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P&SS 영혼의 친구281

상처 입은 치유자의 그늘 2023년 뜨거운 여름을 더욱 뜨겁게 했던 교회 수련회 '이우 가족 힐링캠프'를 마쳤다. '힐링 캠프 in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맡아서 그 준비로 조용히 바쁜 몇 주간을 지냈고. 비밀에 부친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역할을 맡은 분들과 열세 개의 단톡방을 운영하며 준비하면서 "나 이벤트 회사 실장님 같애" 농담도 했는데. 잘 마쳤다. '상처 입은 치유자'가 수련회 보이지 않는 주제였다. 내가 맡은 '힐링캠프in힐링캠프'가 그랬고, 남편의 설교도 가만 톺아보면 내내 그 얘기였다. 내 상처가 완전히 다 낫고 해결되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상처 치유를 위해 내 마음을 잇대는 것이 오늘 우리를 초대하시는 자리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강의에 가끔 인용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랍비 요쉬아 벤 레비는 랍비 시메론.. 2023. 8. 23.
둘 하루 광복절 휴일. 전날 월요일에 '놀월 안식일' 루틴으로 놀았는데 아이들이 각자 공부로 바쁘니 연이어 이틀을 둘이 놀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영화 저 영화를 마음으로 전전하다 그냥 집에서 각자도생 휴일을 보내기로 했다. 수련회를 앞둔 터라 부담 때문에 놀아도 노는 게 아닐 테니. 각자 안방에서 거실에서 할 일을 하다 끼니때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이 일어나 식탁 근처를 어슬렁거린다. 어제 남은 떡볶이와 순대로 순대볶음 만들어서 한 끼 먹고. 또 냉장고 털어서 카레로 한 끼 먹고. 따로 또 같이 제각각 모양의 유리잔에 아이스 핸드드립 커피도 한 잔. 혼자인 듯 둘이 같이, 둘인 듯 혼자서 휴일 하루 잘 보냈다. 2023. 8. 16.
Sabbath Diary 45: 목사인 게 도움이 됨 퇴촌에 드라이브 갔다가 K 목사님 밥 사주고 올까?오케이!오늘 안 된다네. 남한산성 시장에 김치 사러 갈까?오케이!그냥 카페 갈까?오케이!와아, 이건 사진 찍으라는 플레이팅이네!.... 찰칵찰칵... 찰칵... 아, 잠깐 또 찰칵... 잠시만! 찰칵...오케이! (촬영 끝나도록 하염없이 기다려 줌)수련회에서 내가 맡은 프로그램 의논 좀 할까? 들어볼래?오케이!안 되겠다, 그냥 책 보자.오케이!에어컨 춥다. 갈까?오케이!돌고래 상가 가서 반찬 살까?오케이!기름 넣고 세차할까?오케이!저녁은 벽산아파트 장에서 떡볶이 사서 먹을까?오케이!나 떡볶이 사는 동안 세탁소에서 수선한 바지 찾아줄래?오케이!애들은 삼겹살 숙주볶음 해주려고. 숙주 반 봉지만 씻어 줄래?오케이! 이 사람, 기본적으로 안 된다는 것이 없음. .. 2023. 8. 14.
지옥 라떼 나는 (식구들보다 두어 시간은) 일찍 일어나는 새다. 일찍 일어나 연구소 카페에 '읽는 기도' 필사해서 올리고, 교회 말씀 묵상 밴드에 묵상 나누고, 기도하고, 글 좀 쓰고 있으면 늦게 일어나는 새들이 한 마리씩 나온다. 밤늦게까지 연습하고 늦잠 자는 채윤이를 제외하고 JP(제이피, 아니고 종필로 읽어야 함)과 현승 두 남자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이 여름 아침 식사는 아이스 라떼와 빵 한 조각이다. 그러고 앉아서 아침을 먹노라면 나는 뭔가 막 신이 난다. 신이 나서 이 얘기 저 얘기, 농담 따먹기를 하노라니... 어느 날 현승이가 말했다. "와, 나 여기 앉을 때부터 엄마가 입을 쉬지를 않네. 조잘조잘조잘조잘..." 그러자 JP이 "나 그래서 귀에 염증 생긴 거야." (귀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이석.. 2023. 7. 23.
꽃보다 남자들 캄보디아 선교여행을 가는 JP이 떠나기 전날에 꽃을 사 왔다. 자기 없는 사이 자기 본 듯 보란다. 왠지 당신이 싫어할 조합이지만...이라고 했다. 어, 완전 내가 좋아할 조합인데! 꽃아서 식탁에 두었다. (미안해, 여보. 밥 먹으며 꽃을 보는데 꽃이 꽃으로 밖에 안 보여. 당신 생각은 꺼졌나 봐...) 캄보디아에 함께 간 남자 둘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속속 보내오는 세 남자 사진을 보면 왜 이리 기분이 좋은지. 왤케 대견한지...라고 말하다가 깨달았다. "아, 조장 누나 마인드구나!" 근 30여 년 전에 저기 두 남자의 청년부 조장 누나였었다. (지금은) 남편을 캄보디아에 보낸 (한때) 성경공부 조장이었던 누나 둘이 간절하게 기도하며 며칠을 보냈다. 두 조장 누나 각각의 오랜 (또는 그리 오래지 않은.. 2023. 6. 6.
감동란 JP가 저녁으로 삶은 계란을 싸가고 있다. 반숙, 반완숙 등을 주문하면 내가 또 기가 막히게 삶아서 주는데... 잘 삶아진 계란을 유리그릇에 담다가… 이것 말고 냉장고에 있는 날계란을 넣어 보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맛있게 먹을 생각에 두근두근 계란을 탁 깼는데 주르륵.... "으.... 정신실!!!!!" 남편 표정이 보이는 듯하다. 생각만 해도 웃기고 신이 난다. 이게 '감동란'이지. 고난주간인데, 고난주간 저녁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는데... 참았다. 언젠가는 꼭... 감동란... 2023. 4. 5.
축구에 진심, 설교에 진심 아침에 일어나니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16강 진출!! 김종필 메롱~" 식탁에 아이패드 놓고 그 역사적이고 짜릿한 포르투갈 전을 혼자 관람한 채윤이 작품이다. 16강 진출의 기쁨과 '축구 친구 김종필'에 대한 배신감이 고스란히 담긴 몇 마디이다. 현승이는 친구들과 보러 가고, 엄마는 원래 축구에 관심이 없는데... "아빠는 안 봐. 내가 보면 져."라고 말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버린 아빠, 결국 이 재밌는 순간을 주먹으로 입 틀어막고 보게 한 아빠에 대한 배신감과 복수심이다. 축구에 너~어무 진심인 아빠는 '보면 질까 봐'가 아니다. 설교를 향해 몸과 마음을 만드는 금요일의 리듬이 깨질까 피한 것이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축구 승패로 마음이 요동칠까 하여 미리 피한 것이다. 축구할 때 보면 김종필이 아.. 2022. 12. 8.
Sabbath diary44: 아주 오래된 연인들 남편이 뉴질랜드 코스타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다. 현승이 수능 날에 출국하여 마지막 논술시험 마치는 날에 들어오는 일정으로. 일정도 어쩌면... "중요한 때 아빠가 액운을 싹 몰아가지고 바다 건너갔다가 끝나고 오는 거라고 쳐. 어쩌면 아빠 자신이 액운... ㅎㅎ" 월요일 아침 현승이와 둘이 밥을 먹다가 말했다. 월요일인데, 월요일엔 아빠랑 같이 보내는 안식일이거든. 걷고, 밥 먹고, 카페 가서 책 보고.... 그렇게 쉬는 날인데. 아빠가 없으니까 어쩐지 월요일이... 허전해? 아니. 휴가받은 느낌이야. 쫌 좋아. 월요일에 아빠랑 쉬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 그런데 오늘 여유 시간이 생긴 것 같고 막 뭔가 홀가분하고 그러네. 아,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구나. 엄마 아빠.... (015B 노래 '아주 오래된 .. 2022. 11. 26.
Sabbath diary 43: 약함과 악함 그만해. 그만하라고 했잖아. 가르치듯 그렇게 말하면 당신은 기분 좋아? 설명하고 가르치는 거 싫어하잖아. 토요일은 설교준비 하니까 말 못 하고. 주일은 설교하고 힘드니까 말 못 하고. 월요일은 긴장 풀고 느슨해져야 하니까 말 못 하고. 언제 말해? 그냥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말해도 되잖아. 좋은 뜻으로 말하는 거였어. 그럼 그렇게 말하는데 잘 들어져? 도와주고 싶어서 하는 말이었다고. 상투성이 악이야. 한나 아렌트가 말했어. 악이라니! 그런 말을 함부로 해? 베드로한테 사탄이라고 하는 거랑 똑같애. (침묵.......) 아우, 기분 나뻐. 나도 기분 나뻐. 월요일, 기분 좋게 걸어서 보정동 카페거리로 점심 먹으러 갔다가, 맛있는 편백나무 찜을 앞에 두고 설전을 벌이고 말았다. 누가 쏜 총알인지는 밝히지 .. 2022. 11. 8.
단 한 번의 추석 같은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하고, 똑같은 갈등을 반복하는 명절 수십 년이다. 명절만 없었다면, 저 사람만 없었다면 하던 시간들이었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명절도 힘을 잃었다. 어머니의 명절 이야기이다. 몸의 한 부분으로 기울어 수십 년 살아와 틀어져 고착된 관절 같은 명절이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음식을 하며 같을 갈등을 겪느라 마음 어디가 기울어 틀어져 버렸지만 명절이 사라졌다. 명절과 함께 사람들도... 명절 전날 여자들이 모이는 시간, 만드는 음식, 일이 끝나는 시간, 명절 당일 아침에 모이는 풍경, 어정쩡한 예배, 식사, 그리도 점심, 또 저녁 손님... 어쩌면 그렇게 어느 해 명절을 따로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이 찾아왔었다. 명절 전후의 걱정 근심, 그리고 분노와 피해의식도. 매 명절마.. 2022.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