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에 대해 말하면서 '관음증, 노출증' 이라는 표현을 나만 쓰는 줄 알았더니만....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생각했었나봐요.


저 같은 사람들이 싸이가 만들어 놓은 올무에 딱 걸려서 나오기 힘든 것이 '파도타기'라는 것입니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제가 통탄하는 바는 그 사람들을 엿보는 것이 항상 선한 의도가 아니라는 것. 아니, 그럴수야 있겠죠.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 별 의도 없이 단지 궁금해서 볼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가끔 선하지 않은 의도록 남의 홈피에 가서 들여다보고 있는 때가 있더라구요. 이런 짓은 정말 안되겠다 싶어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클릭해 버리는 파도 타기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 하구요. 오프라인에서의 관계에 자신 있는 만큼만 싸이에서(또는 온라인에서)도 드러내고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관계에 대한 공허감을 자꾸만 싸이의 파도타기로 찾는 것은 여러 모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구요.


어디 가서 누구랑 뭘 먹었는지, 오늘의 스케쥴이 어떻게 되는지 마냥 보여주고 싶은 노출증. 문제는 정작 노출해서 건강해지는 것들이 아니라 노출하기 위해 조장된 것들만 노출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구요. 저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요. 노출하는 내 마음의 바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싸이를 안 하기로 새롭게 마음을 먹습니다. 싸이를 안 한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아무 생각 없는, 때로는 선하지 않은 의도로 투명인간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파도타기를 안 한다는 것이고 여기 클럽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릴 때도 혹 내게 '노출증'이나 '자기 포장병'의 감염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을 많이 하려구요.


저같은 EF의 사람들에게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은 약이 될 때가 많거든요. 최소한 그것을 염두에 두고 묵상을 정리하거나 삶을 나누는 것은 좋은 에너지의 원천이 되지요. 이 때문에 싸이에서 시작한 홈피를 통해서 제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수단이 목적이 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제 마음과 생각과 습관들을 잘 정비하려는 것입니다.

200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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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유아교육과 이원영교수님.

오랫만에 이 분의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이상하죠? 웬만하면 전공이라고 하면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데....유아교육은 뽀루꾸가 많아서 그런가? 전공했어도 어디서 말 한 마디 하기가 쉽지 않아요. 분명히 유아교육에서 말하는 정답이 있는데 하~도 자칭 유아교육 전문가가 많으니 말예요.
초등학교 선생님 하다가 유치원 원장님이 되신 분, 해외 어학 연주쫌 하고 와서 영어 유치원 차리신 분, 심리학 전공하고 정서장애 아동 상담을 하시는 분, 아니 이도 저도 아니고 그냥 애 한 둘 키우면서 양육서적 한 두 권 읽은 엄마도 다 나름대로 전문가죠.

진정한 유아교육 전문가는 이런 분이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유아교육가 이기도 하구요.
너무 뻔한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토양은 좋은 부부관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육자 자신의 인격성숙이다. 때문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에 대해서 딱히 말할 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또 자신의 세 아이와 손자 손녀들을 키웠던 산 경험을 예로 들어 '아동중심의 교육'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얘기하십니다.

제가 120% 동의하는 '진정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의 의미와 방법'들 입니다.
2004/12/05
목요일은 일을 가장 많이 하는 날.
오전부터 나가는 유일한 날이기도 하다.
풀타임 그만 둔 이후로 일을 하도 널널하게 해서 치료를 연거푸 몇 개 하는 것이 영 벅차다.
그래서인지 목요일은 부담이 많이 되는데....

천상 나는 음악치료사.
몸이 그렇게 힘들어도 치료만 시작하면 에너지가 펄펄 나온다.

45분 치료하고 한 15분 텀을 두고 다른 아이가 오는데 치료하는 45분 보다 쉬는 15분이 더 힘들게 느껴지니.....
열심히 치료하면서 '몰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맞아!
몰입을 하는 것 같다. 몰입해서 노래하고 몰입해서 치료하는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미.친.듯.이!


2004/11/19
1.
어렸을 적 부터 나는 노래를 잘 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늘 학교 대표로 독창대회 나가서 교육장 상도 받곤 했었다.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하면 마지막 날에는 늘 찬송가 부르기 대회가 있었다. 성경학교 때 배운 새찬송을 가지고 대회를 하는 것인데..... 이 때 쯤 교회 선생님이 날 조용히 부르시는 일이 있었다. 조용히 불러서 말씀 하신다. '신실아! 니가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알지만 너는 목사님 딸이니까 1등은 안 준다. 교회 새로 나온 아이들한테 1등을 주는 것이다'

늘 그랬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학교에서 독창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이 우리 교횔 나오시게 되었고 성경학교 찬송 대회 심사를 맡으셨다. 심사평과 순위 발표를 하시며 말씀 하셨다. '정신실이는 우리 학교에서 대표로 나가서 교육장 상을 받아 인정 받은 실력이다. 그러니 아무리 목사님 딸이라도 1등을 안 줄 수가 없다'
매 년 내가 상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어린 마음에 목사의 딸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아니라 특혜라고 생각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때의 분위기며 선생님의 말씀에 대한 기억은 하면 할수록 통쾌하고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것은 뭐 달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2.
우리 아버지는 나를 너무 이뻐하셨는데 표현이 없으신 분이셨다. 특히 교회에서는 나나 동생을 아는 척도 안 하셨던 것 같다. 교회와 사택이 붙어 있으니 집이 교회고 교회가 집인데 뭐 집에서도 그리 살갑지 않으셨다. 어렸을 적에 우리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어느 해 여름, 교역자 가정 수련회가 있었다. (내 동생은 교회에 부흥회나 행사가 있으면 영락없이 외갓집으로 쫓겨 갔다. 이유는 뻔 하다. 걸어다니는 사고 제조기였으니까! 역시 그 수련회에도 안 데리고 갔었다 ㅎㅎㅎ) 그 수련회에서 우리 아버지가 유달리 내게 따뜻했던 기억이 있다. 생전 나를 칭찬하는 소리를 못들어 봤는데 친구 목사님들에게 '저 놈이 공부를 잘 해. 또 노래도 잘해서.......'하시기도 하셨고.
'혹시 우리 아버지가 수련회에서 은혜 받고 변화 받았나?' 했었는데 집에 오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3.
여전히 많은 목사님들이 교회에서 사모님들과 자신의 아이들 챙기는 것을 '목사로서의 사명에 대한 직무유기' 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해서, 사모나 목회자의 자녀들은 소리가 안 나야하고 있어도 있는 표가 나지 않아야 하고....게다가 목사님은 교회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애정표현을 해서는 안 되고.
내 동생은 목사가 되었고 목사와 결혼하는 선영이는 사모가 될 것이고 그 아이들은 목사의 딸 내지는 목사의 아들이 될 것이다.

4.
솔직하게 동생이 가정을 세우는 일에 어떻게 시간과 에너지를 분배할 지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된다. 자신의 사역과 가정의 돌보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 절대적인 시간과 에너지는 늘 부족할텐데 말이다. 평신도로서 나는 어떤 목사님을 기대하나?
우리 교회 담임 목사님은 장점이 많지만 탁월한 리더는 아닌것 같다. 많은 부분의 약점이 눈에 보이고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데 내가 목사님을 존경하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목사님의 두 아들을 내가 초등부 때부터 가르치고 이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대학생이 된 두 아이가 참 잘 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두 아이 다 아빠에 대한 존경심이 대단하다.
많은 교인들로부터 공적으로 존경 받기는 오히려 쉬운 일 아닐까? 가족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진정으로 훌륭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때문에 목사님이 가정에서 존경 받을 만큼 아내와 자녀들을 잘 섬긴다면 그것만으로도 몇 십 편의 설교보다 좋은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싶다.

동생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나는 기대하고 기도한다. 동생이 교인들을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들어주고 영혼을 구원하는 목사가 되기를.....그러나 선영이나 앞으로 태어날 자녀들이 동생의 사역으로 인해 너무 많은 희생을 하지 않도록. 오히려 그 사역의 동역자가 되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가족이 되기를.

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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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극진하게 남편의 아침 저녁상을 준비했었다. 뿐만 아니라 밤에도 '좀 출출하다' 하는 얘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집에 있는 재료를 긁어모아 뭔가를 만들어 바쳤다. 그러면서 내심 '아무나 이렇게 해 주는 것 아니야~결혼 잘 한 줄 알어'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했다. 남편이 아내의 사랑으로 인해서 감동의 도가니탕이 되기를..... 그렇게해서 지극한 칭찬이 돌아오기를.... 그런 내 마음을 어뜻 비쳤던 어느 날 남편이 한 마디 했다. 그 한 마디에 뒤통수 맞고 쓰러지느 줄 알았다.
'자기가 좋아서 요리하는 거잖아!'

2.
결혼하고 한 동안 '전화' 문제는 우리 부부의 끊이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었다. 나는 틈만 나면 전화해서 '밥 먹었어? 뭐 먹었어? 오늘 늦어?...'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묻고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차겁고 무뚝뚝하게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했어?'
'그냥'
'그냥?'(한심하다는 듯한 침묵)
그러면 나는 분위기 파악하고 '알었어. 끊어' 하고는 삐져 버리고.....
왜 전화를 그렇게 친절하게 못 받느냐고? 어차피 온 전화 친절하게 받으면 전화세 더 나오냐고?
원망을 많이 하다가 남편의 정황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일 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맥이 끊기면 다시 맥을 이어 일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든다. 남편의 무뚝뚝한 전화태도는 내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부담들 때문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머리로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 이후로 나는 치료실에서 남편에게 전화하려고 자연스럽게 손이 갈 때 마다 이렇게 다짐했었다. '내가 지금 남편을 사랑한다면 전화를 한 번 참을 수 있어야 해'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동안 남편 역시 '친절하게 전화 받자. 친절하게 전화 받자'를 외치고 있었고....이런 노력으로 급기야 나는 남편에게 이런 문자를 받기에 이르렀다.
'여보! 요즘 왜 이리 전화를 안 해? 전화가 없으니 허전하잖아~'
나는 당당하게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요새도 쓸데없이 전화하는 사람들 있나?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 돼' ㅋㅋㅋ

3.
부모님이 대판 싸우셨다. 1년 만의 부부싸움인데 작년보다 싸움의 강도가 엄청 세졌다. 시작은 사소한 것이었다. 한 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두 분 다 서로에 대한 상처가 많으시다. 싸움 이후에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나는 정말 이만하면 좋은 아내다. 니 아버지 저 성격을 내가 이렇게 이렇게 맞추고 다루면서 살아왔다' 라고 하신다. 그 부분은 정말 잘 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아버님이 어머니께 원하시는 건 너무 단순한 것이고 그 단순한 것을 어머니는 외면하신다. 외면하시다 보니 이제 그걸 맞춰 드리기에는 안 맞춰드린 습관이 너무 오래 되었다.

4.
상대방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노력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사랑하는지.....내가 좋아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의 습관일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작은 습관이라도 바꾸려 하는 노력. 이것이 사랑인 것 같다.
 
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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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차려 입고 나서면 지~인짜 한 인물한다.
허우대가 진짜 멀쩡한 놈이다.
놈이라고 하기에는 쫌 그러네...올 가을에 목사님 되는데.

암튼, 설교하고 사역하는 모습을 보면 잘 생긴 외모에 청중을 휘어잡는 유모어와 카르스마까지....
진짜 멋있다.

그러나! 집에서는?
이번 추석에 가서 동생의 행태를 보면서 '꽃 피는 봄이 오면'에서 나오는 최민식을 보는듯 했다.
자세는 언제나 그 자세. 벽에 등을 비스듬히 기대고 비디오에 빠져있다. 그러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만한 사람에게 심부름 시키는 게 일.

그러나! 너무도 슬픈 것은 나름대로 권위있는 목소리로 심부름 시켜보지만 말이 먹히는 아랫 것이 없다는 것. 한 동안은 '지희! 지희! 저거 좀 가져와' '지희! 지희! 가서 콜라좀 사 와' 했지만 지희도 옛날 지희가 아니다. 그 다음이 채윤. 한 동안은 '채윤! 채윤! 가서 리모콘 가져와' 이러면서 권위적인 명령을 내려보지만 '싫어 삼촌이 해' 이러는데 뭐.

그런데 드디어 말 쫌 듣는 따까리 하나 생겼다. 17개월 짜리 현뜽. 한참 심부름에 재미 붙인 현뜽 심부름에 복종하고 싶은 의지는 충천이다. 다만.......한 번 시킬려면 목과 함께 속이 터진다는 것!
'현뜽! 거기 휴지 한 장 뽑아와' 그러면 근처에 있는 액자, 신문, 서랍, 사탕...다 만져본다. '아니~ 그거 말고 휴지!'이걸 여러 번 해야 제대로 휴지를 찾는 것이다. 그렇게 시키고 기다리는 정성으로 지가 하겠구만.....
그런데 우짠다냐? 현뜽도 철 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은디.

지희!
채윤!
현뜽!

씨도 안 먹히는 명령을 혼자, 지치지도 않고 외쳐대는 삼촌.
가엾어라...ㅎㅎㅎ
   
        
김종필 처남이 집에 있는 날, 집안을 걸어다니자면 발에 걸리는 게 참 많다. ^^ (04.10.01 15:15) 댓글삭제
정운형 매형이 집에 오는 날, 집안을 평소와는달리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다. ^^ (04.10.22 23:56) 댓글삭제
정신실 처남과 매형이 부부가 아니길 다행이다. 나름대로 최대한 깨끗이 정리한 방에 발어 걸리는 게 많으면 둘이 어떻게 살겠어^^ (
2004/09/29


우리 아버님 좃선일보 매니아.
수십 년 간 좃선일보만 구독하셨고 심지어 월간 조선을 정기구독 하신 적도 있으시다(이걸 선물이라고 해드린 사람이 있는데 기냥 콱!).
그러다보니 당연히 좃선일보가 가르쳐주는 대로 김대중은 빨갱이 노무현은 김대중 아들이다. 이라크 놈들 다 죽일 놈들이고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나라 적화통일 된다. 출신지로 사람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

그런 아버님께 강준만의 현대사 산책을 권해드렸다. '아버님 심심하실 때 읽어 보세요' 하고.
재밌어 하실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정인숙사건' 같은 일들은 아버님으로서는 신문에서나 알쏭달쏭하게 보셨을텐데 그 알쏭달쏭한 얘기의 내막을 아시게 되니 재미가 없으실꼬?

역시~ 성공!
어제 하루 집에 있어보니 아버님 이 책 읽으시는 재미에 푹 빠지신 듯. 현승이 보시는 것도 손을 놓으시고 보신다. 나중에는 애들이 떠들어대니까 베란다로 나가셔서 문 꼬옥 닫고 채윤이 책상에 앉아서 보신다. ㅎㅎㅎ

물론 이 책 한 권 읽으신다고 아버님의 사고가 어디 변하실 것인가? 그러나 이런 책을 읽으시는 것이 어딘가? 우리 현대사에 대한 이런 시각을 접해보시는 것이 어딘가? 책 곳곳에 아버님이 그리도 휼륭하다 생각하시는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인권을 파리 목숨처럼 짓밟았는 지를 보시는 것 만으로도 어딘가?
차제에 <아미죽> <난쏘공> 이런 것부터 진짜 의식화 커리큘럼 한 번 제대로 꿰볼까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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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맞나?ㅎㅎㅎ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이대 낡아 빠진 음대 건물에 갇혀 있었다.
5시 되면 다들 총총이 집에들 가기 바쁜데 괜히 재즈피아노 수강해 놓고 혼자 남아 있노라면
'내가 미쳤지' 하면서 고픈 배를 움켜쥔다.

아~ 그런데 수업을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배움의 즐거움 만끽.
피아노과 나온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서 배우는데 그럭저럭 뒤쳐지지 않고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다는 즐거움. 새로운 걸 알아 간다는 즐거움. 음악의 지평이 넓어져 간다는 즐거움에 두 시간이 휘리릭이다.

오늘은 스윙 리듬이 제법 나오고 거기에 맞춰서 교수님 솔로 연주하시는데 환상이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밖은 깜깜해지고 비는 억수 같이 내린다.
그 순간에 떠오른 한 문장이 바로 예전에 한문 시간에 외웠던

'학이시습지면 불역낙호아!'


2004/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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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악기가 생겼다.
음악치료사의 무기, 나만의 무기가 생긴 것이다.

앞으로는 돈 생기면 악기 사는 재미로 살아갈 지도 모를 일.

런닝에 팬티만 입은 김채윤이 입이 찢어져라 모델로 뽑힌 걸 만끽한다.
평소에는 맘 대로 악기에 손대면 거의 사망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저러는 것이다.

이제 채윤이 입에 붙은 말.
'엄마! 악기는 장난감이 아니죠~오? 이건 다 엄마꺼죠? 나는 달크로즈 할 때만 가지고 놀 수 있는거죠?
(갑자기 언성이 높아지면서) 엄마! 근데 나 달크로즈 도대체 언제 해줄껀데?'
200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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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흔히 있는 웃기지만 웃지 못하는 일.
지금도 방금 벌어진 일.

현승이 자고 있고,
아버님 벌초 가시고,
나는 세션 준비하다가 짬을 이용해 싸이질 하고 있는데....

거실에서 돌아다니시는 분은 어머니 한 분.

갑자기 나는 장난감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
'띠리리 리리 리리.......'

현승이가 눈만 뜨면 가서 한 번씩 눌러 소리내는 소린데.....
가끔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걸 건드려 소리를 내실 때가 있다.
점잖은 어른들이 그런 소릴 내시면 난 어찌나 웃긴지....
근데 웃지도 못한다.

지금은 방에 나 혼자 있어서 혼자 키득거리고 웃는다.

ㅋㄷㅋㄷ
200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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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기미나랑 둘이 사무실에 앉아서 '이런 거 해보고 싶당' 하면서 나열했던 것.
그 중에 한 가지를 오늘 드디어 해봤다.

둘이 애들 데리고, 낮시간에, 백화점에서 노는 거.

사실 만난 이유는 두 아들 보약 먹이기 위해서 상계동 함소아 한의원에 같이 가기 위해서.
이것도 너무 좋은 일!
나로서는 현뜽만 데리고 처음으로 해 본 외출.
시간이 없어서 미루고 미뤘던 현뜽 한의원 데리고 가기를 남편의 도움 없이 나 혼자 했다는 뿌듯함과 그걸 빌미로 기미나와 영빈을 만났다는 것. 너무 신나는 일이었다.

두 녀석은 아직 수준 차이 때문에 서로 놀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둘이 엎어져서 레슬링하고 딱지치기 하는 날을 그려 보면서....ㅎㅎㅎ

그래도 나름대로 형이라고 현뜽 손을 꼭 잡고 댕기는 영빈.^^
2004/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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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윤이의 등원시간
채윤이 유치원에 데리고 가서 교실로 올라가는 순간. 쑥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뿔룩 나온 배 위에
손을 얹고(일명 배꼽인사ㅎㅎ)나서 엄마를 올려다 보는 그 순간. 말 할 수 없이 이쁘고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러고 나서도 빨리 올라가지 않고 한참을 쳐다보고 서 있다. 올라가라고 손짓을 하면 먼저 가라고
또 손짓을 한다. 이 순간의 행복은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이었다 해도 그만 두길 잘 했다는 생각으로
가득찬다.

2. 오전 시간 집안 정리를 하고 때로는 아버님 점심식사까지 차려 드리고 일하러 나갈 때.
(물론 아직 일하러 나가는 곳은 한 군데 밖에 없고 계속 영업을 빙자하여 놀러 나가고 있지만...)
'일은 이렇게 여유있게 해야 즐거운 거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운전하고 나가는 길.

3. 아무 쫓기는 것 없이 강변을 혼자 걸으며 생각하고 기도하는 시간에....

4. 출근하는 남편과 인사하면서....
내가 아이들과 함께 집에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 출근하는 길이 얼마나 든든할까? 생각이 될 때.
나 역시 전에 출근하면서 남편이 좀 늦게 나가거나 집에 있는 날에는 한결 마음이 든든했었다.

5. 아직은 일이 많지 않아서 더 그렇긴 하지만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고 만날 계획을
잡을 때....집에서도 만나고 밖에서도 만나고....

6. 퇴근 길에 정신 없이 장 봐서 목장모임 가야하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

어쩌면 이 모든 일이 전적으로 언제든 현승이를 맡아주시고 돌봐주시는 부모님,특히 아버님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여유들이다. 지금도 '이리와! 엄마 일 하게 할아버지하고 놀아' 하면서 현승이를 돌봐주시는 아버님이 계셔서 글 한 쪽이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우리 아버님.
200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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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부터 시작한 아침운동을 오늘까지 하루도 빼 먹지 않았음.
나 정신실 맞나?@@
토요일에는 남편과 둘이 갔다 왔고, 심지어 주일인 어제도 7시에 일어나서 혼자 갔다 왔다.
오늘은 어머니와 함께 갔다 왔고....
하루도 안 빼 먹었다!!!!!!!!!!

남편이 졸업논문으로 '걷기와 교육' 이라는 주제를 생각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뜬금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명을 들을수록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교수님께 빠꾸 맞기는 해지만...

걷기.
적어도 내가 강변을 걷는 시간은 운동이며 동시에 기도 시간이다.
골방에서 기도라하고 하셨지만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고 방해 받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그런 의미에서는 충분히 골방이다.

걸으면서는 하는 생각의 훈련시간이다.
기도로 시작했는데 어느 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지를 치다가 엉뚱한 생각이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생각을 끌어오고....
끊임없이 내 생각 자체를 통찰하면서 옳은, 바람직한, 나를 비롯한 사람들을 세우는, 하나님의 마음을 닮은 생각인지 아닌지를 계속 의심하고 다시 제 자리로 오고 또 옆 길로 새고..이렇게 반복한다.

눈에 보이는 건 흐르는 강물, 하늘, 저~ 앞에 검단산, 이름도 모르고 아름답지도 않은 풀들 뿐.
혼자 걷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 나도 모르게 이런 자연들에 말을 걸고 전혀 새로운 눈으로 이것들을 바라보게 된다.

요 며칠 덕소 사는 게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멋진 시간을 만들어 줄 환경을 옆에 끼고 있으니...





그렇게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을 보내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현승이는 잠이 들어 있다.
얼마든지 운동하고 오라며 현승이 봐 주시는 아버님.
이 시간 잠들어서 엄마에게 시간을 주는 현승이. 고마울 뿐.^^


20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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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늦잠을 잤을 거라고들 하지만....
내 사전에 늦잠은 토욜과 주일 밖에 없습니다.
7시 기상해서 남편 아침 챙겨 먹여서 출근 시키고....(아! 얼마만에 시켜보는 출근이던고?) 좋은 그림 하나 맹글어 볼려고 현승이는 안고 채윤이는 옆에 서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ㅎㅎㅎ

7시면 기상을 하는 두 녀석.
유치원 가는 시간까지 두 시간의 여유. 내가 출근하고 나서는 김채윤에게 이 시간은 보통 텔레비젼 보고 등원을 준비하면서 할아버지랑 싸우는 시간이다.
채윤이를 데리고 방으로 조용히 들어와 '어린이 잠언 성경' 한 장을 읽어주고 손을 잡고 기도를 했다.
물론 채윤이는 거의 기도에 동참하지 않았다.

9시.
김채윤을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시간. 엄마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채윤이 유치원 앞까지 가서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엄마랑 집에서 노는 게 더 재미있다고....엇! 이건 대본에 없는 돌발행동이다. 이게 아닌데....어찌 어찌 달래서 유치원에 집어 넣어 놓고는 나는 운동하러.
곧장 강변 산책로로 나갔다. 한 시간 10분 동안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찬양도 하고 기도도 하고, 생각도 하고...우와~운동, 말씀, 기도가 절묘하게 조화된 환상의 시간이다.

10시20분 집에 돌아와서 어제 가져온 짐정리를 잠깐하고 현뜽과 놀아주기. 어머니랑 얼굴에 팩하기.
12시 다 되어 어머니가 국수 삶아 해 주신 콩국수 한 그릇 휘리릭 먹고 의왕으로 출발. 일 주일에 한 번 음악치료 하러 가기로 한 곳. 두 시간 잡고 나가길 다행. 차마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헤매고 별 짓 다하다가 찾았다. 돌아오는 길 역시 사람이 이렇게 헤맬 수 있을까? 싶게 헤매며 돌아오다.

돌아오는 길.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벙개를 쳐야하고 놀아야 한다. 언제나 편안한 화경이네 들러서 잠깐 밀린 수다 떨고 집으로.
그리고 친척 모임으로....10시 넘어서 다시 집으로...

아침에 한 시간 정도의 산책.
이거 너무 기가막힌 시간이다.
잘 지킬 수 있으면 좋겠는데....

200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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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꽂혀 있고 악기장 속에 쳐 박혀 있던 책들을 정리하고,
커피며 여러 잡동사니들 정리하고,
책상의 유리 밑에 깔린 아가 사진을 빼내고....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책상에 놓여 있던 액자를 들어 의미심장하게 쳐다보고 박스에 넣고,

그리고 컴에 저장된 즐겨찾기를 지우고,
마지막으로 바탕화면에 깔린 우리 채윤, 현승 사진을 삭제하고,

그렇게 흔적을 지우고 215호 음악치료실을 나왔다
200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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