 분의 사랑과 변함없는 따스한 품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내가 그 품에 안기지 않을 때는 TV 프로그램을 동원하시고, 어머님의 두통까지 동원하셔서, 그리고 당신 손으로 지으신 창조의 빛이 숨겨진 아름다움을 동원하셔서 날 부르시고 안으신다.
황정산 자연휴양림에는 그런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머리 공연 두 편  (20) 2009.09.13
가을을 맞으러  (21) 2009.09.01
외할머니의 배려, 수습불가  (18) 2009.08.11
오만 구천 원  (20) 2009.07.25
뒤늦은 고백  (20) 2009.05.29


엄마가 오셨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다같이 식탁에 둘러 앉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다 우리 네 식구와 엄마가 다같이 식사를 하는 자리입니다.
아빠가 채윤이를 놀릴 요량으로
'너는 앞니 두 개가 진짜 크다. 이빨이 왜 그렇게 크냐?'
채윤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신데다가 농담으로도 부정적인 느낌이 새어나오는 걸 못 견디시겠는 외할머니가 바로...

'얼라, 그르믄 잘 산댜아~ 이빨이 크믄 부자루 잘 산댜~아' 하시면서 채윤이의 엄청난 대문 이빨을 복 받을 징조로 만들어 버리셨습니다.

그 말 끝에 아무 생각없이 제가 그랬습니다. '현승이는 이빨이 다 디게 쪼끄맣지' 하니깐 채윤이가 바로 '엄마, 현승이 이빨은 진짜 쪼끄만게 꽉 차 있어. 꼭 옥수수 같애' 하면서 현승이 이로 화제가 옮겨갔습니다. 그러자 또 바로 외할머니 등장...

'얼라, 그게 좋은 거여. 이빨이 그르케 생기믄...(아주 짧은 침묵)..... 좋탸~아'

이빨이 쪼그만 건 어떻게 좋다는 건지 추가 설명은 없으셨고 그저 뻘쭘한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이빨이 큰 채윤이가 좋은 건지, 이빨이 작은 현승이가 좋은 건지 수습은 어려울 듯 합니다. 할머니의 마음만은 우리 모두 알겠고요.

그 날 이후로 우리 집에선...
키 얘기가 나오면 무조건 '키가 크믄 부자로 잘 산댜~아. 키가 작으믄 좋탸~아.'
피부 얘기가 아오면 '얼라, 얼굴이 희면 부자로 잘 산댜~아. 얼굴이 검으면 좋탸~아'
이러고 놀게 되었습니다.




이 글 보고 댓글 달믄 부자로 잘 산댜~아.
댓글 안 달믄...... 좋탸~아'

ㅋㅋㅋㅋ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을 맞으러  (21) 2009.09.01
황정산 휴양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 2009.08.27
오만 구천 원  (20) 2009.07.25
뒤늦은 고백  (20) 2009.05.29
검찰이여, 하나님의 저주를 두려워하라  (0) 2009.05.23

엊그제 엄마가 집에 오셨다. 동생네 대식구와 함께 밖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잠깐 집에 들러 가셨다. 용돈을 드리기로 한 날이라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미처 돈을 못 찾아놓고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엄마 몰래 애들 지갑에 있는 지폐까지 긁어 모아서는 만 원 짜리 네 장, 오천 원 한 장, 천 원 짜리 다섯 장 해서 오 만원을 만들었다. 시어머니면 천 원 짜리 까지 넣어서 맞추는게 좀 그렇지만 우리 엄마니까 하고 드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봉투는 꽤 두툼해지고....ㅋ

다음 날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야, 신실아! 내가 봉토지(봉투)를 보고 울었다. 돈도 없으믄서 엄마 조금이라도 더 줄라천 원 짜리까지 느서(넣어서) 어트게 구천 원은 그냥 두지 뭐하러 그르케 까지 혔냐? 내가 그걸 봉게(보니까) 눈물이 났어'
'무슨 구 천 원? 구 천 원 아닌데.....'
'그릉게 말여. 돈 없으믄 오만 원 만 주지 잔돈 구 천 원 까지 늤어(넣었어)?'
알고보니, 만 원 짜리 하나를 천 원 짜리로 보고 넣어서 결국 오만 구천 원을 넣어 드렸던 것. 엄마는 그걸 엄마 식으로 말도안되는 해석하시고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시고.
'아냐, 엄마. 오만 원 만 줄려고 했어. 구천 원은 잘못 들어갔어. 괜히 감동받고 울고 그러지말어. 그거 쓰지말고 나뒀다가 다시 줘'ㅋㅋㅋㅋㅋ  했더니..
'야~이, 이 년아! 푸후후후후후....'
한참을 수다 떨고 전화 끊으면서 '아! 엄마, 구천 원 꼭 잘 놔둬. 아놔, 완전 아까워. 나중에 꼭 줘' 했더니 엄마 다시 한 번 폭소.

이 얘길 들은 동생은 엄마한테 가서 '엄마! 누나가 구천 원 잘못 준 거 이리 내놔. 그거 누나가 나 주래. 빨리 내놔' 이러고. 엄마는 안된다고 나중에 누나한테 다시 줘야 된다고 그러고. 여든 넘으신 엄마, 40 줄의 아들 딸이 구천 원 가지고 오늘 오후 내내 전화로 실갱이 한 얘기.ㅋㅋㅋㅋ


'그리고 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정산 휴양림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20) 2009.08.27
외할머니의 배려, 수습불가  (18) 2009.08.11
뒤늦은 고백  (20) 2009.05.29
검찰이여, 하나님의 저주를 두려워하라  (0) 2009.05.23
청동설  (25) 2009.05.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