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족이 다함께 이천에 있는 스파플러스에 갔다 왔습니다.
제일 신난 건 김채윤.
지칠줄 모르고 놀았죠.
저녁 먹고 집에 돌아왔을 땐 김채윤과 김현승만 여전히 에너제틱.
나머지 네 명의 어른은 기진맥진.

피곤해서 널부러져 있는데 김채윤 책 읽어 달라고 가져 옵니다.
'채윤아! 오늘은 엄마가 너무 피곤하고 목도 아프거든. 오늘은 책 안 읽으면 안될까?' 사정하다가 실랑이 끝에 어찌 어찌 책 한 권 읽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금 후.
김채윤 다른 책을 들고 한 손을 치켜 들며 하는 말.

'나는 엄마를 때리고 싶은 마음이 많이 생겨서 손이 자꾸만 올라갈가 그래~'

나는 진짜 나름대로 피곤을 무릅쓰고 책 읽어 준 건데....그 성의를 몰라주고 엄마를 때리고 싶어 하다니.....T.T

200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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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7

채윤이랑(5세) 채윤이 사촌오빠 범식이(초6)를 데리고 영화관에 갔다. 더빙된 영화가 없어 자막영화를 봤다. 슈렉2.. 채윤이가 재미있어할까? 그 긴시간을 잘 앉아있을까?

아니나 다들까? 처음엔 컴컴한 극장 안이 무섭다고 찡찡.. 예고편(아더왕?)이 무섭다고 찡찡..

중간에 화장실에 갔다오고, 가끔 일어서서 뒤를 쳐다보고, 더 가끔 질문한답시고 큰 소리로 "아빠, 저 뚱뚱한 공주 이름이 뭐야?" 하고 소리지고, 그러다가 막판에 맨 앞자리로 이동하여 무대앞으로 나갈려고 하는거 계속 끌어안고 있는 것 빼고는... 그럭저럭 영화 잘 본 것 같다.

극장 안에서 심심해 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과자, 오징어, 음료수 잔득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다행이다.

영화 다 보고 근처 식당에서 범식이랑 같이 돈까스를 먹었다. 채윤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의자위에 서서 연실 춤을 춘다. 왠일인지 누가 봐도 신경안쓰고 연실 엉덩이를 흔들흔들.. 손엔 구슬 아이스크림을 들고 말이다.

아~ 피곤한 하루.. 좋은 아빠 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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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7

내 원래 김채윤이 만만치 않은 녀석인 줄 알았지만....
김채윤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베란다에 있는 복숭아 박스에 복숭아를 낱개로 담아놓은 종이 그릇이 김채윤 마음에 들다. 때문에 자꾸 만지고 싶어하다. 헌데 할머니는 복숭아 털 때문에 가려울까봐 걱정이시다. 어제부터 계속 복숭아에 손대지 말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셨다.

오늘 엄마빠 늦잠 자고 늦은 아침 먹고 있는데 식사를 먼저 마친 김채윤 베란다에 가서 복숭아를 만지고 있었다. 할머니 갑자기 호통 치셨다. '그거 만지지 말라고 했지. 채윤아. 손에 묻으면 가려워!'
김채윤 돌아서서 당찬 목소리로 '나는 그게 아니예요. 복숭아를 덮어줄려고 했어요' 하더니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가! 할머니 미워!' 하고 소리소리 지른다.

'채윤아! 할머니는 너 손 가려울까봐 걱정돼서 그러신 거야' 설득을 해도 소용이 없다. '채윤아! 채윤이가 속상한 거 알겠어. 채윤이는 복숭아를 만질려고 한 게 아니지?' 하면서 정서를 읽어 줘도 소용없다. '나는 복숭아를 만질려고 한 게 아니라 복숭아를 덮어 놓은 거야' 계속 주장을 하면서 서러운 울음을 운다.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도 김채윤은 할머니 따라 다니면서 '할머니 미워. 나는 복숭아를 만진 게 아니라....복숭아를 덮어 놓은 거야'
집요하다. 김채윤.

결국, 할머니 항복하시다.
'채윤아! 니가 복숭아 덮어 놀려구 했는데 할머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하시면서 '내 참. 저거 누굴 닮아서...참....니가 나한테 이 말을 못 들어서 억울한 거지?' 하신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 김채윤. 계속 울음을 그치지 않는데...그런 김채윤 붙들고 '채윤아! 니가 속상한 거 알겠는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사과하셨잖아. 채윤이도 할머니한테 소리 지르고 흘겨 본 거 잘못한 거잖아. 사과할 수 있지?' 하고 겨우 설득해서 할머니 앞으로 데리고 갔다. 나름대로 설득을 당해서 할머니 앞으로 간 김채윤. 할머니 얼굴 보더니만 다시 울면서 '나느~은 복숭아를 만진 게 아니예요....'

정말 한참 만에 김채윤도 할머니께 사과하고 악수를 하고 서로 안고 그랬다.

나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먼저 사과 하시는 것도 첨 봤고, 그렇게 당하고 계시는 것도 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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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4

발음하면 아기 때부터 정말 '한 발음'했던 채윤이.
지금도 그 또래 아이들 중에는 외계인 발음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김채윤은 발음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죠. 한 번 들은 단어는 정확한 발음으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채윤이 가진 거의 최고의 강점 중 하나이니까.

그런 채윤이가 맨 처음 히어링을 잘못해서 여전히 발음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뾰' 입니다.
'뼈' 죠.

채윤이 책 중에서 인체에 관한 책이 있는데 거기서 '뼈' 라는 말을 처음 배운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위통 벗고 누워 있는 아빠 옆에 가서 앙상하게 드러난 아빠의 갈비뼈를 만지면서 채윤이가
'아빠 가시 같애. 생선 가시!' ㅋㅋㅋ
그러더니만 여기 저기 부위별로 만지면서
갈비뾰.
.
.
이러는 겁니다.

사실 발음을 고쳐주면 금방 따라 하겠지만 아직까지 고쳐주고 싶지 않아요.
'엄마 손목에 톡 나온 거, 이것도 지?' 이럴 때, '뾰'라는 발음이 얼마나 이쁜지...

하긴 지 새끼 하는 짓 뭔들 안 이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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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마음 속에 채윤이를 혼내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나 봐요'

라고 어젯밤 자기 전 목욕탕에서 찡찡거리다 아빠한테 한바탕 혼나고 나와서는,
엄마 품에 안겨서 말했습니다.

ㅠ.ㅠ

200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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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차에서 갑자기 김채윤이 아빠한테.
'목짠님!'
당황하는 아빠.
'잉? 어~ 그래'
다시 씨익 웃으면서 엄마한테,
'몽년님!'
'왜?' 했더니,
다시 엄마한테
'브리스길라!'하고는 킬킬거린다.

갑자기 30여 년 전으로 필름이 돌려진다.
나두 우리 엄마한테 엄마라고 안 하고 '사모님' 이렇게 불렀었는데...
아마도 오늘 김채윤의 표정과 그리 다르지 않는 익살스런 표정이었을 것 같다.


내 동생은 그랬었다.
부모님이 우리를 늦게 낳으셨는데.
아버지한테 혼나면...
막 도망가면서.
'씨~ 아부지라고 안 하고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200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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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2

뭐 아직 아기인데 그런 생각을 해보냐 할 지 몰라도...
나는 생후 36개월 까지의 모습이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은, 진정으로 타고난 기질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채윤이만 해도 '부끄러워' 라는 말을 하면서 주변을 인식하는 사회성이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벌써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암튼, 더 자라면서 관찰할 일이지만 환경의 양육방식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은 생애 초기에 어떻게 행동했는가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은 두 아이가 자라서 자기를 찾아갈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일 거라는 생각이다.

일단 지금 보이는 두 아이의 행동은 외향형에 가깝다. 사람 많은 것 좋아하고 비록 낯가림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낯선 환경에 가서 적응하는 시간이 짧다. 목소리 크고 자기표현이 정확하다. 이런 걸 떠나서 엄마빠가 느끼는 느낌이 그렇다. '둘 다 정신실 아들 딸이야. 내 딸, 내 아들 아니야' 라고 아빠가 자주 말하는데 아이들에게서 '외향형'의 냄새가 강하게 날 때 그렇게 말한다.

채윤이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보통 구체적인 사실을 암기하기인 것 같다. 그래서 언어발달이 빨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어른들이 쓰는 단어도 일단 한 번 들으면 절대 까먹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이름 (자기 친구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의 이름까지도) 기억을 잘 했고 한 마디로 말해서 '별걸 다 기억하는 여자'다.

요즘 한참 인지가 발달하는 김현승을 보면서 '이해하는 수준이 채윤이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말하자면 표현언어의 발달은 채윤이보다 훨씬 느린데 말을 이해하는 게 때로는 놀랍다. 할아버지가 늘 하지는 말씀이 '다 알아 들어. 참 내! 다 알아들어' 이러신다.

오늘 남편과 함께 얘기하다가 채윤이는 S(감각형)고 현승이는 N(직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두 녀석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이 그렇게 확연하게 다르게 느껴지니 말이다.^^

인형놀이나 스킨쉽에서 보여지는 것으로 현승이는 F(감정형) 채윤이는 T(사고형)에 가깝게 느껴진다.

아직 많이 드러나지 않은 것이 네 번째 생활양식인 듯한데....채윤이는 일단 P(인식형)에 가깝고 현승이는 J(판단형)에 가깝게 보인다. 이건 좀더 두고 볼 일이다.

채윤이 현재 45개월, 현승이 15개월.
일단 추정되는 성격유형. 김채윤은 ESTP 또는 ESTJ.
김현승은 ENFJ 또는 ENFP.

아빠는 INTJ 엄마는 ESFP.
그래서 세 E를 감당하기에 아빠의 에너지가 역부족인듯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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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1

오늘은 두 녀석을 양쪽에 끼고 한 방에 보내버렸다.
다만 한 방에 보내면서 나도 함께 갔다가 '파리의 연인'을 보기 위해 다시 일어났다.

같은 뱃 속에서 나와도 전혀 다른 기질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

두 녀석의 공통점. 절대 혼자서는 자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엄마빠 특히 엄마의 자장가 내지는 성경을 외워주는 것 내지는 좀더 큰 채윤이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함. 반드시 같이 누워서.

그런데 김채윤은 스킨쉽이 드문 아이다.
재워도 주로 입으로 재워야 한다. 꼭 안거나 이러면 절대 오래 견디지 못하고 빠져 나가고 만다.
그저 노래하고 얘기해주면 지 수건 만지작거라다가 잘 뿐이다. 원하는 스킨쉽이란 '등 긁어주는 것'ㅋㅋ
그러고 보니 어려서부터 따로 침대에서도 잘 잤다.

반면, 김현승.
절대로 엄마와 신체부위가 한 부분이라도 접촉되어 있어야 한다.
신생아 때는 거의 꼭 안고 자야만 잠을 잤다. 요즘도 엄마 배를 베고 자거나 팔을 만지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 몸에 붙어 자야하는 놈이다.
밤에 자다가도 '엄마 엄마' 부르면서 옆에 있는 확인하며,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을 스킨쉽을 통해서 확인해 주어야 한다.
사실 김현승은 잘 때 뿐 아니라 놀다가도 엄마한테 달려와 목을 끌어 안고 볼을 부비는 녀석이다.
다분히 마마보이 기질이 엿보인다.

김채윤은 여러 면에서 다분히 독립적인 아이, 김현승은 사람친화적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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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9

유치원 한 학기를 마치고 말하자면 생활기록부 같은 것이 왔네요.
나도 유치원에서 근무할 때 이런 거 써봐서 아는데 최대한 긍정적으로 평가하려고 하죠.
그런 걸 감안하고 읽으면 다소나마 김채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행간을 읽어보면 김채윤의 약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암튼, 처음으로 가져온 생활기록부. 전격 공개합니다.

유치원에서의 생활

채윤이는 유치원에서 역할놀이와 조형방에서 만들기 하는 것을 즐거워하며 책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자기가 느낀 감정을 언어로 잘 표현합니다.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율동 하는 것을 재미있어 합니다.
모든 활동에 저극적으로 행동하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여 가끔 친구들과 다툼이 있기도 합니다.

방학동안에 이렇게 도와주세요

친구의 생일 그림을 그릴 때 항상 꽃을 그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채윤이에게 꽃을 더 많이 그려주고 색칠도 해주자고 이야기 하면 채윤이는 꽃잎을 몇 개만 색칠하고 '다했어요~'하고 이야기 합니다.
좀더 다양한 그림이 나올 수 있도록 많이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

역시 내 딸.

미술 못하는 거 그래도 닮았습니다.ㅜㅜ

미리 알고 있었죠. 그림이 잘 안 나온다는 것. 또래 애들의 그림과 비교할 때 더더욱 그랬지만...

혹여라도 즐거움을 알기 전에 자신감을 잃을까봐 조심하면서 놀아주곤 했었는데.

채윤이 스스로도 자기 그림이 성에 차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 손으로 그리지 않고 그리고 싶은 게 있으면 꼭 '엄마가 그려줘' 그럽니다.

비록 잘 그리지 못해도 자신감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는데...'나는 그림을 못 그려'라고 규정하기 시작하면 진짜 그림 안 되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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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목장모임에서 두 아이를 데리고 힘들어 할 때,
'이렇게 엄마 찾는 것두 잠깐이야. 조금만 있어봐. 어디 같이 데리고 갈려면 사정 사정해야지'
하는 말씀들을 해주셨습니다.

그 날에 대한 각오를 하고 있었습니다.
'맞다! 애들이 나를 이렇게 찾고 내 품을 추구하는 것도 잠깐이다. 이건 일생일대에 지금을 포함한 전후 몇 년 동안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이 몇 년이 지나면 나도 이 시절을 엄청 그리워할 것이다'하고 나를 세뇌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는 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최소한 초딩 고학년 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죠.

어제 목장모임에 김채윤은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제부터 목장모임 안 가. 심심해. 엄마 아빠가 현승이만 데리고 가!'
결국 김채윤은 집에 있었습니다. 머리털 나고 처음 일이죠. 몰래 떼놓고 나간 적은 많지만 스스로의 선택으로 엄마빠를 따라 나서지 않은 건 처음이죠.

오늘부터 '거북한 십대, 거룩한 십대'라는 책을 손에 들었습니다.
김채윤의 독립을 내가 한 발 앞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ㅜㅜ
200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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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4

채윤이 데리고 '영풍문고'에 다녀왔다. 오래 기다려온 일이다. 내가 책일기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려서 전.혀. 책을 몰랐던 게 아쉬웠기 때문에 채윤일 데리고 대형서점에 간다는 건 생각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며칠 벼르다가 드.뎌. 천호동에서 좌석버스를 타고 영풍문고엘 갔다. 채윤이 신났다. 노래하고 재잘거리는 게 가히 슈렉에 나오는 당나귀 수준이다. ^^

근데, 행복은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끝났다. 채윤이 내리자 마자 업어달라, 음료수 사달라.... 바나나 우유 입에 물고 겨우겨우 달래서 서점에 갔다. 아~ 우리 딸 김채윤... 책을 잡으면 20초도 못넘기고 "이거 재미없어" 하고는 집어던진다. 서너권 둘러보다 본색을 드러낸다. 책엔 관심없고 수첩 사달라, 찱흑 사달라... 똥 마렵다, 징징징... 이거 사줘 저거 사줘.. '서점에 올 게 아닌데, 동네 문방구나 갈껄..'

핑크색 수첩을 손에 쥔 김채윤, 드래곤 볼에서 재채기 하면 변신하는 여자처럼 다시 온순하고 착한 딸로 돌변했다. '아빠~ 멋있어요. 히히히. 아빠도 핑크색으로 사세요~' 시키지도 않은 존대말에... '아빠~ 우리 이제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배고파요~(예쁨, 예쁨)'

파파이스에 간 채윤이, 주문하는 동안 먼저 올라가 자리를 잡아놓겠단다. 음식주문하고 2층으로 올라가니, 한 가운데 앉은 김채윤 큰 목소리로 "아~빠~ 여길루 오세요!!" 으~ 내 딸 맞아??

아직 글자에 관심없는 채윤이.. 책읽는 데 관심갖는 날이 오겠지. 혹 관심없어도 어쩌겠는가? 지 몫일텐데.. 암튼 씩씩하고 건강하게 밝게 당당하게 지금처럼만 자라다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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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재우려고 누우면 채윤이가 하는 말 '엄마! 꽃밭에 얘기 해 줘!'
'꽃밭에 얘기'란 내가 어려서 자라던 시골 목사관에 있던 꽃밭 얘기를 말하는 겁니다.
어느 날 채윤이 재우다가 이 얘기를 한 번 해줬는데 그 이후로 잘 때 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합니다.

꽃밭에 있던 꽃의 이름, 꽃밭에 물을 주던 아버지, 사루비아 꽃에서 따 먹던 꿀....
채송화, 봉숭아, 사루비아, 작약, 나리꽃, 장미, 찔레, 무화과 까지....

얘기하다 하다 소재가 떨어져서 밤에 화장실이 급할 때 화장실 까지 가기 무서울 때는 꽃밭 앞에 앉아서 응아를 했던 일, 또 꽃밭에서 벌에 쏘인 동생이 뚱뚱 부었던 얘기.
생각나는 대로 하나 씩 해 주었습니다.

채윤이는 이상하게 꽃밭 얘기를 외할아버지와 연관시켜서 듣는 것 같아요.

오늘도 그 얘기 끝에 '엄마는 꽃밭을 생각하면 외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 그러면서 '꽃밭에서'라는 노래를 불러 주었요.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애들하고 재미있게 뛰어 놀다가 아빠 생각 나면 꽃을 봅니다.
아빠는 꽃을 보며 살자 그랬죠. 날 보고 꽃을 보며 살자 그랬죠.

이 노래를 불러 주는 동안 채윤이가 손으로 자꾸 얼굴을 더듬는 거예요.
그리고 노래가 다 끝나니 하는 말 '자꾸만 눈물이 나올라구 한다'
이러면서 '엄마! 우리는 외할아버지가 보구 싶지?' 하네요.
한 번도 보지 못한 외할아버지를 말이죠. 엄마의 그리움을 채윤이도 아나봐....

200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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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떻게 양육하는 것과 상관없이 채윤이는 외향형인 것 같다.
원래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것 좋아하고,
여러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 좋아하고,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하고,
자기표현이 빠르고 분명하고.....

노래를 잘 하는 채윤이를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도구로 많이 활용하였다.
진심으로 노래 잘 하는 우리 딸 자랑하려는 마음보다 다른 마음이 더 컸다.
어디서든 어린 아이가 노래를 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어른들의 딱딱한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채윤이처럼 '야곱의 축복'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 들의 최신 복음성가를 정확히 부르는 것은 모임에 활력을 주고 기쁨을 주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채윤이가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설명하곤 했었다.
'채윤아! 하나님이 채윤이한테 노래를 잘 하고 잘 배우는 선물을 주셨어. 하나님이 선물을 주실 때는 그걸로 다른 사람에게 또 다른 선물로 나눠주라고 하시는 거야.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 주라는 것이지. 채윤이가 노래하면 모두 기뻐. 그러니까 부끄러워 하지 말고 언제든 큰 소리로 노래해.'

요즘 채윤이가 자의식이 더 많이 생기며 더불어 타인에 대한 인식이 더 발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부끄러움'이라는 걸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엄마!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하는 말을 자주한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채윤아!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하고 기도하고 이러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약한 친구를 안 도와주고 내 맘대로 할려고 하고 친절하게 말하지 않는 게 진짜로 부끄러운 거야' 하면서 달래고 한다.

그런 설명에도 소용없는 것 같다. 채윤이의 '사회성'이 또 한 번 업글되는 과정이니까...

병원에 병문안을 가거나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채윤이 노래 좀 해봐라' 하는 말에 부끄럽다는 이유로 뒤로 뺄 때, 이렇게 협박도 했었다.
김채윤! 1번 노래한다, 2번 기도한다 , 3번 개다리춤, 4번 집에 간다. 몇 번 할래?
이렇게 말이다. 그러면 4번은 싫으니까 셋 중 하나를 하기는 하는데..... 최근에는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아빠의 반성처럼 엄마 아빠의 생각없는 푸쉬가 많았던 것 같다. 아무리 채윤이가 노래를 잘 하고 또 외향형의 아이라 해도......물론 그런 일 때문에 동시발표 때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낸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냥 그 순간 갑자기 까먹을 수도, 목소리가 작아질 수도 있었던 것.

엄마 아빠의 생각 없는 행동에 경종을 울려주는 계기가 된 건 오히려 감사한 일이다.

채윤이의 감정과 상관없이 노래시키고 개다리춤 추게 시킨 비인격적인 행동을 회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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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14

채윤이 유치원 입학하고 첫 발표회를 했다. 동시발표회란다..

무대체질에다가 워낙 똑 소리나는 언어구사능력을 지닌 딸인지라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유치원엘 갔었다. 채윤이에 앞서 5살짜리들의 발표를 보니, 구엽기도 했지만 그중 돋보일 채윤이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레였다.

드디어 채윤이 차례.. "안녕하세요? 저는 새싹반 김채윤입니다...." 역시, 발음 하나는 죽여주는구만.. 채윤이가 등장하자 나는 뒤에서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근데 웬지 채윤이 표정이 좀 얼어 있는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뿔사! 아니나 다를까? 김채윤.. 쬐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동시를 발표하더니 급기야 중간에 멈추고 선생님을 쳐다보는게 아닌가!! 선생님의 도움을 세 번이나 받으며 김채윤 마무리 인사... "엄마, 아빠 사랑해요, 삼촌도 사랑해요" 그리고는 옆문으로 나갔다.

아~ 이게 무슨 일인가?? 사회를 보던 선생님 왈, 아침 연습때까지만 해도 큰 목소리로 잘 했다던데.. 무대에서 쫄 김채윤이 아닌데 왜 채윤이가 그랬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채윤이가 날 안닮아 앞에 잘 나서는 게 너무 좋았다. 교회에서 성경구절 외우지도 않고 무대뽀로 앞에 나가질 않나, 병원에서 대표기도 할때 초등학생처럼 하질 않나, 여기저기서 노래하질 않나.. 그래서 기대도 크고 욕심도 많았고 때론 협박과 회유를 통해 발표를 시킬 때가 많았었다.

그날 오후, 채윤이에게 "오늘 채윤이 발표 보고 아빠 마음이 아팠다. 왜 그랬을까? 하고 물었다. 채윤이는 "왜? 아빠가 말해봐!" 라고 대답했다. 사실을 말하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봐 그냥 채윤이가 다시 말해보라고 하고, 채윤이가 그래도 대답하지 않자 대충 화제를 돌려 버렸다.

그동안 채윤이한테 '앞에 나가 발표하면 좋은 선물 주겠다'는 말로 얘기를 자주 했던게 생각난다. 부끄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한데, 아빠가 자꾸 시키니까 그리고 선물준다니까 마지못해 '발표'(노래, 기도 등) 하던 채윤이가 생각난다. 아이가 발표를 하던 안하던, 잘 하던 못하던 아이에게 좀 더 자유를 주고 격려를 줘야 겠다. 안한다고 실망하고 못한다고 구박주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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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이 유치원 가방에 고이고이 들어 있었습니다.
엄마한테 쓴 편지랍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도저히 해독이 안돼.ㅜㅜ
채윤이가 읽어줬습니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회사 갈 때 집에서 잘 있어요.
나도 엄마랑 놀고 싶어요.
엄마 아빠 사랑해.

랍니다.

흐뭇 ^--------^
200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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