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일에 예배가 없다는 말을 한참 전에 들었다. 일명 ‘흩어지는 예배’. 식사 당번 팀이 네 팀이라 다섯 째 주 식사문제 때문인가, 이러저러 그러한가 보다 싶었다.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이 있어서 그다지 신선한 느낌은 아니었다. 두어 주 전 설교 시작 전에 흩어지는 예배에 관한 안내를 들었다. 아하, 이러저러한 뜻이 아니라 요래요래한 뜻이 있었구나! 싶었다. 광고 내용이며, 교우들 카톡방에 정리되어 올라온 내용은 이러하다.

 

종교개혁기념주일에 우리 이우교회는 <흩어지는 예배>를 드립니다. ‘모여서’ 무언가를 듣거나 배우는 게 아니라, ‘흩어져서’ 따로 예배를 드립니다. 저는 이 예배가 성도님들 각 개인마다 남다른 의미와 은혜가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교회주의에 중독된 우리의 혼미한 정신을 흔들어 깨워 그리스도의 몸을 좀 더 광대하게 체험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혹시 주일 본교회에서 헌신하여 섬기다보니 부모님 또는 자녀들과 뿔뿔이 흩어져 예배드리고 있는 분이 계신가요? 이번 기회에 가족들과 함께 예배드리시길 바랍니다.


종교개혁기념주일이니, 이참에 타교단 예배를 드려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감리교, 루터교, 성공회, 성결교, 순복음, 장로교, 여러 교단 교회가 있지요. 좀더 다른 방식으로 예배드리는 교회를 가보는 것도 꽤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교회에서 힘겹게 섬기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나요? 그런 교회에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청년 시절 함께 했던 선배가 사역하고 있는 제천의 작은 교회를 방문하려고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흩지 않고 불러 모으셨습니다. 지난한 여정 속에서 흩어지지 않고 여기 이삭의우물에 모였습니다. 이제 한 번 흩어져 보려 합니다. 더 잘 모이고, 우리의 소명에 더 충실코자 함입니다. 주님께서 동행해주시고 은혜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 그리고 말씀 드렸던 세 가지 기억하시죠?


1. 10분 일찍 가서 그 교회를 위해 기도하기

(우리 교회인양 기도합니다)

2. 교회 밥 주면 밥 먹고 오기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 것입니다)

3. 헌금 꼭 하고 오기

(평소보다 더 많이 하십시오)


내겐 특별히 세 가지 숙제(지침)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렇지! 내 교회 네 교회가 없다. 모든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이다. 어느 교회 가서 예배 드리더라도 가르고 경계 세우는 버릇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살짝 감동이 밀려왔다. 이후 교회 모임에서 간간이 들리는 대화. “집사님은 이번 주 어느 교회 가?” 허용된 일탈을 계획하는 대화가 신선한 설렘으로 들렸다. 한 집사님은 어머님 다니시는 교회에 가신다면서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시겠냐신다. 수십 년 교회 생활 하면서 주일 봉사 같은 것에 매여서 다른 교회 가서 예배 할 수 있다는 상상을 못했다며. 수십 년 만의 색다른 효도가 되는 것이다.





우린 제천 의림지 옆에 있는 작은 교회에서 예배 드렸다. 20년지기 친구 M의 남편 K 목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이다. 작은 교회 앉아 예배 드리며 어릴 적 자랐던 충청도의 교회가 생각났다. 그때의 우리 아버지, 우리 엄마처럼 시골의 작은 교회를 오랜 시간 섬기며 살아가는 친구와 목사님. 친구에 대한 마음 떄문이 이미 남의 교회 같지 않다. 그것이 아니라도 이 땅의 모든 교회, 내 교회 네 교회일 수가 없다.


덤으로 얻은 것이 많다. 제천의 가을에 머물러 20년 전 청년 시절 함께 했던 추억을 걸었다. 내겐 친구, 남편에겐 누나인 M과 함께 긴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시절 번뇌 가득한 얼굴로 기타 치던 종필이가 다시 살아오더군. 목회자 커플 네 사람이 주일 아침 예배로 시작하여 밤늦도록 함께 했다. 함께 탁구 치고 밥 먹고 수다 떠는 모든 시간이 좋았다. “주일을 이렇게 함께 보내다니! 믿어지질 않네. 흩어지는 예배, 좋네!” 형편과 처지는 다르지만, 답이 없는 얘기지만 비슷하고도 다른 이야기를 주고 받는 시간 동안 마음이 펴지고 얼굴이 펴졌다. (주름은 안 펴진다 ㅠㅠ)


친구가 챙겨준 잘 익은, 밥을 부르는 맛있는 김치 한 통은 덤앤덤.




흩어지는 예배의 복을 밤 늦도록 누리고 청풍호를 내려다보며 일박. '자드락길'이라는 처음 만난 길을 걸었, 아니 기어 올랐다. 포기하지 않고 가장 높은 전망대까지 올라 만난 멋진 풍경은 덤앤덤덤. 걷는 길인 줄 알고 시작했으나 등산 길이었다. 꽃길만 걷고 싶은 인생길, 언제 한 번 상상한 그대로의 꽃길이었던 적 있었냐며, 되돌아 내려가지 않았다. 여러 번 뷰 포인트를 만났다. '이 정도면 됐네' 하고 돌아설 수도 있었는데 이왕 내딛은 길 힘들더라도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어머어머, 중간에 포기했으면 어떡할 뻔 했나! 멀리 뵈던 바로 그 전망대에 올라서 본 풍광은 웬만했던 아래 쪽 풍광과 비교할 수 없었다. 포기하지 않고 얻은 안구정화 풍경 안에 그림자로 안긴 저 사진 한 장은 덤앤덤덤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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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서울역이서 만나"


86세 이모가 93세 엄마에게 말했다. 사랑 깊은 자매가 그리움 가득 안고 서울역에서 만난다? 특별할 것 없는 설렘이겠으나 실현 불가, 환상 같은 일이다. 그래서 눈물 겹도록 황당하다. 93세 엄마는 타인의 도움 없이 현관 출입도 못하신다. 86세 이모는 그 연세에 건강하고 씩씩하여 엄마 생신 때마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충청도 공주에서 김포까지 찾아 오셨었다. 등에는 콩, 고추 같은 선물 가득 짊어지고 말이다. 이제 그 이모의 기동력조차 쇠했다. 혼자 김포까지 언감생심 꿈도 못 꾸신다. 엄마는 침대에 누워, 이모는 공주의 쓸쓸한 집 안방에서 전화로 안부를 묻고, 기도제목을 나누며 눈물짓는 일상이다.


엄마를 모시고 있는 동생이 '언니, 서울역이서 만나' 자매의 눈물겨운 통화 내용을 듣고 명절 끝에 93세 엄마를 모시고 공주에 다녀왔다. 허리 아파서 긴 시간 차 탈 수 없다는 엄마를 설득하고 설득하여 모시고 내려갔다. 마지막 만남이 아니겠냐며.


"느이 엄마는 나한티 언니가 아니라 엄마여. 언니라고 헐 수가 옶어" 이모는 늘 그렇게 말씀하신다. 엄마는 평생 신산한 삶을 사는 이모를 떠올릴 때마다 "너머 불쌍허다. 너머 불쌍혀' 하며 눈물짓는다. 93세 이모와 86세 이모의 눈물 없는 만남은 이땅이 아닌 천국, 그곳이 더 가까운 실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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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


동생의 존재는 내게 '전쟁터 세상'을 가르쳐주었다. 맛있는 것, 좋은 것을 독차지 할 수 없는 세상. 둘 중 하나가 혼나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든 나는 살고 봐야 하는 세상. 동생을 마주하면 알 수 없는 전투력이 뱃속에서부터 꿈틀거린다. 친정에 가서 동생과 식탁에 마주 앉으면 가장 맛있는 걸 빨리 먹어치워야 할 것 같은 조급증이 생긴다. 옛날 옛날에 몸에 밴 습관이다. 내가 덜 가지고 덜 먹는 건 상관 없지만 동생이 더 먹는 것, 더 가지는 것은 견딜 수 없다. 이왕 혼난다면, 어떻게든 동생이 한 개 더 혼나게 만드는 것이 어린 시절 중요한 이슈였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공격이 가정예배 시간에 웃음보 터트리기인데. 돌아가며 성경 읽는 시간에 내가 읽는 부분이 끝나고 동생이 받아 읽어야 할 순간. 말실수 같은 걸 던져서 동생 웃음보가 터지면 압승이다. 수습되지 않는 웃음보는 결국 예배 끝나고 혼나는 걸로 마무리 되기 때문이다. 기도 시간에 엄마 아버지 눈 감고 있을 때 둘이 눈 뜨고 소리 안 내고 웃기는 건 리스크가 큰 모험이지만 자주 감행했다. 설령 걸려서 혼나더라도 나보다 동생이 1만 더 혼나면 만족이었다. 그때 계발한 기술이 콧구멍 벌렁거리기 같은 것이다. 소리 안내고 눈만 마주치면 웃길 수 있는 테크닉이다.


아웅다웅 티격태격 엄청 싸워댔다. 가끔 육박전도 했는데, 국민학교 5, 6학년 때 쯤 어느 날, 늘 하던 개싸움 육박전이 시작되자마자 동생이 먼저 나를 깔고 뭉개는 전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그날 이후로 육박전은 조용히 그만 두었다. 늙은 엄마 아버지를 놀리기 위해서는 가끔 의기투합을 하기도 했다. 엄마가 하는 방언 기도나 찬송 가지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것 등. 어찌됐든 동생의 존재는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독차지' 하고픈 내게는 치명적인 걸림돌이었다. 동생 앞에만 서면 전투력이 상승했다. 현명한 부모님이 최소한의 싸움을 위해서 몇 가지 원칙을 주셨는데 그 중 하나가 '반띵의 원칙'이다. 손님이 오셔서 용돈을 주시는 행운의 불로소득이 있을 때, 얼마나 행복했던가. 문제는 둘 중에 하나만 집에 있는데 손님이 오신 때이다. 동생이랑 나눠가져, 라는 말일 붙이는 경우와 그냥 주시는 경우. 내게는 엄청난 차이인데 밖에 있다 돌아온 동생에겐 내게 없는 돈 100원이 누나 손에 있다는 것 외에는 보이지 않으니 내놔라, 누나가 안 주면 엄마가 주라, 난리 난리를 쳤을 것이다. 그래서 만드신 법이 '반띵의 법' 일명, 남내 불로소득 공산주의 시스템이다. 손님이 나눠 가져라, 하지 않아도. 예기치 않은 모든 불로소득은 무조건 반띵이었다. 100원이 생기면 50원 씩, 50원이 생기면 집 앞 가게에 가서 '10원 네 개랑 5원 두 개로 바꿔주세유' 해서 나눠 가졌다.


# 간만에


김포에서 흑석동으로 주일 예배 가는 날이 엄마에겐 최고의 날이다. 아침에 예배 전에 태워 드리고, 오후 예배 마치면 모시러 가는 것이 동생의 주일 일상이기도 하다. 주일 집에 가는 길에 꼭 동생이 전화를 한다. '누나, 엄마가 나 돈 줬다.' 우리 자랄 적에 그렇게 돈돈 하던 엄마가 돈에 대해서 완전 '내려놓음'이 되어가지고. 돈이 좀 모여지면 주는 게 일이다. 주일에 교회 가면 최고령 권사님인 엄마에 대한 애정으로 몇 만원 씩 용돈을 드리는 분이 계신가보다. 그걸 집에 가는 차 안에서 동생에게 기름값이라며 주고, 동생은 여지 없이 내게 전화하여 염장질을 한다. '엄마 바꿔, 엄마 바꿔! 엄마, 운형이 돈 주지마. 나도 줘.' 폰에 대고 떼를 쓰면 엄마가 무척 좋아하신다. 그러면서 또 '야야, 나 데리고 사느라고 운형이 선영이가 심(힘)들어. 나 먹을 거 사다 대고 심(힘)들어. 노인에 하나 데리고 있는 게 얼매나 심든줄 아냐?' 하신다. 주중에 전화를 했더니 '얼라, 우리 딸 보고 싶었는디 전화를 혔네.' 하기에 '엄마, 운형이 돈 주지 말고 모았다가 나 줘. 20만원 모아 놓으면 내가 엄마 보러 갈게. 나 보고 싶지? 운형이 주지 말고 20만원 모아 놔.' 생떼를 썼더니 또 좋아한다. '얼라, 너 사모가 그르케 돈 좋아허믄 못 써. '하면서도 '20만원...... 은 그거 나라에서 주는 거 그게 나와야 되는디..... 궁시렁궁시렁' 하다 끊었다.


# 메소드 연기


며칠 뒤어 엄마를 보러 갔는데 신실아, 신실아 조용히 부르더니 꼭 쥔 주먹을 내 손바닥 위에 놓는다. 눈 찡긋, 찡긋. 빨리 집어 넣어. 우힛, 꼬깃꼬깃 만 원 열 장이내 손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동생과 마주 앉았다. '엄마, 누나 돈 줬어?' 이 순간 와, 우리 엄마 메소드 연기. '참나, 내가 돈이 어딨다고 돈을 줘워?' 천하에 촉 좋은 동생이 속았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시침 뚝 연기였다. 며칠 후 동생하고 통화하며 '야, 엄마가 나 돈 줬다. 몰랐지?' 제보하고 '엄마 취조하고 재밌는 거 있으면 말해줘' 했다. 좋은 것 두고 무조건 경쟁하는 것이 습관이 된 남매, 평생 남매 사이에서 알아도 모르는 척(엄마, 아까 낮에 오셨던 아버지 친구 목사님이 누나 돈 줬지? 나 없을 때 줬지? '아니~이!'), 몰라도 아는 척(엄마, 낮에 오신 목사님이 누나 100원 주셨어? 200원 주신 거 아니지? 누나가 나 50원 줬어. '50원 줬으면 100원 받았겄지~!) 했던 엄마. 93세 메소드 연기 엄마는 아들의 취조에 어떻게 응할 것인가, 두둥!


#  93년 내공의 리액션


이제부터 동생 보고이다. 운동하러 나가면서 엄마 방문 앞에서 달달하게 인사했단다. 엄마, 운동 갔다 올게~/(엄마는 침대에 누운 채로 아이컨텍을 위해 고개를 한쪽으로 든 귀여운 모습으로)이이~ 그려, 갔다 와/엄마, 선영이도 탁구 치러 갔으니까 2시 쯤 올 거야. 늦는다고 뭐라 하지마/(천진난만 밝고 순한 표정으로)그려~어, 알었어/그런데 엄마, 엄마 누나 돈 줬어? 두둥~/(귀엽게 들었던 고개를 체념하듯 베개에 떨궈 누우며, 단호하고 무표정하나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려.서?! /줬다더니! 얼마 줬어? 누나 얼마 줬어?/(더욱 단호하고 시크하게) 니가 경찰이야? 니가 경찰이냐고?


이런 예측불허의 93세 시트콤 주인공 같은 노할머니라니!


* 벌써 10여 년 전의 사진이다. 엄마는 지금 성경을 읽지 못한다. 돋보기의 도수를 최고로 올려도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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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통령 사생팬이 여럿이라.....

열여덟 딸은 아빠 따라 서점 갔다 타임지를 사오고,

아빠는 대통령 블랜딩 원두를 사오고,

엄마는 팬심 가득 담아 커피를 내렸는데.

커피잔 선택은 퍼스트캣 찡찡이 연상시키는 키키 고양이 잔으로 아들의 선택이다.


콜롬비아를 베이스로 블렌딩한 커피 맛은

역시나 구수하고, 중후하고며 어느 한 구석 모나거나 껄끄럽지 않다.


대선 전후로 정치덕후가 된 딸은 청와대 조직도를 외워 줄줄 꿰고 있는 상황이고.

이 딸.

뮤지컬 배우, 재즈피아니스트, 김밥집 사장님 경유해서

'청와대 직원'으로 장래희망이 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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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도종환
.


당신 거기서도 보이십니까
산산조각난 당신의 운명을 넘겨받아
치열한 희망으로 바꾸어온 뜨거운 순간들, 순간의 발자욱들이 보이십니까
.
당신 거기서도 들리십니까
송곳에 찔린 듯 아프던 통증의 날들, 그 하루하루를 간절함으로 바꾸어 이겨낸 승리
수만마리 새떼들 날아오르는 날갯짓같은 환호와 함성 들리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
보고싶습니다
당신때문에 오래 아팠습니다
당신 떠나신 뒤로 야만의 세월을 살았습니
어디에도 담아 둘 수 없는 슬픔
어디에도 불 지를 수 없는 분노
촛농처럼 살에 떨어지는 뜨거운 아픔을
노여움대신 열망으로
혐오대신 절박함으로 바꾸며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
해마다 오월이 오면 아카시꽃 하얗게 지는 오월이 오면
나뭇잎처럼 떨리며 이면을 드러내는 상처
우리도 벼랑끝에 우리 운명을 세워두고 했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십니까
.
당신의 운명으로 인해 한순간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운명
고통스러운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우리역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시대의 운명을 바꾸고 있습니다
타오르되 흩어지지않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성찰하게 하는 촛불처럼
타오르되 순간순간 깨어있고자 했습니다
.
당신의 부재, 당신의 좌절
이제 우리 거기 머물지 않습니다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 당신이 추구하던 의롭고 따뜻하고 외로운 가치
그 이상을 그 너머의 별을 꿈꾸고자 합니다
그 꿈을 지상에서 겁탁의 현실속에서 이루고자 합니다
.
보고싶은 당신
당신의 아리고 아프고 짧은 운명때문에 많은 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보이십니까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이 이겼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들이 우리들이 이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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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만큼은 본업으로 돌아가 으막션샘미가 됩니다.

어린이집에선 '유리드믹스 션샘미'라고 불리며 음악 수업을 합니다.

일 년 동안 음악의 기본요소를 다 다루는 커리큘럼이 있고,

들리는 음악을 보이는 음악으로! 자부심 충만한 유리드믹스 수업 목적에 충실하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최대한 인격적인 스킨십을 나누려고 합니다.

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몸과 영혼이 아이들 속에 뒹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시간은 말 그대로 음악치료 시간인데,

치료사가 치료받는 시간이란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일 년 동안 음정, 박자, 템포, 악기, 아티큘레이션 등의 내용을 차례로 섭렵합니다.

노래하기, 춤추기, 악기 연주하기, 창작하기, 감상하기를 총동원해서 말이지요.

눈을 감고 친구 목소리 알아 맞히기 게임은 일 년 음악수업의 종합판입니다.

부끄럼쟁이들이 혼자 앞에 나와 앉아 있어야 하는 것,

무엇보다 혼자 노래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특히 내향적인 아이들에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섯 살 짜리 아이들이 친구의 목소리를 변별해내는 것도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고 기다리며 참여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지요.

마지막에 다같이 손뼉 치며 칭찬해주는 짧은 순간에는 살짝 소름이 돋는 감동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다움'이란 특별한 무엇을 하는 '나'가 아니라

그저 나의 존재 자체를 찾는 일이란 생각을 합니다만.

아이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나'는 '나다움'에 무척 가까운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라, 는 경구가 이미 현존으로 다가와있는 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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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무엇이 본업인지 본인도 헛갈리는 나날을 살고 있군요.

미간에 힘 잔뜩 주고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는 날이 대부분이고,

아니면 강의나 이런저런 만남이 있지요. 

일주일 중 하루는 음악 선생님으로 삽니다.음악치료 하나, 음악수업 하나.

언제까지 으막션샘미 할 수 있으려나요.

으막션샘미라서 햄볶는 하루를 보내고.


# 1 경기도 모 공립유치원


2층에 있는 특수학급 교실을 향해 총총 걷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1층 복도에 주저앉아 뭔가 낑낑거리던 아이가 부릅니다.

선생님, 나 좀 도와줘요.

뭐어? 뭘 도와줄까?

이게요, 안 들어가요.

그래, 선생님이 도와줄게. 아, 노트가 커서 가방에 꽉 끼는구나.  됐지?

(용무가 끝났다고 관계를 뚝 끊어버리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런데 선생님은 누구예요?

나? 나는 예쁜별반에 온 선생님이야.

(음악치료, 이런 설명 할 수 없음. 잘못 걸려들면 시간 맞춰 치료 못 들어감)

선생님이라구요? 선생님이 아닌 것 같은데.

너가 아까 선생님이라고 했잖아.

아니에요. 선생님이 아닌 것 같아요. 선생님이 아니고......

선생님이 아니고 누구 같아?

선생님이 아닌 것 같고 할머니 같아요.

(야!!!!!!!!!!!!! 너 가방에 넣어준 거 다시 꺼내!!!!!!!)

선생님이야. 예쁜별반 선생님이야.

아니에요. 선생님이 아니고 할머니 같아요.

(야, 나한테 왜 그래? 많이 늙은 건 인정하는데. 할머니까진 아니라고. ㅠㅠ

눈가 주름은 20대 때부터 있었다고)



# 경기도 모 어린이집


연이어 세 반의 수업을 하는데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직 다 모이질 않았고, 목은 아프고, 교실에 귤이 있기에 하나 얻어서 먹고 있었지요.

한 녀석이, 아 나도 귤 먹고 싶다. 귤 먹고 싶은데. (얘네들은 이미 다 먹었음)

요 덩달이 녀석들, 나도 먹고 시푸다, 나도 귤 먹고 시푸다, 단체 행동을 합니다.

"선생님이 사실은 귤이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고 목이 아파서 먹는 거야. 노래 많이 했잖아."

(라고 시작하는 게 아니었지)

아, 나도 목 아픈데. (갑자기 목을 감싸 쥐고) 콜록콜록 콜록콜록, 나도 목 아파요.

(여기저기서 기침 하고, 목 아파요, 목 아파요, 난리가 났음)

"선생님은 아뜰반, 해뜰반에서 노래 많이 하고 왔잖아. 그래서 목이 아픈 거야."

지난번에 나도 캔디 키즈카페에서 노래 많이 해서 목 아팠는데. 나도 귤 먹고 싶은데.

(또 여기저기서 노래 많이 해서 목 아픈 간증하느라 난리 났음)

백성들의 원성이 그치질 않아 수업을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잘못 했지! 암만, 너네들님 앞에서 귤을 처먹은 내가 잘못이지)





수업 마치며 굿바이송을 부르고 나면 앞으로 튀어나와 다리를 붙들고

선생님, 가지 마요. 가지 마요. 가지 마요.

이러고 다 마치고 어린이집을 나설 때면......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세상에 이렇게 많다니! 내가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니! 싶어집니다. 진짭니다.

다섯 살들의 세리머니에....... 그것참, 자존감이 향상된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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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도 염색을 했다.

30대 초반부터 새치(면 어떻고 흰머리면 어떠냐)가 나기 시작했다.

나보다 어린 주제에 동안이기까지! 이런 남편이 신경 쓰여서 부지런히 염색한다.

일 년에 한두 번 퍼머를 위해 미용실 가는 돈과 (특히) 시간이 아까워서 어쩔 줄 모르겠는 나.

염색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에 갈 수 없다. 집에서 한다.

그리하여 자세히 보면 헤어 컬러의 불규칙적 그러데이션이 장난 없음이다.

괜찮다. 마주 앉은 사람에게 흰머리로 충격 주지 않는 정도만 유지하고 싶다.


언젠간 염색을 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 엄마가 어느 때부턴가 염색을 하지 않아 백발인데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건 순진 무궁 천진 난폭에

아는 건 하나님과 기도 밲이는 없는 엄마라서 백발의 청순함이 더욱 사랑스럽다.


물론 내가 선망하는 백발의 아름다움은 우리 엄마 같은 순백의 천진미는 아니다.

그렇다고 숏컷의 백발, 오직 자기확신의 확고함으로 다가오는 어떤 후배의 유아독존식 백발도 아니다.

아주 그냥 자연스러운데 살짝 지적으로 보이는, 조금 배운 할머니 같은 백발이다.

마주하는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 것 같으면

'그렇다고 노인네는 아니야, 안심해' 이런 뜻을 담아 한 두 가닥만 잡아 화려한 색으로 브릿지를 넣어도 좋으리.


오늘은 '은발'의 여자 사람 인생 선배님 한 분을 뵈었다.

평생 가르침의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치신 분인데

'아, 방법이나 기술이 아닌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평생 연구하고 가르친 것이긴 한데

중요한 건 성품에요. 내가 그동안 가르쳤던 것이 뭔가 싶어요'

라고 말씀하셔서 뭉클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은발의 여자 사람 인생 선배님 뒤로 날씨가 배경화면을 만들어댔다.

흐림으로 시작한 하늘에 갑자기 청명함이 들이닥쳤고, 시시각각 구름 그림자를 바꾸어댔다.

조명이 바뀌면서 은발의 명도는 형언 불가의 그러데이션을 만들었다.


마침 그런 생각이 나를 이끌어가는 중이었다.

(생각이 나를 이끌어갔다고 말했다. 내가 생각했다고 하지 않았다. 분명히!)

연애도, 결혼도, 부모 됨도, 관계도, 신앙도,

내가 맺는 모든 관계의 질은 나 자신과 맺는 관계를 비춰주는 것뿐이다!

이런 생각에 더욱 확고히 이끌리는 중이었다.

은발 선생님은 '의사소통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성품이에요'라고 표현하셨을 뿐이고.


그런 맥락에서 나는 불필요한 염려 같은 것들의 씨를 말리는 중이었다.

방법이나 기술로 되는 게 아니니 애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독다독.

타자 안의 나, 타인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니라 내 안의 낯선 타자에게나 신경 쓰자.  

게다가 이 은발 선생님께서 쓰신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뜻은 말이 아니다. 많이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인간은 듣고 싶은 것, 들을 수 있는 것만 듣기 때문이다.

뜻은 좋지만 말이 틀리면 전달되지 않는다. 무엇이 틀린 말인가? 듣지 않고 들리지 않는 말이 틀린 말이다."


이 부분을 인용하여 내게 책을 소개해주신 또 다른 지혜자는 이런 설명을 덧붙이셨었다.


진정성은 타자를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나로 향하는 진정성이어야 한다.

나에게 진정성이 있어야 그것이 타자를 향해 발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나의 진정성은 의심할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타자에게 나의 진정성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먼저 나의 진정성을 물어야 한다. 우리의 모든 것은 현상적으로 타인에게 드러난다.

나에 대해 사색하고 나를 물어야 진정한 태도가 된다. 내가 피력하는 내 진정성이 과연 진정성인가?


언젠가 은발을 할 수 있다면 그 흰 머리칼들이 부는 바람에 마구 흩날렸으면 좋겠다.  

가볍게 흩날리고 흐트러지는 백발에서 샴푸향과 함께 티 나지 않는 진정성이 폴폴 날렸으면.

햇볕 아래 고요히 앉아 있어도 충분히 쾌활하고 다채로운 노년의 성품이었으면.  

무엇보다 아주 다루기 쉬운 할머니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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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은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내륙교통의 중심지' 이런 내용으로 배웠던 교과서 속 도시였다. 민이네가 사역지 따라 제천에 내려간 지 벌써 14년. 교과서 속 제천은 모르겠고, 일 년에 한 번씩은 찾는 정겨운 곳에 되었다. 여름에 수영복이랑 튜브 챙겨서 채윤이, 현승이, 의진이까지 한 차 가득 타고 내려갔던 시절도 있었다. 민이, 챈, 현승이가 계곡에서 물총 쏘면서 놀 때 의진이는 유모차에 앉아서 쮸쮸를 먹었다. 의진맘에게 '언제 키우냐, 언제 키우냐' 했는데 그 녀석 의진이가 내 키만큼 컸다. 오십도 안 됐는데 자꾸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얘기를 하게 된다. 암튼, 요 몇 년은 애들 다 떼놓고 의진맘과 둘이 홀가분하게 제천행이다.


차 뒷좌석을 트렁크 삼아 꽉꽉 채워서 챙겨왔다. 과수원에서 직접 산 사과박스, 김치 한 통, 호박잎, 호박, 고추, 밤, 파, 방울토마토(이렇게나 많았나?ㅎㅎㅎ). 의진맘과 이구동성으로 '친정집 왔다 가네. 친정집이네' 했다. 20여 년 전에 자주색 가죽 자켓에 부츠컷 청바지에 (앵클부츠를 신었던가? 아닌가?) 긴 생머리 휘날리며 스타일 나던 민맘의 모습이 기억 속에 또렷하다. 우리 셋 중에 제일 스타일리시 했었지. 아마. ㅎㅎ 그 민맘이 오늘은 우리의 친정엄마가 되었다. 오가는 시간이 얼굴 마주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길지만, 그래서 늘 아쉽지만.... 민맘 의진맘 둘 다 오래 운전하는 나를 걱정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막히는 강변북로 혼자 돌아오는 길, 무지하게 피곤하고 졸음도 살살 오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뒷좌석에 떡 버티고 있는 저 맛있는 김치 한 통을 생각하면 힘이 불끈이다.


친정집에 다녀오는 느낌. 그 느낌 아니까. 헌데 '친정집 왔다 가는 것 같다' 라고 말할 때의 그 '친정'집을 진정으로 가진 여자가 있을까? 몇이나 있을까? 나도 친정이 있다. 그 친정은 생의 마지막날을 기다리는 아슬아슬한 엄마, 아기가 된 엄마가 계신 곳이라 늘 뭘 가져가야 하는 곳이다. '야이, 가루분이 떨어졌다' 하면 가루분을 사가야 하고, '요좀이는 호박죽 밲이는 못 먹어' 하면 호박죽을 사가야 하고. 친정집은 가서 속을 풀고 오거나, 바리바리 싸오는 곳이 아니다. 나는 엄마가 너무 늙어서 그렇다 치자. 어떤 친정집에는 부모님 사이가 안 좋아서,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부모님의 성격 때문에.... 가서 맘 편히 쉴 곳이 아니다. 무엇을 풍성히 싸보낼 만큼의 친정은 흔하지 않다. '친정집 왔다 가는 것 같다'의 '친정'은 현실의 친정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 속 친정, 원형적 친정이다. 모두 고향을 그리지만 정작 현실의 고향이란, 가봐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 또는 가족간 갈등으로 생각하기도 싫은 곳인 경우처럼 말이다.


민맘도 의진맘도 나도 그런 의미의 친정은 없다. 아무 걱정 없이, 아픔 없이 친정을 떠올리며 천진난만하게 엄마의 창고를 털어올 수 있는 그런 친정.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약간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렇게 서로 서로 친정이 되어주는 거지, 생각하니 눈물이 한 방울이 똑 떨어진다. 20대, 이름 붙이기도 어려운 방황의 시절 답십리의 (당시) 민맘의 자취방 생각이 문득 났다. 토스터기를 새로 사서 거기에 식빵을 구워 먹었던 생각도 툭 튀어 올랐다. 그 시절에도 뭔가 고향이 없는 느낌으로 쓸쓸하고 그랬었던 것 같다. 썩 잘 풀리지 않는 결혼 같은 문제를 놓고 막막한 마음을 막연하게 나누었던 기억도. 어디 내놓을 수 없는 지질한 내 속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때는 그때대로 우리들의 친정이었다.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 제천 사과를 까먹으며 채윤이와 수다를 떨었는데 어느 새 채윤이 키보드 앞에 가서 딩가딩가 연주를 하였다. 듣자하니 흘러간 CCM을 쳐댄다. '엄마, 와서 노래해'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선곡 리스트를 보니 영락없는 콜링이다. 채윤이 옆에 가 한 곡 두 곡 넘기다, 어쩌다 '주님을 따르리'를 부르게 되었다.  20여 년 전, 어느 추수감사절에 교회 찬양제에서 청년부가 불렀던 곡이다. 민맘도 의진맘도 채윤이 아빠도 함께 했던 찬양이다. '주님을 따르리 내 십자가 지고 주 따르리' 뭣도 모르고 잘도 불렀다. 돌아보면 지난 20여 년, 셋 다 각자 자기 몫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왔다. 그 길이 주님을 따른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고 고군분투 해온 것은 분명하다.  


각자의 십자가를 서로 안타깝게 바라보고, 기도해주고, 마음을 나누기도 했는데. 딱히 우리의 기도가 응답된 것도 없다. 여전히 각자 자기 몫의 십자가를 지고 살아야 했고,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니 능력도 크신 분이 참말로 사소한 것 하나를 안 들어주시고.... 하나님, 참 섭섭하다. 그래도 먹을대로 먹은 나이 때문인지 반항할 힘도 없고, 내 소견이 코딱지만 한 것도 알만큼 아는 터라, 본의 아닌 '내려놓음'이다. 각자 몫에 태인 십자가, 뉘게나 있는 십자가, 이렇듯 지고 끝가지 가는 것이구나 싶기도 하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들이 되는 건가? 여하튼, 딱히 비빌 언덕이 없는 흙수저 셋이 5년 후에는 스페인 여행을 가겠노라 꿈을 꾼다. 모든 사람에겐 고향이 필요하다. 모든 여자에겐 친정이 필요하다. 비빌 친정이 없는 친구끼리 서로 친정이 되어주고, 마음의 고향이 되어야 한다. 오늘 내 친구가 나의 친정이 되어준 것처럼, 나도 때로 친구의 친정이 되고, 세상 곳곳에 더 많은 친정과 고향이 생겨야 한다. 그리하여 결론은.... 넘나 맛있는 김치 한 통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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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이리 와봐라. 너 이거 한 번 입어봐.

느이 대전 언니가 사왔는디 너머(너무) 이쁜디 나는 옷이 많잖어.

낼 모리믄(모레면) 죽을 사람이 무신 새옷을 입겄어.

지금 있는 옷두 다 못 입고 죽어.

이거 니가 입어라. 한 번 입어라봐. 나는 옷이 많여.


90대 여자사람의 너머너머 이쁜 옷을 아직 40대인 내게 자꾸 입히려고 한다.

한두 번이 아니다.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엄마, 나도 옷이 많어. 채윤이 입으라고 해.


10대 채윤이 당황하신다.


그려? 그럼 울애기 한 번 입어봐. 대전 외숙모가 이쁜 옷을 잘 골라.

이봐, 이뿌잖여. 채윤아, 니가 한 번 입어봐.

할머니는 옷이 많여. 지금 있는 옷도 다 못 입고 죽어.


10대 채윤이가 40대 엄마에게 눈빛 레이저를 쏘고.

눈으로 묻는다. 진짜 입어?

눈으로 대답한다. 당연하지! 하하.

할머니 마음 저버릴 수 없는 채윤이가 90대 할머니의 꽃무늬 블라우스를 입는다.


엄마, 삼촌, 외숙모.

다같이  폭발적인 반응.

와~ 채윤이 잘 어울린다. 꽃친 갈 때 입어.

(아빠는 한 걸음 뒤에서 소리 없이 콧구멍만 벌렁벌렁)


얼라, 우리 채윤이한티 딱 맞네. 니가 갖다 입어라

거봐. 이뿐잖여. 우리 채윤이가 기드락진혀서(길어서) 역시 이쁘구만.

야야, 이건 신실이가 입어라. 이건 니가 입어.


결국 40대 신실이도 90대의 옷 인심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리고 천진난폭 돌직구도 피하지 못했다.


이~이(아~), 우리 채윤이가 기드락진혀서 이뿌지.

너는 짤뚱혀서 벼랑( 별로) 안 이쁘구만.


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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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사람을 안다~아, 심지어 친하다아.


신종 SNS 심리 사기 중 '인맥 사기'라는 것이 있다.

(지금 방금 생겼다.)

(인맥 사기,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내 블로그에 와서 용어가 되었다)

사기이기에 물론 해악이 있다.

타인보다는 자신에게 지속적이고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단 유명인과 SNS 친구맺기를 한다.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지만 자꾸 댓글 말을 걸다보면 친근해진다.

어느 시점 형님, 언니, 친구로 호칭을 바꾸고 말을 놓는 게 어떠냐고 찌른다.

그 즈음 어떻게든 오프라인에서 만나 인증샷을 찍고 태그해서 올린다.

지나던 사람들이 생각한다.

이 유명인과 언니 오빠 하는 걸 보니 같은 급이구나.

이 방식으로 차곡차곡 인맥의 외연을 넓혀 나간다.

'이 사람 안다, 이 사람이랑 친하다'

이 메시지를 여기 저기 흘리면서 유명세 급이 올라가는 것이다.

비슷한 공법을 사용하는 두 사람이 만나서 형님-아우가 되면

그간 각각 쌓은 인맥탑이 합체하면서 한 번에 확 레벨 업 되기도 한다.


이 신종 사기를 어떻게 잡아냈냐고?

뭘 어떻게 잡았겠나, 내 속에 있으니까 알았지.

그런 유혹이 있다. 그리 나쁜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자아를 과대포장 하는 것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나 자신임을 알기에

애써 피하는 일이다.

그러고 싶은데 애써 피하다 보니 남들이 그러면 더 못봐주고 있는 현실이다.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막막 인맥 자랑 하나 하련다.

성공한 교회, 성공한 목회, 성공한 선교에서 '성공한'의 함의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안다.

모두들 목을 매는 그 '성공' 말이다.

바로 그 성공을 차곡차곡 쌓아갈 기회가 하나씩 앞으로 오는데.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멈추고 재고하고 기다리다

흔한 성공의 길과 반대되는 선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젊은 선교사 부부이다.


한참 젊은 이 부부에게 만날 때마다 한 수 배우는 느낌이다.

한 번씩 만나 이들이 걷는 길과 교차하는 우리의 길을 점검한다.

태훈이 맑은 눈과 마음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그 뒤에 윤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 윤선이가 예쁜 네팔 노트를 선물로 가져왔다.

마침 일기장이 몇 장 남지 않아서 찾고 있는 중이었다.

고급진 노트에 나의 시시콜콜한 마음을 끄적이는 것이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이 가을, 윤선을 위한 기도로 기쁘게 첫장을 채우며 시작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선교 일상을 살아내면 늘 크고 작은 걱정들이 있겠지만

여전히 선택과 선택의 연속이지만 그 긴장을 잘 살아내주길 기도한다.

볼 때마다 몸과 마음이 쑥 커진 이안이와 현이가 믿음의 증거이고 열매이다.

큰 틀에서 좋은 엄마로, 좋은 아내로, 좋은 사역자로 잘 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크게 믿어주는 믿음을 위해서 기도한다.   


나의 인맥 자랑이 되는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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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소국이 거실에 한가득이다.

가을이란 계절이 존재하기나 할까,

이제 지구에서 가을이란 계절은 사라졌다는 듯,

여름보다 뜨거운 날인데 말이다.

가을이란 때가 있을 것 같지도 않건만

'때 이른'이란 웬 말인가.


그래도 때 이른 소국이다.

내가 소국 좋아하는 걸 알고 가끔씩 내게 이걸 안기는,

내게는 영원히 초등학교 4학년 같은데 두 딸의 엄마가 된 J와 H가 왔다.

기도의 용사 H, 찬양의 천사 J라 부르면 딱 좋을 새벽이슬같은 청년들이었다.

여름보다 뜨거운 날에 여름 휴가를 받고는 하루를 내어 찾아와줬다.

두 딸과 함께 넷이 있는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낯설고 신기한 일이었다.


돌쟁이, 그리고 삼십몇 개월 아가들 뫼시고 하는 대화란.

몇 마디 나누다 뚝뚝 끊어지는 건 기본. (쉬쉬, 쉬 마려워!)

언제던가, 이들과 공동체, 소명..... 이런 주제로 끝도 없는 얘길 나눴던 건.

이 와중에 젊은 부부들 목장모임에서 목자로 이끄는 J&H이다.

그네들 또래의 근황도 한 가지인데.

"청년 때는 결혼, 진로 같은 절실한 것들로 얘기 나누고 기도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결혼하고 직장도 어느 정도 안정되고, 직장에선 힘들고요.

아이들 태어나 정신없고..... 모여도 제대로 고민을 나누거나 하지 못해요"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결혼하고, 직장을 정하면 인생의 고민이 다 해결될 것으로 꿈꾸던 시절도.

외식 한 번 우아하게 해봤으면, 하면서 두 아이 쫓아다니던 시절도.

그래도 그 시절 내내 부부 모임에서 책읽기 모임을 멈추지 않았고,

부부 됨, 부모 됨을 고민하고 배우는 것을 쉬지 않았던 것 같다.

갓난쟁인 현승이 맡겨놓고 어린 채윤이 손잡고 광화문에 집회에도 다니고.


이 시절은 그냥 버티는 거야.

버텨내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돌이켜보면 기특한 우리의 젊은 날이다.


경황이 없어서 말은 못해줬지만 이들도 잘 버텨내길 바랄 뿐이다.

생전 안 해본 엄마 아빠 노릇에 코가 석자라도 '나 됨'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몰아치는 일상 가운데에도 생각하는 그리스도인됨의 끈을 아예 놓지는 말고.

내 가족이 소중한 만큼 약한 이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고이 가꿔가면서.

육아의 터널을 빠져 나왔을 때 텅 비어있지 않기를.

기도한다.


때 이른 소국에 눈을 맞추며

그들의 40대를 위해 한 발 앞선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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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명


어제, 그러니까 금요일 새벽에 돌아왔습니다. 헤롱헤롱 어질어질한 상태로 이틀 보내고 이제야 몸과 마음이 조금 맑아졌습니다. 흐릿한 몸과 정신으로 바로 전 포스팅(서점에 나왔습니다:나의 성소 싱크대 앞←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굽신굽신)도 썼고, 중간중간 정신을 잃고 잤다가, 메일함의 밀린 답신도 했고, 장을 보고 반찬도 만들고, 청소도 빨래도 했습니다. 그 순간은 정신을 똑띠했다 여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난 이틀 반수면 상태였군요. 결혼하고 가장 긴 시간 집을 비운 게 되었네요. 돌아와 가장 놀란 것은 싱크대 앞의 고구마순이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에 애매하게 남은 고구마 두 개를 물에 담궜는데 어머머, 한 녀석이 저렇게 쑥 자라버린 것입니다. 나머지 한 놈은 밑둥부터 썪고 있네요. 나란히 섰는 둘을 비교하니 쑥 자란 생명력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한편 쑥쑥 자라는 친구 옆에서 여전히 그대로인 왼쪽 고구마군은 애잔하게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2. 만남


남편이 놀립니다. 츤데레 기질있는 걸 고려하면 놀림을 가장한 걱정인 것도 같습니다. '초딩 4학년 몸'이 되어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냐고, 그 며칠 사이에 이렇게 될 수도 있냐고 합니다. 코스타 기간 동안 월요일 채윤이와 함께 느긋하게 식사한 것은 일장춘몽이었습니다. 이후로는 밥이 대체로 코로 들어갔을 것입니다. 코스타의 꽃은 조별모임이라고 하는데 코스타 세미나 강사 사역의 꽃은 '식사시간의 조별 상담'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체 집회나 여타 프로그램을 피해서 남은 식사시간은 끊임없는 만남의 시간입니다. 확실히 코스타는(아니 인생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만남입니다. 말씀에의 목마름보다는 만남에의 갈급함이 미주 각지의 청년들을 휘튼 캠퍼스로 불러 모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은 이 멀리서 고비용을 지불하고 시카고까지 날아가는 저를 이끄는 힘도 '만남'입니다. 때문에 만남이 시작되기 전 월요일, 화요일 오전까지는 마음이 무척 힘듭니다. 시차도 시차지만 '내가 뭐하러 여기까지 왔을까' 어리석은 질문을 되뇌게 됩니다. 막상 강의를 시작하고, 강의 후 줄을 서는 질문과 상담을 맞닥뜨리면 어리석은 질문은 흩어지고 맙니다.


3. 사람


만남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 다시 다시. 만남이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닙니다. 만남의 차원이 있습니다. 기간 중에 '브릿지'라는 호를 가진 황병구 본부장님이 동갑내기 자매 하나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잠시 커피타임을 가지며 소설같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탄성이 절로 나는 간증적 삶이었습니다. 충분히 감동이었고,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상담하기로한 청년 하나와 시간이 어긋나는 바람에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동갑내기 자매를 다시 만났습니다. 한 20분 짧은 시간 동안 간증적 삶 이면을 들었습니다. struggle. 20여 분 동안 그녀가 반복해서 발화한 말입니다. 그렇게나 번듯한,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를 찬양하지 않을 수 없는 삶에도 남모르는 분투가 있습니다. 겉보기에 번듯할수록 분투는 더 치열할 것이며 갈등은 극심할 것입니다. 이것이 진실입니다. 이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진짜 모습입니다. 나도 모르게 손을 잡게 만들고, 나도 모르게 기도하게 만드는 것은 이같은 나눔이 있을 때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이렇듯 가슴에 숨은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내 안에서 나온 것이 흘러 들어갈 때 아니겠습니까.


4. 은혜


3년 전 처음 코스타에 갔을 때 생각이 납니다. 다녀와서 쓴 몇 편의 후기 중에 '은혜 to 더 은혜'라는 글이 있습니다. 그때 만났던 은혜 자매를 우연히 다시 만났습니다. 코스타 마친 그 주일에 시카고 다운타운에 있는 교회에서 강의가 있었습니다. 3년 전 그 은혜 자매를 바로 그 교회에서 만난 것입니다. 그녀는 저를 잊었을지라도 저는 가끔 떠올리며 기도하곤 했습니다. 내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가 몰라도 좋은 기도, 얼마나 행복한 기도입니까. 같이 저녁을 먹고 역시 짧은 시간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텍사스에 살고 있는 은슬이 엄마 송은혜와도 기간 내내 자주 톡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카톡의 대화창에는 두 명의 'grace'가 나란히 줄을 서있는 형국이었습니다. 결국 이것은 그분으로부터 다시 오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은혜로다, 은혜로다, 한량없는 은혜로다. 모든 오늘, 모든 만남은 은혜이고 선물이라고요.


5. 생명


살아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자발성과 예측불가능성입니다. 입력된대로 같은 답이 나오는 것, 충분히 예상되는 건조한 정답이 출력되는 것은 기계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자발적이고 예측불가능이기에 자유입니다. 정답은 없지만, 예측불허 struggle의 연속이지만, 미끈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하나 없지만 생명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코스타에 강사로 가서 번지르르한 강의만 하고 왔다면 누릴 수 없는 은혜입니다. 첫 강의 망치고, 가져간 책은 잘 안 팔리고, 화장실 갈 틈도 없는 일정이 돌아가고, 몸은 바닥으로 꺼지고, 집회 시간에는 끊임없이 졸고.... 그 와중에도 살아 있는 만남이 있었기에 소생케 되는 것입니다. 돌아와보니 창가의 화분 몇 개는 주인 엄마가 자리를 비우고 물을 챙겨주지 못한 탓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흠뻑 물을 주고 아침에 보니 힘이 들어가 꼿꼿해졌습니다. 생명은 잠시 시드는 것 같으나 살아납니다. 오나가나 생명있는 사람이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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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시죠?

뭐 그렇죠.

강의 많이 하느라 바쁘신 거 아녜요?

강의로 바쁜 적은 없어요.


힘드시죠?

힘들긴요.

글 쓰고 일이 많으시잖아요.

글 쓰느라 (마음이) 힘든 경우는 없어요.


강의보다 강의 사이사이 구역장 업무로 마음이 바쁘구요.

원고 쓰며 아이디어를 쥐어 짠다지만

아이들에게 문제 생겨 해결하는라 고심하는 에너지에 비할 바가 아니죠.


구역 소풍 다녀오는 거사를 치루고,

사고 아닌 사고를 친 중딩 아들 건사하는 일이 겹친 날이었습니다.

강의가 아니라 이런 일정을 두고 바쁘다 하는 것이고,

원고가 아니라 예민한 아들 놈 케어하는 일이 힘들다 하는 것이지요.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취침, 기절, 좌절의 증상으로 소파에 고꾸라진 저녁.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신호탄이 되어 꽃을 든 남자, 아니고 제자들 등장했습니다.

고맙다. 고마워.

카네이션 꽃이 아니라 사람 꽃이로구나!


며칠 드글드글 속을 태우며

'어디 한 번 저를 일으켜 보시라구요. 저는 낙심하여 소파를 뚫고 들어갈테니까요.'

기도 시위를 했더니 이렇게 협상을 해주시는군요.

사람을 꽃보다 아름답게 만드신 당신, 좋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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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쌀 한 자루가 배송되어 온다. 충청도에 사시는 이모가 보내주시는 것. 엄마랑 이모, 자매간의 우애가 각별하다. 우리 엄마 생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올라오셔서는 늘 그러신다. "야야, 느이 엄마, 우리 언니는 나한티 언니가 아녀. 엄마여, 엄마"  90 다 된 이모가 90 넘은 엄마한테 '언니, 언니'하는 거 보면 정말 재밌는데. 언니 챙기는 마음으로 언니 딸에게까지 쌀을 보내시는 것인가. 과연 그것 뿐인가? 아니다!언니의 사위, JP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하신다.

 

허허허허허. 김종필 목사님, 악수 좀 혀. 나는 우리 조카사위가 참 좋아. 내가 원래 김종필 씨를 젊었을 때버텀(부터) 좋아하거든. 그른 디다가 우리 김종필 목사가 너머 착혀. 너머 좋아. 충청남도가 낳은 영원한 2 인자 김종필 총재는 충청도 출신 정치에 관심 많은 할머니에겐 갓종필이다. 내가 어렸을 적 충청도에서 살아봐서 아는데 리얼 그렇다. 택배를 맡아 보내주신 충청도 아주머니가 전화를 걸어오셨다. "거기 김종필 씨 댁이쥬?"  그 한 마디를 듣고도 알 수 있었다. 갓종필 님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우리 이모 못지 않으신 분이다! 택배 발송을 부탁하시며"김종필이가 내 이질 사윈디.... 목사여. 얼매나 착헌지 나를 볼 때마다 용돈을 주는디 내가 쌀이라도 보내야지" 하셨단다. 귀하신 김종필 님, 이름값이 쌀 한 자루나 된다. ㅎㅎ

 

(말이 나왔으니, 전에 했던 얘기 같지만 잊을 만 하니 한 번 더 우려먹기로 하자. '김종필' 이름에 관한 에피소드를 동생이 전에 페북에 올린 적이 있다.)

 

 

김종필. JP.
나의 매형 이름이다. 지금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전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얼마 전 네이버 지식IN에 매형 관련 질문이 떴다는 제보(?)를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인 김종필이 다니는 교회를 알고 싶어요.

제가 다니는 교회 주보에 예배 인도자가 김종필 목사로 되어있는데

이 사람이 그 김종필인가요?"

우울한 시대에 큰 웃음을 주는 질문이었다.

덕분에 떠오른 웃기는 기억 하나.
예전에 오세택 목사님에게 매형을 소개했다.

같은 교단 선후배 사이니 좋은 분들끼리 서로 교제하면 좋겠다는 의도였다.

두 분이 만나던 날. 오세택 목사님이 현장에 늦게 도착하시며 매형에게 전화했단다.
"아~ 김대중 목사님, 제가 좀 늦습니다."
-..-;
"저는 김종필입니다."
"어, 내 휴대폰에 김대중이라고 저장이 되어있는데..."


추리해보니 이렇다. 나는 분명 '김종필 목사'라고 소개했다.

오 목사님은 내 얘길 듣고 저장을 하시며, '정 목사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하는데 설마 김종필일 리가 없다.'며 무의식중에 김대중으로 입력을 하셨을 터.

- 동생 페북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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