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OY ♡ I
I ♡ yOU

헌데....누구~우?

우리 엄마 말입죠.
85세 생신을 맞으신 우리 엄마요.


입원했다 퇴원하신 이후로 더 야위셨어요.
이젠, 30분 걸어서 하루도 빠짐 없이 다니시던 새벽기도도 못 가시고
1년에 두 달씩 꼬박 밤을 지새우며 하신던 철야기도도 못하세요.
그래도 조심조심 걸으실 수 있는 것,
앉아계실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엄마생신을 차려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지요.
청년부 목자모임이 있는 주일이고, 첫 목자모임이라 중요한 날이었지만
엄마생신 축하를 집에서 해드리기로 했어요.
꽃게찜을 드시고 싶으셨고, 연한 불고기를 드셨으면 하셨어요.
이모가 시골에서 보내주신 봄동으로 겉절이를 하고,
생크림요플레 드레싱으로 샐러드도 하고요.
탕평채도, 무쌈말이도, 시금치전도 했어요.
애들 셋 키우는 올케 선영이가 엄마 좋아하시는 나물을 준비해 손을 보탰죠.


청년부 모임 마치고 우리의 김서방이 합류했어요.
졸업축하로 청년부에서 받은 패밀리룩의 티셔츠를
엄마 앞에서 온 가족이 입었어요.
이쁘게 입은 네 식구를 보시며
'이게 다 은혜고 사랑이다' 하셨어요.
아차차!
'이쁘게 옷 입었응게 둘이 노래 하나 허야지' 하셨는데
경황 중에 그걸 못해드렸네요.


멀리서 축하하러 오신 막내 이모.
엄마 생신 차려드린다고 착하다시면 미리 택배를 하나 보내셨드랬어요.
손수 길러 잡으신 토종닭 한 마리,
서리태, 강남콩, 대추, 시금치, 콩나물, 박대, 조기, 봄동, 마늘...
무거워서 들어올려지지가 않는 사랑의 택배박스였죠.

엄마!
착한 며느리들,
할머니 끔찍하게 챙기는 이쁜 손녀딸들,
교장선생님 또는 목사님 신분에 아직도 급하면 '엄마' 소리가 튀어나오는
살가운 아들들,
점잖고 찬찬한 사위,
부끄러워 고개 숙이고 손으로 입가리고 노래 불러드리는
어린 재롱둥이 손자들....
그리고 바른말쟁이 딸.
모두에게 당신을 사랑할 기회를 조금 더 많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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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다는 예고도 없이 홀연히 지난 화요일 임하신 오마니.
그렇게 오시라 오시라해도 안 오시더니 딸 아프다니 얼마 만에 또 오셨어요.
요즘은 가방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저 어깨에 둘러매는 베낭이 최고라시며 벙거지 같은 걸 하나 매고 오세요. 지하철에서 할머니들 커다란 베낭 매고 다니시는 것 보면 '뭔 장사를 하시나?' 했더니 그게들 편하신 모양이네요.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같이 귀엽고 깜찍한 베낭을 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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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돈두 없는디 뭐 이런 거 사왔냐고, 지금 매는 것도 죽을 때까지 매도 끄떡없다고 하시더니
얼른 매고 거울 앞에서 자태를 보십니다. 학교 가려고 현관 앞에 선 초등학생 같이 귀여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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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뒤에서 촬영을 해보는데 촬영기사의 요구에 고분고분 따라하시는 것이 가방 모델로 손색이 없으십니다. 입고 계신 잠바 색깔과 비슷한 톤이라 더 이쁘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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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좋아?
이~ 좋지. 우리 딸 돈 쓰는 거 아까서 그렇지 좋구말구. 평생대학원이서 27일날 포천으루 소풍 가는디 이거 미고, 또 니가 사준 잠바 입고, 대전 느이 언니가 사 준 오동색 바지 입고 가야겄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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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으셔서인지...
두어 주 전에 집에 전화를 하셔서는 김서방한테 그러셨답니다.
'신실이가 너머(무) 보고 싶어서 전화혔어'
그 말씀 듣고 그 주 주일 저녁에 잠깐 다녀왔는데 성이 안 차셨는지 자진해서 딸 집에 오셨습니다.
'좀 와서 지내다 가세요' 그렇게 졸라도 이런 저런 핑계로 안 오시더니요.
그래서 이번 한 주는 엄마랑 같이 지냈습니다.
식사 마치고 나서 먹은 것 그대로 두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얘기를 나누고요.
엄마 얘기가 끝이 없습니다.
올 초에 마음에 새긴 말씀을 가지고 기도하다가 '내가 아무리 늙었어도 처음 믿음을 되찾어야겄다' 싶어서 교회당 대청소하는데 고무장갑과 걸레를 들고 가셨답니다. 노인네가 웬일이시냐고 다들 놀랐지만 끝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청소를 하셨는데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으셨답니다. 요약하자면 이건데 이 얘기를 위해서 등장한 인물이 몇 명인지, 그 사람들이 한 말의 대사까지 다 하시니...ㅎㅎㅎ 잘못하다간 맥을 놓치기 십상이지요.
한참을 얘기 하시더니 '고맙다. 내가 딸이 있응게 이런 얘기도 들어주지...'하셔요.

마침 이번 주 에니어그램 공부가 '어린 시절 돌아보기'라서 내 어릴 적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지요.
그리고는 '엄마! 나는 엄마 아부지한테 칭찬 받은 기억이 없어. 분명히 나를 엄청 이뻐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가 이쁘다하고 잘한다 하는 말을 못 들은 거 같어' 했어요.
좀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옆에 오셔서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그러시네요. '그릉게 말여. 이르케 이쁜 딸한티....왜 그런 말을 내가 안 혔을까? 참나 너머(무) 너머(무) 귀허고 아까운 딸인디...'






엄마는 하루종일 성경을 읽으십니다. 올 해 벌써 성경을 1독 하시고 다시 창세기로 가셨답니다.
그리고 틈이 나면 기도를 하십니다. 새벽에 거실 불이 켜져 있어서 나와보면 엄마가 혼자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생각해보면 그나마 내 삶에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 건 엄마의 기도가 있어서 입니다.
'우리 신실이 이 땅 우에서 새벽별 같이 빛나게 해주세유' 하는 기도 말이죠.

이제는 '우리 엄마 오래 살게 해주세요' 하는 마음의 소원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시간을 아껴 엄마의 얘기를 들어 드리고, 맛있는 걸 사드리고 하면서 엄마와 함께 할 날들을 금쪽같이 여기며 감사하고 누려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엄마.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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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집에 없는 때 쌀이 떨어지면 쫌 난감하다.
배달을 시킨다해도 풀어서 쌀통에 붓는 것도 힘들고...그래도 밥을 먹어야 하니 어떡해?
쌀을 샀는데 햅쌀이 나온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막 한 밥이 왜 이리 맛있는지...
밥 한 공기 이빠이 퍼서 먹고 또 윤기 좔좔 흐르는 그 유혹에 못 이겨 주걱으로 한 주걱 더 퍼서
주걱째로 들고 먹어주는 추잡함...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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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건 어렸을 때 다하지 못한 소꿉놀이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직도 칼질하고 이럴 때는 진짜 재밌으니까. 사실 어른인 척하고 칼질을 하기는 하지만 어렸을 적에 엄마가 마늘까는 일은 시키면서 칼질은 절대 시켜주지 않았던 그 기억도 새록새록 끄집어 내면서....
그래서 사실 가끔 밑반찬 같은 걸 만들어 놓으면 내가 진짜 엄마같은 엄마가 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는데.. 며칠 전에는 아파트 입구 좌판에서 할머니 한 분에 집에서 기르셨다는 얼가리를 놓고 파시는데 연하게 생긴게 맛있어 보였다는 얘기(이런 걸 탐내는 건 어머니들 몫인줄 알았다). 그래서 덜컥 한 봉지 천 원을 주고 사서는 저렇게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놨다. 아~ 진짜 엄마같애.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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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에 김치가 떨어졌는데 이상하게 김치가 귀해서 양쪽 어머니한테 손내밀기가 그랬었다. 그래서 나도 이제 김치를 담궈봐야 하는 거 아니가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젤 쉬운 오이 소박이 부터 시도해봤다. 다행히 친정엄마가 오이소박이를 진짜 맛있게, 오래 먹을 수 있게 담그는 노하우를 전수해 주셔서 한 번 담궈서 성공적으로 먹어 치우고 오늘 또 휘리릭~~~

혼자 넉넉해지는 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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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 이라는 사과를 아시나요?
피처럼 빨간색에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주르르 흐를 만큼 풍성하고,
오늘처럼 입 안에 헌 데가 있다면 그 신맛 때문에 고통이 두 배가 되는....
그러면서도 입안을 가득 채우는 사과의 싱그러움 때문에 통째로 베어 먹고만 싶은.
홍옥이라는 사과예요.

예전에는 홍옥이 진짜 많았었어요. 사과는 다 홍옥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새 부사, 홍로...
이런 사과들이 나오더니 홍옥은 아주 짧은 며칠 동안 과일가게에 출현하더라고요.
저는 홍옥만 보면 엄마 생각이 나서 얼른 몇 개라도 사곤 해요.

엄마는 사과를 좋아하시고, 또 엄마는 제가 사과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시고,
특별히 '우리 신실이는 홍옥을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세요.

채윤이 입덧을 할 때 한 두어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게 거의 없었어요.
감자, 고구마, 무, 그리고 사과.
봄이라서 사과는 냉동부사였어요. 그나마 것두 초여름이 가까와 오니까 아예 나오지도 않는거예요.
그 때 잠깐 사당동에 살았던 때였는데 주변에 가게가 없어서 주로 트럭에 야채 과일 싣고 오는 아저씨에게 샀었죠.
이미 냉동부사도 거의 나오지 않았던 초여름.
엄마가 저를 돌봐주시러 집에 와 계시다가 잠깐 잠이 드셨었나봐요. 밖에서 트럭이 와서 확성기에 대고 뭐라뭐라 하니까 엄마 벌떡 일어나서 뛰어나가시는 거예요.
그러더니 집 안에 있는 저한테 까지 다 들리게 '사과 있어유? 사과? 아자씨! 사과 있어유?' 하시는 거예요. 그 아저씨는 '고장난 텔레비젼 삽니다~ ' 아저씨였거든요.^^

잊혀지지가 않아요.

예전에 고3 때 대입 준비할 때 엄마가 없는 살림에 별별 간식을 다 만들어 주셨었는데 홍옥 한 보따리씩 사오셨어요. 약간 흠이 있어서 싸게 파는 놈들. 사실 그런 놈들이 더 맛있다면서 한 보따리 들고 오셨죠.

어제 과일을 사러 갔더니 홍옥이 나와 있네요. 홍옥을 보면 엄마를 본 것 처럼 반가워요. 요즘 입 안 여기 저기가 헐어서 신 것 , 매운 것 잘 못 먹는데 아침에 씻어서 통째로 하나를 먹었어요. 입 안이 얼얼해서 맛이 있는 건지 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많이 보고 싶네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한 번 웃겨 드리고 하루를 또 힘차게 시작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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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편이 강의시간에 듣던 중에 '여자들이 죽으면 남자들이 너무 빨리 결혼한다'하는 논조의 얘기를 들었단다. 그 얘기를 들으면서 '정신실이 죽으면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방에 틀어 박혀서 아무 것도 먹지 말고 있다가 굶어 죽어야지. 따라 죽어야지.

이런 생각을 했단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혼자 눈물이 나왔다고 하였다.


2.

며칠 후 동생과 통화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시던 밤에 대해서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절대 잊혀질 것 같지 않았던 공포와 공황상태에 가까운 밤이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버지의 죽음, 불을 환하게 켜놓고 아버지의 시신을 기다리며 장례식 준비를 하던 장로님들과 교인들의 분주함.

동생은 이 날 자기 집 같지 않아서 양말도 못 벗고 잤다고 했다.



얘기를 하다보니, 동생이나 나나 독특한 불안을 안고 사춘기를 보내고 지금까지 지나왔던 것 같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처럼 엄마도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하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 늘 불안에 떨면서 지냈던 것이다.

그 불안함을 정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한 동안 그렇게 기도했었다. 나는 동생보다 그래도 마음이 더 강한 것 같아서...'하나님! 엄마를 데려가시려거든 제발 동생이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 다음에, 가족이 생겨서 마음 둘 곳, 위로 받을 곳이 있은 후에 데려가 주세요' 그런 기도를 간절하게 했었다.

어쨌든, 여전히 나는 엄마의 죽음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지고, 세상이 끝날 것만 같다. 이런 내 마음을 직면하고 기도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조금 나아졌지만 가끔 엄마 돌아가시는 상상을 하면서 나는 나를 공포에 몰아 넣는 학대를 할 때가 있다.


3.

아직 일곱 살 밖에 되지 않는 채윤이가, 아니 현승이 까지고 '죽음'을 생각한다. 엄마가 돌아가시면 자기들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상상을 하면서 울 때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아직 어린데 부모가 돌아가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학기 초만 되면 '편부 편보 손 들어봐' 이런 담임선생님의 말에 얼마나 얼마나 크게 상처를 받았는지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기 때문에...

내가 아니어도 아이들은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께서 키우신다는 것을 확실히 믿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될 때까지 옆에서 지켜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과도 오래오래 같이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죽음으로 헤어진다는 것.

그래도 결국 잘 살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리고 그 아픈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진다는 것도 잘 알지만...ㅜㅜ

200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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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친정) 현관 앞에 쭈~욱 놓인 화분 중에 고추가 심겨진 화분이 네 개.
오늘 들며 나며 그것이 고춘지 뭔지 관심도 없었다.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에 엄마가 자랑스럽게 '야! 고추 심은 거 볼래?' 이러시면서 소매를 잡아 끄셨다.
(목소리를 낮추고)'저 밑이 집이 고추를 나보다 먼저 심었거든. 봐라! 이거랑 한 번'
아닌게 아니라 네 개의 고추가 꼿꼿하게 통통하게 뭔가 당당하게 자라고 있었고 아래층 고추는 시들시들 힘이 없어보였다.

'내가 말이다....새벽기도 갔다 올 때마다 이거 붙들고 사랑헙니다. 잘 자라유. 열매 많이 맺어유 이러거든. 확실히 달러~ 야!' 하신다.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이다. 새벽기도, 금식기도, 철야기도가 엄마의 취미이자 특기. 우리 학창시절부터 1년에 두 달, 즉 3월과 9월 학기가 시작되는 달에는 철야기도를 하시며 우리의 학교생활을 도우셨다. 나나 동생이 조금만 아프거나 어려운 일이 생기면 '내가 기도 안 혀서 그렇다. 내가 누구 마음 아프게 해서 니들이 받는 것이다' 하면서 다시 기도의 무릎을 꿇으시는 분이다.
그리고 작은 식물 하나에도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줄 아신다. 죽어가는 벤쟈민 화분을 쓰다듬고 붙들고 기도해서 살리신 울엄마다.

시골교회 사모님으로 전 삶을 다해 성도들을 섬기는 모습들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내가 자라던 시골교회 목사관에는 꽃밭이 잘 꾸며져 있었다. 거기에는 특이하게 무화과 나무가 있었다. 내게는 매우 자랑스러운 나무였다. 오직 우리집에만 그게 있었기 때문에 감나무 포도나무 이런거에 비교가 안 되는 희소성으로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뿐 아니라 목사님이신 아버지에게도 꽤 사랑을 받는 나무였다. 남다른 정성으로 기르셨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보니 그 나무에 무성하던 잎이 하나도 없이 삐죽이 가지만 앙상한 것이다. 그리고 집안에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잎들이 다 솥에 담겨서 삶아지고 있는 것이었다. 애긴즉슨, 성도 중 누가 아픈데 무화과 잎 끓여 먹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간에 무화과 나무를 얼마나 아끼고 자랑스러워 했는지 그것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는 것이었다. 그 무엇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보다 중요하랴? 아마도 부모님 생각을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무화과는 시들어 버리고 다시는 열매도 잎도 보지 못했다. 아주 어릴 때의 일인것 같은데 기억이 생생하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부모님의 마음이 그 분들의 말 없는 행동으로 충분히 내 어린 마음을 적셨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저 고춧대를 보면서 문득 그 무화과 나무 생각이 났다. 기도 밖에 모르는 엄마. 노인이 되면 고집이 세진다는데 날이 갈수록 더 부드러워지고, 더 마음이 넓어지시고, 도통 화내고 미워할 줄을 모르는 엄마. 팔순의 연세에 유머를 아는 엄마. 바로 오늘의 내가 있게 한 아주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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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 엄마는 걸어다니는 시트콤 제조기.
우리 엄마 얘기로 게시판 하나 만들어도 엄청난 스토리가 나올텐데....

그러니까.
우리 엄마는 믿음 조~코, 순진무궁에 천진난폭.
그 연세가 되도록 어쩌면 그렇게도 세속(?)에 물들지 않았을까 불가사의할 정도.

동생 결혼 준비하면서 예단 문제로 우리 사나운 작은 고모 한 말씀 하셨단다.
어젯밤 인사 다녀온 동생한테 그 얘기 듣고 마음이 불편하신 것이 역력하였다.
아마도 이런 맘이 왔다 갔다 하실거였다.
'내가 잘못했나 부다. 어쩐댜~' 이거와 '에이씨~ 우리 애들이 이렇게 크고 나두 이제 시누이라고 꿀릴
것 없는디 확 받어버려?' 이런 마음들이 표정에서 여과 없이 읽혔다.

아침 식사 하는 중 전화벨이 울렸다. 동생이 받았다. 모두 작은 고모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네? 어머니요? 계세요' 하는 말이 들리는 순간!
우리 엄마 밥을 공기째 들고 국그릇에 팍 말아버린다. 

마치 고모가 자신을 보고 있기라고 한 것처럼, 고모 보란듯이....

그 다음의 준비된 대사 '엄마~ 전화 받으세요' 하자마자...

어디 끌려가는 사람 표정으로 한 마디 하셨다.

'나 국 말었는디.......'


200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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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신 날.
엄마가 육류를 안 좋아하셔서 고기 대신으로 세일하는 대하를 샀다.
그냥 구울려고 했는데
엄마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꽃게찜 안 하냐?"
하시는 말씀에 바~로 꽃게찜 대신으로 대하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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