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없어서 더욱 휑한 거실.
낮이나 밤이나 음악이 채우고 있지만 그러도 허전한 건 사실이다.
어느 날 밤.
이 휑한 거실의 저 자리를 기도로 채워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이들을 일찍 재운 밤, 식사 준비 시간에 여유가 있는 아침.
저 자리를 기도하는 자리가 되도록 하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7시 30분이면 문자를 알리는 멜로디가 핸펀에서 울린다.
천안에서 오는 사랑의 모닝콜이다. 남편이 새벽기도 마친 시간에 보내주는.
'기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당신의 하루를 위해서 기도했다'
'일어나세요. 당신을 위해 멋진 하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주로 이런 내용이다.
히브리어 공부에 지친 남편이 그나마 위안을 얻는 것은 새벽기도라고 했다.
아침 잠 많은 김종필씨가 이렇게 새벽기도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도 우리 부부가 기도를 안 해서 신학교 보내신 건 아닐까?ㅡ.,ㅡ)
남편과 주중에 함께 있지 못하고,
주말에는 설교 준비와 교회 일로 제대로 얼굴을 마주하지도 못하는 요즘 정서적으로 더 힘든 건 사실이지만 예전보다 덜 행복한 것 같지는 않다. 어제 남편이 다니던 사무실 근처에서 장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그 마트에서 퇴근 후 만나기도 하고, 가끔 점심도 같이 먹던 그 때 참 좋았는데...그 때 좋았는데 지금 그러지 못한다고 더 불행한 것을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가장 감사한 건.
우리 부부에게 늘 2% 부족했던,
(아니 98% 부족했던? - 남편의 표현이다)
기도의 삶을 조금이나마 살 수 있다는 것.
남편의 빈 자리를 다른 어떤 것이 아닌 기도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도를 하면서 만나는 남편은 훨씬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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